눈으로 먹는 맛있는 음식 다큐들
추수감사절은 무엇보다도 음식의 풍요 속에 지내는 절기이다. 어차피 음식에 묻혀 사는 이 기간 동안, 가족들이 모여 있는 공간의 TV 스크린도 음식에 관한 영상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들과 음식을 즐기며 함께 볼만한 프로그램 몇 가지를 모아 소개한다.
▶ Taste the Nation
리얼리티 프로그램 ‘탑 셰프’ 의 호스트 파드마 락슈미(Padma Lakshmi))가 진행하는 ‘테이스트 더 네이션’ 시즌 2가 Hulu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미국 내 다양한 민족들의 고유한 음식을 찾아가는 프로그램. 음식에 얽힌 그 민족의 전통과 역사에 대하여 얘기를 나눈다. 한인들이 즐겨 요리하는 설음식을 다룬 에피소드 ‘K-town Countdown’도 눈에 띈다. 락쉬미와 한인 출연자들은 한국의 전통음식이 한인들에게 어떤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세대를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 음식 주간(Food Week: Food, Glorious Food. OVID TV)
독립영화, 외국영화 전문 채널 Ovid TV는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을 맞아 ‘Food Week’ 스페셜을 스트리밍한다. 음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들을 모아 놓은 컬렉션이다. 음식과 관련된 문화, 트렌드, 디자인 그리고 와인 등에 관한 기록물들로 채워진 추수감사절 최고의 푸드 라인업이다.
▶ Eat This New York
‘음식의 메카’ 뉴욕에서 식당 오픈을 꿈꾸는 2명의 젊은이가 유명 식당들을 찾아 성공한 셰프들로부터 식당 경영과 성공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다니엘 블러드(Daniel Boulud), 시리오 마치오니(Sirio Maccioni) 등 세계적 셰프들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들과 메뉴를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
▶ Evolution of Organic
지구상에서 최초로 음식에 ‘오개닉’이라는 개념을 적용했던, 이른바 ‘오개닉 무브먼트’의 선구자들을 찾아간다. 그들은 단순히 화학비료 사용을 거부하고 유기농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오개닉을 정신적인 문화 가치로 승화시켰던 장본인들이다. 이들은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미래의 오개닉 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전망한다.
▶ Our Blood is Wine
8000년의 와인 제조 역사를 지닌 조지아 공화국은 소련의 위성국으로 있는 동안 와인 생산을 중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조지아 사람들은 소련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다시 그들의 와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필름메이커 에밀리 레일즈백은 현대화된 조지아의 와인 제조 과정을 그녀의 아이폰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냈다. 민족정신의 향기와 그들이 역사의 현장에서 겪었던 질곡의 흔적이 흠뻑 담겨 있는 조지아산 와인을 ‘음미’해 본다.
▶ The Goddesses of Food
2013년 타임지가 ‘음식의 신’(The Gods of Food) 셰프들을 선정, 발표했을 때만 해도 여성 셰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큐는, 남성이 주도해온 음식문화 속에서 홀연히 두각을 나타내며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고 있는 여성 셰프들을 찾아간다. 미슐랭 스타 셰프 도미니크 크렌(Dominique Crenn), 바바라 린치(Barbara Lynch)를 비롯, 신세대 여성 셰프로 주목받고 있는 신예들이 그들의 음식에 관한 생각과 성공담에 관해서 얘기한다. 음식 분야만큼은 아직도 남성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들은 한결같이 개척 정신을 강조한다.
▶ The Raw and the Cooked
일반적으로 중국 음식으로 통칭되지만 타이완 음식은 본토 음식과 많은 차이가 있다. 육류를 많이 사용하는 중국 음식에 비해 타이완 음식은 해산물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타이완 음식에도 타이완 사람들이 겪은 격동의 역사가 담겨있다. 오늘날의 타이완 음식은 중국 본토와 일본 음식의 영향이 많이 가미되었다. 타이완 음식은 대체로 중국 음식에 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해 감미롭고 달콤하다. 타이완 사람들을 보면 저들도 우리만큼 먹는 걸 즐기는 민족이란 생각이 든다.
▶ Soul of a Banquet
‘조이럭 클럽(The Joy Luck Club)’의 베테랑 감독 웨인 웡이 연출한 작품. 1961년 샌프란시스코에 중국식당 ‘더 만다린’을 오픈, 중국 음식을 미 대중에 소개하는 한편, 식당업에 새로운 지평을 연 세실리아 치앙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2020년 100세의 일기로 타계한 그녀의 인생이 화려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과 함께 소개된다. 마담 치앙이 생전에 요리하던 모습, 식당 주인으로 손님들과의 유대 관계를 맺는 그녀의 능숙한 사교술을 엿볼 수 있다.
▶ Food Design
테이블에 올라온 음식의 맛에 도취되어 먹기 바쁜 와중에도, 앞에 놓여 있는 저 음식들도 누군가가 디자인을 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영화는 한 입 씹었을 때 나는 소리, 느껴지는 감촉, 재료들끼리의 상호 작용 등 하나하나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우리 입안에서 결국은 ‘소멸’되어 버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작품을 내어놓는 마음으로 음식을 서브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다. 그들이 생각하는 범주가 일반의 상상을 넘어선다.
▶ Streit's: Matzo and the American Dream
유대인촌이 있는 뉴욕, LA 등의 대도시 사람들은 한 번쯤 유대인 식당에서 맛조불(Matzo Ball)이 들어간 수프를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유월절 절기 중에는 효모를 넣어 부풀린 빵을 먹지 않는다. 애굽을 급히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누룩이 있었을 리 없다. 이 전통에서 유래하는 누룩 없는 빵이 맛조볼이다. 유대인들은 이 빵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1920년대 말 뉴욕 맨해튼에 유대인들이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세워졌던 Streit’s matzo 공장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맛조불을, 그것도 그 90년 전의 그 재래식 기계를 사용해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토박이 유대인들이 모두 이 동네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맛조볼을 만들고 있는 Streit패밀리의 이야기.
김정 /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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