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풀려도 육상 운송 문제가 변수
극심한 물류난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법을 지시했지만 궁극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노조와의 계약으로 하루 7시간 휴업하는 LA·롱비치항이 24시간 운영 체제로 바뀌면 외항에서 대기하는 컨테이너선은 감소하겠지만, 항구 하역장에는 새로운 적체가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LA·롱비치항은 서부해안항만노조(ILWU)와 맺은 계약에 따라 매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가동되고 오후 4~6시는 근무조 교대를 이유로 쉰다. 매일 7시간씩 가동을 멈추는 구조로 미국, 유럽, 아시아의 주요 항만 중 24시간 체제가 아닌 유일한 항구들이다. 롱비치항이 지난달 13일부터 부분적으로 휴일 운영에 들어간 데 이어 LA항도 24시간 비상운영체제로 들어간다면 외항 적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팬데믹 이전부터 심각했던 LA·롱비치항의 고질적인 하역 지연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외항에서 대기하며 허비하는 시간, 인건비, 연료와 보험료 등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역 이후 연계되어야 하는 육상 운송 해법은 난해하기만 하다. 이날 간담회에는 UPS, 페덱스 등 배송업체도 참석해 배송 시간을 늘리고 운송 마비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항만에 쌓일 화물을 내륙으로 운송할 트럭과 섀시는 물론, 운전할 드라이버도 부족하고 열차 편도 예약이 밀린 가운데 창고 등에서 물품을 올려두는 팔레트마저 부족하다. LA 항만청에 따르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지만 화물 트럭 운행은 8% 증가에 그쳤다. 폭스뉴스는 “전국적으로 부족한 트럭 운전자는 6만3000명 이상으로 현재 드라이버로 일하는 이들 중 25%는 은퇴할 연령에 가까웠거나 이미 적령기를 넘긴 노후한 인력”이라고 최근 부족한 상황을 전했다. 한인 트러킹 회사 대표는 “트럭 회사들에 인건비로 지원금을 준다면 부족한 드라이버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섀시가 부족하고 빈 야적장도 없어 점점 더 항만 외곽 내륙까지 들어가게 되면 새로운 비용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미국 최대 규모인 LA항 인근 APM 터미널은 이미 지난달 중순께 50피트 높이로 쌓인 컨테이너로 484에이커 면적이 가득 찼다. 스티븐 트롬볼리 디렉터는 “열차로 실어 내륙으로 보내는데 일주일에 걸쳐 보낼 화물이 쌓여 있지만 이를 열차까지 옮길 드라이버가 부족하다”며 “팬데믹 이전 APM 터미널에 평균 이틀 머물던 화물이 지금은 8일 이상 묵혀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말 쇼핑 시즌이 코앞인데 물류 대란으로 기업 실적 타격과 경제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고 12일 보도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