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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장 요리의 향연…29일 문화원·LA하버칼리지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과 LA하버컬리지가 지난 29일 ‘2024 한식요리경연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 전통 장(된장, 고추장, 간장)을 활용한 나만의 요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창의적이고 새로운 요리를 선보여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로버트 가르시아였다. 그가 만든 요리 비빔밥 베네딕트(Friends with Benedicts)는 고추장이 가미된 매콤한 소스와 누룽지가 특징이다. 독특한 식감과 깔끔한 맛으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2위는 아채전을 토르티야로 활용하고 간장과 고추장으로 양념한 소고기를 올린 타코 요리를 선보인 코수엘로네바레트가 차지했다. 이어 3위는 고추장과 간장으로 양념한 돼지고기와 고추장으로 만든 살사 및 김치 슬로우를 만든 노엘리 누네즈가 따냈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영미 한식 전문가는 “워크숍에서 배운 재료의 맛을 잘 활용하기 위해 학생들이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고민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한식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한식요리경연대회 la한국문화원 한식요리경연대회 성료 된장 고추장 농림축산식품부 외교부

2024-10-31

[글마당] 강된장

‘짠 된장 내가 부엌 가득히 퍼졌다. 강된장은 겨우내 떨어지지 않고 밥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매일 물을 조금 더 붓고 된장을 풀어 다시 끓여낸 강된장은 봄이 다가올 즈음이면 아무리 솜씨 좋은 사람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이 났다.’ 정지아 작가의 단편소설 ‘풍경’의 한 단락이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으스스한 오늘 같은 날 강된장을 끓이면 남편이 좋아할 것이 뻔하다. 벌떡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갔다. 뚝배기에 물을 붓고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뚜껑을 덮다가 집안을 둘러보며 짠 된장 냄새는 어쩌지? 창문을 모두 열고 천정에 달린 팬도 틀었다. 된장을 넣으려다 유튜브에서 강된장 끓이는 법을 찾았다. 호박도 매운 고추도 있어야 한다. 없다. 더 들여다보다가는 없는 재료를 탓하며 부엌을 나갈지도 모른다. 친정아버지 말이 떠올랐다.     “한국에서 여행하다가 잘 모르는 식당에서 뭘 먹을까 망설일 때는 무조건 된장찌개를 주문해. 음식 못하는 식당도 된장찌개는 먹을만하다.”   친구가 서울에서 공수해 준 갯벌 색을 띤 씁쓸한 된장과 멸치를 넣고 양파와 감자를 잘게 썰어 넣었다. 작가가 ‘양념 같은 강된장’이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 된장을 더 넣었다. 짜다. 물기 없는 된장찌개다. 강된장에 상추와 묵은김치가 올려진 밥상은 산골 툇마루에 놓인 소설 속 밥상과 같다. 흰머리에 굵은 주름 그득한 남편과 내가 밥상을 마주했다. 시골 밥상과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노부부다.   “아~ 맛있다.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서울에서 가져온 된장에 있는 것 막 때려 넣고 물이 쫄 때까지 자작자작 끓였더니. 꽁보리밥만 곁들이면 딱 맞는데.”   “근래 들어 최고의 밥상이야.”   “밥하기 전에 읽은 단편소설인데, 100살을 바라보는 노망난 엄마와 환갑을 바라보는 아들이 산 중턱에 다 쓰러져가는 집에 살아. 위로 많은 형제는 모두 집을 떠나고. 옛날 이사할 때 아궁이 불씨를 살려서 화로에 담아 옮기듯 엄마가 평생을 끓였던 강된장을 막내인 남자가 겨우내 끓여 먹는다는 이야기야. 매일 물을 더 붓고 된장을 풀어 다시 끓이면 깊은 맛이 난다는 대목에서 나도 끓이고 싶더라고. 짜. 많이 먹지 마요. 남기면 나도 물과 된장 조금 더 넣고 날씨가 풀릴 때까지 끓이고 싶은데. 냄새 때문에 더는 안 되겠지.”     남편은 강된장을 떠먹을 때마다 뜨겁다고 얼굴에 온갖 주름을 잡는다.     자식들과 강된장에 꽁보리밥을 먹던 기억으로 사는 노망난 엄마와 육십 평생 여자를 품어보지 못한 남자가 툇마루에 앉아 읍내로 가는 신작로를 바라보는 소설 속의 풍경이 잊히지 않는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강된장 된장 냄새 산골 툇마루 아궁이 불씨

2023-04-21

[수필] 어머니의 장맛

냉동고를 정리하다 작년 봄에 삶아 넣어둔 쑥 덩어리 하나를 꺼내 쑥국을 끓이려 하니 집에 된장이 떨어졌다. 한국 마켓에 가서 즐비하게 뽐내고 있는 장들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성분표를 보려 했더니 글씨도 작고 그 위에 영어로 써진 종이가 덥석 붙여져 있다.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지난번에 샀던 된장을 집어 들었다.   집에서 간장·된장을 담은 지가 까마득하다. 큰딸이 고2 때까지 친정어머니는 음력설이 지나면 메주를 서너 덩이 부쳐주셨다. 넓은 양푼에 적당량의 물에 천일염을 풀어 계란이 동전 하나만큼 보이게 떠오르도록 간을 맞춘다. 불순물이 가라앉도록 한나절 동안 뚜껑을 덮어둔다. 항아리에 체를 받혀 놓고 소금물을 항아리에 부은다음  씻어 말린  메주를 담근다. 붉은 고추 몇 개와 참숯 몇 개를 위에 얹는다. 날마다 아침이면 항아리 뚜껑을 열어놓고 햇볕을 쬐고 해가 넘어가면 뚜껑을 덮는다. 40일이 지나면 메주들이 모두 떠오르고 소금물도 간장 빛을 띄운다. 메주를  건져 간장에 버무려 된장을 담고 간장은 다려 놓는다. 이렇게  일년 먹을 간장 된장을 만들고 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주부가 된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부모님이 손수 기른 콩으로 쓴 메주이기에 간장도 된장도 신토불이 그 자체였다.   첫 아이를 대학에 보내려니 공부를 제법 잘했는데도 걱정이 많았다. 언젠가 들은 말이 생각났다. 간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웃물 아랫물이 지면 집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한 말이다. 괜히 간장을 담아서 신경을 쓰느니 아예 담그질 않았다. 그때도 지금도 생각하면 어이없다. 그래도 이민 오기 전까지는 어머니 같은 언니가 계셨기에 별 아쉬움 없이 언니가 담은 간장·된장을 얻어 아껴 먹었는데 이민와서 부터는 이것저것 사서 먹고 있지만 살 때마다 힘이 든다.   올해는 유난히도 봄비가 많이 내렸다. 아무리 봄이라도 캘리포니아에 이렇게 비가 많이 온 것은 근래에는 드문 일이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란다. 아무튼 봄비를 충분히 맞고 나무들은 싹을 내기에 바쁘다. 우리 집 감나무도  며칠 전에 싹을 틔우더니 이제는 갓 낳은 아기 손바닥만큼 커져서 봄바람에 흔들리며 좋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로, 이태원 참사로, 튀르키예의 대지진으로 마음과 몸이 다 얼어붙었다.  미국 시인 엘리엇도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듯이 자연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따뜻한 봄을 부른다. 한국의 벚꽃 소식이  마음을 흔든다. 벚꽃뿐인가!  봄나물 소식도 싱그럽기만 하다. 어느새 마음은 어릴 때 고향으로 가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다.  곤히 자고 나면 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다. 학교 갈 준비보다는 봄비를 맞고 싱싱할 쑥을 생각한다. 방문을 열고 “야, 오늘은 쑥이 참 잘 불겠다” 하고 신나하면  어느새 어머니도 덩달아 함빡 웃으시는데 왠지 그 웃음은 쑥을 썩 잘 캐지 못한 나에게  “뭘, 얼마나 캔다고” 하신 것만 같았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서 우리는 쑥을 캐러 갈 약속을 한다. 부랴부랴 집으로 들어와 내 손에 맞는 낫낫한 칼을 고르고 예쁜 바구니를 챙겨 동네 앞에 모인다. 논두렁 밭두렁이 온통 쑥밭이다. 우리는 쑥을 찾아 이리저리 다닌다. 친구 바구니와 내 바구니의 쑥을 비교하면서 열심히 쑥을 캔다. 나는 쑥이 쫙 깔린 곳은 피하고 풀 사이에서 깨끗이 고고하게 자란 쑥만 골라 캔다.     비를 맞은 뒤의 쑥은 펄펄 살아있다. 저녁때가 다 되어 집으로 온다. 겨우 바구니 반이나 채워온다.  쑥 바구니를 다 채우기가 쉽지 않다. 원래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으로 캐니 더디었다.  어머니는 웃으시며  “참, 깨끗하게도 캤다” 하시며 “우리 영희가 캔 쑥은 다듬을 필요도 없다”고 칭찬을 하셨다. 쌀 뜨물에 된장을 풀어 멸치 몇 마리 넣고 풋내가 나게 쑥을 씻어 쑥국을 끓이셨다. 쑥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우리 집 쑥국은 정말 맛있었다. 어머니는 쑥국을 푸시면서도 내가 쑥을 깨끗이 캔다고 식구들 앞에서 또다시 칭찬하셨다. 신토불이 된장 맛이었을 텐데도 마치 내가 쑥을 깨끗이 캐서 국 맛이 좋은 듯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친구들보다는 양이 항상 적지만 깨끗이 캤다는 자부심으로 눈만 뜨면 방문을 열고 밤사이에 비가 오지 않았나를 살피곤 했다.     그뿐인가 여름방학이면 도시에 사시는 고모님 댁을 가끔 갔다. 오빠가 고모 집에서 하숙을 했기에 내가 가슴에 돈보자기를 차고 곧장 갔다 주었다. 고모가 일찍 홀로 되시어 고모는 4남매를 키우기 위해 도시 변두리에서 시금치·토마토·양파 등 채소 농사를 지으시고 여름에는 포도를 재배하셨다. 그러면서 젖소도 몇 마리 키우시며 무척 바쁘셨다.  사촌들도 학교에 다니면서 아침저녁 밥을 짓고 젖도 짜고 그야말로 작은 농장집이었다. 사촌 언니가 만든 반찬들이 다 맛이 있었다. 가게에서 사 온 진간장을 사용하여 만든 반찬들이 내 입에는 꿀맛이었다. 특히 검은 콩으로 만든 콩장은 어찌나 맛이 있었는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집 콩장은 누런 콩에 조선간장을 넣으니 색도 희무끄레하고 짜고 맛이 없었다. 우리 집은 모두 우리가 농사지은 것만 사용하지 특별히 사서 하는 것이 없었다. 진간장도 사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내가 고모 집 반찬은 다 맛있다고 하면 빙그레 웃기만 하셨다. 그때는 그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다. 우리 집은  농사를 많이 지으니 날마다 일꾼들도 많았다. 그들은 품삯을 된장으로 주라고도 하였다. 우리 집 된장이 동네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  그 말에 어머니는 너무 기분 좋아하시고 품삯도 주고 덤으로 된장도 퍼주시는 것을 자주 보았다.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을 살 때마다 나는 많이 망설여진다. 여러 나라에서 나는 것들로 만든 것을 사 먹어도 되는지 자신이 안 선다. 아무리 유명한 상표라도 옛날 어머니가 손수 담그신 장은 이제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없다.  이 나이가 돼서야 그때 어머니가 만드신 간장 된장 고추장이 진짜임을 깨닫는다. 그럴듯하게 광고를 해도 막상 성분표를 보면 우리 것은 1%단위다. 글로벌 시대에 살며 또 이민 와서 살면서 우리 것을 고집하는 것은 무리인 줄 안다. 그렇지만 겨울이 지나고 간장·된장 담글 때가 되면 그 옛날 고향 집의 장독대가 사뭇 그리워진다.  이영희 / 수필가수필 어머니 장맛 간장도 된장도 간장 된장 옛날 어머니

2023-04-20

"된장, 고추장 직접 담가볼까?"

언젠가부터 된장이나 고추장, 심지어는 김치까지 사 먹는 세상이 됐다.     그런데 최근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식의 기본이 되는 된장이나 고추장을 직접 담그고 싶어 하는 주부들이 많아졌다. 홈메이드 된장과 고추장은 시중에 파는 완성품과 달리 식품 첨가물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준비물만 잘 갖추면 찌개 끓이는 수준으로 쉬운 것이 장 담그기라고 한다.     설명서대로만 하면 실패할 일도 없다. '장마을 된장 재료' 세트는 알콩메주 1kg과 장소금 460g으로 구성돼 있다. 알콩메주는 누구나 담글 수 있게 콩알 하나하나를 잘 띄어 만든 알메주다. 표시된 양만큼 소금을 물에 녹인 뒤 장마을 알콩메주를 부어주기만 하면 된다. 직사광선을 받으면 된장이 붉어지므로 공기가 잘 통하는 그늘에서 밀봉 후 발효 숙성시키면 끝! 기존 각메주와 달리 사시사철 언제든 맛있는 된장을 담글 수 있다.     '장마을 고추장 재료'도 있다. 찰고추장재료 900g, 소금 900g을 포함하며 쌀과 보리, 밀, 콩은 모두 한국산이다. 소금, 쌀엿, 샘가루의 비율을 맞춰 포장돼 있어 고춧가루만 직접 준비하면 된다. 소금을 물에 녹인 뒤 고춧가루와 샘가루를 섞어 쌀엿을 부어주면 된다. 잘 섞은 재료에 소금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섞어준 뒤 밀봉해 발효 숙성시키면 우리집 고추장이 완성된다.     한편, 전통 장류를 계승하는 장마을은 맑고 깨끗한 경상남도 밀양에 위치한다. 각 지역 농가로부터 품질 좋은 콩을 엄선하여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전통 장류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콩 100% 장마을 된장 재료와 고추장 재료는 '핫딜'에서 각각 27.99달러와 24.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문의: (213)368-2611 ▶상품 살펴 보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고추장 된장 된장 고추장

2023-04-02

[뉴욕의 맛과 멋] 숨어있던 보물 ‘매실’

내 김치냉장고 한쪽은 한국의 된장, 고추장 등 장류 저장고이다. 어제 배추 된장국 끓이려고 된장과 고추장을 꺼내는데 고추장이 든 작은 용기가 서너개가 되었다. 한국서 올 때 친구들 혹은 지인들이 준 것을 먹다 보면 그렇게 된다. 보통 때도 늘 보던 장면이지만, 왠지 눈에 거슬려서 “이걸 한데 모아야지” 싶었다. 꺼내다 보니 오른쪽 구석에 밑에 매실 병이 있다. 매실청 건더기인데, 뚜껑에 2017년 5월 14일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요즘은 셰프들도 요리할 때 보면 매실청이 빠지는 적이 없다. 매실이 워낙 천연소화제에 기관지와 피로해소에 좋다고 해서 매실청 담는 집이 많다. 나도 덩달아 매실 장아찌를 몇 번 담았다. 매실 씨에 독성이 있다고 해서 씨를 다 빼고 담았는데, 씨 빼는 작업이 하도 일이 많아 몇 번 만들다 포기했다. 그러다가 매실을 씨째로 담아도 일 년 동안 숙성시키면 독이 다 빠져서 아무 상관 없다는 말을 듣고 작년에 다시 매실청을 담았다. 5월에 일 년이 된다.   나는 신 것을 매우 싫어해서 매실청 따르고 나면 건더기는 그냥 버렸다. 그 신맛 나는 매실로 장아찌를 만든다든가 하는 건 엄두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매실이 비싸니까 아깝단 생각이 없진 않았나 보다. 그래서 버릴 날을 미루다가 잊어서 밑에 깔린 바람에 얘는 아직 명줄이 남았던 것이다.     첨엔 그냥 버리려고 했다. 그래도 씨를 빼고 만드느라 애썼던 내 노동에 미련이 남아 형식적으로 한쪽을 먹어 보았다. 그리고 얼떨떨해졌다. 아직도 오돌오돌한 매실은 신맛은 무늬뿐, 뭔가 입맛을 돋워주는 오묘한 매력이 있었다. 만 5년 동안 숙성되었으므로 신맛이 그동안 무뎌지고, 청은 따라낸 후이니 당도도 적당했다. 조금 꺼내어 간장에 살짝 무쳤더니 은근히 입 안을 사로잡는다. 마치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손댄 김에 신이 나서 내가 먹을 것은 그렇게 간장에 버무리고, 나머지는 고추장에 버무렸다. 늘 소화 문제로 골치 썩는 첫째에겐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고, 친구들에게도 나누어주면 좋을 것 같다. 매실 장아찌는 이렇게 청을 따르고 남은 건더기를 입맛에 맞게 간을 해서 장아찌로 먹으면 되는데, 진즉에 그러지 못한 일이 새삼 아깝기 짝이 없다.   시답잖게 여겼던 매실의 발견이 마치 숨은 보물찾기에서 보물 찾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사실 우리 어릴 적엔 안방 위에 있던 ‘다락’이 보물창고였다. 다락 위엔 꿀이며 엿, 밤, 곶감 등 우리들의 간식거리가 있었지만, 아이들에겐 접근금지의 성역이었다. 그것을 몰래 훔쳐 먹을 때의 스릴과 두근두근 가슴 뜀. 들켜서 혼나도 마냥 즐거웠다. 그리고 겨울이면 뒷마당 항아리에서 짚 위에 켜켜이 쌓여 있는 홍시가 익기를 기다리던 안타까움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보니 어릴 때의 그 기다림과 설렘과 애달픔의 시간이 우리에겐 인생의 인내와 절제를 위한 숙성기였음을 새삼 깨닫는다.     사순절이다. 5년을 묵히니까 원래의 신맛이 무뎌지고 순해진 매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본다. 푹 삭은 매실처럼, 오래된 장처럼, 세월의 두께가 인성의 향기로 담금질 된 사람을 보면 아무 말 없이 옆에만 있어도 평화를 느끼고, 신뢰와 치유가 모르는 새 스며든다. 언젠가는 나도 매실처럼 깊이 숙성되어 사람들에게 그렇게 스며들 수 있겠지. 그 날을 기다리며…. 이영주 / 수필가뉴욕의 맛과 멋 보물 매실 된장 고추장 김치냉장고 한쪽 뒷마당 항아리

2022-04-08

[독자 마당] 코로나와 건강식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오미크론이 나타나 순식간에 여기저기 세상에 퍼지고 있다.     세상엔 수많은 병균이 득실거린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하루에 수억이 넘는 균이 침투한다. 그런데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 몸엔 백혈구라는 파수꾼이 있어 날마다 몸 속에서 전쟁을 해서 이기고, 또 이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백혈구가 힘을 잃으면 적군에게 먹히고 만다. 이 백혈구를 튼튼하게 세워 면역력을 키워주는 공급원이 우리 한국인에겐 있다. 그것은 발효식품인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등이다.   나라마다 고유의 발효식품이 있지만 한국인 만이 가지고 있는 장류와 김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음식이며 유산균 덩어리이다. 혹자는 맵고 짜다며 나트륨을 걱정한다. 그러나 지금은 냉장고가 있어 옛날처럼 짜게 담지 않는다. 소금을 줄이고 갖은 양념과 부재료를 넣어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칼륨은 많아지고 잡균은 죽고 유산균은 더 풍부해진다. 이런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유네스코에도 김치가 세계 5대 식품으로 등재돼 있다고 하니 이보다 더 반가울 수는 없다. 단 너무 오래되어 시게 되면 살아있는 유산균이 많이 소멸된다. 하나 이 또한 살아 있는 유산균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김치는 담은 지 50일까지 그램당 유산균이 1억3000만개를 넘는다고 한다. 고구마를 먹을 때 싱건지를 곁들여 먹고 잡곡밥과 청국장에다 김치를 먹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환상의 궁합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6.25를 만났다. 당시 식량이 부족해 ‘풀떼죽’을 먹었다. 물을 끓인 후 된장, 호박잎, 호박, 감자, 호밀가루 등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그때는 먹기 싫어 투정을 부렸는데 지금 생각하니 엄청 좋은 건강식이다. 좋은 식품으로 건강도 지키고 오미크론도 이기자.  노영자·풋힐랜치독자 마당 코로나 건강식 그램당 유산균 된장 호박잎 간장 된장

202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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