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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승차감과 동반자

새로 건축한 멕시코 진료실과 숙소를 채울 장비 운송을 위해  큰 차량이 필요했다. 마침 등산 중 만난 K씨가 이 말을 듣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     그가 출발 당일 가져온 차량은 30만 마일 이상 달린 진짜 허름한 닷지 깡통 밴이었다. 나름대로 차량 점검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차를 본 순간 ‘이런 차로’ 하는 후회의 감정이 일어났다. 8시간 이상을 달려야 하고 좁고 험한 오지 길도 가야 하는데 이런 차로 간다는 것이 상상도 되지 않았다.     더욱이 좌석은 2개뿐인데 그의 부인도 가고 싶단다. 오지의 가난한 삶을 느껴보고 싶어하고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도 준비한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을 읽고는 내 좌석을 기꺼이 양보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주어진 상황에 맞게 나름대로 준비하며 수습을 시작했다. 차 안에 휠체어를 고정하고 허리띠 두 개를 연결해 안전벨트도 만들었다.     방음이 되지 않는 차 안에서는 소음으로 인해 대화도 힘들었다. 차창 밖 전경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이 스친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바라고 있나? 무엇을 보고 있나?지금 무얼 꿈꾸고 있나? 이 순간 내가 LA에 있다면 편안했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러나 생업도 미룬 채 묵묵히 운전만 하고 있는  K를 보는 순간, 한없이 귀하고 믿음직스럽고 편안한 존재로 느껴졌다. 덜컹거리는 차체의 흔들림도 휠체어에 앉아 편하게 마사지를 받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아마도 이 모든 상황이 나의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했을 것이다.     주위에 말로만 헌신봉사,사랑,희생,봉사를 외치는 분들이 있다. 인간은 다분히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이로움을 추구하려는 본성이 있어 희상과 봉사를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접하면 육체적으로 어려운 상황도 참아내고 승화시킬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미국 국경 검문소 앞, 항상 위압적이고 냉정하고 불친절하게 보였던 국경수비대대원이 이번에는 미소 띤 모습으로 보였다. 그는  이런 차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측은하기라도 한 듯 “이차는 아주 고물이라 운행 마일리지가 무척 많겠구나?”라고 묻는다.     나는 그 말에 ‘그렇지, 너무 늙었지’라고 대답하면서도 마음속에는 먼 길을 무사히 달려준 자동차에 대한 고마움과 자랑스러움이 생겼다   이 나이에  할 일이 있고, 갈 곳이 있고, 나를 기다리는 곳이 있고, 인간적인 유대를 갖고 싶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은 분명 축복일 것이다. 또한 K 씨처럼 성실하고 신뢰감을 주며, 인격을 갖춘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이 또한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최청원 / 내과의사열린광장 승차감 동반자 차량 점검 국경 검문소 멕시코 진료실과

2024-03-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

인생을 바치기는 쉽지만 영혼을 바치기는 어렵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다 준다 해도 영혼까지 주기는 쉽지 않다. 맑고 빛나는 영혼은 어둠 속에서 반짝인다.    ‘우리 인생길의 한 중앙,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을 헤매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가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 보았고, 이미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 꼭대기가 보였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 단테의 ‘신곡’(Divine Comedy) 지옥편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에 이어 단테의 신곡은 장편서사시의 전통을 잇는 불멸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산 사람은 경험할 수 없는 사후세계를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형식을 빌어 인간의 욕망과 죄악, 운명과 영혼의 구원을 심오하게 그려낸다. 훌륭한 가문과 명석한 두뇌, 지도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에도 정치적 상황과 음모로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당하는 고통을 겪는다.   단테는 그의 인간적 고뇌와 슬픔, 사랑과 희망으로 응집된 이 작품을 통해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모든 역량과 영혼의 아픔을 이 책을 완성하는 데 쏟아 붓는다.     예술가는 아름답고 정직한 영혼을 꿈꾼다. 가난과 멸시, 무관심과 비판으로 육신이 허물어져도 위대한 예술가는 영혼의 횃불을 들고 미래의 역사를 비춘다.   아무도, 세상 모두가 고개 돌려 외면해도, 생의 아픔과 절망이 뼈와 살을 갈라도 진정한 예술가는 아름다운 영혼의 자유를 위해 생을 바친다.   1890년 7월 70일 해질녘, 고흐는 밀밭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권총은 빗나갔지만 이틀 후 ‘고통은 영원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을 돌봐주던 동생 테오가 지켜보는 가운데 37년의 생을 마감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생전에 명성과 돈을 얻지 못했지만 그의 치열했던 삶을 통해 가장 인기 있고 유명한 작품을 그린 화가로 꼽힌다.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언젠가는 사람들도 내 그림이 거기에 사용한 물감보다, 내 인생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고흐가 살아 생전 판 그림은 단 한 점 ‘붉은 포도밭’이라는 작품뿐이다. 생활비를 전적으로 동생 테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위대한 화가는 때때로 돈이 없어 물감을 먹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푸른 밤, 카페 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놀라게 하지. (중략)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고흐는 ‘밤의 카페테라스(Café Terrace at Night)’를 그리며 창작의 희열과 기쁨을 참지 못해 영혼의 동반자 동생 태오에게 편지를 보낸다.     진솔한 영혼을 담아내지 못하는 작품은 거짓이다. 예뻐 보이려고 화장을 하고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화려한 옷을 입는 것은 덧칠에 불과하다. 예술은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것은 생의 아픔과 절망을 견디는 힘을 준다.     꿈꾸지 않는 자는 죽은 것과 같다. 시체는 부패한다. 절망과 죽음에서 예술은 생명의 꽃을 피운다. 위선과 거짓, 가식의 주술방망이를 내려놓으면 먼동이 트는 새벽별을 만날 수 있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가슴에 천국의 별을 단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영혼 해질녘 고흐 동반자 동생 우리 인생길

2023-04-11

[수필] 당당하게 나이들기

최근에 나가게 된 모임이 있다. 모일 때마다 내게 차편을 제공해주겠다고 한다. 전에는 없던 일이다. 나이 먹은 사람이 너무 씩씩해 보이는 것도, 젊은 사람들의 호의를 번번이 외면하기도 어려워서 몇 번 도움을 받았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처음에 나를 픽업해 준 친구는 인근 도시의 모임 장소까지 가는 40여 분 동안 운영하는 사업체와 세 번이나 통화했다. 그다음 달에 나와 동행한 회원은 하교하는 자녀를 픽업하기 위해 도중에 먼저 떠나야 했다. 내 돌아갈 차편 때문에 작은 소동을 피할 수 없었다. 바쁜 젊은 사람들에게 더는 민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이를 먹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이제는 주위의 연령층이 대부분 연하인데 처음에 그들과 나누게 되는 대화가 나이 언저리에서만 맴도는 것으로 미루어 나에 대한 최초의 관심사가 내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초면에 젊어 보이신다고 하는 쪽은 자신이 어림짐작해 놓은 내 나이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있는 듯했다. 사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어느 연령대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속에서도 상대방의 나이에 대한 호기심이 엿보였다.   대체로 나이 든 사람들은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허리며 무릎이며 불편한 곳을 하소연한다. 이렇게 병증의 시초와 현재 상태를 고백하고 나면 노인의 나이를 대충 알게 된다. 내 나이가 무척 궁금했던 어느 분은 만날 때마다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느냐고 했다. 잦은 안부 인사가 내 건강에 대한 옅은 불안감으로 바뀔 즈음, 그 궁금증의 실체를 알고 실소했다.   최근 친구의 교회를 방문했을 때였다. 가깝게 지낸다는 장로님 내외가, ‘동문이시라고요’ 반색하며 다가왔다. 대충 인사가 끝나자 내게, “몇 살이에요?” 하는 게 아닌가. 곧이어 ‘체중은 몇 파운드예요?’ 할 것만 같았다. 우리가 어린아이와 가장 먼저 하는 대화도 몇 살이냐는 질문이다. 아이의 이름을 먼저 묻는 서양인과 다른 점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한국인은 위아래를 확실하게 정해야만 노소간에, 친소(親疏)간에 진도가 나간다.   나이를 따져 상하를 분명히 해서 어른에게 합당한 대접을 하려는 좋은 의도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주위의 대부분이 고령의 문턱에 들어선 가운데서 혼자 받는 윗사람 대접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들과 교류하는 것은 친구로 지내려는 것이지 어른 대접을 받으려는 것이 아닐 때, 특히 대여섯 살 안팎 연하들의 엘리어네이트(alienate)는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이 세상에 섬길 어른이 없어졌다는 건 이승에서 가장 처량해진 나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난다.     연상의 상대방을 순수하게 윗사람으로 대할 마음이 아니라면 성급한 상하 관계 설정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서로 취미나 관심사가 같거나 동등한 인격체로 만나야 그 관계는 건강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착한 아랫사람 코스프레를 하다가 곤란하거나 쑥스러운 경우를 맞닥뜨리면 ‘장유유서니까’ 하며 등 떠밀리어 앞장서게 되는 상황은 노인들도 불편하다.     나이는 장애가 아니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남을 대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장치는 나이만이 아니고 우리 삶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굳이 누구나 먹게 되는 나이로 드러내놓고 배려하는 모양새는 진정한 배려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 부족한 점이 유난히  부각되는 상황도 노인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 일상생활 속 연령차별(ageism)이다.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나이가 들면 기력이 떨어지고 의욕도 다소 사그라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이는 그러나 우리 세월과 함께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다. 나이는 우리의 삶과 함께 무르익었고 우리의 시간과 함께 완성의 뜰로 다가가고 있다. 이 소중한 동반자 나이를 너무 의식하지 않고 저만치에 밀어 두어야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노년은 삶이지 현상이 아니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그 장엄함에 심장이 아직 이렇듯 떨리는데 우리 나이에 대한 불편한 호기심과 미묘한 엘리어네이트에 동요하지 않는다.     먼 밤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에 아직도 먹먹해지는 가슴이 있는데 착한 아랫사람 코스프레를 분별하고 일상생활 속 연령차별에 마음을 다치지 않는다. 귀하게 쌓아 온 나이를 주위에 의지하며 무기력하게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당당하게 나이 들어 가고 싶다. 박 유니스 / 수필가수필 동반자 나이 나이 언저리 우리 나이

2023-04-06

“묵묵히 한인사회 든든한 동반자 되겠다” 창립 30주년 캘코보험 진철희 대표

“창립 30주년이라고 달라질 거 있나요? 지금처럼 묵묵히 고객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겁니다.”   비즈니스 흥망성쇠 다단한 한인사회에서 창립 30주년이라면 제법 들뜰 만도 한데 캘코보험 진철희(65) 대표는 의외로 차분했다. 그의 담담하되 이 뚝심 있는 면모는 한인사회 크고 작은 보험업체들이 지난 수십년간 타인종 기업에 합병돼 가는 사이 캘코보험이 어떻게 한 자리를 우직하게 지킬 수 있었는지 단박에 알 수 있게 한다. 지난달 28년 만에 버몬트 길에서 윌셔가로 이전한 캘코보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30년 역사가 가져다주는 묵직함과 새 사무실 특유의 활기참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내년 5월이면 창립 30주년을 맞는 캘코보험 진철희 대표를 최근 이전한 새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한국에서 대우그룹 산하 건설, 전자, 호텔 등에서 근무한 진 대표는 1989년 LA로 도미, 한인사회 한 보험 업체에서 미국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인사회 보험업체들 상당수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던 때라 진 대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장기적 비전과 탄탄한 시스템을 도입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1993년 5월, 캘코 보험을 창립했다.     윌셔가 한 사무실에서 직원 5명과 시작한 회사는 1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해 지난달까지 사무실이 있었던 버몬트가로 이전해 사반세기 세월을 고객들과 함께했다. 이후 캘코보험은 큰 부침없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현재 LA는 물론 뉴욕, 시카고, 애리조나, 댈러스 등지에 소재한 500여 고객사와 직원 60여명이 근무하는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무실을 이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IT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입니다. 한인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2007년부터 페이퍼리스(Paperless) 시스템을 갖춘 뒤 디지털화를 가속화해 지금은 100%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화돼 고객 업무가 한층 더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행 측이 고객에게 요구하는 방대한 서류들도 기한보다 훨씬 빨리 제공해 대형 은행들도 깜짝 놀랄 정도죠.(웃음)”   캘코의 성공 비결은 비단 첨단 IT시스템 구축 만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창립 전부터 고집했던 ‘비전 있는 기업’ 철학은 지금의 캘코보험을 만든 가장 큰 원동력.   “여전히 타인종 대형 기업에서 합병 제안은 끊이지 않아요. 그런데 그 합병이라는 게 미래의 일정 기간 벌어들일 수익을 한꺼번에 합병할 회사에 지불하는 건데 그 미래의 수익을 캘코 직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보람 있다고 생각하기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캘코를 언어와 문화 장벽을 극복한 한인 2세, 차세대 임직원들이 이끌어 나갈 수 있게 성장시키고 싶고요.”     그의 이런 확고한 비전 덕분에 캘코보험 운영은 임직원들의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으로 결정된다.     “창립 초기부터 대기업 경영 시스템을 도입, 캘코 매니지먼트 시스템(CKMS)을 개발해 팀장들 간 유기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사 결정이 이뤄지도록 한 것도 지금의 캘코를 있게 한 중요한 자산입니다.”   지난 2005년 본지가 주최한 제4회 중앙광고대상에서 대상을 받은 광고 카피인 ‘걱정 끄세요’를 15년이 넘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경영철학은 오롯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그의 오랜 경영 방침인 '고객의 성공, 캘코인의 행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것도 아주 뚝심 있게.     이주현 기자한인사회 동반자 한인사회 보험업체들 진철희 대표 도미 한인사회

2022-08-17

“긴밀한 한미 동반자 관계 기대”

가슴 졸였던 개표과정이 지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결정됐다.     뉴욕 한인들은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의 당선과 낙선 결과에 축하와 실망의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은 새 시대와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함께, 윤 당선자가 재외동포청 설립 등 피부에 와닿는 전향적인 재외동포 정책을 시행해줄 것을 기대했다.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10일 “무엇보다도 한미관계가 더욱 더 가깝고 긴밀한 협력과 동반자 관계로 발전해가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했다. 또 “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등 전방위적으로 협력관계가 강화돼 뉴욕과 한국 간의 교류와 상호방문이 더 활발해지는 윈윈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창헌 뉴저지한인회장은 “통합의 정치로 희망의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인 정치인 배출에 성과를 거두는 등 미주 재외동포들의 고국 사랑과 노력을 전하고, 한인 2세들에게도 관심과 격려, 지원을 기울여주길 요청했다.     이종원 민주평통 뉴욕협의회 회장은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일관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전하고, 대북 강경정책으로의 선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치열했던 선거과정을 잊고 하나가 돼야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박윤용 한인정치력신장위원회 회장은 “무엇보다도 진영을 넘어서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펼쳐주길 바란다”면서, “이겼다고 해도 동전 하나 차이일뿐 크게 이긴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여야를 넘어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보듯이 굳건한 안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과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뉴욕한인회 이사장은 재외동포들에게 한국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750만 재외동포 중에서 단 10분의 1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재외동포 행정을 통합하는 재외동포청 신설과, 복수국적 연령 하향 등 현실적인 정책 개선을 바라는 목소리도 많았다.     반면, 이재명 전 후보에게 한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의 아쉬움도 있었다. 영주권자인 직장인 이지연(43)씨는 “주52시간제나 여성문제 등을 생각했을때 보수정권보다는 민주당이 낫다고 생각해 1번을 지지했었다”면서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의 거대야당이 된 만큼 잘 견제하면서 운영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팬데믹으로 장기간 한국방문길이 막힌 데 대해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     롱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직장인 K모(48)씨는 “팬데믹으로 한국의 어머니를 못뵌지 3년이 됐다. 너무 그립고 한국에서 처리해야할 일도 산더미다”면서 “한국 방역정책이 해외입국자에게 너무 엄격한 것 같다. 자가격리와 PCR 제출 등을 완화해서 고국방문길을 터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지난 1일 당시 윤 후보는 “해외입국자의 자가격리를 폐지해 여행의 자유를 되찾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방역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말 완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장은주 기자 chang.eunju@koreadailyny.com동반자 기대 동반자 관계 재외동포청 신설 재외동포청 설립

2022-03-10

‘한인과 국정 동반자’ 다짐

내년 11월 메릴랜드 주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피터 프란초트(민주) 회계감사원장(Maryland Comptroller)이 “주지사에 당선되면 한인과 같은 소수계를 국정 파트너로 삼고 행정부를 이끌어 가겠다”면서 “회계감사원장 출신이라는 경제전문성을 살려서 한인 등 소수계의 이해관계가 지대한 스몰비즈니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회계감사원장은 메릴랜드에 존재하는 특이한 선출직 고위 공무원 직위로, 메릴랜드 서열 3위 선출직 공무원이다.   한국의 감사원장과 의회의 예산 집행 승인 및  감사기능 일부를 행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올초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빨리 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며 정치자금과 인지도, 리더쉽 분야 등에서도 다른 10여명의 민주당 후보보다 훨씬 앞서있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몽고메리 카운티의 주하원의원(1987-2007년) 시절부터 한인들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으며 한인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회계감사원장을 거쳐 주지사 선거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한인들과 같은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어떤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지 잘 알기에 이민자들의 중요 관심사가 국정의 우선순위 목표에 포함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지난 13일(토) 볼티모어의 한 식당에서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 펀드레이징 행사를 주최한 줄리안 민 볼티모어 한인회장은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이 한인 등 소수계를 위한 여러가지 배려를 해왔던 사실을 모든 한인들에게 알리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하기 위해 호스트로서 이같은 펀드레이징 행사를 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민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4만달러 이상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김영천 전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본보 발행인)도 코호스트로 이번 펀드레이징 행사에 참여한 가운데,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이 메릴랜드 한인들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보살펴 왔으며, 민주당이긴 하지만 온건파에 속하는 만큼 보수적인 한인들의 성향과도 그리 틀리지 않다”고 평가하고 “선거가 가까워올수록 더욱 많은 한인들이 그를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민주당 내에서도 비교적 온건한 성향으로 널리 알려져 일부 공화당 강경파의 공격을 받아왔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민주당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강경파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공화당 온건파에 속하는 래리 호건 주지사가 정책적 공조를 진행해왔다.     호건 주지사, 낸시 코프 재무관 등과 3일 합동 메릴랜드공공업무위원회 당연직 의원으로서 호건 주지사 정책에 찬성해 왔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495벨트웨이와 인터스테이트 270 톨로드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호건 주지사 정책에 상당부분 호응했다.   이같은 행보 때문에 주의회 민주당 강경파와 몽고메리 카운티와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의 민주당 강경파로부터 신랄한 공격을 당했으며 알콜판매와 감사기능 일부를 회계감사원에서 주의회와 카운티 정부에 빼앗길 뻔하기도 했다.     프란초트 회계감사원장은 지난 2006년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연속 발사 사건 당시 한인들의 방패막이 역할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윌리엄 쉐퍼(민주) 회계감사원장은 한인 학생에 대한 영어교육 ESOL 프로그램 예산을 문제삼으며  “코리아가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도발했는데, 이들에게 영어교육예산을 지원하느냐”고 발언하면서 한국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며 한인을 공격했다.   당시 김영근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등이 쉐퍼 회계감사원장을 항의방문하며 사과를 요구했으나 쉐퍼 회계감사원장은 사과를 거부했다.     당시 주하원의원이었던 프란초트가 회계감사원장에 출마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한인커뮤니티를 보호했으며, 워싱턴 한인 커뮤니티가 십시일반으로 프란초트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펀드레이징 행사를 조직했으며 홍보를 위한 별도의 기자회견 자리도 마련했었다.       김옥채 기자 kimokchae04@gmail.com한인과 동반자 회계감사원장 펀드레이징 워싱턴지구 한인연합회장 볼티모어 한인회장

2021-11-14

[삶의 한 가운데서] 시, 삶의 동반자

마른 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 처연한 모습을 외면하려고 해도 곳곳에 흩어져 몸부림치는 가랑잎들이 내 그림자 되어 따라다닌다. 그런데 집안에서도 우수수 떨어져 눈에 밟히는 또 다른 낙엽을 본다. 소리없이 빠져서 곳곳에 흩어진 내 머리카락이 마치 뜰에 흩어진 낙엽처럼 힘이 없다.    겨울이 지나면 마른 가지에 새싹이 돋아나지만 내 머리카락은 아니다. 겨울이 오는 것이 겁난다. 가끔 예전에 머리숱이 많아 동여맸던 기억이 희미해서 잠자다 깨어나 어둠속에서 허덕인다. 그렇게 내일이 두려워서 숨죽이고 새벽을 기다리는 시간에 나와 함께 해주는 좋은 친구가 있다. 동서고금의 많은 시들이다.     시를 앞세우고 밖의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온 시기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간 때였다. 시세계에 눈이 뜨인 사춘기시절을 떠올리면 기쁨과 슬픔의 어떤 순간에도 언어들의 아리아가 줬던 흥분이 느껴진다. 멋진 사실은 어떤 상황에도 내 마음을 움직인 시가 있었다. 혼자 시구절을 크게 읊고 또 읊으면 메아리되어 돌아오는 동류감이 있다. 그당시 좋은 시를 카드에 적어서 책상서랍에 차곡차곡 쌓아 뒀다가 생각나면 골라 읽었는데 한국을 떠나면서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카드들과 헤어졌다.   이민생활 힘들 적에 버틸 힘을 준 것도 시였다. 특히 열심히 되새김을 많이 했던 시구절은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였다. 고향이 그리울 적에는 박목월의 ‘나그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삶에 갈등이 생겼을 적에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나를 달랬다. 그리고 혼란에 빠졌을 적에 우습지만 내가 기댄 것은 남편의 등이 아니라 이해인 수녀님의 시 ‘풀꽃의 노래’ 였다. 그렇게 살면서 계절마다 잔잔한 시냇물처럼 내 속에 흐르던 좋은 시 구절들로 위로를 받고 지혜를 얻었다.    한때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 ‘길가메쉬’에 집중했었고 또 언젠가는 중국의 두보나 일본의 하이쿠에 반한 적도 있었다. 칼 샌드버그의 시를 읽으면 마치 이웃을 걷는듯 편안했던 시절은 미국생활에 익숙해지고 나서다.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시에 반했다가 셰이머스 히니가 안내한 아름다운 자연에 푹 빠져서 아일랜드를 사랑한다. 내가 선호하는 시는 엄격한 절제를 중시한 것보다 구름에 달 가듯이 자유로운 스타일이다. 어느 순간 내 가슴에 확 안긴 사람과 자연을 화합시킨 구절들이 긴 여운을 남겼다.    군대생활 힘겨웠던 시절 퇴근 후 저녁에 부대 안에서 운영하던 Central Texas College에서 14세기 영국의 시인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공부했다. 고어에 버벅거리다 강의실을 나서며 하늘의 별을 많이 봤다. 많은 주인공들이 풀어놓은 스토리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 것들이 별처럼 잡히지 않아 원망스러웠다. 밤늦게 집에 오면 나를 기다리다 잠든 어린 딸들에게 미안했다. 그때 캔터베리 이야기를 공부하며 내가 구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런 체험들이 나를 지켜준 에너지원이었고 시가 내포한 많은 의미는 내 삶은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님을 밝혀줬다.     얼마전부터 몽고메리에 사는 한인 여인 몇 사람과 정기적으로 만나 수다 모임을 갖는다. 매번 다른 이슈를 가지고 만나서 각자의 의견을 나누니 주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깨어있는 의식되어 좋다. 생활에 활력을 준다. 마침 지난주의 주제가 ‘가을의 시’ 였다. 사랑, 외로움과 그리움이 감상적인 아름다운 시를 통해서 여인들의 마음을 잡았다. 모국을 떠난 시기가 달라서 감성을 함께 공유하지 못해도 아름다운 시들이 옛추억을 불러와서 포근한 시간을 가졌다. 모두의 삶에 시가 있어 좋았다.     내 집의 곳곳에 붙어있는 시 구절들을 오가며 슬쩍 한 단어만 봐도 그 다음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를 따라서 집안을 어슬렁거린다.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구절이나 가슴에 기쁨을 꽉 채워주는 구절도 좋지만 평안을 주는 구절이 더 좋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만든 추억이 내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속에 가득 찬 별처럼 반짝이고 영롱한 시들은 내 삶의 동반자다.      요즈음 데이비드 로마노의 시 ‘나 없이 내일이 시작된다면’ 읽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편안하게 마주본다. 이제는 인생의 겨울이 도도새가 아님을 분명히 안다.        영 그레이 / 수필가삶의 한 가운데서 동반자 그레이 아일랜드 시인 캔터베리 이야기 시인 제프리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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