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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포기한 희망

논에 쌓아 놓은 볏단이 보인다. 집 앞의 실개천은 흰색으로 나타났다. 구글 지도에 북한의 고향 주소를 입력했더니 꿈에도 그립던 우리 집과 동내가 흑백 사진으로 나타났다.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복사본을 만들어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수박 겉핥기로 고향 집에 가본다.     함박꽃 뿌리, 더덕, 그리고 도라지를 캐러 다니던 약산도 보인다. 약산을 지나면 도굴범들이 파헤쳐 기와, 항아리 조각 등이 버려진 작은 고분들이 있었다. 늦가을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무르익은 머루와 다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 산에 올라가면 사촌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붉은 언덕 언저리의 칡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어버릴 것 없이 맛있었다.   우리 집이 선명하다. 그 안에 누가 살고 있을까. 사진을 좀 더 확대할 방법이 없을까. 100세가 넘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병약했던 동생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할 동생의 자녀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고향 집에 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은 없다.     독일과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 남북 왕래 길이 열려 고향 집에 갈 수 있을까, 70여년을 기다렸다.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나를 위해 빌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만져보기를 기다렸다. 어머니의 기도 덕에 한국을 거처 미국에 와 노후를 편안히 보낸다고 말하고 싶었다.   장모는 90세 때 시민권을 받고 그다음 날 여권을 신청했다. 고향에 가게 되면 사용하겠다고. 허황한 꿈이었다. 장모는 한 살과 세 살 된 딸을 남겨두고 월남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딸들을 만나는 것이 평생의 염원이었다. 장모는 그 염원을 풀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95세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실향민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한을 품고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남은 잎사귀가 몇 되지 않는다. 한을 품고 타계한 이들의 영혼은 지금 구천(九泉)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이 영혼들을 어떻게 달래줄까.   이산가족 상봉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북한 방문을 원하는 한인은 약 5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같은 80-90세 세대가 몇 년 지나 모두 숨지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아이러니하게 소멸할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만장일치로 몇 번이나 가결되었지만, 현재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령이 발효된 상태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 외교 채널이 열리고, 북미 연락 사무소가 설치되기 전 이산가족 상봉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북한 방문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동생이 없는 북한 방문은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이제 고향 집 방문의 희망을 포기했다. 많은 실향민이 동감할 줄 안다. 윤재현 / 전 공무원열린광장 희망 이산가족 상봉위원회 고향 주소 늦가을 산골짜기

2023-08-25

[열린광장] 포기한 희망

논에 쌓아 놓은 볏단이 보인다. 집 앞의 실개천은 흰색으로 나타났다. 구글 지도에 북한의 고향 주소를 입력했더니 꿈에도 그립던 우리 집과 동내가 흑백 사진으로 나타났다.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복사본을 만들어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수박 겉핥기로 고향 집에 가본다.     함박꽃 뿌리, 더덕, 그리고 도라지를 캐러 다니던 약산도 보인다. 약산을 지나면 도굴범들이 파헤쳐 기와, 항아리 조각 등이 버려진 작은 고분들이 있었다. 늦가을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무르익은 머루와 다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 산에 올라가면 사촌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붉은 언덕 언저리의 칡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어버릴 것 없이 맛있었다.   우리 집이 선명하다. 그 안에 누가 살고 있을까. 사진을 좀 더 확대할 방법이 없을까. 100세가 넘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병약했던 동생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할 동생의 자녀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고향 집에 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은 없다.     독일과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 남북 왕래 길이 열려 고향 집에 갈 수 있을까, 70여년을 기다렸다.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나를 위해 빌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만져보기를 기다렸다. 어머니의 기도 덕에 한국을 거처 미국에 와 노후를 편안히 보낸다고 말하고 싶었다.   장모는 90세 때 시민권을 받고 그다음 날 여권을 신청했다. 고향에 가게 되면 사용하겠다고. 허황한 꿈이었다. 장모는 한 살과 세 살 된 딸을 남겨두고 월남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딸들을 만나는 것이 평생의 염원이었다. 장모는 그 염원을 풀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95세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실향민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한을 품고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남은 잎사귀가 몇 되지 않는다. 한을 품고 타계한 이들의 영혼은 지금 구천(九泉)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이 영혼들을 어떻게 달래줄까.   이산가족 상봉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북한 방문을 원하는 한인은 약 5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같은 80-90세 세대가 몇 년 지나 모두 숨지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아이러니하게 소멸할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만장일치로 몇 번이나 가결되었지만, 현재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령이 발효된 상태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 외교 채널이 열리고, 북미 연락 사무소가 설치되기 전 이산가족 상봉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북한 방문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동생이 없는 북한 방문은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이제 고향 집 방문의 희망을 포기했다. 많은 실향민이 동감할 줄 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희망 이산가족 상봉위원회 고향 주소 늦가을 산골짜기

2023-08-2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어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어     나는 언덕을 오르고 있다 새가 물어주는 열매를 입에 물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가을에 만났으니 가을만 생각하자던 농담이 아파 가장 가까이 너를 볼 수 있는 언덕을 오르고 있다     나를 반기는 단풍나무 곁에 앉아 붉게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되고 싶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노래하지 않아도 침묵과 부동이 어색하지 않은 나는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고 싶었다   앙상한 가지, 차갑게 부는 겨울을 부둥켜 안고 마지막 떨어져 버릴 이파리를 모아 기도하는 너의 마르고 긴 손을 부비고 싶었다     맑은 수액, 속으로 속으로 핏줄같이 흐르는 소리 소란한 세상이 싫어, 숨과 숨으로만 살아 나는 보이지 않는 땅 속으로 뿌리 내리는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고 싶었다     세상이 말하는 힘은 힘이 아니다 뿌리와 뿌리를 이어가는 불거진 핏줄   겨울을 견디어 봄을 당겨 오는 뜨거운 힘 나는 뜨거운 단풍나무가 되고 싶었다   네가 건네준 푸르고 붉은 목도리 두르고 샤갈의 푸른 밤을 날아 한없이 네게 가고 있다 숨과 숨으로만 만날 수 있는 한 밤 중 수 천, 수 만리 깊은 잠 깨워 네게 가고 있다 가파른 언덕 길, 생의 한 모퉁이에서 나는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어   잠든 당신 창가로 가고 있다       시카고 늦가을은 을씨년스럽다. 몇 일 간 잿빛 하늘이었다. 아마도 전혜린이 살고 있던 독일 뮌헨 루트비히의 날씨가 이러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겨울을 앞둔 늦가을 어김없이 찾아오는 열병. 간간히 안개로 뒤덮인 새벽 언덕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잠 재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멀리 동이 트고 옷 벗은 나무들은 잔 가지를 흔드는데 안개는 가지가지 사이를 매만지며 나무를 사랑한다. 어쩌면 오늘도 그 사랑으로 나무는 제 몸을 견뎌내는지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탐닉했던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 책장을 넘기며 나는 언덕을 오르고 있다. 여기저기 새소리가 들려온다. 반가운 까치가 물어다 준 빨간 열매를 잎에 물고 나는 맑은 수액이 흐르는 나무 숲으로 가고 있다. 쌀쌀해진 언덕은 갈대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하다. 훨훨 타오르다 남겨진 주황색 나뭇잎들은 언덕의 그늘진 틈새를 메우며 쌓여있다. 저 멀리 나를 반기는 단풍나무 한 구루 붉게 타오르는데, 숨과 숨이 만나는 곳, 뿌리와 뿌리로 이어지는 이곳은 우리들만의 세상이었다.   떨어진 단풍 입을 주워 들었다. 아직도 촉촉하게 살아 있었다. 안개는 서서히 거쳐 가고, 제 몸을 드러낸 나무들은 가지와 가지를 부딪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노래하지 않아도 나는 나무 깊은 뿌리로부터 강한 힘으로 오르는 수액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죽은 듯 보이지만 결코 죽지 않아, 모든 것을 아래로 아래로 떨구어내 마침내 벌거숭이가 된 나무들. 여전히 봄으로 얽히고 뻗어가는 가지들. 보이는 것으로만 살아왔던 부끄러운 나를 책하며,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이 뿌리 내리는 나무가 되고 싶다. 부르고 싶은 이름을 목놓아 부르다 붉게 멍든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고 싶다. 이 언덕 나무 숲은 나의 쿼렌시아. 이곳에 오면 숨과 숨으로 살아가는 나무를 배운다. 나도 숨으로 그들에게 다가 갈 수 있다면, 깊은 호흡으로 나무들을 안을 수 있다면 나무는 깊고 깊은 흐르는 물소리를 내게 들려 주겠지. 독일 뮌헨 전혜린이 살고 있던 그 언덕에도 붉게 단풍이 들었었겠지?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 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겠지? 호흡이 살아있는 동안 그녀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고통과 사유, 그 날카로운 칼 끝마다 꽃으로 피어 그녀의 몸 구석 구석을 흐르고 있었겠지. 나무 속 세포마다 소리내 흐르는 강물, 결코 고개 숙이지 않는 끈질긴 생명, 너의 깊은 들숨과 날숨. 샤갈의 푸른 밤을 날아 나는 잠든 그대 창가로 날아 가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단풍나무 언덕 나무 새벽 언덕 시카고 늦가을

2022-11-14

[살며 생각하며] 늦가을의 단상

입동 초입의 새벽 한기가 오스스 옷깃을 파고든다. 숲속에서 스 멀 스 멀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가 숲길을 점령해 발길을 옮길 때마다 온몸을 휘감는다. 미명 속에서 몽환적인 기분으로 조심조심 적요의 산책로를 홀로 걷는다.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낙엽들의 울림이 온몸으로 전해져 늦가을을 전율하게 한다. 이런 호젓한 시간에 홀로 산책을 하는 것이 얼마 만인가. 참으로 값지고 소중한 축복의 시간이다.      나는 늦가을을 사랑한다. 지난여름 탕자처럼 쏘다니며 질탕하게 삶을 연주했던 나무들이 잎새들을 다 떨구고 빈 손 들고 하늘의 품에 안긴 늦가을을 나는 더 없이 사랑한다. 늦가을은 그 풍요하고 왁자지껄하던 여름의 기차에서 나만이 덩그렇게 낯선 역사(驛舍)에 남겨놓고 모두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만 같은 허전함과 삭막함이 마른 바람으로 살갗을 스치는 계절이다.    이 황량한 늦가을의 스산한 바람조차 따습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이미 노년의 나이이기 때문일까. 돌아온 탕자의 모습처럼 아무 것도 걸친 것 없이 맨손 들고 서있는 나무들이 가슴에 포근히 안겨온다. 위험한 계곡에서 서성이며 물결 따라 춤추며 야음을 타고 유혹의 속삭임도 던졌던 젊은 날의 푸르른 잎새들도 하나 둘 물살에 떠내려 보내고, 그 분망했던 삶의 질곡에서 벗어나 서서히 산 아래로 내려온 나목들은 이제사 겸손히 자기 자리에 서있다. 하늘을 향해 빈손을 높이 들어 자비를 구하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나목들의 마음을 나는 느낀다.    이제는 떠나가는 것들에 미련도 두지 말자. 떠날 때 떠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것을. 떠남을 애달파 내 또한 그 얼마만한 세월을 아픈 자국 남기며 살아왔던가. 떠날 때 미련 없이 떠날 줄 아는 것도, 떠날 때 서슴없이 떠나보낼 줄 아는 것도 또한 깊고 큰 사랑인 것을. 내 철없고 어리석음은 언제나 떠날 때 떠나야 할 줄도 몰라 허둥대며, 떠날 사람 서슴없이 떠나보내지 못하여 연연해하며 살아왔던 부질없음이여!   가을 나무의 잎새를 보라. 정처없이 흔들리면서도 한줌의 열매를 맺기 위하여 제 한 몸을 기꺼이 불태우는 소망의 잎새. 언제부터인가 나는 열매보다 나뭇잎을 더 소중히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이지 가을날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그야말로 수많은 나뭇잎의 헌신적인 봉사가 있었지 않았는가. 여름철, 그 따가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때로는 시들고 말라죽기까지 한 잎새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을날, 살찐 열매가 탐스럽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뭇잎의 수고로움이 없었다면 어찌 조그마한 열매라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게 자기의 할 일을 다한 잎새는 가을이 다하면 결국 빈손만 가지고 흙으로 돌아간다. 결코 열매를 시샘하거나 남아있겠다고 고집부리지 않고 미련없이 제 한 몸을 떨군다. 스스로를 다 내어주고도 말 한마디 없이 떠날 때와 떠날 장소를 아는 잎새를 보면 나는 괜스리 부끄러워진다. 일찌기 젊은 나이에 일제 치하에게 생체실험의 대상이 되어 꽃처럼 꺾인 윤동주 시인은 그래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부끄러워했던가.    이제는 허욕의 무성했던 잎새들을 버리고 오만스러웠던 여름의 푸르름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대면하는 시간. 그것은 늦가을이 우리 인간에게 베푸는 마지막 은총이기도 하다. 이제사 푸른 하늘을 가슴에 끌어들여 정말 겸손히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계절이다. 나를 내려놓고 떠나버린 젊음의 기차는 아직도 기적 소리 요란히 남기고 사라졌지만, 그 기적 소리는 아직도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레일 위를 서성이며 놓친 기차를 아쉬워만 할 수는 없다.     이제 나를 위해 차비를 해야 할 차례이다. 이제까지 떠나보내는 아픔과 떠나야 하는 이별의 아픔 속에 머물러 지내면서 방황했다면 이제 감연히 내가 나로 돌아오는 이 계절을 나는 사랑한다. 이제껏 거짓된 자기로 살아왔던 잎새들의 나불댐이나 그 허황된 춤추기에서 벗어나서 참으로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남는 시각에 하늘은 내려와 내 품안에 안길 것이다. 그리고 이제라도 단아한 자기 모습을 보며 겸손히 엎드려 인생의 겨울을 맞이해야겠다.     인생의 겨울은 어느 날 느닷없이 들이닥칠 것이다. 개미 같은 곤충도  그 겨울을 위해 여름날 부지런히 일해 왔고, 벌들도 꿀을 따다 예축을 했고, 철새들은 남쪽으로 날아갔고, 그리고 맹수조차도 동면을 위해 여름날 충족히 양식을 예비했으니 우리는 우리의 겨울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예비할 것인가. 나는 아직도 여름이 내려놓은 낯선 역에서 미아처럼 어리둥절하고 철부지처럼 두려워 떨면서 서서히 추워지는 가을날의 나목처럼 그렇게 서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울지 않으련다. 늦가을에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처럼 아직도 철들기 멀었지만, 나는 이 가을을 사랑하련다. 원망을 쌓지 말고 분노를 쌓지 말며 내려 쌓이는 눈처럼 포근한 사랑을 쌓자. 집착도 미련도 훌훌 벗어던지고 두둥실 떠가는 구름의 마음이 되자. 좋을 때도 궂은 날도 있게 마련이거니, 찼다가는 비울 줄 아는 달을 본받자.   떠나보낼 것 다 보내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보다는 이제사 누리는 참 평안의 행복을 피부를 스쳐가는 스산한 바람에도 나누어주며, 따뜻하게 실어 보내자. 내 마음 실려 떠나간 그 바람, 엄동설한 돌고 돌아 탕자처럼 다시 돌아오면, 새 봄엔 나의 가지에도 꽃이 피리라.     1시간이 조금 넘는 산책을 마치고 산책로 입구로 돌아왔다. 소슬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나무 잎들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대지에 나풀나풀 별빛처럼 내린다. 이제 나무들은 잎이 다 떨어지고 나무의 몸통이 드러나는 가을바람,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돌아올 봄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모든 생명이 낮은 곳으로 내려 근원을 찾아 돌아가는 계절이다. 떠날 때를 알고 대지 위로 내려와 흙으로 돌아가는 나뭇잎들의 순회가 자연스러워 숙연하다. 온몸과 마음에 계절이 사무친다. 물처럼 바람처럼 시처럼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가리라.     살며 생각하며 늦가을 단상 가을 나무 산책로 입구 온몸과 마음

2021-11-30

늦가을 단풍 산행 "안전 지키세요"

단풍 구경을 위해 가을 산행을 떠나는 한인들이 많다. 가을철에는 낮의 길이가 갑자기 짧아지고 일교차가 커져 등산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조지아주 천연자원부(DNR)에 따르면 탈룰라 협곡에서 올해 들어 두 번째 추락사(추정)가 발생했다. 최근 탈룰라 고지 주립공원에서 브룩헤이븐에 사는 윌리엄 랭 포틀(39)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DNR은 정상에서 150피트 아래 협곡 바닥에 숨져 있는 포틀을 찾았다. 마크 맥키넌 DNR 대변인은 "직원들이 협곡 가장자리 산책로를 따라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드론으로 협곡을 수색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블루리지 여성 낸시 무어 스미스(58)가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등산 전문가들은 가을철 등산로와 풀숲에 이슬이 맺히고 서리가 생기면서 등산로가 평소보다 미끄러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일몰 시간을 고려해 아침 일찍 산에 오르고 해가 지기 1~2시간 전에는 하산해야 한다. 등산화를 착용하고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 이밖에도 산행 시작 전후 스트레칭, 음주 자제, 비상 식량 및 보온 의류 준비 등을 당부했다.  배은나 기자늦가을 산행 늦가을 산행 가을철 등산로 산행 시작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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