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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아픈 늦가을

봄볕을 쫓아 작고 여린 나뭇잎이
 
일찍 싹을 틔우더니
 
가을볕 미처 기울기 전에 옷을 갈아입고
 
가을비 눈물에 젖어 발길 재촉하고 있다
 
 
 
서둘러 떠남을 지켜보는  
 
늦게 싹을 틔웠던 옆 나뭇잎
 
먼저 왔다 먼저 떠나는 여린 잎의
 
작별의 작은 손도 잡아보지 못하고
 
그리웠던 햇볕의 잔영만
 
시름시름 젖고 있다
 
 
 
먼저 보내고 남아
 
늦은 날 떠나야 할
 
아픈 늦가을이다

양기석 / 시인·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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