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낙엽이 낙엽에게
시
이렇게 네 위에 내가 누워 있다니
이름 봄 설렘 속에 세상에 태어나
우리 희망 키워주던 햇빛
우리 몸매 빛내주던 바람
밤새워 목욕까지 시켜주던 빗줄기
우린 항상 춤만 추었지 세상 환호 속에
때론 찌는 더위에 지치고
험악한 태풍 덮친 날도 있었지만
강인하게 목숨 지켜
멀지 않은 거리 서로 만날 순 없어도
매일 바라보며 서로 사랑하며
긴긴 여름 잘 살아왔는데
어느 날 찬바람이 경고장 보내왔다
떠날 준비 하라고
하루하루 싸늘하게 식어가는 기온
할 수 없이 우린 옷을 갈아입었지
너는 빨갛게 나는 노랗게
살아생전 손 한번 잡고 싶던
간절한 소원 이루지 못하고
늦가을 찬비에 떨다 잠들었는데
아침 햇살 흔들어 눈 뜨니
아! 여기는 지상, 드디어 이루어진 꿈
오늘은 뜨겁게 너를 안고
이 세상 하직하게 되었구나
이생엔 이룰 수 없던 사랑이여.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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