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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밤

여행자의 쉼 /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쉬고 싶은 곳 자리를 펴는 게 아닌가 싶으오 / 별이 아름다운 곳에 머물고 있소 / 작은 캐빈 다락방에 누우면 / 선루프 통해 쏟아져 내리는 별빛 아래 / 행복에 겨워 바람에 기대어 살다 /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 그의 생각에 꽃피우고 한없이 펼쳐진 / 그의 세계 속에 편안한 나의 스타치오를 펼치고 있소 /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따라 얼마나 걸었는지 / 하늘과 수평선 맞닿아 검은 푸루션 블루로 변해갈 때 즈음 / 시간은 멈추었다오 // 살아간다는 것 / 비밀스러운 문들을 열어가는, / 숨겨진 나와 얼굴을 마주하는, / 한 걸음 다가가지만 서먹해지는, / 빛이 그리운 날이오 / 뼈저리게 빛이 그리운 날 / 나도 모르는 발걸음은 호수로 향하고 있지 / 살아간다는 것 슬프지만도 / 그렇다고 행복에 겨워 사는 것은 더욱 아닌 것이오 / 삶을 시로 바꾸어 살고 싶은 사람이 있지 /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부러워지오 / 밤하늘 별빛과 함께 다가오는 얼굴 / 여행길에 만나 손잡아 주는 사람 / 노을 붉어지고 다음 이어가는 하늘 이야기 / 어둠 속 별빛 아래 걸으며 마음 뺏어가고 있소 / 별꽃 피고 바람 쉴 새 없이 / 밤 하늘 꽃향기 날라 주는 새벽 향해 / 별 꼬리 길게 내리는 별밤 / 멀리 교회당 보이고 시프러스 나무 / 눈 맞추는 고흐의 마지막 손놀림 / 그 떨림이 느껴지오 / 별꽃 피는 밤하늘 바라보다 잠이 들었나 보오 / 선루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었소 / 새벽이 오고 있소 / 별밤은 내 안에 잊힐 리 없소     작은 호수와 전나무 숲 길이 있는 비밀정원이 어딘가에 있으리라 막연히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시카고에서 선명하게 볼 수 없는 별자리들을 보고 싶었다. 누워서 하늘에 아롱진 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촉촉이 물기를 먹은 나뭇가지가 봄을 향해 벌써 준비를 마친 듯 금방이라도 꽃눈을 터뜨릴 기세다.     봄날 같은 날 별을 보러 간다. 생각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시간을 붙잡았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 포근하게 다가왔다. 앞선 풍경들을 뒤로 지우며 도착한 곳은 입구부터 하늘을 찌를듯한 나무들이 잔가지를 바람에 흔들리며 반겨 주었다. 작고 아담한 다락방을 가진 오두막은 낯선 동양인을 맞이할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였다. 선루프가 있는 다락방에 누우면 별빛이 쏟아져 내릴 것이다. 새벽 커피를 내리면 작은 오두막에 커피향이 가득하겠지.   호수를 향한 길고 반듯한 데크에 앉아 호수 위에 펼쳐질 밤과 새벽과 아침 사이를 머리로 그리며 바라보고 있다. 새벽녘의 숲길은 청량하기만 하다. 모든 것들이 살아나는 시간이요. 잠든 것들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북쪽 하늘 북극성이 작은 별자리들을 거느리고 별빛을 거두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둠이 걷히고 점점 붉은 하늘가로 떠오르는 달무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당신의 선물이었다. 별밤에 별들을 가슴에 담고 먼동이 틀 때까지 밤하늘이 보여준 기막힌 장면들은 어둠 속에 펼쳐진 빛들의 향연이었고 하루가 태어나고 있는 생명의 움직임이었다. 무엇을 주고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기쁨이었고 내게 주어진 나머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별밤 밤하늘 별빛과 하늘 이야기 하늘 꽃향기

2023-12-18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내가 당신을 찿아간 날 비에 젖은 머리칼은 흔들리는 노을로 내려앉는 어스른 저녁 마지막 남은 햇살이었지 너무 오래 당신을 바라보아 미안해요 이 봄 한아름 꽃향기를 안고 서 있는 당신 발목을 잡고 놓지 않으려 했어요 이게 우리 사이가 아니었나 싶었다가도 언제나 보아도 설레이는 당신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름다운 흔적은 어느 날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는 거란 걸 알지요 누군가 뿌렸고 눈물로 가꾸었고 힘써 거두어낸 시간의 자국이란 걸 알고 있지요 마음을 스치고간 희노애락의 물결이란 걸 알지요 가문비나무 작은 열매들이 익어갈 무렵 당신은 내게로 왔어요 앞문을 열면 탁 트인 마당에 푸른 물결로 안겨오는 자유 걸림돌이 될 수 없는 디딤돌의 넓은 마루로 내게 왔지요 우린 아주 오래 전 서로를 훔친 운명처럼 늦은 봄빛으로 자라났어요 당신이 내게로 고개를 돌려 지나가는 바람의 옷소매를 부여잡았을 때 펄럭이며 나에게 말한 건 푸른 잎 사이를 파고드는 마지막 햇살의 파장이었지요 미안해요 먼 길 오라 해서요 설익은 열매의 풋풋함으로 당신의 문을 노크하는 내 손은 물결처럼 떨리고 있어요 이제 달의 기울음을 조용히 기다릴께요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은       하늘이 흐려 빌딩 뒤로 붉게 번져오는 일출을 볼 수 없습니다.   인사동 나인츄리 15층 객실 통유리를 통해 종로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왼쪽으로 ”천년을 세우는….” 조계종의 화려한 꽃등이 보이고 가끔 느리게 차가 움직입니다. 5층 라운지에서 커피 두 잔을 내려왔습니다. 한잔은 이곳에 없는 당신에게 드리려구요. 이른 아침 커피향은 늘 정신을 가다듬게 합니다. 지난 밤 수런대던 인사동은 침묵 속에 있습니다.     시화집을 내러 시카고에서 이곳까지 왔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마음 같기만 해서 내려다 본 가로수의 행렬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아침입니다. 키를 키우지 못한 생각의 매듭을 풀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 작게만 보입니다. 탐스럽게 피어난 꽃들의 대화보다 여린 어깨로 아침을 걷고 있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는듯해 정겹습니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바르고 의연해 보이는 걸음입니다.     꽃이 필 때 우리는 환호하지만 꽃이 져야 열매를 맺거늘 지는 꽃을 바라보며 당신은 마음조리지 말기를, 부디 마음 상하지 않기를. 인생이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것을.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내려 놓아야 하는 것을. 눈가에 잡힌 주름이 어색하지 않고 친숙하게 느껴질 때, 아득히 흘러간 시간도 한때 피었다 지는 한 송이 꽃인 것을, 남겨질 씨앗인 것을. 나무숲에 앉아 지저귀던 한 마리 새도 노을빛 하늘로 사라지거늘, 통속하는 세월의 한 풍경이거늘. 스치고간 자리마다 작은 떨림으로 흔들리는 당신, 부디 아프지 마시라.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파도 노을빛 하늘 희극도 비극도 한아름 꽃향기

2023-06-05

[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봄을 수놓는 파피, 꽃향기도 가득

2023년 봄 남가주의 많은 장소에서 야생화들이 만개하는 수퍼 블룸(Super Bloom)을 보여주고 있다. LA북쪽의 랭캐스터시에 위치한 앤틸로프밸리 파피(Poppy) 보호구역도 예외는 아니다.   파피 보호구역에는 주로 2월 중순부터 늦게는 5월까지도 야생화들이 피는데 올해의 경우 꽃샘 추위로 개화가 조금 늦기는 했지만 4월부터 파피를 비롯한 많은 야생화들이 피어 오르는 중이다.   이곳 랭캐스터 파피 보호구역은 고도 2400피트로 생각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어 개화하는 시기와 피는 수량이 들쭉날쭉하다.   2019년에는 수마일 떨어진 거리에서도 산과 들이 불타는 듯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방문객들의 환호를 받았는데 그 이후 몇 해 동안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강우량이 많았던 2023년 올해는 이곳 들판이 각양각색의 야생화들로 물결을 이뤄 혹시나 하고 들린 방문객들이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곳 피는 꽃들은 그 종류가 수없이 많은데 제일 먼저 캘리포니아주 공식 꽃인 주홍색 파피가 주를 이룬다.   파란색 계통으로는 아로요 루핀, 블루 딕스, 캔터버리 벨, 치아, 파셀리아가 있으며 보라색 꽃으로는 부엉이 클로버가 있다.   노란색 꽃으로는 골드필즈, 브리틀부쉬, 피들넥, 티디 팁스가있고 하얀색은 팝콘 플라워가 주를 이룬다.   각양 각색의 야생화들이 모자이크처럼 들판을 수놓는가 하면 진동하는 꽃향기가 너무 강해 방문객들을 놀라게 한다.   올해 특이한 점은 파피 보호구역보다는 외각의 들판에 훨씬 많은 꽃들이 피어 올랐다는 점이다. 공원 주위로 돌아 볼만한 장소가 많아 굳이 공원에 입장하지 않고도 꽃을 즐길 수 있는데 그중에 주요 장소들은 다음과 같다.   제일 먼저 파피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AVE I 도로변으로 피어오른 야생화들은 꽃들의 조화가 특출하다. 노란 골드필즈를 바탕으로 보라색 꽃들과 그사이로 큰 몽우리의 주홍색 파피가 어우러진 모습은 그저 감탄을 자아낸다.   인근 110가에도 온통 붉고 노란색으로 들판이 물들어있다. 중간 중간 나있는 비포장 도로를 통해 파피 보호구역으로 근접할수록 파피 물결이 대단하다.   그리고 170가 인근에도 꽃이 많은데 이곳은 자동차를 몰고 비포장 도로를 조금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 승용차로도 통과할 수 있지만 너무 거친 지역은 피해야한다. 꽃을 많이 상하지 않는 장소를 골라 점심이나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파피 보호구역은 8마일에 달하는 등산로가 있어 완만한 산등성이로 피어 오르는 파피와 야생화를 즐기기에 좋다. 하지만 성수기인 4월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말에는 입장을 하기 위해 30분에서 45분 정도 기다리기 일쑤이며 주차장이 찰 때는 입장을 통제하기도 한다.   공원은 자동차당 10달러의 입장료를 받으며 반려견은 입장이 되지 않는다. 공원의 꽃밭을 함부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며 공원 밖의 지역에 출입 제한 표식이 있을 경우 규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4월은 날씨도 온화하고 맑은 날이 많아 파피꽃 나들이에 아주 좋다.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진동하는 시골로 나와 마음과 육체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김인호씨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꽃향기 수퍼블룸 공원 주위 자동차당 10달러 이곳 들판

20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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