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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우리 꽃길만 걷자, 봄의 유혹 속으로…

캘리포니아에 야생화 시즌이 돌아왔다. 많은 비가 내린 덕에 올해도 수퍼블룸이 예상된다. 지난해 야생화 개화 모습을 바탕으로 3·4월 꼭 가봐야할 꽃구경 명소 10곳을 소개한다.   첫 번째 3월의 야생화 명소로 포인트 듐 주립 해변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에는 코레옵시스라는 노란 꽃이 피어난다. 언뜻 보면 국화꽃 같기도 한데 한국명으로 금계국이라고 소개된다.   온천지에 노란 꽃으로 뒤덮인 해안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태평양 바다와 어우러진 꽃동산에 취하게 된다. 해안선 아래편으로 바다표범 가족이 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다.   두 번째로 3월에 야생화가 절정을 이루는 장소로 치노 힐스 주립공원이 있다. 1만4000에이커에 달하는 구릉에 60마일이 넘는 하이킹 코스, 피크닉 장소, 캠프장이 치노 힐스 주립공원은 야외활동을 위한 천혜의 장소다.   공원 곳곳에 노란 겨자꽃이 피어오르고 군데군데 주황색 양귀비, 보라색 루핀, 캔터베리 등 다채로운 꽃들도 많이 피어난다. 치노힐스 주립공원은 출입구가 총 3곳인데 야생화 탐방을 위한 입구는 4721 Shpire Road Chino Hills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서 봄철 주말에는 많은 인파가 모이는데 출입구가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 주차전쟁을 치러야 할 각오를 해야한다. 방문시기는 3월과 4월이다.   세 번째로 엘시노어 호수 근처의 워커 캐년(Walker Canyon)도 캘리포니아 양귀비를 비롯한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좋은 장소이다. 하지만 교통 및 안전 문제로 인해 2023년 시즌에는 하이킹 트레일이 폐쇄됐는데 올해는 아직 개방 여부가 발표되지 않았다.   네 번째로 헤밋(Hemet)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밸리 호수(Diamond Valley Lake)다. 이곳은 모레노밸리와 주변 지역의 필수 식수 공급원이지만 21마일의 등산로와 함께 낚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봄철 야생화가 만개하는 시기에는 산등성이가 온갖 야생화들로 뒤덮인다. 매년 남가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형형색색의 화려한 꽃들이 피어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에 입장할 때는 차량당 일반 11달러, 시니어 5달러의 주차료를 내야한다. 그리고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아침 5시 45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봄철 야생화 시즌에는 입장하는데만 1시간 이상 기다려야하므로 아침 일찍 혹은 오후 늦게 방문하는 게 좋다. 이곳 야생화 시즌은 3월초부터 4월초까지다.   다섯 번째, 베이커스필드 아래편에 위치한 테혼 랜치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넓은 사유지인데 봄철이 되면 하얀 팝콘 플라워, 보라색 루핀, 노란색 피들넥, 주황색 양귀비가 조화롭게 피어나는 또 다른 야생화의 보고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생동감 넘치는 야생화들을 통해 캘리포니아 야생화의 진면목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다.   여섯 번째, 베이커스필드 서쪽에 위치한 25만 에이커의 카리조 평원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초원으로 알려져 있다. 봄이 되면 초원과 산등성이로 황금빛 야생화들이 피어오른다. 일반 승용차로도 꽃 구경이 가능하지만 사륜구동 차량이 있다면 산등성이로 올라가 지천으로 펼쳐진 꽃을 구경하면서 나만의  호젓한 피크닉도 즐겨 볼 수 있다.   평원 한가운데에 소다 레이크라는 큰 호수가 있다. 평소에는 하얀 미네랄 가루로 덮인 마른 호수지만 비가 많이 오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큰 호수로 변한다. 카리조 평원을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초까지다.   일곱번째로 카리조 평원에서 58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45분 정도 달리면 캐년 랜치 또는 아브나일스 랜치라고도 알려진 사유지가 있는 셸 크릭 로드(Shell Creek Road)에 도착한다.   셸 크릭 로드에서는 보라색 루핀, 올빼미 클로버, 베이비 블루 아이, 포피 등 다채로운 야생화가 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간이 넓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주차하고 피크닉을 즐기며 야생화밭을 감상한다. 방문 시즌은 3월에서 4월이다.   여덟 번째는 앤탈로프 밸리 양귀비 보호구역이다. 랭커스터에 있는 이곳 양귀비 보호구역은 주황색 양귀비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꽃이 만개한 때는 멀리서 봐도 들판과 언덕이 불타오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양귀비와 함께 블루 딕스, 보라색 루핀, 노란 피들넥이 드넓은 들판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7마일의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보호구역을 탐험해보아도 좋고 공원 바깥의 들판에서 꽃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초부터 4월 중순까지다.   아홉 번째는 한때 20세기 폭스의 야외 세트장이었던 말리부 크릭 주립공원이다. 초록의 구릉이 펼쳐지면서 아늑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곳 주립공원은 할리우드의 수많은 영화를 촬영했는데 1968년작 혹성탈출과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매쉬(MASH)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공원 중앙의 주요 도로를 따라 약 2~3시간 걸으면서 언덕에서 피어오르는 푸른색 루핀을 즐겨보자. 흰색과 주황색 꽃들도 함께 피어 오른다.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이다.   열 번째는 말리부에 위치한 솔스티스 캐년으로 노란 겨자꽃의 본고장이다. 약 3마일의 하이킹 코스를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 걸리지만 입구 위쪽에 겨자꽃이 만개해 있어 하이킹을 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야생화 시즌은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다.   이외에도 안자 보레고 주립공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도 야생화가 피어난다. 이곳 지역은 워낙 광활하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관련 웹사이트에서 미리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화사하게 산과 들을 뒤덮는 야생화만큼 우리를 위로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도 드물다. 이번 봄에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운 나들이를 즐겨보자.   김인호   지난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있다.김인호의 아웃도어 라이프 꽃길 다이아몬드밸리호수 야생화 시즌 야생화 명소 캘리포니아 양귀비

2024-03-07

[이 아침에] 시방 그곳이 바로 꽃밭이니라

우리말에 ‘꽃’으로 시작하는 말이 여럿 있다. ‘꽃향기, 꽃가루, 꽃다발’처럼 꽃과 직접 연관된 말도 있지만, ‘꽃길, 꽃동네, 꽃노을’과 같은 말에 붙는 ‘꽃’은 ‘좋고 아름답다’라는 뜻이다. 평탄하게 걸어온 인생길을 ‘꽃길’이라고 하고, 정겹고 화목한 동네를 ‘꽃동네’, 고운 색으로 아름답게 물든 노을을 ‘꽃노을’이라고 부른다.     시인 구상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가진 ‘자리’ 앞에 ‘꽃’을 붙여 누구나 바라는 평안한 삶의 자리라는 뜻의 ‘꽃자리’라는 말을 만들고는 같은 제목의 시를 썼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앉은 자리가 꽃자리이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 바로 꽃자리니라’.   ‘꽃’이 앞에 붙는 말이 좋고, 아름답고, 순탄한 형편을 말한다면, ‘가시’라는 말은 어렵고, 힘들고, 험한 처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야말로 향긋한 꽃내음이 복욱한 ‘꽃자리’라고 시인은 단언했다.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될 수 있다는 시인의 상상력을 거울삼아 우리의 삶을 비추자, 이런저런 일로 험하디험한 인생의 ‘가시밭길’도 ‘꽃길’이 되리라는 희망이 생겼다. 내친김에 ‘꽃자리’라는 시의 2절을 만들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가는 길이 꽃길이니라 / 네가 시방 가시밭길처럼 여기는 / 네가 가는 그 길이 / 바로 꽃길이니라’.   사람은 누구나 ‘꽃길’만 걷길 원하고, 삶의 자리는 항상 ‘꽃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미국에 오면 ‘꽃길’만 걸어 ‘꽃자리’에 이를 줄 알았다. 그런데 이민자의 삶은 ‘꽃길’보다는 ‘가시밭길’일 때가 더 많았고, ‘꽃자리’보다는 ‘가시방석’에 앉을 때가 더 잦았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에서 시작된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된다는 문학적 상상이 나래를 펴 ‘가시밭길’이 ‘꽃길’이 될 때쯤, 이번에는 ‘가시덤불’이 떠올랐다. ‘가시덤불’은 가시나무의 넝쿨이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로, 일이나 삶에 어려움을 주는 역경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가시밭길을 걷는 사람과 가시방석에 앉은 이들이 뭉쳐 신세 한탄을 하면 그 자리는 순식간에 가시덤불로 바뀐다. 그뿐이랴 세상에서 받은 상처가 독설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가시로 돋아 가시덤불을 만든다.     ‘가시방석’이 ‘꽃자리’가 된다는 구상 시인의 시에 덧붙여 ‘가시밭길’이 ‘꽃길’이 된다는 ‘꽃자리’ 2절을 외람되게 쓴 김에 이번에는 ‘가시덤불’을 주제로 ‘꽃자리’의 3절마저 써 보았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서 있는 곳이 꽃밭이니라 / 네가 시방 가시덤불처럼 여기는 / 네가 서 있는 그곳이 / 바로 꽃밭이니라’.   가시방석처럼 거칠고 낯선 땅을 꽃자리로 여기며, 이민자의 삶이라는 쉽지 않은 가시밭길을 꽃길인 양 달려왔다. 그렇게 괜찮은 척하던 마음이 속으로는 엉겨 붙었고, 겉으로는 얽히고설켜 가시덤불이 되었다. 그렇다고 인생을 홀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전히 가시덤불 같은 세상이지만 서로의 꽃내음을 맡으며 살 때 ‘시방 그곳이 바로 꽃밭’이 될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꽃밭 하나 정도는 만들어 놓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이 아침에 꽃밭 꽃길 꽃동네 꽃밭 하나 구상 시인

2023-08-3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삼투압 현상

행위의 주체가 없는 상태를 무아지경이라 말한다. 카노피를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있다. 빗소리 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에 들어오던 풍경도 아른해지고 이내 빗소리에 빠져 든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의 실질적 주인공 레닌의 풀베기를 예로 들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낫은 저절로 움직였고 일의 어려움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30분이나 지났을까 생각했지만 벌써 한나절이 지나 오후가 되고 있었다. 조금 더 잘 해야지라고 의식을 차리는 순간 일은 어려워졌고 능률은 오히려 오르지 않았다.” 타자와의 교감이나 세상과의 진정한 교통은 자아로부터의 완전한 자유일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뒷마당 정원을 가꾸다 보면 간혹 소나무 싹이 눈에 띤다. 꼭 코스모스 싹 같이 여리고 하늘하늘하다. 소나무와 코스모스의 성장과 모습을 상상해보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의 싹이었지만 성장한 후의 모습은 비교할 수 없다. 물론 코스모스는 일년생이기에 매년 씨로부터 자라나 싹을 내고 한들한들 가을 한 철을 풍미하면서, 코스모스 꽃길을 걷는 우리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마냥 행복해지기도 한다. 소나무는 한 해 두 해를 지나며 추운 겨울에도 하늘을 향해 푸르고 곧게 뻗어 자란다. 백년을 넘게 자라는 소나무를 올려다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곧고 바른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하고 갈망한다.   생명은 느낌으로 인지되기도 하지만 생명은 현실로 내 안으로 강한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 너무 빠르게 오기도 해서 당황스러운 때도 있지만 때론 인식하기 어려울 만큼 느리게도 온다. 그러나 그 생명이 내게 다가온 순간부터 내 안의 모든 의식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흐르기 시작하다 급기야 내 속의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다. 죽은 것에서는 향기가 없고, 소리도 없고, 일절 움직임도 없다. 그러나 생명이 있는 곳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들이 표출되기도 한다. 그 변화는 타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목놓아 부르던 이름 오늘도 불러본다 내가 너에게 명명한 언젠가 네가 불러주었던 서로의 이름을 가슴에 묻고 함량미달인 날 사랑한 너는 가까워져도 나는 네 안에 벌어져도 너는 내 속에 살고 있다   경계는 무너지려는데   서로 닮아지려 마음으로 운다 힘든 걸음 옮기며   먼발치로 힐끗거리며 눈치 없이 재갈을 걷고 있다     비를 맞아본 사람은 안다. 처음에는 비에 조금씩 젖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흠뻑 젖은 후에는 비에 젖는다는 생각이 사라진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이 흠뻑 적셔진다.     서로 다른 농도를 가진 두 용액을 배치 시키면 농도가 낮은 용액이 농도가 높은 용액 쪽으로 이동 하는 현상을 삼투현상이라 한다. 이때 생기는 압력을 삼투압이라 한다. 김장을 할 때 보면 항상 배추를 소금물에 잠기게 한다. 배추 속의 수분은 소금물의 농도보다 낮기 때문에 배추 속 수분이 소금물 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수분이 빠진 배추는 풀이 죽고 간도 적당히 들어 양념을 잘 버무릴 수 있는 상태로 자연스레 바뀌게 된다.     엉뚱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이 삼투압 현상은 인간에게도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의 몸 속에 흐르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가 내가 대하는 대상이 지니고 있는 더 높은 절대적 가치 속으로 자연스럽게 이동되지 않을까. 그 현상 속에서 우리는 상대에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무아지경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꽃을 바라보다가 꽃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빗소리를 듣다 빗소리에 넋을 놓아버리고, 음악을 듣다 그 음율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일종의 삼투압 현상이 아닐런지. 행위의 주체가 더 높은 가치의 주체로 이동되면서 생겨나는 무아지경의 상태가 빈번히 우리의 일상속에서도 자연스레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런지.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 상대를 대하는 나의 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닐런지.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삼투압 현상 삼투압 현상 이내 빗소리 코스모스 꽃길

2022-09-12

“헤쳐온 길이 도착해 보니 꽃길”…원로 시조 시인 김호길 씨

원로 시조 시인 김호길 씨가 시조집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창연· 사진)를 출간했다.     김 시인은 1963년 개천예술제 제1회 시조백일장에서 수상을 시작으로 지난 60여 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지난 3월 출간된 ‘모든 길이 꽃길이었네’는 5부로 구성되고 ‘시인의 마음’ ‘운초 운초 그리운 이여’, '풍경 속으로' 등 총 60여편의 시조가 수록됐다.     시인의 말에서 김 시인은 “산수를 앞둔 나이에 여전히 치열하게 시조를 짓는다는 것은 분명 보람 있는 일일 수도 있다”며 “내가 헤쳐온 길이 도착해 보니 꽃길이었다는 것이 이 시조집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김호길 시인은 1995년 '미주시조시인협회'를 창설하고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미주에 시조 문학을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   1967년 '시조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조시학상, 현대시조문학상, 펜시조 문학상, 유심 작품상 외 2017년 재미시인협회 주최 '2017 재미시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조집으로는 '하늘환상곡' '절정의 꽃' '사막시편' '수정목마름' 등을 출간했다. 이은영 기자김호길 꽃길 김호길 시인 시조시학상 현대시조문학상 원로 시조

2022-05-08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꽃길 가듯 나비처럼 가볍게

‘죽음은 적(敵)./ 너를 향해 나는 불패(不敗)./ 불굴(不屈)의 내 자신을 내던진다. / 죽음이여, 파도가 기슭에 부서졌다.’ 버지니아 울프 (1881~1941)의 묘비에 적힌 글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를 연달아 출간하며 서술에 대한 비선형적인 접근으로 문학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서술을 통해 등장 인물들의 내면과 몽타주 같은 기억의 각인을 묘사하는 기법으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며 20세기 주요 작가로 평가 받는다. ‘자기만의 방’(1929)에서 ‘우리가 모두 일 년에 500파운드를 벌고 자기 방을 갖는다면’이라는 유명한 구절은 어째서 여성이 작가가 되기 어려운지를 사회적, 역사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정신건강의 악화로 괴로워했던 울프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런던을 떠나 교외 강 근처로 거처를 옮겼는데 평소 앓던 신경증이 악화돼 1941년 봄, 우즈 강가로 산책을 나갔던 그녀는 다시는 돌아 오지 않았다. “여보,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가 또다시 그런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 같아요. (중략)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아요’라는 작별의 글을 남편에게 남긴다.   이별도 연습이 필요하다. 죽음은 이승에서 누리는 이별의 마지막 축제다.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작별이다. 악착같이 삶에 매달리지 않으면 죽음을 애달파하지도 않을 것이다. 죽음은 한 생명체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원형대로 회복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삶이란 무엇인가를 규명하지 않고는 죽음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없다. 죽음은 늘 가까이에 있다. 오복의 마지막은 ‘제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것’이다. 슬프지 않는 죽음이 있을까만은 가장 억울한 것은 ‘제명대로 못 살고 원통하게 죽는 것’이다. 일찍 죽는 것(夭死), 객지에서 죽는 것(客死), 횡액으로 죽는 것(橫死), 원통하게 죽는 것(寃死), 분하게 죽는 것(憤死),은 모두 억울한 죽음이다. 하늘에서 받은 수명대로 오래 살다가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자리에 누워 죽는 것(臥席終身)이 가장 좋은 죽음이다.     어머니는 갑자기 죽으면 애들이 놀랄 테니 감기 몸살 든 것처럼 몇 주 아프다가 자식들에게 작별 인사하고 죽게 해달라고 매일 엎드려 기도하셨다.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다. 요즘 주변에 병마와 투병하는 사람이 많아 마음이 심란하다. 젊고 건강해도 언제 마지막 종이 울릴 지 모른다.   나이 들면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죽기 위해 산다. 건강식 먹고 운동하는 건 자식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잘 죽기 위해서다. 집착을 버리고 생의 매듭을 풀면 편하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변호사 만나 유언장과 ‘존엄사 희망 유언장(living Will)’ 업데이트 할 생각을 한다. ‘Living Will’은 본인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가 되었을 때 존엄사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밝힌 유언이다. 모든 것 버리고 떠나는 그 날 위해, 꽃길 가듯 나비처럼 가볍게 떠날 준비를 하면 죽음도 사는 것처럼 견딜 수 있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꽃길 나비 버지니아 울프 존엄사 희망 living will

202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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