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중간선거 기획②]민주당 지지성향 약해진 한인사회
아시안 혐오범죄, 물가, 세금, 이민 개혁정책 등 살기 팍팍해지자 민주당 이념 재고하는 한인들 “한인에 도움되는 정치인 뽑자, 정당이 전부는 아냐” 2020년 11월 3일 대통령 선거. 당시 전국 한인 유권자 중 56%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뉴욕시 거주 아시안 유권자 중엔 절반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을 뽑았다. 한인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은 전통적으로 진보(민주당)다. 민주당이 이민정책에 우호적이라서다. 바이든 대통령에 표를 준 비율이 높았던 것도 예견된 결과였다. 다만 2016년 대선 당시 한인들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율(84%),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78%)에 비하면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한인, 그리고 아시안들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예전만큼 압도적이진 않다. 물론, 여전히 극보수 정치인들의 이민 배척과 인종차별 조장에 대해선 분노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서 예전처럼 ‘덮어놓고 민주당 지지자’인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시안아메리칸법률교육재단(AALDEF)이 2020년 대선 당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한인은 48%로 아시안 평균(54%)에 못 미친다. 산드라 최 민권센터 디렉터는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한인들의 정치성향은 일관적이지 않고 영어 수준, 인구통계학적 요소, 직업 등에 따라 크게 갈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LA 폭동 이후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느껴 투표에 관심을 갖게 된 지 30년, 한인들도 생활과 밀접한 이슈에 질문을 던지면서 정치성향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무조건 민주당 지지’에서, ‘한인에 도움되는 정치인은 누군가’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 이슈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급증한 아시안 증오범죄, 보호받는 느낌 없어”= 팬데믹을 겪으며 뉴욕 일원 한인들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아시안 증오범죄다. 잊을 만하면 어디선가 아시안이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정치인들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관장은 “작년에 아시안 증오범죄 방지법안이 통과됐지만, 그 법안이 보호 역할을 한다는 느낌은 못 받는 것은 사실”이라며 “민주당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사회가 어지럽고 힘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윤희 뉴욕한인학부모협회 회장 역시 정치인들이 아시안들을 위해 퍼레이드에 참여하거나, 연설하는 경우는 많아졌지만 제대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은 “아시아·태평양계(AAPI) 문화유산의 달인 5월을 맞이한 행사에 정치인들이 얼굴은 내비치지만, 정작 자금 투자가 필요한 정책을 내놓는 경우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우리를 보호해 줄 것으로 보던 사람 중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뀐 분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소상인 비중 큰 한인사회 “소상인 정책 먼저 본다”=2015년. 한인사회에선 뉴욕타임스(NYT)의 네일업계 문제 탐사보도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한인 업주들이 부도덕하고 인종차별 행위를 하는 것처럼 묘사돼 네일업계는 물론, 한인사회 전체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가 대대적인 네일업계 단속을 펼치자 수많은 한인 네일업계가 문을 닫았다. 지인의 네일살롱이 결국 문을 닫는 것을 목격한 한 한인은 “그나마 한인 정치인들이 항변의 목소리를 내준 것은 다행스러웠지만, 그때 이후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민 1세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광민 뉴욕한인식품협회 회장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요즘엔 조금 늘긴 했지만, 대부분은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각종 법안으로 업주들만 번거로워진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속 오르는 물가와 직원에게 지급할 최저임금, 세금 등을 생각했을 때 소상인 입장에선 ‘민주당이 우리에게 도움되는 게 정말 맞냐’며 갸우뚱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지나친 포퓰리즘에 피로감도= 인기 있는 민주당 정치인들이 미는 안건들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생겼다. 버니 샌더스 연방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연방하원의원 등이 내놓는 이슈가 오히려 민주당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 핵심 이슈는 역시 이민정책이다. 2020년 대선 당시 한인 중 70%는 종합적인 이민개혁, 즉 서류미비자에 대한 시민권 허용 등 이민확대에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민개혁에 찬성하는 이들의 비율은 2016년(73%)보다는 떨어졌다. 김 관장은 “어렵게 정착한 한인들이 극단적 진보주의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이제 중산층 레벨에 올라섰는데 세금으로 다 뺏기고 얻는 것은 없다는 위험신호를 느끼고, 그래서 민주당 지지를 아예 철회하거나 이탈,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저빈곤선은 넘겼고 합법적 이민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풍족한 상황도 아닌 한인들이 이민 포용정책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성소수자(LGBTQ) 문제에 한인 54%가 지지해 필리핀계(80%), 인도계(71%), 중국계(65%) 등에 비해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한인 이민사회와 기독교는 밀접하게 연결되다 보니, 아무래도 최근 민주당의 LGBTQ, 또는 낙태문제 등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한인에게 실질 혜택 있는 후보 지지 성향으로=시간이 흐를수록 ‘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이슈에 따라 한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인을 지지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상호 뉴욕한인네일협회 회장은 민주당 성향이지만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당을 정해놓고 후보를 보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상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고, 공화당이라도 업계나 개인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대로 갖고 나온다면 찍을 것 같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선거의 묘미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김 관장 역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눈을 똑바로 뜨고, 그때마다 한인들이 적극적으로 판단해 가장 이득이 되는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문제가 있다면 지적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 ☝뉴욕시립대(CUNY) 저널리즘스쿨 커뮤니티미디어센터(CCM)는 2022 뉴욕주 중간선거 보도의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뉴욕중앙일보를 포함, 커뮤니티 미디어 30개를 선정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인도·네팔·라틴계·캐리비안 등 이민자 커뮤니티 미디어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중간선거에 대해 보도합니다. 뉴욕중앙일보는 ▶한인들의 선거 관심도 ▶한인들의 정치적 성향 ▶뉴욕주 선거구 재조정안 영향 ▶아시안 대상 범죄를 다루는 정치인들에 대한 한인들의 시각 등에 대해 보도합니다.중간선거 뉴욕주중간선거 대선 한인 한인사회 투표 투표율 선거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