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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인간의 숨결, 온기 2

지난번에 김기현의 ‘인간다움’을 읽고 ‘인간의 숨결, 온기’라는 제목으로 한 페이지의 글을 올렸다. 책 내용이 인류사를 고대부터 미래까지 총망라한 방대한 내용으로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다움의 의미가 어떻게 변화되어왔고 또 변화되어가고 있는가를 거시적으로 살펴본 지적 여행을 담고 있다. 한 페이지로 적어놓고 끝내기에는 너무 주옥같은 내용이어서 총 4편에 걸쳐 진정 작가의 심중을 헤아려보고자 한다.     작가는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공감, 이성, 자유(자율)라고 학문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풀어나간다. 쉽게 한 마디로 풀이하면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인간다움의 기본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대하지 않고 나와 같은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모습이 인간적이라고 한다. 고대 철학자들은 이끌리는 삶과 개척하는 삶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한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비로소 신의 명령에 따라 행위를 하는 수동적이고 운명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자기 능력으로 삶을 가꾸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불과 도구의 사용, 손가락 사용 능력, 직립보행, 언어사용, 지능으로 자신을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 올려놓았다. 수렵 생활을 접고 협력과 협동 같은 효율적인 결집력으로 대규모 집단을 만든다. 농업혁명, 물물교환을 통하여 내부의 결속을 위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우고 사회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칭송하게 된다. 신화의 세계관에서 완전한 개인은 없다. 제사 문화, 가부장의 권위, 그리스 문화와 유교 문화 모두 가부장 사회다. 가족 중심의 유대관계는 점차 공존의 단위가 확대됨에 따라 씨족과 부족을 거쳐 고대의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한다. 국가란 확대된 가족이다. 운명론과 신에게 자리를 내주고 인간이 조연으로 밀려난다.     BC 7~8세기경부터 인간도 삶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수동적 위치에서 개척자의 위치로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이성’이다. 이성은 Logos로, 인간은 이성을 통해 세상의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적극적 관심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성의 도전은 운명에 이끌리는 삶을 거부한다. 소크라테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시대에는 성찰이 없는 삶은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왔다. 좋은 삶이란 성찰을 통해 영혼을 돌보는 일, 이성의 지휘 아래 욕망과 기개를 절제하는 삶이며, 진정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성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행동이 무엇인가를 분별하는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믿었다. 그 후 인간은 내면세계라는 집을 짓는 기나긴 여정을 시작한다. 평등의 정신이 향상되고 내면세계에 관한 관심이 점차 깊어질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성취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 또한 성장한다.     전쟁은 인간의 이성을 위축시킨다. 그리스 시대는 이성의 전성기였다. 전쟁이 유럽을 휘몰아치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이성이 두려움과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은 소실된다. 로마가 유럽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면서 만들어진 문명을 로마 문명이라 부르지 않고 그레코- 로마 문명이라 부른다. 그리스 문명의 영향력이 그만큼 강했음을 의미한다. 중세 시대는 처세의 철학이 되어 스토아학파도 현실적 욕망 너머의 이성적 덕을 추구하고 에피쿠로스학파는 고통과 쾌락을 넘어선 영속적인 쾌락을 추구한다.     유럽 전체에 전쟁이 그치지 않으면서 혼란과 폭력의 세계에 위대한 신이 등장하게 된다. 유대교의 여호와는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달리 압도적이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은 Logos(법칙)를 지배하지 못하고 물리계의 자연법칙에 종속되는 존재들이다. 유대교는 다르다. Logos 위에 선다. 암흑 같은 혼돈 속에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 사람들은 자연의 질서에 종속되는 신보다는 그것을 뛰어넘어 질서 자체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신에게 의지하고 싶어진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숨결 온기 숨결 온기 그리스 로마 그리스 문명

2024-10-07

[음악으로 읽는 세상] 서푼짜리 오페라

1782년 영국에서 초연된 존 게이 극본, 페푸쉬 음악의 ‘거지 오페라’는 당시 런던 오페라 무대를 휩쓸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주된 소재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왕·영웅·귀족들의 일대기였는데, 이 작품은 당대를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거지 오페라’가 나온 지 150년이 지난 1928년,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작곡가 쿠르트 바일과 손잡고 이 작품을 번안한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었다. ‘거지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서푼짜리 오페라’의 등장인물은 도둑질이나 사기, 매춘, 폭력, 부정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간들이다. 왕이나 귀족,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신분이 엄청나게 낮아졌다.   신분이 달라졌으니 음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밑바닥 인생들의 노래가 왕후장상의 노래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이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들은 일단 부르기가 쉽다. 전문적인 성악훈련을 받아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와 사뭇 다르다. 멜로디도 그냥 평이하다. 그렇게 평이한 노래를 ‘잰 체하지 않고’ 부른다. 잘 부르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혼신의 힘을 절대로 기울이지 않고, 전혀 심각하지 않게, 통곡하거나 격렬하게 분노하지도 않고 남의 얘기하듯 부른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 찬 당대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마지막에 칼잡이 매키스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왕의 사신이 나타나 그가 사면됐음을 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은 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여기서 브레히트는 매키스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냉철한 메시지를 던진다. 방금 보았던 해피엔딩은 실제가 아닌 환상이라고. 당신들의 삶에 ‘왕이 보낸 사신’은 오지 않는다고.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오페라 이탈리아 오페라 오페라 아리아 그리스 로마

2024-09-3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신화가 살아 숨쉬는 에게해의 보석, 그리스

그리스는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여행지이자 신화의 나라다. 수천 년 역사를 품은 명소들은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찬란한 고대 문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스에 입성했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베스트 3'를 소개한다.         ▶산토리니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불리는 그리스 최대 휴양지 산토리니. 해안절벽 위 이뤄진 마을은 영화 세트장처럼 오밀조밀 예쁘기도 하다. 중심인 피라 마을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거나 옛사람들의 방식대로 마스코트인 당나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에 펼쳐지는 해안선 풍경 그 자체가 움직이는 그림이어서 어느 쪽을 선택해도 운치를 보장한다. 섬 북쪽 끝자락 이아마을은 우리가 산토리니 하면 흔히 떠올리던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새파란 돔 지붕을 머리에 얹은 건축물과 하얀 담장 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지중해가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또한 요트 투어는 가장 로맨틱하게 산토리니를 즐길 수 있는 여행의 기술이다. 일단 선상에서 제공되는 요리가 수준급이고 레드비치, 화이트비치에 이르면 동심으로 수영, 스노클링 등의 물놀이를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거기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아 마을의 선셋을 요트 위에서 프라이빗하게 감상할 수 있다. 붉게 물드는 모습에 '이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와 이아 마을이라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메테오라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라는 뜻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그 의미가 단번에 이해된다. 구름을 뚫을 듯 우뚝 솟은 기둥 모양 기암 정상에 트리니티 수도원이 아슬아슬 세워져 있다. 11세기부터 수도사들이 은둔을 했다고 전해지며 14세기 초 벽돌과 흙을 일일이 손으로 다듬고 빚어 수도원이 처음 건설됐다. 독특한 건축 양식과 함께 고립된 곳에서 살았던 수도사들의 공동체 생활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기묘한 자연경관과 경이로운 종교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해 1988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했고 영화 007 시리즈 '포 유어 아이스 온리'와 '300'에 수도원이 등장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아테네   수도 아테네에는 그 유명한 아크로폴리스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인 아테네의 유적들은 신화를 간직한 채 아크로폴리스 일대에 흩어져 있다.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파르테논은 아테나 여신을 기리는 신전이다. 기원전 432년, 당대 최고의 조각가 피디아스가 15년에 걸쳐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신전을 완성했다. 푸른 하늘을 지붕 삼아 46개의 기둥이 떠받드는 모양새로 세계문화유산 1호이자 유네스코의 엠블럼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크로폴리스는 아테네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그중 소크라테스의 감옥에서 바라보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또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열리면서 복원된 고대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시상대에 올라 우승자가 느꼈던 감격을 느낄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상상력이 마음껏 발동한다. 어릴 적 읽었던 신화들을 떠올리며 눈을 지그시 감으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신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에게해 그리스 보석 그리스 그리스 최대 아크로폴리스 일대

2024-08-29

신약의 인물- 향유를 깨뜨린 여인

 누가복음 7장36절~50절에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흔히 우리는 이 여인을 ‘향유를 깨뜨린 여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당시 유대인의 관점에서 이 여인은 어떤 여인이었을까요?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있어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앉아 계심을 알고 향유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누가복음 7장37절. ‘죄를 지은 한 여자’로 말합니다. 당시 사람들의 눈에 그 여인은 ‘죄를 지은 한 여자’였습니다. 누가 봐도 죄인이라고 할 만한 여자입니다. 그런데, 누군가에 대해서 죄인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나는 적어도 죄인이 아니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누구도 다른 사람을 정죄할 만큼 죄를 짓지 않은 의인은 없습니다. 흔히 법정에서 죄인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법을 어겼기 때문에 죄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법의 항목 중에서 한 개라도 어기면 법정에서 죄인이라고 선고합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죄인이라고 판단할 때 그 기준은 율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여인은 율법의 모든 항목을 어긴 것이 아니라 어떤 일부분을 어긴 여인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정죄하는 사람들 역시 율법의 모든 조항을 다 지킨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인에 대해서 ‘죄인’이라고 정죄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서, 믿음에 대해서 바로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이 여인이 예수님 앞에 옵니다.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으니” -누가복음 7장38절. 이 여인은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닦고, 발에 입을 맞추며, 향유를 붓습니다. 여인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여인의 이 행동에 대해서 예수님은 “예수께서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7장50절.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 ‘구원하다’는 ‘소조(σώζώ)’라는 단어가 사용되어 있습니다. ‘구원하다, 구출하다’의 뜻입니다. ‘병에서 구하다’의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이 단어는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하다’의 의미입니다. ‘영원한 죽음에서 구원을 얻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여인은 분명 죄인입니다. 물론 주변에 그녀를 죄인이라고 정죄하고 판단하는 사람들 역시도 죄인입니다. 그런데 이 여인은 자신의 죄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로 나아와 예수님만이 구원의 참 길이심을 고백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이것을 ‘믿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흔히 조금 믿음생활 오래했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을 쉽게 판단합니다. 마치 자신의 신앙이 완벽한 것처럼, 자신은 의인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정죄합니다. 그러나 믿음은 어떤 자리에서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죄를 인정하고, 예수님께 나의 죄를 해결하기 위해서 나아오는 것이 믿음입니다. “이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노니 그의 많은 죄가 사하여졌도다 이는 그의 사랑함이 많음이라 사함을 받은 일이 적은 자는 적게 사랑하느니라” -누가복음 7장47절. 여기에 죄를 사함이 많은 자, 적은 자는 어떤 차이일까요? 죄를 많은 지은 사람, 적게 지은 사람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죄를 인정하고 예수님께로 나아온 사람과 자신을 의롭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정죄하고 판단하는 자리에 있는가?의 차이입니다. 지금 나는 얼마나 내가 의롭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시 나는 실수를 해서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다른 사람의 죄에 대해서는 자비가 없지 않습니까? 여인이 깨뜨린 향유의 싯가가 얼마인지, 그 여인이 얼마나 고운 머릿결로 예수님의 발을 닦았는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죄인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죄인임을 깨닫지 않는 사람은 용서도 없습니다. 죄인임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다른 사람을 죄인으로 정죄하고 판단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가 죄인임을 깨닫고 내게 예수님의 용서와 긍휼이 필요한 것처럼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용서와 긍휼의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회칼럼 / 더비전교회 윤우식 목사신약 인물 머릿결로 예수님 예수 그리스 당시 유대인들

2024-05-31

[아메리카 편지] 자부심과 자격지심

지난 주말 수잔 윤이라고 하는 내 토론토 친구의 수필이 뉴욕타임스(NYT)에 실렸다. 최근 어린이책 작가로 데뷔한 수잔은 지난여름 25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고, 그 경험을 담은 수필이 NYT 칼럼으로 발탁됐다. 친구의 칼럼을 읽으며 나는 서양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 20여 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새삼 느꼈다. “니하오”나 “곤니치와”로 관심을 끌려 했던 길거리 상인들이 요즘엔 완벽한 발음의 “안녕하세요”로 말을 건다. 서양의 10대들이 K팝 광팬이 돼 한국어 학원에 다닌다는 말도 흔히 듣는다. 토론토 대학의 한국어 수업도 대기자 명단이 길어 들어가기 힘들다는 불평이 다반사다.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 그대로다.   그런 반면, 한국에 사는 미국인 수필가 콜린 마셜이 2020년 뉴요커 월간지의 코로나 관련 기사에서 언급했던 한국인들의 자격지심도 엄연히 실존한다. 마셜은 “효율적인 코로나 대처 방안으로 유명한 한국에서 아직도 상당수 국민이 한국이 후진국이란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 중 하나로 일제 강점의 후유증을 꼽았다. 식민지 근성이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관계에서 배울 것이 많다. 로마제국이 그리스 영토를 모두 점령하고 식민지로 만들어 통치했지만, 그리스 문화의 ‘우월함’은 로마인들도 인정했다. 로마인들은 학문적인 글은 라틴어보다 그리스어로 쓰는 것을 선호했고, 그리스 미술 작품들은 수많은 복사본을 만들어 수집했다. 심지어 그리스인을 노예로 들여 철학 선생님으로 삼는 일이 보통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리스인들은 열등의식은 커녕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지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역량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과대평가해서도 안 된다. 정확한 실상을 세계사적 안목 속에서 파악하고 창조적 전진을 계속해야 한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자격지심 자부심 한국어 학원 한국어 수업 그리스 문화

2024-01-24

[아메리카 편지] 영웅과 죽음

코로나와 출산 휴가를 거치고 3년 만에 강의실에 돌아왔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이라는 제목으로 120여 명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마주 보며 강의하고 있으면, 내가 왜 굳이 교수 노릇을 해야만 하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서 온라인수업 들으며 자란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대면 수업을 기대하는 열렬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서양문화의 기층을 이루는 그리스 신화 영웅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기 주제로 꼽히기 때문에 강의는 수월하게 진행된다. 도덕성이나 희생정신 같은 것이 안중에도 없는 그리스 영웅 특유의 성격이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이 갖춰야 할 성격과 상반되는 경우가 많아 좀 코믹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학기 첫 수업 들어가면서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를 비롯한 많은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영웅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가 ‘죽음’이라는 사실이 예전처럼 가볍게 설명되지 않았다.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 때 싸움을 거부하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 테티스가 한 말이 영웅과 죽음의 관계를 정확히 포착한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 너는 부와 건강을 누리고 오랜 삶을 살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너를 기억하지 아니할 것이다. 트로이 전쟁에서 싸우면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만 대신 네 이름의 영광(kleos)은 영원할 것이다.”   고대인들에게는, 죽음을 통과해야만 영웅 추대를 받고 컬트가 생긴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사춘기 시절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지난해 러·우크라이나 전쟁을 목격하며 큰 이 학생들은 벌써 죽음으로 둘러싸인 삶을 겪었다(특히 토론토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이 많은 도시다). 죽음을 택한 아킬레우스를 영웅으로 추대하는 인류사의 경향을 가르치면서, 희생을 요구하고 죽음을 낭만화하는 가치전략이 고대사회에서 그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영웅 죽음 영웅과 죽음 그리스 영웅 영웅 추대

2023-09-29

[아메리카 편지] 문화재와 범죄

학생 시절 뉴욕 메트로폴리탄 전 박물관장인 디에트릭트 폰 보트머 밑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을 때였다.   관장이 점심 먹으러 간 사이에 양복을 점잖게 빼입은 두 명의 남자가 느닷없이 들어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요즘 보스에게 이상한 행동이나 분위기가 있었는가” “해외에서 예상치 못한 전화가 왔는가” “근래 ‘체르베테리’라는 지명에 관심을 가진 바가 있는가” 등등. 나는 얼떨결에 고문당하는 느낌이었다. “어… 글쎄요…”라며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보스 모르게 그런 단서 좀 찾아봐 달라고 부탁하고 사라졌다.   이 이상한 일을 나는 기억에서 흘려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2년 후인 2006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30여 년 동안 갖고 있던 그 유명한 ‘유프로니오스 크라테르’라는 그리스 도기를 출토 국가인 이탈리아로 반환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1972년에 100만 달러라는, 그 당시로는 선례가 없는 거금으로 구입한 이 도기는 최근에 FBI가 동원된 수사 끝에 체르베테리라는 고고학 유적지에서 불법으로 발굴돼 스위스 암시장을 통해 유출됐다고 밝혀졌다. 나는 번갯불처럼 FBI 요원임이 분명한 그 두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닥터 폰 보트머가 당시 그리스·로마담당관이었을 때 그 도기를 구입했고, 그들은 보트머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에 관한 1970년 유네스코 협약 이후에 출토된 유물은 출토 국가 외부에서 구입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매년 총 1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엄청난 양의 문화재가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IS 테러 단체가 판매 수익을 위해 행하는 유물 밀거래만을 탓할 게 아니다. 개인 수집가는 물론 일류 박물관에서 구입하는 예술품도 1970년 이전의 거래 내력으로 조작되어 기록이 첨부되어 오기 때문이다. 김승중·고고학자 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문화재 범죄 양의 문화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그리스 도기

2023-09-15

[신 영웅전] 존 스튜어트 밀

세계적 명저로 꼽히는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생애는 고독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3세 때부터 라틴어를 가르치고 그리스 고전을 읽도록 했다. 밀은 8세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을 논박하는 글을 썼을 정도로 뛰어났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당대의 대학자들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   밀은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릴 만큼 삶이 힘들었다. 그는 “나에게는 소년 시절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같은 또래들보다 25년 조숙한 사람이었다. 그의 『자서전』에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거의 없다. “엄마는 차가운 대리석 같았다”는 한 구절만 생각난다. 젊은 시절 한때 돈이 안 드는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하느님도 그런 선거에서는 낙선했을 것이다.   밀은 애 딸린 유부녀를 사랑했다. 해리엇 테일러라는 그 여인은 교양과 지성과 미모를 두루 갖췄다. 밀은 “내 생애에 여인을 사랑한 추억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독신으로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죽자 45세에 테일러와 결혼했다.   테일러는 밀에게 친구이자 동료 학자이자 어머니였다. 부부는 남부 프랑스 명승지인 아비뇽을 여행하며 『자유론』 탈고를 준비하다가 1858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자유론』의 서문은 ‘아내에게 바치는 글’이 됐다. 밀은 아내를 아비뇽에 묻고 그 무덤 옆에서 15년을 더 살다가 영면했다.   밀은 늘 아내의 무덤 주위를 산책했는데, 그럴 때면 한 청년이 무덤 곁에서 땅을 파며 무엇을 찾고 있었다. 아비뇽 중학교의 물리 담당 교사로 벌레를 공부한다고 했다. 형편이 넉넉한 것 같지 않았다. 밀은 그의 탐구심을 기특하게 여겨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그가 뒷날 저 유명한 『곤충기』를 남긴 앙리 파브르(1823~1915)였다. 천재는 그렇게 소설 같은 삶을 살다 갔다. 신복룡 / 전 건국대 석좌교수신 영웅전 스튜어트 아비뇽 중학교 그리스 철학자 해리엇 테일러

2023-07-23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이보다 더 아름다운 색(色)은 없다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죽기 전에 에게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산토리니다. 허니문 여행지로 유명한 산토리니는 그리스 2000여 개 섬의 여왕 격이다. 지구에서 가장 예쁜 마을을 뽑으라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우리가 일찍이 '포카리스웨트' CF에서 본 것과 같이 산토리니는 하얗고, 파랗다. 반짝거리는 에게 블루와 그릭 화이트, 두 색이 약간씩 채도와 명도를 달리하며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토리니의 중심인 피라 마을은 1200피트 해안절벽 위에 자리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옛사람들의 방식대로 이곳의 마스코트인 당나귀를 타고 오르는 것도 운치 있다. 천상계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마을로 올라가는 내내 눈이 휘둥그레진다. 섬 북쪽 끝자락의 이아 마을은 우리가 산토리니 하면 흔히 떠올리던 풍경을 꺼내 보인다. 파란 돔 지붕을 머리에 얹은 건축물들, 아기자기한 교회, 하얀 담장 사이 언뜻언뜻 보이는 지중해 등 카메라를 들이댈 곳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이아 마을은 언제 찾아도 아름답지만 특히 해 질 녘 풍경이 압권이다. 피지, 코타키나발루와 함께 3대 선셋 포인트로 유명하다. 붉게 물드는 모습에 '이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와 이아 마을이라 불린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파리에 가면 으레 에펠탑을 오르고, 로마에서는 오드리 헵번처럼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또를 먹듯 산토리니에 갔다면 요트를 타야 한다. 요트 투어야말로 가장 로맨틱하게 산토리니를 즐길 수 있는 여행법이다. 갑판에 누워 그리스의 진한 햇살을 쬐면 활력이 충전되고 요트가 레드비치, 화이트비치에 멈추면 동심으로 돌아가 수영, 스노클링 등의 물놀이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선상에서 제공되는 요리도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지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이아 마을의 선셋을 요트 위에서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다. 해가 저물면 이아 마을과 에게해가 분홍빛으로 서서히 물들어간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바로 이 섬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또한 그리스에는 산토리니만큼 멋진 메테오라도 있다. 그리스어로 '공중에 떠 있다'라는 뜻이다. 피니오스강 상류에 기둥 모양으로 우뚝 솟은 기암들이 즐비한데 그 정상에 트리니티 수도원이 아슬아슬하게 자리 잡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기묘한 자연경관과 경이로운 종교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해 1888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뿐 아니라 가장 위대한 유산으로 칭송받는 파르테논을 위시하여 세계문화유산인 유적들이 신화를 간직한 채 아테네 일대에 흩어져 있고 고린도에서는 세계 3대 운하 중 하나인 고린도 운하부터 사도바울의 비마터, 피레네 우물, 제1회 근대 올림픽 경기장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말이 백번 옳다. 죽기 전에 그리스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산토리니 그리스 니코스 카잔차키스 고린도 운하 레드비치 화이트비치

2023-06-29

[아메리카 편지] 신화를 정말 믿었을까

그리스인은 계절의 변화를 신화로 설명한다. 그 유명한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들판에서 꽃을 모으던 페르세포네는 하데스에게 납치돼 저승의 여왕이 됐지만, 이승의 어머니 데메테르에게는 딸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곡식의 여신인 데메테르가 딸을 찾아 헤매는 동안 지상의 곡물이 시들어갔다.   데메테르는 제우스신에게 딸을 되돌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미 페르세포네가 ‘저승의 음식’인 석류알 6개를 먹었기에 1년 중 6개월은 저승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6개월은 페르세포네가 친정에 돌아와 살게 되었고, 딸과 재회하는 데메테르의 행복은 지상의 식물을 다시 자라게 했다.   이렇듯 자연현상을 우화적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방식이 고대 그리스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전래동화도 7월 칠석날 견우(Altair)와 직녀(Vega)가 까치다리(은하수)를 건너 1년 만에 한 번씩 만나는 기쁨의 눈물로 보슬비를 설명한다. 어린 시절 해마다 칠석이 돌아오면 한결같이 보슬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이를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리스 신화는 그들의 종교에 직결되어 성격이 좀 다르다. 그들이 신화 이야기를 정말로 믿었을까 궁금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데메테르에게 정기적으로 제물을 바치는 것은 물론, 미혼의 딸이 요절했을 경우 페르세포네에게 바치는 석류를 든 모습으로 장례 석상을 만든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는 신화를 대할 때 의외로 현실적인 태도를 나타낸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폴 베이(1930∼2022)는 신앙에 대해 재미있는 관찰을 했다. 무언가를 믿고 동시에 안 믿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 성경을 받들면서 다윈의 진화론과 현대 우주론을 연구하는 과학자일 수도 있듯이.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신화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 어머니 데메테르

2023-06-23

[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이 ‘계산’ 될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든 조각상이 스웨덴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켈란젤로·로댕·케테 콜비츠·다카무라 코타로·오거스타 세비지. 이 다섯 명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 그중 가장 바람직한 특징을 복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사람 모양의 중성적인 모습을 한 이 조각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조각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인류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서양 예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미의 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그의 대표작 ‘도리포로스(Doryphoros, 창을 든 자)’로 그리스 미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사례로 들어 『카논(Canon)』을 집필했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 비율을 모든 인체 부위별로 상세하게 적어 놓은 설명서다. 현대 용어로 ‘카논’이라는 말이 ‘규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폴리클레이토스가 쓴 이 책에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남성상, 그 멋진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살짝 비튼 자세)’로 삐딱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실은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서양의 미 개념은 극히 수학적이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레노스가 설명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항상 각 대상의 수학적 평균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톤 또한 이데아론에서 아름다운 수학적 비율을 찬양하고 그것을 도덕성과 관련지어 윤리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의 미학적인 바탕이 바로 최근 AI 아트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높이 사는 동양의 심미적 감각에는 결코 위대한 진로가 아닐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 계산 중반 조각가 수학적 비율 고대 그리스

2023-06-09

[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이 ‘계산’ 될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든 조각상이 스웨덴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켈란젤로·로댕·케테 콜비츠·다카무라 코타로·오거스타 세비지. 이 다섯 명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 그중 가장 바람직한 특징을 복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사람 모양의 중성적인 모습을 한 이 조각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조각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인류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서양 예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미의 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그의 대표작 ‘도리포로스(Doryphoros, 창을 든 자)’로 그리스 미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사례로 들어 『카논(Canon)』을 집필했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 비율을 모든 인체 부위별로 상세하게 적어 놓은 설명서다. 현대 용어로 ‘카논’이라는 말이 ‘규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폴리클레이토스가 쓴 이 책에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남성상, 그 멋진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살짝 비튼 자세)’로 삐딱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실은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서양의 미 개념은 극히 수학적이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레노스가 설명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항상 각 대상의 수학적 평균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톤 또한 이데아론에서 아름다운 수학적 비율을 찬양하고 그것을 도덕성과 관련지어 윤리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의 미학적인 바탕이 바로 최근 AI 아트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높이 사는 동양의 심미적 감각에는 결코 위대한 진로가 아닐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 계산 중반 조각가 수학적 비율 고대 그리스

2023-06-05

[아메리카 편지] 서양의 나쁜 엄마

북미에서 기념하는 어머니날(5월 14일)을 보내며 동양과 서양의 어머니상에 대한 차이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봤다. 오랫동안 고민해온 주제다. 어버이날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라는 노래 구절을 떠올리니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인정·찬양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내 몸에 배어있는 것이다. 반면 외국 생활을 하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가끔 만난다. 나로선 이질감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사랑을 절대적으로 여기는 우리와 상반되는 서구 전통이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는, 비참하고 앙심으로 가득 찬 어머니상이다. 그 중 대표적인 예가 바로 메데이아다. 남편 이아손의 배신을 참지 못해 복수의 결심을 하고,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살해한다. 이아손의 씨를 말린다는 이유로 자기 자식을 직접 살해한 것이다.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에 등장하는 메데이아는 그러한 잔인한 결심에 대해 번뇌를 느끼기도 하지만 모성애는 복수심을 초월하지 못했다. 태양신 헬리오스를 할아버지로 둔 덕에 영웅의 자격 조건을 갖췄던 메데이아는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도 벌을 받기는커녕 할아버지가 보낸 금빛 마차를 타고 그 자리를 탈출해 재혼까지 한다.   황당하기는 두 자매 프로크네와 필로멜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로크네는 남편인 테레우스가 필로멜라를 범하고 말을 못하게 혀를 잘라버리자, 필로멜라와 힘을 합쳐 자신과 테레우스의 아들인 이티스를 죽인다. 그리고 이를 요리해 테레우스에게 먹였다.   아무리 과장된 이야기라 해도 종종 이렇게 잔인한 엄마들이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를 뿌리로 둔 서양의 문화에서 모성애를 운운하는 맥락은 우리의 정서와 좀 다른 것 같다. 어머니의 사랑을 체계적으로 예찬하는 동양의 문화적인 슬기가 더더욱 마음에 다가온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서양 엄마 그리스 신화 고대 그리스 태양신 헬리오스

2023-05-26

예쁜 만남~지리멸렬한 결혼…18년 사랑, 공감되네

해 뜨기 전에, 그리고 해지기 전에 나누었던 그들의 예쁜 사랑은 자정이 되기 전에 이르러 지리멸렬한 중년 부부의 일상으로 바뀌어 있다. 그들의 시간 여행 ‘비포 시리즈’ 3부작을 뒤돌아본다.   유럽 횡단 열차에서 만난 미국 청년 제시(이선 호크)와 프랑스 처녀 셀린(줄리 델피)은 서로에게 이끌림을 제어하지 못하고 비엔나에서 내려 해가 뜨기 전까지 꿈 같은 하룻밤을 보낸다. 그리고 6개월 후 플랫폼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진다. (비포 선라이즈, 1995년)     그러나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연을 운명으로 바꾸기 위한 설정이다.     9년 후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된 제시는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파리의 출판행사에서 운명적으로 셀린과 다시 만난다. 시내 곳곳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9년 전의 감정이 아직도 두 사람의 마음속에설렘으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비포 선셋, 2004년)   3부 ‘비포미드나잇’은 그리스 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맞으면서 시작된다. 풋풋한 설렘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사랑은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권태로운 중년 부부의 일상으로 바뀌어 있다. 전처와 이혼한 제시와 셀린은 결국 결혼하여 쌍둥이 딸을 둔 9년 차 부부다.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한 두 사람은 이제 끊임없는 갈등과 고민, 애증으로 가득 찬 부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청초했던 셀린은 허릿살을 숨기지 못하는 아줌마로, 미소가 매력적이던 청년 제시도 배가 나온 아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결혼이라는 ‘현실 공간’에서 서로에 대한 불만으로 늘 대립점에 서 있다. 이들의 대화에는 더 이상빈에서의 설렘과 파리에서의 낭만은 없다. 끝없이 상대편을 떠보고 확인하고 약 올리고 빈정대며 누가 더 힘든지 비교하기에 바쁘다.     양육과 생활의 현장은 거의 난장판이다. 결혼은 그들을 칭얼거리게 하고 짜릿했던 젊은 시절의 교감은 옛일이 되어 버렸다. 가장 아름다운 ‘원나잇 스탠드’의 주인공 제시와 셀린은 이제 바둥대며 싸우느라 두 사람 사이에 로맨스는 들어선 자리가 없다. 비난 가득한 대화만이 지속할 뿐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3부작(The Before Trilogy)’의 마지막 작품 ‘비포미드나잇’은 2013년 개봉,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두 연인이 처음 만나 18년간 이어지는 ‘시간 여행’이라는 점에서, 6살 소년이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12년 동안을 실제 시간으로 촬영한 링크레이터 감독의 2014년작 ‘보이후드’와 유사하다. 호크가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영화.     세 영화는 각기 다른 도시에서 촬영됐다. 비엔나에서 출발해 파리를 지나 그리스 펠로폰네소스에 도착하기까지, 장소가 주는 분위기에 따라 대화의 주제도 달라진다. 그리고 두 사람의 감정 또한 변해간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의 배경이었으며 고대 철학자들이 사색과 여유를 즐겼던 펠로폰네소스에서 부부는 신과 삶에 대한 이야기보다 육아와 생활에 대한 서로의 다른 의견으로 부닥치기 일쑤다. 제시의 부족한 배려에 급기야 셀린은 “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분리된 둘을 다시 잇는 것은, 결국 대화다. 제시는 재치있는 유모로 다시 로맨티스트가 되어 셀린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셀린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 성공한다. 마침 친구들이 두 사람을 위해 호텔 방을 예약해 놓았다. 펠로폰네소스에서의 오늘 밤을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고 싶은 기대가 두 사람을 다시 설레게 한다.     ‘비포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말만 많고 사건은 없는 재미없는 영화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유는 이들의 대화 안에 만인이 공감하는 사실성과 스파크 튀는 남녀 간의 즉흥성, 그리고 두 주인공 배우 호크와 델피의 완벽한 연기 케미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보며, 저들이 결혼하고 살았어도 저런 예쁜 사랑을 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우리의 현실에 그런 사랑은 찾아와 주지 않았지만, 저들의 사랑만은 영원히 순수한 열정으로 남아주었으면 하는 우리들의 환상 때문이다. ‘비포미드나잇’은 그 지점에서 우리들의 환상을 벗겨낸다. 나의 잃어버린 조각 같았던 그 사람의 존재가 이제는 내 인생을 망친 잘못된 선택으로 느껴지는 순간들은 어쩌면 지상의 모든 부부의 경험일지 모른다.   결혼은 완벽하진 않지만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택지이다. 지지고 볶는 일상이 깃들어져 있을 뿐! 김 정 영화평론가지리멸렬 결혼 청년 제시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주인공 제시

2023-05-26

[아메리카 편지]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

봄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제비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로, 한국의 기상청은 1923년부터 공식적인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아왔다. 흥부놀부전 같은 전래동화에도 자주 등장하기에 우리 마음속에는 늘 한반도의 봄을 상징하는 새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제비는 유럽의 고대 문화에서도 한몫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드가 기원전 700년경 쓴 시 ‘일과 날’은 제비를 봄의 화신으로 부르고 있고, 로마 시대의 농경 전문가 콜루멜라(AD 4∼70년)는 제비가 보이면 봄 파종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제비 오는 날을 기념하는 봄 페스티벌 또한 많은 고대문명에서 행해졌고,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유럽 각 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기원전 6세기 말 고대 그리스 도기화도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제비의 문화적 중요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젊은 청년과 중년의 남자, 그리고 어린 소년, 이렇게 세 명이 팔라이스티라 (palaestra·레슬링 수련을 하는 연습장)에 모여있다. 날아오르는 새를 향해 손짓하며 청년이 먼저 외친다. “앗 저기, 제비다!” 그 옆에 앉아있는 남자가 고개를 확 돌리며 감탄하기를 “아, 헤라클레스여, 정말 그렇네!” 어린 소년도 손을 쭉 뻗으며 한마디 던진다. “정말 제비네요!” 마지막으로 소년과 남자 사이에 쓰인 구절이 이렇다. “이제 벌써 봄이 왔어요.” 각각 다른 세대를 상징하는 이들이 계절의 바뀜을 목격하는 깜찍한 장면이다. 이 도기는 와인을 보관하는 용기로 무덤에 매장된 부장품이다. 그래서 죽음을 초월하는 영원한 봄의 도래를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렇게 계절의 부활을 상징하는 보편적 봄의 전령이 서울에서 15년째 공식 관측이 안 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남쪽에서 한반도로 귀향하는 때가 과거보다 근 두 달이나 늦춰졌다는 사실도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강남 제비 고대 그리스 고대 문화 상징적 의미

2023-05-05

[아메리카 편지] 고대 그리스의 두 여성상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라 하면 보통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 같은 남성적 인물들을 떠올지만 그리스 신화에는 수많은 여성 영웅들도 등장한다. 그중 대표 격인 헬레나와 페넬로페는 각각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여주인공으로, 상반되는 그리스의 여성상을 상징한다. 제우스신의 딸인 헬레나는 남편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를 버리고 젊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눈이 맞아 달아난, 말 그대로 ‘나쁜 여자’의 원형이다. 헬레나를 찾아오겠다는 명분으로 일어난 사건이 그 유명한 트로이 전쟁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리스인들은 헬레나를 진실한 영웅으로 추대하고 그의 신적인 아름다움을 숭배했다. 여성의 권리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사회에서 애정과 마음을 따라 행동하는 그의 추진력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이타카의 여왕 페넬로페는 한마디로 그리스의 춘향이다. 남편 오디세우스가 10년간 트로이 전쟁에서 싸우고, 또 10년에 걸친 모험적인 귀향을 하는 동안의 긴 세월을 일편단심으로 기다렸다. 페넬로페도 미녀로 유명했고, 영리하다는 명성도 떨쳤다. 비판할 여지도 있다. 그 20년 동안 성년이 된 아들 텔레마코스는 왕의 자리를 이어받지 못했고, 청혼을 빌미로 궁전에 눌러앉은 108명의 구혼자가 왕실의 부를 다 써버리는 걸 방치했으니 무책임한 왕비이기도 했다.   내가 가르치는 ‘그리스의 영웅들’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헬레나와 페넬로페 중 어떤 여성상이 더 이상적인지를 묻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날이 갈수록 여학생들이 페넬로페를 더 지지하는 경향이 보인다. 1970년대 『비행공포』라는 소설로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페미니스트 작가 에리카 종이 근래에 한 불평이 생각났다. “우리 세대의 모토는 섹스와 자유였는데, 우리 딸들은 오히려 아기 낳고 가정을 꾸려 나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어느 선상에 있는지를. 김승중 / 고고학자 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그리스 여성상 고대 그리스 그리스 신화 여왕 페넬로페

2023-04-14

[열린광장] “의미있는 삶을 찾으세요”

오랜 가뭄 끝에 많은 비가 내렸다. 뒷뜰의 나무들도 더 짙은 초록색으로 변했고, 석류,살구, 감 등 과수들은 더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매주 가는 산의 나무,풀들도 더 푸르러저 상쾌한 기운을 내 뿜는다. 대지에 스며든 풍부한 비는 우거진 숲을 만들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많은 곡식과 풍부한 열매도 맺게 한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사막지역은 척박한 땅이 되어 딱딱하고 가시가 있는 선인장 등 작고, 메마른 나무들만 자라서 거칠고 황량한 분위기만 만들 뿐이다.    대지가 풍부한 비를 통해 다양한 열매를 만들고 주변을 수많은 색채로 수놓 듯 사람을 사람다운 향기가 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책인 것 같다. 독서는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한줄의 글에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혜안을 얻게 하는 것이 있다. ‘좁은 문’의 작가 앙드레 지드도 “나는 내책이 무엇을 말한다고 한정하지 않는다. 어떤 독자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좋은 강연, 설교도 독서와 같은 역활을 한다. 여기 인생의 길을 묻는 사람들이 들으면 좋은 설교의 일부를 소개한다. 미국의 영적 지도자 중 한사람인 존 파이퍼 목사의 설교 ‘인생을 낭비하지 마세요’의 내용이다.     “ 당신은 당신의 삶이 중요하기를 원합니까?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고 이세상을 바람직한 사회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재산이 많고, 많이 배워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엇이 가장 가치있는 삶인지 알고 그것을 위하여 헌신할 결단만 하면 됩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직장을 갖고,멋지게 은퇴해 생을 즐기기를 원합니다. 이것이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생각합니다. 루비 앨리슨과 로라 에드워드가 카메룬에서 숨졌다는 소식입니다. 루비는 80세가 넘었고 독신이며,간호사였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삶을 가난하고,병들고,가장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하고,그들의 삶에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 일생을 헌신하였습니다. 그들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것이 비극입니까? 이것은 비극이 아닙니다. 빨리 은퇴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꿈을 사라고 광고를 합니다. 이것은 비극입니다. 이런 꿈을 사지 마세요.”   상당히 도전적이고, 삶을 깊이 성찰하게 하는 설교다. 좋은 설교는 반성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신이 세상을 만들고 인간을 만들었지만,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신의 뜻일 것이다. 루비는 의미있는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번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닥친 비극적인 대참사에 튀르키예와 갈등관계에 있는 그리스, 핀란드,스웨덴까지 모두 신속한 지원을 약속했다고 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갈등을 이긴 것이다. 우리에게는 나쁜 상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의미 강연 설교 루비 앨리슨 그리스 핀란드스웨덴

2023-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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