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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서푼짜리 오페라

1782년 영국에서 초연된 존 게이 극본, 페푸쉬 음악의 ‘거지 오페라’는 당시 런던 오페라 무대를 휩쓸던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반감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의 주된 소재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왕·영웅·귀족들의 일대기였는데, 이 작품은 당대를 살아가는 밑바닥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거지 오페라’가 나온 지 150년이 지난 1928년,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는 작곡가 쿠르트 바일과 손잡고 이 작품을 번안한 ‘서푼짜리 오페라’를 만들었다. ‘거지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서푼짜리 오페라’의 등장인물은 도둑질이나 사기, 매춘, 폭력, 부정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밑바닥 인간들이다. 왕이나 귀족, 그리스 로마의 신들이 줄줄이 나오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비해 등장인물들의 신분이 엄청나게 낮아졌다.
 
신분이 달라졌으니 음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밑바닥 인생들의 노래가 왕후장상의 노래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이 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들은 일단 부르기가 쉽다. 전문적인 성악훈련을 받아야 부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와 사뭇 다르다. 멜로디도 그냥 평이하다. 그렇게 평이한 노래를 ‘잰 체하지 않고’ 부른다. 잘 부르려는 어떤 노력도 없이, 혼신의 힘을 절대로 기울이지 않고, 전혀 심각하지 않게, 통곡하거나 격렬하게 분노하지도 않고 남의 얘기하듯 부른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 찬 당대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한 작품이다. 마지막에 칼잡이 매키스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직전 왕의 사신이 나타나 그가 사면됐음을 알리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은 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기뻐한다. 하지만 여기서 브레히트는 매키스의 입을 통해 관객들에게 냉철한 메시지를 던진다. 방금 보았던 해피엔딩은 실제가 아닌 환상이라고. 당신들의 삶에 ‘왕이 보낸 사신’은 오지 않는다고.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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