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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죠”

“자식을 위해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는 옛말이 있죠. IB 교육이 바로 그런 겁니다.”   LA한인타운 유일의 한인 운영 사립학교인 새언약학교(New Covenant Academy·NCA)를 지난 1999년 설립하고 운영해 온 제이슨 송 교장이 3번째 저서인 ‘IB 교육 우리는 이렇게 합니다!(스텝스톤·표지)’를 최근 출간했다.     NCA가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되는 학교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하고 있다는건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또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일부만이 고교의 AP 수업 말고도 고급 과정인 IB가 있다고 아는 정도다. NCA의 IB 교육은 성공적이어서 오히려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송 교장은 “한국에서 먼저 출간 제의가 왔다.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한국 교육계가 IB를 도입하면서 성공한 사례를 찾다가 접촉해왔다”면서 “교육 노하우를 너무 쉽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조국이 발전하면 한인들에게도 좋다. 실제 사례를 담아서 책만으로도 바로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인 학부모들도 비록 IB를 채택한 학교에 보내지 못해도 책을 통해서 대략의 컨셉을 이해하면 궁극적으로 자녀 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NCA가 처음부터 IB를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공립학교에서 운영하는 AP(대학과목 선수제)를 채택했다. 하지만 아이비리그에 진학한 졸업생들로부터 대학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얘기를 들었다.     “많이 외우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AP를 잘한 학생들은 아는 것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막상 어떤 문제를 해결할 능력, 팀을 이끌 능력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리더십 있는 창의적 인재를 지향하는 NCA는 15년 전 오랜 준비 끝에 IB 교육을 시작했다. 공립학교 교육의 목표가 대부분 대입인 데 비해 NCA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입학시켜 공부도 잘하게 하는 것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대가’도 컸다. 학생과 교사 일부가 학교를 떠났다. AP의 경우 과정이 대학 한 과목을 절반쯤으로 줄인 것이라 대학에서 전공 교육을 받은 교사들은 지도가 가능하다. 하지만 IB 프로그램은 교사들도 공부하고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IB 기준에 맞춰 수업하려면 교사와 학생이 모두 치열하게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수업은 간단하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수업으로 응용했다고 보면 된다.   송 교장에 따르면, 21세기에 검색과 AI 시대가 되면서 한국 교육계가 이제까지의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능력을 갖추고 있는 리더들을 키우는 교육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재는 일부 외국인학교에서만 IB를 전략적으로 채택했다. 경제적 선진국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에 들어서기 위한 좋은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송 교장의 3번째 저서는 LA한인타운 반디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장병희 기자 게시판 물고기 게시판 물고기 공립학교 교육 한국 교육계

2024-04-10

한국어, 주류 교육계에 정식으로 진입

한국어가 주류 교육계에 정식으로 진입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이중언어 교육자 연합체인 ‘가주이중언어교육협회(CABE)’가 최근 한국어 챕터 설립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CABE 연례 콘퍼런스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어 챕터 미팅이 별도로 진행되며, 관련 세션도 운영될 예정이다.     CABE가 아시안 언어 중 챕터 설립을 승인한 건 중국어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어 챕터 설립을 이끈 캘스테이트(CSU) 풀러턴의 그레이스 조 교수(중등교육학)는 “지난해 한국어 챕터를 제출했고 10월쯤 승인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한국어 이중언어 교육자들을 위한 별도의 세션을 진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CABE는 가주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자 단체로, 학생들에게 이중언어 교육을 제공하고 학업 성취도를 촉진하기 위해 1976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가주 교육부를 포함해 로컬 교육 기관 및 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교사들을 위해 다양한 이중언어 교육 지도법과 관련 커리큘럼 등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CABE는 가주 교육 정책을 만드는 데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한국어 챕터를 통해 가주 공립학교 내 한국어 교육 확대와 지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2022년에만 가주 정부가 이중언어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배정한 기금 규모는 1000만 달러에 달한다.   가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22~23학년도에 약 800개 학교가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르치고 있으며, 1180여 개 학교가 이중언어반을 운영 중이다.     LA통합교육구(LAUSD)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11개 학교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듀얼 랭귀지 프로그램에 1400명의 학생이 등록해 있다.     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중·고등학교를 포함하면 현재 남가주 지역에서 한국어 반이 운영되는 학교는 80개교이며, 332개 학급에서 8510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조 교수는 “CABE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이중언어 교육 관계자 규모는 매년 5000여명이 넘을 만큼 가주에서 가장 큰 이중언어 교육자 단체다. 이곳이 한국어 챕터를 승인했다는 건 그만큼 한국어의 인기와 중요성을 받아들였다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며 “각 공립학교에 한국어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확대 개설된다면 정부 지원도 그만큼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중국 한국어 한국어 이중언어 한국어 챕터 주류 교육계

2024-02-11

[김형석의 100년 산책] 14살 때 죽음 앞두고 올린 기도, 평생 지킨 '기도하는 삶'

1940년 무렵이었다. 내가 숭실중학 4학년을 끝내면서 평양 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평양에 하나뿐인 숭실전문학교와 숭실중학교, 숭의여자중학교를 폐교했다. 민족주의 기독교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평양의 3숭(3崇) 폐교 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그 대안으로 일본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제1 공립중학교, 한국 학생을 위한 평양고보를 제2 공립중학교, 숭실학교를 폐교한 대신 제3 공립중학교로 개편하면서 한국 학생과 일본 학생이 함께 공부하게 했다. 기독교 민족주의 학생을 황국(皇國) 시민으로 개조하는 학교로 만들었다.   황국시민 양성에 몰두한 일제의 횡포     숭실학교에서 자란 우리를 1년 동안에 일본 국민으로 개조하려는 교육이 어떠했겠는가. 또 학생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과 혼란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부모와 사랑으로 한마음이 된 어린애가 증오심에 가득 찬 계모 밑에 사는 1년이었다. 100명 정도의 4학년 학생을 반으로 축소했기에 퇴학당하는 학생 없이 졸업한 것이 다행이었다.   학교 교문 안에서는 한국말을 사용할 수 없었고, 민족주의와 기독교 사상도 금지했다. 나 같은 학생까지 교무실에 끌려가 모든 선생이 보는 앞에서 담임 선생에게 이유 없는 구타를 당했다. 기독교 가정 출신이고 기독학생회 간부로 있었던 이력 때문이다. 내 친구들과 함께 졸업을 못 하게 되는가를 걱정했다.   그 1년 동안 나는 일생에서 최악의 교육을 경험했다. 민족을 사랑하는 전통을, 침략국인 일본 국민으로 바꾸려는 정치교육이었다. 그것은 교육이 아니고 정치적 인간개조의 수단이었다. 단적으로 표현한다면 인간교육이 정치 목적의 수단이었다. 있을 수 없는 교육이었다. 일본 본토 안에서도 그런 교육은 없었으니까.   25세에 북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정치적 안정기가 회복되면서 나 같은 자유주의 지성인은 할 일도 없지만 북 정권에서 본다면 최악의 성분과 반동분자에 속한다. 고향에 조용히 머물면서 주변 농촌 젊은이를 위해 중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제공할 목적으로 사립중학교를 설립했다. 뜻을 같이하는, 숭실학교에 함께 다녔던 대학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북한 정권의 특수층 세습 교육     그러나 교육환경이나 사회생활 여건으로 보아 공산정권은 일제강점기보다 더 심한 악조건을 갖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만 조용히 항일·친일을 떠나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 치하에서는 종교적 신앙까지 지킬 수가 없었다. 공산주의자가 되거나 정권의 노예가 되는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우리가 뜻한 교육은 공산당원의 감시로 허용되지 않았다. 학생 일부는 민주청년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학교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학교 이사장은 체포되어 수감됐고, 교장인 나도 신변 보장을 받을 수 없어 교육을 단념하고 탈북했다. 사립 교육 자체가 불법이었으니까.   그때 함께 고생하던 교사 전부가 서울에 와서 중고등학교 교사, 그리고 나중에 교장이 되었다. 공산정권은 자유주의자는 공산주의자가 될 수 있어도, 종교인은 공산주의자가 되지 못한다고 단정했다. 소련·중공·북한에서는 종교가 사라졌고, 전통적인 종교 국가는 공산국가가 되지 않았다. 유럽과 미주만이 아니다. 인도와 중동도 그렇다. 사회주의까지는 되어도 종교는 공산국가에서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북한의 교육이 어떻게 되었겠는가. 교육다운 교육은 일제강점기 시대보다 더 불가능해졌다. 지금은 공산주의 교육보다 김일성 왕가를 위한 정신교육으로 퇴락했다.   해방을 맞은 뒤 1년이 되면서 우리 마을 북쪽에는 ‘유가족 학교’가 설립됐다. 공산주의와 항일운동에 가담했던 당원들의 가족을 위한 특수학교다. 그 학교 출신이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로 진학해 공산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기반은 일찍부터 계획했다. 최고의 성분을 갖춘 미래의 지도자 양성의 특수학교였다. 공산주의자들이 세습적으로 계승하는 특수층 교육기관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공산국가에서는 사상의 자유나 인문학이 설 자리가 없다. 정치 목표와 이념이 절대적 신념과 같이 교육의 지상목표가 된다. 그곳에서 인간교육을 한다는 것은 빙판에 씨를 뿌리는 것 같은 무모하고 불가능한 일이다.    공산국가엔 인문학이 살 수 없어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러시아는 100년 동안에 문화 후진국으로 추락했다. 중국은 2500년 동안의 문화 정신적 전통과 유산을 버리고 아시아의 대표적인 공산국가가 되었다. 북한은 유례없는 인간 상실의 사회로 변했다.   대한민국이 교육의 자유 국가로 출범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자유는 선택과 다양한 정신문화의 창조와 함께 이루어진다. 교육을 기반 배경으로 민족 이상이 가능해진다. 지난 70년간의 국가 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경제 10위권에 걸맞은 교육을 위해서는 개혁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교육은 그 자체가 목적이지 정치나 경제의 수단 방법이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계속되는 인간성 회복과 선한 사회질서 창출이다. 선한 인간성의 완성이 인간적 가치와 사회의 출발과 목표가 되어야 한다. 최선의 교육이 역사와 사회의 원천과 희망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북한 기도 평양 교육계 공립중학교 한국 기독학생회 간부

2023-11-10

메리 리 손 교육가, 한인 교육자들의 교육자…후배 양성의 귀감

한인 교육계 대모.     40여년 간 교직에 몸담으며 한인 교육자 양성에 앞장섰던 메리 리 손 여사의 생전 별칭이다.     지난 2010년 별세한 후에도 유가족들이 조의금 대신 장학금 기부를 받았을 정도로 후학들을 위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 새미 리 박사의 누나이기도 한 그는 다문화 교육과 아시안 인권 개선의 선구자로도 칭송을 받았다.     지난 23년간 ‘3가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한 수지 오 박사는 메리 손 여사와 한인 교육계 초창기 시절부터 함께했다.     오 박사는 “메리 손 여사는 나에게 대선배이자 멘토이며 동시에 절친한 친구였다. 1970년대 중반  메리 손 여사를 처음 만났을 때 한인 교육자는 고작 5~6명뿐이었다. 1975년 당시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새내기 교사인 나에게 꼭 한인 교장이 되라며 꿈을 심어주셨다”고 회상하면서 “또 한인 커뮤니티만 교육자 협회 없다고 하셔서 1976년 손 여사 자택에 모여 한미교육자협회(KAEA)를 함께 설립했다. 당시 손 여사가 초대회장을 맡았는데 지금까지도 협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재단 세워 후학 양성   손 여사는 사회활동은 물론 아시안 권익을 위해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고 오 박사는 기억했다.     오 박사는 “한인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USC에 입학한 대단한 분이다. 또 최초의 한인 소셜 워커로 일했고 이후 LA통합교육구(LAUSD)에서 ESL 교사부터 장학사까지 근무하며 75세까지 열정적으로 교직에 임하신 뒤 은퇴했다”며 “1974년 손 여사는 교사를 위한 아시안 문화를 다룬 보충 자료를 만들기도 했는데 이는 후에 전국에서 이중언어 교육과 다문화 교육에 대한 바탕이 되기도 했다. 또 당시 주류사회에서 차별대우를 받던 아시안을 위해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손 여사는 모교인 USC에 ‘Mary Lee Shon Scholarship’를 세워 학생들을 도와주며 항상 커뮤니티에 환원하는 정신을 동료 교사들에게 가르쳐주었다고 오 박사는 전했다.     오 박사는 “손 여사는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도와주는 점에서 마더 테레사를 닮은, 그리고 사회 정의의 옹호자로서 마틴 루터 킹 박사를 닮은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그녀는 ‘김치 외교관’   손 여사가 별세한 지 1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는 후세들이 많다. LAUSD는 윌튼 초등학교의 한 건물을 ‘메리 리 손 교육센터(Mary Lee Shon Education Center)’로 명명하여 메리 손 여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특히 손 여사가 직접 만든 독특한 맛의 하와이식 김치가 기억에 남는다고 오 박사는 전했다.     그는 “손 여사가 김치를 집에서 손수 만들어 한인뿐만 아니라 타인종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곤 했는데, 어떤 타인종 사람들은 그녀를 ‘김치 외교관(Kimchi Diploma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 “당신의 가르침,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   그는 “그에게 배움을 받은 교사들이 손 여사처럼 모든 인종을 망라하여 젊은 교사들 양성에 힘쓰고 있다. 비록 지금 우리와 함께 있지 않지만, 손 여사의 정열과 사회봉사 정신, 그리고 삶에 대한 에너지와 뜨거운 교육열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교육자 교육가 한인 교육자 교육자 협회 한인 교육계

2023-09-21

[김형석의 100년 산책]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

김영삼 정부 때였다. 정계 2인자로 인정받던 김종필을 중심으로 교육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크게 번지고 있는 학원폭력과 청소년들의 반(反)사회질서 행태들을 예방 선도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좌담회였다.   내가 그 해결 방향과 방법을 위한 두 가지 제안을 했다. 첫째는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재 중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을 자연스럽게 편입하는 내용이었다. 대학에 가서도 인문·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인격의 가치와 인권의 절대성은 물론 선하고 아름다운 삶의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는 정신과 사상을 계속 일러주자는 제안이었다.   교회에서도, 기업에서도 반응 좋아   그 구체적인 방법의 하나는 청소년 기간에 봉사정신을 생활화하는 것이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대학입학 조건에 학업, 예능소양, 건강과 운동 여부, 학생회 등을 통한 리더십, 그리고 봉사경력은 필수조건으로 삼고 있다. 학업성적은 고교 시절보다 대학에서 성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가지 실례를 들었다.   내가 국군 정신교육 지도위원으로 봉사하고 있을 때였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보이스카우트나 기독교 YMCA 등을 통해 봉사활동을 한 경력이 있는 군인은 군 생활에서 사고를 일으킨 통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다른 사람을 돕지는 못하지만 손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통계였다. 나도 국군의 방송에서는 그런 구체적 실례를 소개해 주곤 했다.   새문안장로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여름방학에 수양회에 다녀와서는 불평이 있었다. 식사에 대한 불만, 잠자리에 관한 불편, 예배시간 강요 등이었다. 황광은 목사가 다음 해부터는 방향을 바꾸었다. 휴전선 밑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가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땀 흘리고 고달픈 경험이었다. 그런데 끝내고 돌아왔을 때 불평불만이 없었다. 다음 해에 또 가겠다는 학생이 더 많았다.   그 당시에는 많은 기업체가 연수원을 통해 사원교육을 많이 했다. 내가 전주 지역 삼성생명 여사원들을 위한 강의에 참석했을 때다. 3~4일간의 교육 기간에 한나절은 농촌지방 가정들을 위한 봉사경험을 권고한 적이 있다. 그런데 연수를 끝내는 평가회에서 많은 사원이 봉사경험이 가장 좋았다고 대답하였다.   고맙게도 정부 정책을 위한 그 모임에서 내 제안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중고등학교 봉사활동시간을 할애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그 실효를 거두기 힘들었다. 선생님들이 적극적이지 못했고 돈은 많으나 교육 가치를 모르는 어머니들이 승용차를 타고 아들딸을 데리고 대리로 일해주고 봉사점수를 채워주는 일까지 있었다. 문제는 부유하면서 자녀교육을 모르는 학부모에게 있었다. 청소년보다는 학부모 교육이 선결 과제라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밟으면서 긴 세월을 보냈다. 지금도 먼저 교육다운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우리 기성세대에 있다. 교육행정을 맡은 교육계 인사들이다. 인간교육보다 지식전달을 위한 교육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일본의 한 사례가 있었다. 도쿄의 한 중고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거나 정학처분을 받은 학생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재직 학교에 사표를 내고 도쿄시의 한 공한지를 찾아 노후하여 사용하지 못하게 된 버스 차량을 준비했다. 그 버스 한 대씩을 교실 삼아 퇴학이나 정학을 받은 학생들에게 재교육했다. 희망이 있는 학생들은 본교나 다른 학교로 다시 취학하도록 도와주고, 돌보아 줄 수 없는 학생은 계속 공부를 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 사실을 안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문제 학생들을 버스학교로 의탁하기도 했다.   그 교사가 교육계의 지목과 관심을 받게 되면서 언론기관들이 교육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교사의 의견을 묻는 기회가 많아졌다. 나는 우연히 그 기록을 보았다. 그 선생의 목표는 ‘사랑이 있는 교육’이었다. 초등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중고등학생 중에도 ‘사랑이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 주장이었다. 버스교실에는 사랑의 교류가 있었다.   넓은 운동장보다 교사의 따뜻한 정   그 선생은 ‘작은 학교’ 운동을 강조했다. 좋은 시설, 넓은 운동장, 많은 수의 스승보다 교실에서 따뜻한 정과 사랑이 있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교육정책을 주장했다. 나도 해방 후 2년 동안 북한에서 그런 교육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도 ‘사랑이 있는 교육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최근 우리는 교사의 수는 그대로 유지되는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큰 문제가 되었다. 교실의 학생 수를 줄이고 선생님들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교실’로 전환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어린 학생들의 성장은 빠르고 대부분의 상급반 여선생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는 현상이다. 먼 후일에는 지금과 같은 대형 학교보다 사랑이 있는 작은 교실과 작은 학교들이 더 쓸모 있는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는 결과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수와 양적 확장보다 인간교육의 성패에 달려 있다. 정신가치의 계발, 생활 질서의 육성이 궁극적 목적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일본 사랑 교육계 지도자들 중고등학교 봉사활동시간 중고등학교 교사

2023-03-03

[분수대] 챗GPT 시대의 교육

최근 핀란드와 관련해 나토(NATO) 가입 여부가 가장 뜨거운 이슈지만, 한국인에게 이 나라는 예전부터 ‘교육 강국’으로 통했다. 2000년 OECD가 처음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종합평가 1위를 차지하면서다. 3년 간격으로 시행하는 이 시험에서 핀란드는 2003년, 2006년 연속 종합 1위였다.   이후 강력한 사교육에 기반한 한국·싱가포르·중국 등에 밀려 핀란드 순위가 10위 정도로 뒤처졌지만, 세계인의 뇌리엔 공교육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이룬 핀란드가 ‘교육 천국’으로 각인됐다. 특히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열기로 종종 ‘압력밥솥’에 비유되는 우리 교육계엔 핀란드가 선망의 대상이다.   요사이 핀란드 교육이 다시 화제다. 지난해 불가리아의 ‘오픈 소사이어티 연구소’가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통한 정보 취득 능력과 이해력) 지수’에서 핀란드가 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 지수는 유럽 4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언론 신뢰도와 평가자의 읽기·과학·수학 능력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이 지수가 높은 이들은 콘텐트 속에서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어 가짜뉴스에 함몰되지 않으며 팩트(fact)를 찾아내는 회복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는 2013년부터 유치원과 학교는 물론 도서관 등에서 청·장년과 노년층에게도 미디어 속 ‘가짜 정보’ 식별법을 가르쳐왔다.   이는 챗GPT와 맞물려 주목받는다. 일각에선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어내는 챗GPT가 지금의 소셜미디어를 대체할 가짜뉴스의 새 플랫폼이 될 거라 우려한다. 얼마 전 중국판 챗GPT 등장에, 대만이 “중국의 입장만을 대변할 테니, 대만판을 만들어 대응하겠다”고 했다. 챗GPT에 ‘의도된 데이터’만을 학습시켜 편향된 정보를 퍼뜨리는 스피커로 삼는 게 가능하단 얘기다.   한국은 챗GPT판 가짜뉴스에 대응할 준비가 됐을까. 2018년 PISA 결과, 읽은 내용 중 사실과 의견을 구별해낸 한국 학생은 25.6%였다. OECD 평균치의 절반 수준으로, 사실상 꼴찌다.   “나토 가입을 앞두고 러시아가 가짜뉴스를 대량 쏟아내지만, 우린 교육의 효과를 믿는다.” 핀란드 교육부 담당자의 말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데, 이들의 선구안과 자신감이 어느 때보다 부럽다. 박형수 / 한국 국제부 기자분수대 교육 핀란드 교육부 사교육 열기 우리 교육계

2023-02-26

교육계 '챗GPT' 논란 확산…LAUSD, 부정행위 우려해 차단

가주 교육계에서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가 논란이 되고 있다.   챗GPT는 언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인공지능 텍스트 생성기로서, 이를 통해 학교 숙제, 논문 등을 하는 학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KTLA는 가주 지역 학교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인 챗GPT가 부정행위 등에 사용되는 것을 두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챗GPT는 소설 초안부터 에세이 작성까지 해주고 있다”며 “학교 과제 등도 쉽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챗GPT는 교육계까지 뒤흔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가주 지역 학교들은 학생들의 챗GPT 사용을 앞다퉈 금지하고 있다.   일례로 LA통합교육구(LAUSD)의 경우 지난해 12월 “학문적 정직성을 보호해야 한다”며 교육구 내 모든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챗GPT에 대한 관점은 교육 관계자마다 차이가 있다.   칼라바사스 지역 라스버진스통합교육구는 학생들이 연구, 쓰기 등에 필요한 사전 조사 활동에 챗GPT를 이용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이 교육구의 댄 스테피노스키 교육감은 “우리는 오히려 챗GPT가 교육적 자원이 될 수 있고, 학생 및 교직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UCLA 옥성득 교수(한국기독교학)는 “챗GPT로 한국사에 관해 물었더니 초등학생 수준이고, 기독교사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며 “대화에는 강하나 ‘팩트 체크’에는 약했는데 학생들이 활용하려면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반된 시각 속에서 챗GPT가 작성한 글을 식별하는 프로그램(챗GPT Zero)도 등장했고, KTLA는 특히 교사들이 많이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프린스턴대 학생인 에드워드 티안이 만들었다. 티안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과제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며 “챗GPT가 만들어낸 것에 속고 싶어하는 교사가 있겠는가. 식별 프로그램은 디지털 시대 가운데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챗GPT에 대한 논란은 가주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최근 매릴랜드주 볼티모어카운티교육구·프린스조지카운티교육구, 일리노이주 시카고교육구 등은 교육구 내 네트워크에서 챗GPT 사용을 차단 또는 차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시교육구는 성명에서 “챗GPT는 학생이 학습하는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인공지능이 생성한 답변에도 정확성이 우려된다”며 “챗GPT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빠르고 쉽게 제공하지만,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학업을 성취하는 데는 여전히 해결돼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부정행위 교육계 논란 확산 프린스조지카운티교육구 일리노이주 식별 프로그램

2023-02-03

[독자 마당] 희한한 세상

‘희한(稀罕)’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그 의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로 ‘매우 드물거나 신기한’을 뜻합니다.     지금 우리는 참 희한한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할 수 있으면 대면을 피하며 살라고 합니다. 입을 막고 말을 하라고 합니다. 할 수 있으면 사람 간 접촉도 피하고 악수도 주먹으로 하라고 합니다. 식당에서 먹을 때도 거리를 두고 앉으라니, 정담을 나눌 생각을 하지 말고 살라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손주들을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도 자식이 가겠다는 말을 못하고 피차 왕래가 없이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생활이 오래되다 보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복장도 전 같이 차려 입지 않으니, 상대가 누군지 분별이 안 됩니다. 인사도 쭈뼛거리며 눈인사로 슬쩍 스쳐지나고 나면 왠지 죄송한 마음만 생깁니다.   주일 교회 마당에서의 풍경을 보면 참으로 세상이 얄궂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살기를 햇수로 3년에 들어섰습니다. 교회 예배 참석은 안 해도 괜찮은 것으로 묵계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을 너무 아프게 하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사람인데, 이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사람 같은 생각을 하지 말고, 사람다운 사랑도 하지 말고, 아픔을 말 하거나 남의 아픔을 듣지 말고, 정을 나누며 먹고 만나지도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까?   교육계, 정치계, 의료계, 과학계, 종교계 지도자들도 해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늘의 섭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면서 코로나19가 빨리 끝나기 만을 기원합니다. 변성수·교도소 선교사독자 마당 주일 교회 교회 예배 교육계 정치계

2022-02-08

[삶과 추억] '한인 교육계 대모' 매리 손 여사

지난 10일 오전 하와이의 딸 자택에서 사망한 한인 최초의 소셜워커이자 교육계의 대모인 매리 리 손 여사(사진.94)의 생전 사회 활동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본지 7월 12일자 A-4면> 특히 인재 양성에 힘쓰고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치력 향상에 보이지 않게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인 커뮤니티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올림픽 2연패 신화를 쓴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인 새미 리 박사의 누나인 손 여사는 1939년 USC를 졸업한 후 이스트 LA의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한인타운의 윌튼플레이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며 후세 양성에 힘을 쏟았다. 특히 그녀는 모교인 USC 동문회 산하에 '매리 손 장학금'을 설치해 사회학과 의대 법대 전공자 중 우수 학생들을 선정해 매년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이 장학 프로그램을 위해 그녀는 생일을 맞을 때마다 주위 가족은 물론 친척과 친구들에게 축하 선물 대신 장학금 지원을 부탁했을 만큼 교육에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이같은 손 여사의 뜻을 잇기 위해 가족들도 손 여사의 장례식에 부고나 조화를 생략하고 장학금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다. 한인 교육자들의 모임인 '한인교육자연합회(KAEA)'을 세운 설립자이가도 한 손 여사는 교육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가주는 물론 워싱턴D.C.의 주요 정치인에게 로비활동을 벌이며 커뮤니티 활동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패서디나의 아태박물관에 주요 기부자일 만큼 문화를 알리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손 여사는 쿠바출생의 한인 2세인 허버트 손씨와 결혼해 슬하에 마이클 데비 캐서린 허브 주니어 등 네 자녀를 두었다. 가족들은 9월쯤 USC에서 추모식을 가질 예정이다. ▷문의: DebbieShon@gmail.com Attn: Mary Shon Scholarship USC Alumni Association: 635 Childs Way ALM 0461 LA CA 90089

201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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