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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전 알린 K발레 진수 ‘심청’ 상영

  한국 고전을 전세계 알린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 공연 상영회가 LA에서 열린다.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은 서울 예술의전당(SAC)과 공동으로 발레 ‘심청(포스터)’ 상영회를 개최한다.   공연예술 콘텐츠 상영회 ‘K발레 오페라 시리즈’ 마지막 작품으로 오는 10일 오후 7시 문화원 아리홀에서 열린다.     아름다운 음악과 한복을 활용한 화려한 의상, 그리고 무용수들의 뛰어난 테크닉과 표현력으로 1986년 국립극장 초연 후 전 세계 15개국 40여 개 도시에서 K발레의 위상을 높였다.     창작발레의 자존심이라 일컬어지는 ‘심청’은 눈먼 아버지를 봉양하기 위해 선원들을 따라 배에 오르는 심청의 간절한 효심과 함께 선원들의 역동적인 군무가 명장면으로 꼽힌다.     심청과 용왕의 ‘문라이트 파드되’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경쾌한 스텝과 점프, 부드러운 팔동작, 다양한 리프트 동작 등이 K발레의 진수를 보여준다.     심청 역에는 박상원, 왕역에 이현준, 선장역에 이동탁, 용왕역의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등이 출연한다.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은 “발레 ‘심청’은 K발레의 기량뿐만 아니라 K스토리, 한국의 ‘효’를 알리는 중요한 작품”이라며 “한복을 입고, 토슈즈를 신은 심청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영은 무료로 사전 예약은 KCCLA 웹사이트(kccla.org)에서 가능하다.     ▶주소:5505 Wilshire Blvd. LA   ▶문의:(323) 936-7141   이은영 기자  발레 한국 정상원 la한국문화원장 k발레 진수 한국 고전

2024-10-06

[열린광장] 한인 팬도 화제의 연극 만났으면

요즘 서울에서는 일생 꼭 봐야 할 고전 연극 3편이 동시에 무대에 올려져 많은 연극 팬을 설레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 ‘벚꽃동산’ (연출 사이먼 스톤)이 지난 6월 4일 부터  LG아트센터서울에서 먼저 포문을 열었고, 이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연출 손진책)이 6월 9일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또 다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인 ‘맥베스’(연출 양정웅)는 7월 19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다. 이들 연극은 최고의 연출가와 스타 배우들이 완성해 낸 완벽한 공연이라는 평단의 찬사를 듣고 있으며, 공연이 시작된 작품들은 전석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니 화려하다.‘벚꽃동산’에는 칸의 여왕 전도연과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등이 주요 배역으로 캐스팅되었고, ‘맥베스’에는 국민배우 황정민과 송일국, 김소진이, ‘햄릿’에는 대한민국 연극상 중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이해랑연극상’의 역대 배우 부문 수상자가 11명이나 출연한다. 이들 중 이호재,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재건, 김성녀, 연출 손진책은 지난 30년 동안 에이콤이 LA 초청 공연을 했던 ‘MBC 마당놀이 심청전’, ‘피의 결혼’, ‘피고지고 피고지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지나’,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장수사회’, ‘어머니’, ‘벽속의 요정’ 등의 작품을 통해 한인 연극팬들과도 만났던 연극인들이다. 연극계의 대가들이 총 출동해 고전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 연극들에 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 연극 팬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한인 연극 팬들을 위한 몇몇 초청 연극이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마당놀이 인간문화재 윤문식이 출연한 극단 시민극장의 ‘싸가지 흥부전’(장명수 각색, 장경민 연출)이, 그리고 2019년에는 수상한 할아버지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다른 최주봉, 양재성, 윤문식 공동 주연의 ‘할배열전’(김지훤 작, 주호성 연출)이 LA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윌셔이벨극장에서 모든 관객을 울렸던 극단 글로브의 가족연극 ‘동치미’(작 ·연출 김용을)가 우리가 만난 마지막 작품이다. 그때 객석을 가득 메운 한인 연극 팬들은 공연이 끝난 후 한목소리로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좋은 연극을 만나 마음껏 향유하며 연극의 진수를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 특구인 대학로에는 120여 개의 소극장이 있어 365일 연극 공연이 있다. 하지만 미주 한인들은 우리말 연극을 접할 기회가 적다. 따라서 한인 연극인들의 공연이나 한국 극단의 초청 공연이 갖는 의미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서울에서 뜨겁게 공연 중인 고전 연극들을 미주의 한인 연극 팬들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광장 한인 팬도 한인 연극팬들 대한민국 연극상 고전 연극

2024-06-24

[손영아의 열려라 클래식] 세계 누비는 K 오페라 가수들의 활약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해외 어느 오페라 무대에 한국인 가수가 서게 되면 음악계의 큰 화제였다. 그나마 대부분 소프라노였고, 남자 가수가 세계적인 오페라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 기악 연주나 솔로 무대와 달리 오페라에서는 체력이나 신체 조건, 또 언어와 성량 등이 아무래도 동양인에게는 핸디캡이 되던 때였다.     오페라는 노래 실력은 당연하고 연기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 남자 성악가들은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경우가 드물다 보니 타고난 목소리로만 승부를 걸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원어로 대사까지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바리톤이나 베이스는 그 역할이 중후한 위치나 나이의 역할인 경우가 많아서 동양인이 연기하기엔 보이는 조건과 성량이 아무래도 서양 가수들보다 부족한 편이었다.     그런데 요즘 무대에서는 그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많은 남자 성악가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대중음악 분야였다면 아마도 꽤 시끌벅적할 만한 무대들이다.     LA 오페라가 2023/2024 시즌에 준비한 베르디의 ‘La Traviata(춘희)’를 관람하기 위해 뮤직센터에 갔다. 오랜만에 고전 오페라를 보려고 갔다가 의외의 두 한인 가수를 만났고 그들의 활약에 무척 감동하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인공은 알프레도의 아버지 조르지오 제르몽 역을 맡은 바리톤 윤기훈 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양대학교를 수석 졸업한 후 독일 유학 준비 중 이탈리아에서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에게 발탁되어 LA의 도밍고-콜번-스타인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주요 오페라의 주역 커버로 시작했을 만큼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다. 그의 개인적 역량이 대단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무엇보다 이날 본 ‘춘희’에게서의 그의 활약은 그 누구보다 많았던 모든 관중의 박수갈채가 입증했다.     이날 주역인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시 무척 훌륭했다. 그러나 오페라는 노래뿐만 아니라 비주얼 역시 무시할 수 없기에, 그런 면에서 볼 때 두 주역의 캐스팅은 너무나 의외였다.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알프레도는 처음엔 음이 들떠있어서 불안하더니 나중엔 꽤 지친 음색이었다. 반면 병들어 쓰러져 죽어가는 비올레타는 연약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쉬웠지만 그 모든 걸 무시할 만큼 무대의 품격을 높여준 사람은 바로 제르몽 역을 맡은 바리톤 윤기훈 씨였다. 또한 알프레도의 친구 가스통으로 나오는, 보스톤 뉴잉글랜드 음악원 출신의 오페라 가수 테너 줄리어스 안의 연기와 노래도 눈에 띄었다. 한국인으로서 더욱 만족스러웠던 점은 유럽이 배경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두 가수 모두 전혀 이방인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체격이나 연기력 등도 탁월했고 특히 성량은 그 어떤 가수들보다 탁월하게 뛰어났다.     LA 오페라의 음악감독 제임스 콘론이 거의 모든 작품의 주역으로 한인 성악가들을 초대한 것만 봐도 한인 오페라 가수들의 위상을 짐작게 한다. 오는 2024/2025 시즌 개막작인 푸치니의 ‘나비부인’의 주역에 발탁된 소프라노 카라 손을 비롯한 13년 만에 LA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테너 듀크 킴이 로미오를 맡는다. 이젠 외모나 언어, 성량 등 그 어떠한 조건도 핸디캡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 오페라의 가수들이다.  손영아 디렉터 비영리 공연기획사 YASMA7클래식 오페라 가수들 오페라 무대 고전 오페라

2024-06-02

볼더 국제영화제 2월 29일~3월 3일 열린다

 볼더 국제영화제(Bould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BIFF)가 오는 2월 29일(목)부터 3월 3일(일)까지 볼더 다운타운 소재 볼더 극장을 중심으로 나흘간 열린다. 특히 올해는 창설 20주년을 맞아 한층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덴버 CBS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페스티벌은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영화제 중 하나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 BIFF에서는 25개국에서 총 7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2개의 특별 커뮤니티 이벤트도 개최된다. 매년 관객, 언론 및 영화업계 관계자 등 2만5천여명이 참석하는 BIFF의 공동 창립자중 한명인 로빈 비크는 “올해는 예년보다 더 많은 50여명의 영화 제작자들과 인기 배우 등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위해 볼더에 온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BIFF의 인기 있는 경쟁 이벤트인 ‘CineCHEF 2024’는 2월 29일에 시작된다. 8명의 콜로라도 출신 셰프가 자신이 좋아하는 고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요리를 만든 다음 참석자들의 평가를 놓고 경쟁한다. 헐리우드 리포터의 스캇 페인버그가 올해로 3년째 그의 ‘Awards Chatter’ 팟캐스트를 위해 참석하며 녹음을 위해 특별 유명 게스트도 초대될 예정이다.       BIFF 공동 창립자인 캐시 비크는 “‘Wildcat’이라는 최신 영화에 출연한 배우 로라 리니가 참석하게 돼 정말 기쁘다. 이 영화는 작가 필래너리 오코너에 관한 영화로 이산 호크가 감독을 맡았다. BIFF는 리니에게 뱅가드상을 수여하고 심사가 끝난 뒤 인터뷰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IFF 오프닝 나이트는 항상 2개의 파티가 열리는 레드 카펫 갈라(Red Carpet Gala)다. 하나는 호텔 볼더라도에서, 다른 하나는 렘브란트 야드에서 열린다. 5280 브라스 밴드는 파티부터 볼더 극장까지 참석자들을 ‘세컨드 라인 스타일’(second line style/모든 참석자들이 밴드의 연주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며 행진하는 것)로 이끌게 된다. 로빈 비크는 “로버트 드 니로와 바비 카나베일이 주연을 맡은 ‘Ezra’라는 영화로 오프닝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영화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룬 멋지고 놀라운 영화다. 또한 영국 여왕과 좋은 관계를 맺은 캘리포니아 출신 말 조련사에 관한 ‘The Cowboy and The Queen’이라는 실제 왕족이 등장하는 영화로 클로징한다”고 소개했다.       BIFF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지역사회에 감사를 표하는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캐시 비크는 “그동안 영화제를 찾아주고 지원해준 지역사회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몇몇 고전 영화와 유명 인사들의 동영상 등을 e-Town Hall에서 무료로 상영할 예정이다. 펄 스트리트 몰에서 케이크와 함께 생일 파티도 갖는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올해 BIFF에서는 모험 영화관, 싱어송라이터 쇼케이스, 청소년 단편 영화 경쟁 등이 열리며 콜로라도 영화제작자들이 만든 4개의 세계 초연, 5개의 미국 초연 영화를 비롯해 총 18개의 작품이 상영된다. 한편, BIFF 입장 티켓은 온라인(boxoffice.biff1.com)에서 판매중이며 영화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웹사이트(https://biff1.com/)를 참조하면 된다.   이은혜 기자국제영화제 프로그램 영화업계 관계자 biff 오프닝 고전 영화

2024-02-23

[아름다운 우리말] 고전 읽기 방법

저는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전(古典)을 읽다가 보면 어휘의 기원이나 쓰임을 발견하게 되어 좋습니다. 때로는 처음 읽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두 번, 세 번 읽으면서 보이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같은 것을 보아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보는지에 따라서 경험이 달라집니다. 독해력이라고 하는 것도 알고 보면 여러 번 읽었을 때와 한 번 읽었을 때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겁니다. 본인이 독해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여러 번 읽으면 됩니다. 한 번에 이해한 것이 꼭 좋은 것도, 맞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최근 맹자(孟子)를 공부하면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맹자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 읽고 있으면서도 다음에 또 읽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고전의 장점일 겁니다. 고전은 여러 번 읽어야 하는 책이고, 여러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그래서 고전은 빌려서 읽으면 안 됩니다. 두 번 보기가 어렵고, 메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두기도 어렵습니다. 가까이 두고 여러 번 보려면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해서 옆에 두어야 합니다.   사실은 한 권만 있어서도 안 됩니다. 원문은 같다고 하더라도 번역이 달라지거나 해석이나 주석이 달라져 있다면 여러 권이 있어야 조금 더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의 종류를 달리하며 읽고 생각하고 또 읽는 것은 고전 독서의 묘미입니다. 고전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보통 여러 판본이 있고, 다양한 해석과 주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논어에 대한 책은 몇 권이나 될까요? 여러 권 읽다 보면 나를 잘못 이끄는 해석을 하나씩 멀리하는 능력도 갖추게 됩니다.   다른 언어로 된 책을 함께 보는 것도 매우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맹자라면 당연히 한문으로 된 책도 같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저는 꼭 한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한글 맹자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읽지도 못하는 한문책을 부여잡고 끙끙거리고 끝까지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쉬운 번역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찾아보면 좋은 한글 번역이 있습니다. 저는 이을호 선생의 ‘한글 맹자’를 권합니다.   그런데도 저는 한자로 읽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원래의 문장을 읽으면 새로운 느낌이 나기 때문입니다. 한문으로 된 좋은 고전이 많으니 시간을 내어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맹자에 대한 일본어 해석이나 영어 해석도 좋습니다. 다른 언어로 읽으면 더 자세히 읽게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저는 요즘 맹자를 한글, 한문, 일본어로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 전에는 슬쩍 지나간 많은 내용이 좀 더 뚜렷이 다가옵니다. 다른 말로 읽으면 더 깊게 여러 번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혼자 읽지 말고 좋은 사람과 같이 읽는 게 좋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보다는 몇 명 정도가 적당합니다. 저의 경우도 맹자를 두 명이서 같이 공부합니다. 물론 한 분은 저의 선생님이기에 배운다고 하는 게 맞겠습니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도 공부하면서 많이 배운다고 하시니 같이 공부한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함께 공부하면 그 순간에 새로운 해석과 생각이 떠오릅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언어는 이렇게 나누면 힘을 발휘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배운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게 좋습니다. 가르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죠. 사실 공부하면서 제일 많이 배우는 사람은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가르치면서 배웁니다. 고전은 특히 그렇습니다. 저도 열심히 배워서 누군가에게 맹자를 가르칠 날이 오기 바랍니다. 지금은 그저 공부한 내용을 가족에게도 이야기하고 친구와 제자들에게도 전합니다. 때로는 글을 써서 생각을 나누기도 합니다. 전하면 내 속에 더 오래 남는 이점도 있습니다. 나누었는데 더 크게 남는 기적입니다.   고전을 읽는 것이 시험이면 재미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고전은 읽고 싶을 때 읽어야 합니다. 억지로는 안 읽는 편이 낫습니다. 억지로의 세상에서는 깨달음은 없습니다. 오히려 고전을 멀리하는 이유가 되죠. 고전이 읽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고전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지금 내 삶이 지치고 힘들다면 고전 읽기를 권합니다. 배움의 기쁨을 알게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고전 방법 고전 이야기 고전 독서 고전 읽기

2023-12-03

"고전 명작 영화 한글 자막으로 보러 오세요"

고전 명작 영화를 한글 자막과 함께 무료로 볼 수 있는 상영회가 11월 한달간 개최된다.     둘루스 위치한 카페로뎀이 오는 5일부터 매주 일요일 명작 영화 네 편을 상영하는 '좋은영화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페스티벌은 애틀랜타 한인들에게 좋은 영화를 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영화를 직접 선정하는 카페로뎀의최진묵 목사는 이민 가방에 영화 비디오를 가득 담아올 정도로 '영화광'이다. 그는 동포사회가 필요로하는 영화, 따뜻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매해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1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주제는 '자유와 인간을 생각하다'다. 적절한 영화를 고르기 위해 1년 내내 고민했다"고 밝혔다.     5일은 쇼생크 탈출(1971년작), 12일은 황야의 7인(1960년작), 19일은 아무르(2012년작), 26일은 닥터 지바고(1965년작)를 상영한다. 모든 영화를 블루레이로 상영해 화질과 음향이 뛰어나며, 한글 자막이 나온다.     최 목사는 '아무르'를 고를 때 고민이 많았다고 언급하며 "노인 주인공의 고민,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루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라고 전했다.     상영회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팝콘과 음료도 무료로 무제한 제공된다. 객석은 50여석 마련될 예정으로, 선착순이다.   제임스 송 이사장은 "삭막한 이민 생활에 쉼터 같은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영화를 보러 오시라"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앞으로 한국의 고전 영화, 흑백 영화 등 더 다양한 장르 영화를 선정해 상영회를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의= 404-643-6633,카페로뎀 주소= 3585 Peachtree Industrial Blvd. #128  윤지아 기자고전 명작 고전 영화 한글 자막과 영화 비디오

2023-11-01

[아름다운 우리말] 고전과 대중음악의 섞임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요새 음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뒤섞인 탈 장르의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서로 크로스오버(Cross over)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끔 유튜브나 TV에서 스페인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를 부르고 러시아 합창단이 ‘황성 옛터’를 부르고 어떤 때는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당황하곤 합니다.     제가 자랄 때는 딴따라 음악이니 딴따라 노래니 뽕짝이니 하면서 트로트 노래를 경시했고 노래는 오페라의 아리아나 클래식을 불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새 클래식과 대중가요가 크로스오버하여 그 경계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요새 TV에서는 트로트의 리바이벌 바람이 부는지 젊은 가수, 아니 어린 가수들이 반세기도 넘은 ‘신라의 달밤’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타향살이’를 구슬프게 부르는가 하면 십 대의 여자애들이 ‘섬마을 선생님’이나 ‘동백 아가씨’를 불러서 대중들의 환호를 얻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클래식 가수가 나와서 ‘넬라 환타지아’를 부르고는 바로 연달아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나르면’을 불러 나를 아연하게 했습니다.     한 일 년 전입니다. 고전 소리를 하는 송소희라는 가수가 나와 ‘두만강 푸른물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조명도 좋았고 분위기도 화려했지만 그가 부르는 ‘두만강 푸른 물에’는 어는 순수음악보다도 우리에게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속에 공감을 일으키고 사람의 영혼에 영감을 일으켜 준다면 구태여 딴따라니 뽕짝이니 하면서 낮게 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 제가 학생 때는 누구는 대중소설가이고 누구는 순수문학가라고 하면서 차별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이광수 선생이나 황순원 선생은 순수문학가이고 방인근 선생이나 정비석 선생, 김래성 선생을 대중문학가라고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대중음악이고 무엇이 순수음악일까요.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파바로티가 부르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순수음악이고 정훈희가 부르던 ‘안개’는 대중음악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이를 크로스오버하여 혼합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탈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기는 팝페라라고 하여 오페라의 아리아와 팝송을 섞어가며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안드리아 보첼리도 팝페라 가수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임형주라는 팝페라 가수의 발표회에 가본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송은혜니 유지희, 박상우 같은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순수 음악인가 대중음악인가 하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트로트 음악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집에 갔다가 TV에 나오는 소녀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 음악을 듣는데 집주인 여자분이 그저 혼잣소리로 “저런 재능을 왜 딴따라에 썩힐까, 음악(아마 순수음악을 가르쳤을것입니다)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속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수필은 순수문학일까 대중문학일까요. 나는 남에게 읽히지 않는 순수문학보다는 남들이 읽고 동감하는 대중문학에 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처럼 몇 사람에게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신라의 달밤’처럼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글을 썼으면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아름다운 우리말 대중음악 고전 순수음악보다도 우리 클래식 가수 팝페라 가수

2022-09-14

상상력·분석력 높이고 창의력 기르는 '영양제'

현대 교육의 지향점은 평등과 공정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교과 과정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평균적인 교육을 추구한다. 학부모에 따라서는 이런 교육에 반감을 품고 자녀를 초중고부터 사립학교로 보내 남다른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물론 획일적인 교과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굳이 사립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공립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 바로 책읽기를 통해서다. 교과과정에서 제공되는 부교재들인 고전을 읽고 안 읽고는 학생인 자녀들의 자유다. 이런 측면에서 고전읽기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남다른 생각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다.  두뇌 과학 전문가인 안진훈 박사가 공개한 고전읽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소개한다.     고전을 뜻하는 classic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루해 보인다. 고전 명작을 읽으라고 하면 당연히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고전은 오래토록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최고의 걸작들이다.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들은 모두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있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고전은 쉽지 않은 책들이다. 뇌과학 전문가인 안진훈 박사는 그의 2014년 저서 '고전은 내친구'에서 고전 읽히기의 중요성을 다른 실용적인 측면에서 강조했다. 아이의 뇌는 쉽게 환경에 적응하며 그렇기 때문에 쉬운 책을 읽어 주면 쉬운 책에 적응하여 낮은 수준에 머물고, 비슷한 수준의 책을 읽히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뇌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의 고전 읽히기 해법은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고전을 읽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고 한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 나가면 아이의 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전은 좌뇌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뇌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도 확실하게 키워준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선 책읽기는 2차원적인 생각을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로 생각하는 읽기가 필요하다. 내용을 깊이 이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분석력이 동시에 좋아지는 이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면,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른 직후에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라는 문장을 읽고 요약하면, 1차원적인 생각에 머무는 학생은 '먼저 프랑스 혁명기념식이 있었고 그 다음에 히잡 사건이 일어났다'라고 시간적 선후 관계로만 파악한다. 하지만 2차원적인 생각이 가능한 경우, 저자의 생각을 찾아낸다. 저자는 프랑스가 앞에서는 자유를 상징하는 프랑스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뒤돌아서서는 이슬람 소녀들이 학교에 히잡을 쓰고 온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시킬 정도로 타민족의 자유를 짓밟는 이중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은 '프랑스의 윤리적 이중성 고발'이다.   다시 말해서 고전 읽기를 통해서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고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책을 통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며 이는 바로 2차원적인 생각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전은 지식을 직접 알려 주기보다는 지식을 다룰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재료다. 오늘날 같이 정보와 지식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는 정보를 알아보는 충분한 기준이 없으면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세계에서는 자녀들이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확고한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   고전은 시대를 변화시키거나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작가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대중문화의 한축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중 하나다. 최근까지도 영화화되면서 대중을 감동시킨 책이지만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상황을 매우 잘 설명해 준다. 또한 미국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현지에서 직접 생활하는 것보다 허먼 멜빌의 '백경(모비딕)'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고교에서는 고급 영어 수업시간에 다양한 고전들을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의해서 고전 명작들을 소개하는 요약물들이 많이 제공되고 있다. 마치 읽지도 않은 책을 읽은 것처럼 말하는 영악한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단순한 내용 파악과 교훈, 의도 등을 달달 외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고전을 통해서 익혀야 하는 2차원적인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실제 읽고 생각하고 깨달은 학생이 훨씬 수준이 높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학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이라면, 읽은 책이 별로 없어도 수준 높은 사고를 하는 학생을 뽑을 것이다.   전문가 추천 고전 도서   ▶고전이 알려주는 인간의 본성(괄호안은 저자와 고전명, '고전은 내 친구' 선정)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그럴리 없어(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임금님은 포커페이스(한비/한비자)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기 마련이야(괴테/파우스트) 결국 악과 싸우는 것은 악에 불과해(윌리엄 골딩/파리대왕) 까마귀가 날면 배 떨어질까?(데이비드 흄/오성에 관하여) 인간은 희망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존재(사뮈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 눈을 가리면 왜 양파가 사과처럼 느껴질까?(르네 데카르트/성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악한 사람의 돈을 뺏는 건 죄일까?(도스토예프스키/죄와벌) 내가 따뜻하다고 느끼면 따뜻한 걸까?(프랜시스 베이컨/신기관) 자비의 리더십 vs 두려움의 리더십(니콜로 마키아벨리/군주론) 공자도 지키기 어려워한 덕목 '중용'(자사/중용) 사람을 시험하려면 '권력'을 갖게 하라(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드) 혼자선 도덕적, 모이면 비도덕적?(라인홀드 니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사회의 질서는 '괴물'때문에 유지됐다?(토머스 홉스/비바이어던)   ▶고전을 통해서 배우는 삶의 지혜   우리는 모두 색안경을 끼고 있어(노자/도덕경) 어린왕자에게도 SNS친구가 있었다면?(생텍쥐페리/어린왕자) 아첨하는 딸과 진실한 딸(윌리엄 셰익스피어/리어왕) 공자는 폴리페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공자/논어) 시시포스는 정말 불행하기만 했을까?(알베르 키뮈/시시포스의 신화) 왕의 법을 따를 것인가, 신의 뜻을 따를 것인가(소포클래스/안티고네) 힘을 쓸 때는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주역) 달은 꿈, 6펜스는 현실(서머셋 모옴/달과 6펜스)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자신을 다스리는 법과 같다(대학) 위대한 개츠비가 정말 '위대했던' 이유(프랜시스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벽암록) 성공한 사람의 허영심은 그를 알아볼 수 없게 하지(로베르트 발저/벤야멘타 하인학교)  문제 앞에서 절망할 것인가, 혹은 정원을 가꿀 것인가(볼테르/깡디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막스 베버/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세 치 혀로 흥한 사람, 세 치 혀로 망한 사람(플루타르코스/수다에 관하여)   ▶고전으로 세상 읽기   아빠는 '현금지급기' (프란츠 카프카/변신) 된장녀 vs 된장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50년 전에 예고된 화학 물질의 재앙(레이철 카슨/침묵의 봄) 노력 없이 얻은 법은 황새가 데려온 자식과 같다(루돌프 폰 예링/권리를 위한 투쟁) 일본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로제 카이와/놀이와 인간) 빈민 어린이 합창단의 기적(순자/순자) 병든 세상에 중독된 사람들(루쉰/아큐정전) 역사는 사실일까, 선택된 것일까(에드워드 카/역사란 무엇인가) 경제를 바라보는 창조적 시선(애던 스미스/국부론) 자연은 인간의 필요를 채워 주지만 탐욕은 채울 수 없다(에른스트 슈마허/작은 것이 아름답다) 눈앞의 현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허먼 멜빌/모디빅)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살아가기(에리히 프롬/소유냐 존재냐) 철학 없는 교육, 피폐한 아이들(오노레 드 발자크/고리오 영감) 죽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토머스 모어/유토피아) 장병희 기자상상력 분석력 고전 명작들 프랑스 혁명정신 저서 고전

2022-06-26

[문화 산책] 고전의 위대한 힘

아주 낯익은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뿔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척 멋쩍고 미안하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도 그런 경우가 있다. 매우 귀에 익은 음악인데 곡명이 가물가물,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아물아물하다. 작곡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런 나에게 전문가의 조언은 큰 위로가 된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감상하면 됩니다. 음악은 지식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 정말 반가운 말씀이다.   음악에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구분이 있다. 물론 문학에도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또는 상업문학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미술에서도 순수미술과 생활미술 또는 실용미술은 여러 모로 다르다. 무용도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감상을 위한 것도 있고, 사교춤처럼 직접 즐기며 추는 춤이 있다.   이런 구분은 예술의 사회적 위치나 기능, 작가의 마음가짐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 작품의 쓰임새나 모양에 관한 것이다. 이런 구분을 고급 문화, 저급 문화의 구별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존재 이유나 소비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고전(古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우리말로는 고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고전의 시대가 아니다. 석학 이어령 선생의 진단이 맞다. 쓸쓸하다. “책이 페이스북을 못 이기고, 철학이 블로그를 못 이기고, 클래식 음악이 트로트를 못 이기는 시대잖아!”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가벼워져 갈수록 고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고전의 위대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 위대함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고전에 대한 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다. 고전은 절대로 ‘낡은 것'이 아니라 ‘옛것이되 오늘의 것'으로서, 더 나아가 미래에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것의 총칭이다.   고전은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잃어도 그것을 토대로 재건할 수 있는 정신적, 문화적 보고(寶庫)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 고전이 있다. 고전문학, 고전음악, 고전연극, 고전영화, 고전 오페라 등등 오늘날에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명작들이 참 많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긴 시간 투자해 두꺼운 책을 읽고, 교향곡 전곡을 지그시 감상하고, 옛날 그림을 보겠다고 멀리 미술관을 찾는 인간은 ‘희귀동물'이 되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는 노력 필요 없이, 컴퓨터나 손전화기 누르면 온갖 정보가 좌르르 쏟아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예 책을 읽지 않고, 긴 글은 읽지 않기 때문에 짤막한 토막글만 남은 세상이다. 검색은 잘 하는데 사색은 하지 않고, 의미는 외면하고 재미만 찾는다.   그런 세상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만들고 누리고 있는 문화 예술 작품이 얼마나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까를 조금은 고민하자는 말이다. 문화 예술을 쓰고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다.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정신적 문화적 소산, 즉 고전이 자라날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후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고전 고전문학 고전음악 고전영화 고전 문화 예술

2022-04-07

“키예프 초토화될 수도”…러시아 고전 속 조바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아직 수도 키예프를 점령하지 못했다.   외신에 따르면 1∼4일 만에 키예프를 함락할 것이라는 당초 서방의 전망과 달리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저항과 보급 차질로 러시아군은 고전하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과 국방부 관리들은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격의 강도를 즉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수많은 전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식통은 “우크라이나군이 아무리 저항한다 해도 순수하게 군사적, 전술적 관점에서 보면 러시아가 키예프를 장악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에워쌌던 러시아군의 약 4분의 1이 아직 투입되지 않았고, 푸틴 대통령이 아직 공습이나 장거리 미사일, 포격 등도 명령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 국방부 한 고위 관리는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향한 더딘 진격에 실망해 전술 재평가를 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는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하리코프 북동부에서는 적어도 한 곳 이상 민간인 거주지역에 로켓을 발사해 민간인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비윤리적 대량살상무기로 통하는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이 우크라이나 쪽에서 나오기도 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28일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는데 이는 실제로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돼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키예프 초토화 러시아 고전 블라디미르 러시아 주재 우크라이나

2022-02-28

[영화몽상] 고전적 비극과 고전적 영화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관한 한 메릴 스트리프는 난공불락이다. 수상 횟수는 3번(여우주연 2번, 여우조연 1번)이지만, 후보에 오른 횟수는 무려 21번(여우주연 17번, 여우조연 4번)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후보에 오른 배우가 캐서린 햅번(1907~2003)과 잭 니컬슨인데, 각각 12번으로 메릴 스트리프의 절반 정도다.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1900~1967), 폴 뉴먼(1925~2008), 알 파치노, 덴절 워싱턴 등이 9번이다.   이중 덴절 워싱턴은 ‘맥베스의 비극’으로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애플TV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이 바탕이다. 실제 영화 역시 연극적 분위기가 강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문체이고, 배경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 실내 공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단순하다.   동시에 할리우드 고전 흑백영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영화 자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단순화한 공간에 강한 조명을 더해 흑과 백을, 빛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이 강렬한 명암은 자신이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던컨 왕을 죽여 스스로 예언을 실현하지만, 광기와 죄책감에 스스로 파멸해가는 맥베스 부부의 비극에 더없이 어울린다. 감독은 조엘 코엔.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늘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였던 그가 처음으로 혼자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와 거리가 있던 그를 ‘맥베스’로 안내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자, 극 중 맥베스 부인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지난해 ‘노매드랜드’를 포함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은 그의 출발도 연극무대였다.   셰익스피어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오셀로’의 무어인 장군이라면 몰라도, ‘맥베스’의 스코틀랜드 왕을 덴절 워싱턴이 연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한 건 처음이란다. 한데 따지고 들면 맥도먼드도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 출신이다. 이 영화에선 맥베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인물 맥더프와 그 가족들 역시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고전영화의 분위기로 새롭게 구현한 이 영화에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기괴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캐슬린 헌터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는 없다. 물론 아카데미상이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이후남 /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고전 비극과 고전적 비극과 할리우드 고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022-02-16

[문화 산책] 지혜로운 독서법을 찾아서

 나는 지금까지 책을 몇 권이나 읽었을까?   그동안 적어 놓은 독서목록을 살펴보니 일주일에 한 권, 그러니까 평균 1년에 50권 정도 읽은 셈이니 그동안 읽은 책이 3500권 가량 된다는 계산이다. 보통 생활인으로 치면 제법 많은 양일지도 모르겠지만 글쟁이의 처지에서는 부끄러운 독서량인 것 같다. 평생 다섯 수레의 책을 읽으라는 옛 말씀에 따르더라도 턱없이 부끄럽다.   물론, 읽은 책의 권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었는가 일 텐데, 그런 점에서는 크게 부끄럽지 않지만 이 역시 폭이 너무 좁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이 들수록 책읽기도 둔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눈도 어두워지고, 읽는 속도나 집중력 독해력도 떨어지니, 새로운 독서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읽을 책의 선정이나 읽는 방법 등도 나이에 맞게 바꿔야할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듣는 ‘오디오북’은 사양하겠다. 책은 읽는 것이지 듣는 것이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읽는 쾌감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눈이 보일 때까지는 돋보기를 들이대면서 느릿느릿이라도 읽을 생각이다.   이렇게 헤매는 중에 한 원로 석학의 독서법을 읽고 솔깃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의무적으로 다 읽으려하지 말고,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서 읽고 재미없는 부분은 건너뛰며 읽으라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한다.   “목장에서 소가 풀을 뜯는 걸 봐도 여기저기 드문드문 뜯어. 풀 난 순서대로 가지런히 뜯어먹지 않는다고.”   그러면서 나비나 벌이 꽃에서 꿀을 딸 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골자는 책을 의무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재미없으면 던져버리고, 반대로 재미있는 책은 닳도록 읽고 또 읽는다”고 한다.   그것 참 지혜로운 독서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면서 읽어보니 뭔가 찜찜하다. 우선은 책을 쓴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내가 쓴 책을 독자들이 이런 식으로 메뚜기 독법으로 읽는다든지 재미없다고 던져버린다면… 하는 생각도 들어서 서글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척 보고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서 가려낼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그건 천재이거나, 책을 무척 많이 읽은 독서가에게나 가능한 일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독서법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정보나 지식을 얻는 것이나 같은 방법이다. 당장 필요한 것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인데 과연 이런 독서법이 바람직한지 의문이 든다.   더구나 줄거리나 주제가 탄탄하게 이어져 있는 문학작품을 이런 식으로 읽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식의 독서로는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고, 자칫하면 문학에 대한 모독이 될 수도 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을 떠올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독서는 힘들여 고생스럽게 해야 하는 인생공부라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제부터는 새로 나온 책들을 허겁지겁 찾아다니며 넓게 읽기보다는, 우물을 파듯 차근차근 물이 나올 때까지 깊게 파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올해는 동서양의 고전 문학작품을 다시 읽기로 독서 계획을 세웠다. 읽을 책의 목록을 작성하면서 즐거운 시간에 젖는다. 오래된 책의 냄새, 작품의 향기를 떠올리니 벌써부터 설렌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 산책 독서법 고전 문학작품 읽기로 독서 바람직한지 의문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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