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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고전의 위대한 힘

아주 낯익은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아뿔싸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척 멋쩍고 미안하다.
 
클래식 음악을 듣다가도 그런 경우가 있다. 매우 귀에 익은 음악인데 곡명이 가물가물, 작곡가가 누구인지도 아물아물하다. 작곡가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그런 나에게 전문가의 조언은 큰 위로가 된다.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감상하면 됩니다. 음악은 지식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말, 정말 반가운 말씀이다.
 
음악에는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구분이 있다. 물론 문학에도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또는 상업문학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미술에서도 순수미술과 생활미술 또는 실용미술은 여러 모로 다르다. 무용도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감상을 위한 것도 있고, 사교춤처럼 직접 즐기며 추는 춤이 있다.
 


이런 구분은 예술의 사회적 위치나 기능, 작가의 마음가짐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술 작품의 쓰임새나 모양에 관한 것이다. 이런 구분을 고급 문화, 저급 문화의 구별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저, 존재 이유나 소비 방식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고전(古典)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다각적으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클래식을 우리말로는 고전이라고 한다.
 
지금은 고전의 시대가 아니다. 석학 이어령 선생의 진단이 맞다. 쓸쓸하다. “책이 페이스북을 못 이기고, 철학이 블로그를 못 이기고, 클래식 음악이 트로트를 못 이기는 시대잖아!”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가벼워져 갈수록 고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고전의 위대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 위대함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기 때문이다.
 
고전에 대한 사전의 설명을 빌리면 이렇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다. 고전은 절대로 ‘낡은 것'이 아니라 ‘옛것이되 오늘의 것'으로서, 더 나아가 미래에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는 것의 총칭이다.
 
고전은 시냇물이 아니라 바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고, 모든 것을 잃어도 그것을 토대로 재건할 수 있는 정신적, 문화적 보고(寶庫)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든 예술 분야에 고전이 있다. 고전문학, 고전음악, 고전연극, 고전영화, 고전 오페라 등등 오늘날에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 명작들이 참 많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긴 시간 투자해 두꺼운 책을 읽고, 교향곡 전곡을 지그시 감상하고, 옛날 그림을 보겠다고 멀리 미술관을 찾는 인간은 ‘희귀동물'이 되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뒤지는 노력 필요 없이, 컴퓨터나 손전화기 누르면 온갖 정보가 좌르르 쏟아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아예 책을 읽지 않고, 긴 글은 읽지 않기 때문에 짤막한 토막글만 남은 세상이다. 검색은 잘 하는데 사색은 하지 않고, 의미는 외면하고 재미만 찾는다.
 
그런 세상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만들고 누리고 있는 문화 예술 작품이 얼마나 미래의 고전으로 남을까를 조금은 고민하자는 말이다. 문화 예술을 쓰고 버리는 소비재가 아니다.
 
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정신적 문화적 소산, 즉 고전이 자라날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후대를 위한 우리의 의무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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