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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고전과 대중음악의 섞임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요새 음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뒤섞인 탈 장르의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서로 크로스오버(Cross over)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끔 유튜브나 TV에서 스페인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를 부르고 러시아 합창단이 ‘황성 옛터’를 부르고 어떤 때는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당황하곤 합니다.  
 
제가 자랄 때는 딴따라 음악이니 딴따라 노래니 뽕짝이니 하면서 트로트 노래를 경시했고 노래는 오페라의 아리아나 클래식을 불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새 클래식과 대중가요가 크로스오버하여 그 경계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요새 TV에서는 트로트의 리바이벌 바람이 부는지 젊은 가수, 아니 어린 가수들이 반세기도 넘은 ‘신라의 달밤’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타향살이’를 구슬프게 부르는가 하면 십 대의 여자애들이 ‘섬마을 선생님’이나 ‘동백 아가씨’를 불러서 대중들의 환호를 얻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클래식 가수가 나와서 ‘넬라 환타지아’를 부르고는 바로 연달아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나르면’을 불러 나를 아연하게 했습니다.  
 
한 일 년 전입니다. 고전 소리를 하는 송소희라는 가수가 나와 ‘두만강 푸른물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조명도 좋았고 분위기도 화려했지만 그가 부르는 ‘두만강 푸른 물에’는 어는 순수음악보다도 우리에게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속에 공감을 일으키고 사람의 영혼에 영감을 일으켜 준다면 구태여 딴따라니 뽕짝이니 하면서 낮게 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 제가 학생 때는 누구는 대중소설가이고 누구는 순수문학가라고 하면서 차별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이광수 선생이나 황순원 선생은 순수문학가이고 방인근 선생이나 정비석 선생, 김래성 선생을 대중문학가라고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대중음악이고 무엇이 순수음악일까요.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파바로티가 부르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순수음악이고 정훈희가 부르던 ‘안개’는 대중음악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이를 크로스오버하여 혼합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탈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기는 팝페라라고 하여 오페라의 아리아와 팝송을 섞어가며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안드리아 보첼리도 팝페라 가수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임형주라는 팝페라 가수의 발표회에 가본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송은혜니 유지희, 박상우 같은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순수 음악인가 대중음악인가 하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트로트 음악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집에 갔다가 TV에 나오는 소녀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 음악을 듣는데 집주인 여자분이 그저 혼잣소리로 “저런 재능을 왜 딴따라에 썩힐까, 음악(아마 순수음악을 가르쳤을것입니다)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속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수필은 순수문학일까 대중문학일까요. 나는 남에게 읽히지 않는 순수문학보다는 남들이 읽고 동감하는 대중문학에 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처럼 몇 사람에게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신라의 달밤’처럼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글을 썼으면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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