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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첼라, 올해도 거센 K팝 열풍…르세라핌·에이티즈 등 대거 참가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에서 K팝 가수들이 공연을 선보여 화제다.     지난 12일 코첼라 밸리에서 개최돼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는 K팝 가수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거 참석했다. 지난해 한국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가 아시안 아티스트 최초 헤드라인 무대를 꾸민 가운데 올해도 여러 기록이 세워졌다.     올해 코첼라 무대에 오른 K팝 아티스트로는 여성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 남성 아이돌 그룹 에이티즈, 밴드 더 로즈, DJ 겸 프로듀서인 페기 구 등이다.     에이티즈가 지난 12일 가장 먼저 공연을 펼치면서 코첼라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 남성 아이돌 그룹이 됐다. 에이티즈는 50분간 이어진 무대에서 ‘미친 폼’, ‘세이 마이 네임’ 등 대표곡을 선보였다. LA타임스는 이들의 무대를 두고 “노래, 랩, 춤 등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르세라핌은 한국 가수 중 데뷔 이후 최단 기간에 코첼라 무대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지난 13일 무대에 올라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언포기븐(UNFORGIVEN)’ 등 10곡의 노래를 40분에 걸쳐 들려줬다. LA타임스는 르세라핌의 공연을 두고 “젊은 여성들이 직면하는 완벽함에 대한 압박에 대해 솔직하고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젊은 팬들의 공감을 산다”며 “무대 세트장이 르세라핌을 만나기 위한 팬들로 꽉 찼다”고 전했다.     더 로즈와 페기 구 무대의 반응도 뜨거웠다. LA 타임스는 더 로즈에 대해 “그들의 음악은 록밴드 U2나 1975처럼 풍부하고 섬세하다”고 평했다. 이어서 페기 구에 대해서는 “한국 대중음악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 언더그라운드 클럽 음악에서 자신만의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한편, 르세라핌은 이번 코첼라에서 공연후 라이브 실력 논란이 불거졌다. 온라인에서 생중계된 무대를 본 네티즌들은 “정말 부끄럽다”, “그들의 보컬은 끔찍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르세라핌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는 멋있었다”, “대단한 에너지를 전달했다” 등 르세라핌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   김경준 기자열풍 참가 아이돌 그룹 한국 대중음악 여성 아이돌

2024-04-16

[음악회 가는 길] 하루키 신작 소설과 침묵의 음악

무라카미 하루키 6년 만의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화제다. 작품 속에서 음악을 잘 다루기로 정평이 난 하루키의 신작은 음악팬들에게도 관심사다. 재즈바를 운영했던 하루키는 재즈·팝 등 대중음악 분위기를 잘 살린다. 오자와 세이지와 대담집, 클래식 LP책을 냈을 정도로 클래식에 대한 조예도 깊다.   하루키가 작품에서 최초로 언급한 클래식 음악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이다. 1979년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온다. 『1973년의 핀볼』에는 비발디 ‘조화의 영감’이 흘렀다. 『양을 쫓는 모험』에는 스크랴빈 피아노 소나타 2번과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는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흐른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댄스, 댄스, 댄스』에서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태엽 감는 새 연대기』에서는 로시니 ‘도둑까치 서곡’과 바흐 ‘음악의 헌정’, 『해변의 카프카』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대공’, 『1Q84』에서는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는 리스트 ‘순례의 해’,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모차르트 ‘돈 조반니’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번역가 제이 루빈의 말처럼 하루키는 이들 음악을 ‘정신 속에 존재하는 시간과 무관한 다른 세계, 깊은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최적의 수단’으로 쓰거나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독자들 뇌리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도록 만든다.     그러니 그가 신작에서 어떤 음악을 썼을지 출간 전부터 관심사였다. 막상 읽어보니 전작에 비해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과 존재감은 왠지 희미하다. 400페이지 가까이 침묵 속에서 책장이 넘어간다. 독자의 청각은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예민하게 벼려진다.   이름 없는 커피숍에서 틀어 놓은 재즈 채널에서 나오는 폴 데스몬드·제리 멀리건·쳇 베이커 등의 연주나 역시 FM에서 나오는 이 무지치 연주의 비발디 ‘비올라 다모레를 위한 협주곡’,  보로딘 현악 사중주 등은 직접 음반을 트는 것보다 수동적이어서 창백하게 다가온다. 가끔 ‘모차르트 피아노 사중주가 어울릴 듯한 정경이다’ 등의 우아한 분위기 묘사에 음악이 쓰인다.   끝까지 읽고 나면 하루키의 이번 작품은 그 어떤 전작보다도 고요함을 유지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관현악의 다이내믹함보다는 무반주 독주곡의 정서에 가깝다.     70대의 하루키는 신작에서 침묵도 음악의 한 표현 방법이라고 주장한 걸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활자의 음악’을 의도했을지도 모르겠다. 류태형 /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회 가는 길 하루키 신작 침묵도 음악 대중음악 분위기 클래식 음악

2023-09-20

[아름다운 우리말] 고전과 대중음악의 섞임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요새 음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가 뒤섞인 탈 장르의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서로 크로스오버(Cross over)하며 요동치고 있습니다. 가끔 유튜브나 TV에서 스페인 합창단이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를 부르고 러시아 합창단이 ‘황성 옛터’를 부르고 어떤 때는 ‘두만강 푸른 물에’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당황하곤 합니다.     제가 자랄 때는 딴따라 음악이니 딴따라 노래니 뽕짝이니 하면서 트로트 노래를 경시했고 노래는 오페라의 아리아나 클래식을 불러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새 클래식과 대중가요가 크로스오버하여 그 경계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요새 TV에서는 트로트의 리바이벌 바람이 부는지 젊은 가수, 아니 어린 가수들이 반세기도 넘은 ‘신라의 달밤’이나 ‘굳세어라 금순아’ ‘타향살이’를 구슬프게 부르는가 하면 십 대의 여자애들이 ‘섬마을 선생님’이나 ‘동백 아가씨’를 불러서 대중들의 환호를 얻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클래식 가수가 나와서 ‘넬라 환타지아’를 부르고는 바로 연달아 ‘남쪽 나라 바다 멀리 물새가 나르면’을 불러 나를 아연하게 했습니다.     한 일 년 전입니다. 고전 소리를 하는 송소희라는 가수가 나와 ‘두만강 푸른물에’를 불렀습니다. 물론 조명도 좋았고 분위기도 화려했지만 그가 부르는 ‘두만강 푸른 물에’는 어는 순수음악보다도 우리에게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예술이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속에 공감을 일으키고 사람의 영혼에 영감을 일으켜 준다면 구태여 딴따라니 뽕짝이니 하면서 낮게 볼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전 제가 학생 때는 누구는 대중소설가이고 누구는 순수문학가라고 하면서 차별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은 이광수 선생이나 황순원 선생은 순수문학가이고 방인근 선생이나 정비석 선생, 김래성 선생을 대중문학가라고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대중음악이고 무엇이 순수음악일까요.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이나 파바로티가 부르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순수음악이고 정훈희가 부르던 ‘안개’는 대중음악이라는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젊은 세대들이 이를 크로스오버하여 혼합하고 편집하여 새로운 탈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감탄을 하곤 합니다. 하기는 팝페라라고 하여 오페라의 아리아와 팝송을 섞어가며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다. 안드리아 보첼리도 팝페라 가수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있고 한국에서 임형주라는 팝페라 가수의 발표회에 가본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송은혜니 유지희, 박상우 같은 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순수 음악인가 대중음악인가 하고 논란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트로트 음악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 친구의 집에 갔다가 TV에 나오는 소녀 가수들이 부르는 트로트 음악을 듣는데 집주인 여자분이 그저 혼잣소리로 “저런 재능을 왜 딴따라에 썩힐까, 음악(아마 순수음악을 가르쳤을것입니다)을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고정관념에 속해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쓰는 수필은 순수문학일까 대중문학일까요. 나는 남에게 읽히지 않는 순수문학보다는 남들이 읽고 동감하는 대중문학에 속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처럼 몇 사람에게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신라의 달밤’처럼 많은 사람이 읽어주는 글을 썼으면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아름다운 우리말 대중음악 고전 순수음악보다도 우리 클래식 가수 팝페라 가수

2022-09-14

[파시오네] 위상 높아진 K클래식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김구의 『나의 소원』 )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문화와 예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른바 한류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문화의 힘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드라마 콘텐트로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후 K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계를 단숨에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영화계의 성과도 놀랍다. 그간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유럽 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넘어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업영화의 상징이자 할리우드 영화계를 이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두어 달 동안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의 잇따른 수상 소식은 국내외 클래식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18살의 임윤찬,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양인모 등이 그 주역이다. 정명훈·정경화·조수미·연광철 등 이미 굵직한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한국 음악계는 조성진·선우예권·임동혁·손열음 등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그 영광을 이어갔고 클래식 한류를 이끌고 있다. 또한 철저한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은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유리천장이라 여겼던 유럽의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은 대부분 해외 매니지먼트사의 소속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 클래식 내수 시장이 그들의 기량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그들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국내 매니저먼트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클래식의 주요 무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이기 때문에 국제적 명성을 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자칫 이들을 내한공연을 펼치는 해외 뮤지션과 같이 잠시 다녀가는 스타로만 인식할 뿐 앞서 언급했던 국내 클래식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에도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매니지먼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진출이나 해외 협연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전문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공연 기획 및 제작을 겸하는 공연 기획사의 역할에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유대계는 공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전 세계 클래식계를 주도해 왔고, 일본과 중국은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자국의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도왔다. 오늘날 세계 속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그 사회적 효과를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으로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문화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올해로 개교 30주년을 맞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당시 문화부 장관이었던 고 이어령 선생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당시 왜 문화부에만 전문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느냐는 말에 ‘모내기 신동이 있다면 농림부 학교를 만들겠지만 그런 아이는 없지 않냐’며 예술분야에서는 특출한 재능으로 어른들보다 뛰어난 역량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위한 전문학교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리고 그의 노력은 오늘날 한국 클래식 음악의 성장을 이끌었다. 대중의 사랑을 전제로 성장하는 대중예술과 클래식은 태생적으로 성장 배경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은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을 이야기 할 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클래식계에도 이와같은 대규모의 후원이 필요하다. 세계 속에 인정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그들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하며 국내외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의 매니지먼트사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파시오네 클래식 위상 국내외 클래식계 세계 클래식 세계 대중음악

2022-07-04

[J네트워크]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

지난달 21일 뉴욕 카네기홀 바깥에는 공연 시작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다고 한다. 공연장 객석에 들어가는 대신, 출연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는 이들이었다.   이날 주인공은 영화음악 작곡가인 존 윌리엄스. 올해 90세기 된 그는 2020년과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에서 지휘자로 ‘데뷔’했고, 이날은 드디어 뉴욕에서도 지휘자로 등장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영화음악, 그리고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협주곡은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위촉한 작품이었다.     이날 함께 무대에 선 무터는 “윌리엄스의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 듣기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고 뉴욕 클래식 라디오 채널인 WQXR 인터뷰에서 말했다.   클래식 음악의 경계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영화 ‘스타워즈’ ‘인디애나 존스’ ‘쥬라기 공원’의 음악으로 많은 사람의 어린 시절 기억을 채웠지만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카네기홀, 안네 소피 무터가 90세가 된 그를 불러내고 있다.   윌리엄스가 영화음악을 시작한 1950년대에 그의 음악은 대중음악으로 분류됐다. 우리가 아는 바흐·하이든 등에 뿌리를 둔 서양의 고전음악은 그 시절 한참 먼 곳에 있었다. 작곡가들은 고전적 질서 대신 반(反)법칙을 만드는 데에 골몰했다. 현대 음악에 대한 대중의 공포 또는 외면이 생겨났다.   그렇게 수십 년을 지나 윌리엄스의 잘 조직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클래식 음악계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요즘 세계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는, 한국의 진은숙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은 난해하지 않다. “머리가 아닌 귀를 사로잡는 청취의 즐거움”(음악학자 강지영)을 주는 진은숙은 전위성으로 멀어졌다가 청중에게 다시 돌아오는 음악의 경향을 대변한다.   또 요즘 클래식 라디오만 틀면 나오는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복잡함에서 벗어나 듣기 편한 음악이다. 대표곡인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는 틱톡에서 누적 조회 130억이다.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경계는 넷플릭스 ‘브리저튼’에서도 보인다. 이 시리즈가 사용한 마돈나·너바나·리아나의 음악이 클래식 영역에 새로 들어왔다. 시리즈를 위해 편곡된 버전은 현악 4중주가 주를 이룬다. 서양 음악사의 거의 모든 작곡가가 최상의 경지로 여기고 골몰했던 장르 아니던가.   이런 작품들이 클래식 음악일까. 최근 경향을 종합했을 때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렇다’다. 혹은 질문 자체가 불필요하거나. 클래식 음악은 법칙의 시대, 실험의 시대를 지나 이제 청중의 시대로 들어왔다. 듣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그걸로 족하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대중음악 클래식 클래식 음악계 뉴욕 클래식 클래식 영역

2022-05-27

[한 週 漢字] 愛(애)-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광복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노래 제목에 제일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사랑’이며, 가사에 ‘사랑’이 포함된 노래가 전체 가요의 65%에 달한다고 한다. 아마 노래의 주제까지도 감안하면 그 비율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랑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모든 이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나 정의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으며, 대상과 범위를 어떻게 한정 지을지에 따라 사랑은 무한히 변주된다. 기독교의 성경에서 예수는 제자 베드로에게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세 번 묻는데, 이 대목의 그리스어에는 각각 ‘아가페’가 두 번, ‘필리아’가 한 번 사용됐다고 한다.   아가페는 조건 없이 이타적이고 완전한 사랑을 의미하고 필리아는 형제애적인 친구 간의 사랑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그리스어에는 남녀 간의 사랑을 의미하는 ‘에로스’라는 단어도 있다.   불교에서 사랑은 ‘자비(慈悲)’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慈)’는 즐거움을 주고 그 즐거움을 같이 즐거워 마음이고, ‘비(悲)’는 고통을 덜어 주고 괴로움을 같이 괴로워하는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다른 이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연민이 사랑을 일으키고 그 사랑이 실천으로 옮겨질 때 자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맹자』에서는 “군자는 만물을 아끼기는 하지만 인자하게 대하지는 않고, 사람에게는 인자하게 해 주지만 친밀하게 대하지는 않는다. 어버이에게 친밀하게 대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인자하게 대하며, 사람들에게 인자하게 하고 나서 만물을 아낀다(君子之於物也 愛之而弗仁 於民也 仁之而弗親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라고 하여, 사랑을 베푸는 데 실천의 단계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아끼다(愛), 인자하다(仁), 친밀하다(親)’는 동사로 다양한 사랑을 나타낸다.   사랑은 남에 대해 가지는 진실한 마음, 뜨거운 가슴에서 시작된다는 뜻일 터이다.     친구 사이에 나누는 사랑을 더 강조하는 시대라고 해석하면 지나칠 수 있겠지만, 역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규동/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교수한 週 漢字 사랑 제자 베드로 친구 사이 우리나라 대중음악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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