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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오르며 새해를 맞는다…LA의 숨겨진 명소 계단

자동차의 도시 LA에서 야외에서 계단을 이용하는 일은 많지 않다. 높이가 다른 두 곳을 걸어서 이동하는 수단인 계단은 결국 걷는 사람의 길이기 때문이다. 기능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계단은 세월과 함께 남아있다. 때로는 도심의 빌딩 사이에서 때로는 산길에도 혹은 나무로 혹은 콘크리트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안내한다. 어떤 계단은 효율적이고 어떤 계단은 자연의 일부인 듯 아름답다. 계단은 몸의 교통수단이다. 수직으로 발을 움직이고 근육의 수고를 지불해야 갈 수 있다. 그 생략할 수 없는 걸음은 때로 인생의 은유가 되기도 한다. 오르는 계단은 도전과 목표를, 내려가는 계단은 겸손과 내려놓음으로 읽힌다. 가끔 숨을 돌려 주변을 살피는 것은 낭만이기도 하고 고개 돌려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오를 길을 가늠하는 일은 속도의 시대에 남아있는 느림이기도 하다.           ▶벙커힐 계단(Bunker Hill Steps)   -계단수: 101개   -주소: 633 W. 5th St., LA   LA 다운타운 중앙도서관 맞은편 US뱅크 타워의 기슭에 있다.     1960년대 벙커힐에 있던 오래된 건물이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이후 옛 다운타운과 연결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벙커 힐에서 중앙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보행로 역할을 한다.     건축가 로런스 핼프린이 설계해 1990년에 완공한 벙커힐 계단은 가운데에 물이 흐르는 계곡을 바위 형상으로 재현하고 양옆으로 계단을 만들었다. 가운데 계곡물은 꼭대기의 원형 분수에서 시작해 작은 웅덩이로 흘러내린다. 새로 들어선 수직의 고층빌딩 사이에 콘크리트지만 자연의 부드러움과 곡선미를 형상화하려는 노력이었다. 1992년에는 분수 중앙에 물의 생명력을 나눠주는 모습을 형상화한 여성 조각상을 세웠다.   조경 건축가를 인간의 움직임을 공간 안으로 안내하는 안무가에 비유한 핼프린은 계단의 양쪽 가장자리에 예술 작품과 분수의 벽 등이 곡선을 이루고 하고 꽃나무와 식물을 배치했다. 핼프린의 구상대로 이 계단은 옛 다운타운과 새 다운타운이라는 성격이 다른 두 개의 공간을 부드럽게 안내하는 다운타운의 명소가 됐다. 계단에는 작은 카페와 상점,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 등을 배치해 거리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해 일상의 공간이 되도록 했다.     ▶컬버시티 계단(Culver City Stairs)   -계단수: 282개   -주소: 6300 Hetzler Road, Culver City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갈수록 / 도시 풍경은 1000배로 넓어지고 / 화폭은 언덕과 하늘로 점점 더 넓어진다."   컬버시티 계단의 247번째와 248번째 계단 사이에 있는 '해발 375피트'라는 청동 표지판에 있는 문구다. 이곳에서 계단 30개쯤 더 올라가면 정상이 나온다.     이 계단은 흔히 컬버시티 계단 혹은 제퍼슨 계단(Jefferson Stairs)으로 불린다. 하이킹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어서 전망 감상과 함께 운동을 하러 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컬버시티 남서쪽에 위치한 57에이커 규모의 케네스 한 공원(Kenneth Hahn Park) 혹은 볼드윈힐스 주립 휴양지(Baldwin Hills State Recreation Area)에 위치해 있다. 계단 끝 전망대에 오르면 LA 분지와 스카이라인, 주변 산맥, 태평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다.     제퍼슨 불러바드와 헤츨러 로드 인근에 있는 트레일 입구에 계단에 대한 정보가 담긴 표지판이 있는데 계단 길이가 715피트(218m)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곳은 원래 가브리엘리노(Gabrielino) 인디언들의 전망대였다. 유전이 발견되기도 한 이곳을 가주 정부는 공원을 자주 찾지 않는 이들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2000년에 매입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해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했다. 이 때문에 이곳은 공원은 자생 식물과 작은 포유류, 새들의 서식지로 거듭나게 됐다. 2006년 중반 트레일과 계단, 방문자 센터 건설을 위해 잠시 폐쇄됐다가 2009년 4월에 282개의 독특한 계단과 함께 재개장했다. 복원 작업 덕분에 새와 동물, 야생화 등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경치 좋은 전망대가 됐다.     계단은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하이킹 트레일을 따라 설치돼 불규칙하고 자연스럽다.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고르지도 않으며 간격이 균일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계단 옆에는 정상까지 가는 1마일 정도의 트레일이 있어 무릎에 부담이 가는 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LA의 계단 명소인 만큼 이곳에서는 2014년부터 매년 아즈틀란 애슬레틱스(Aztlan Athletics)가 계단 경주를 연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공식 기록은 2015년에 레오니 멘데스가 세운 2분 9초다.   공원은 매일 오전 8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문을 열며 주차 요금은 시간당 2불, 하루 6불이다. 애완동물은 허용이 안 되며 물을 갖고 가는 것이 좋다.   ▶박스터 스트리트 계단(Baxter Street Stairs)   -계단수: 231개   -주소: 2100 Park Dr., LA   나무와 풀, 길이 있는 소박한 풍경을 즐기면서 문득문득 나무 사이로 나타나는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과 할리우드 사인, 그리피스 전망대, 에코파크.실버레이크.로스펠리스의 파노라마를 숨을 돌리며 감상할 수 있다.     이 계단은 길이가 꽤 길지만 중간에 들를 만한 명소 2곳이 있다.     엘리시안 공원(Elysian Park)에 있는 '차베스 라빈 수목원(Chavez Ravine Arboretum)'은 1893년 LA원예협회가 만든 곳으로 전 세계에서 온 100종 이상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희귀 나무 심기는 1920년대까지 계속했으며 이때 처음 심은 나무 대부분이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이 중에서 케이프 밤나무와 카우리 등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라고 한다. 1967년에 LA역사문화 기념물로 지정됐다. 수목원 입장은 무료며 주소는 1025 Elysian Park Dr, LA.   '매리언 할로우 메모리얼 그로브(Marian Harlow Memorial Grove)'도 둘러볼 만하다. 이 정원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정성껏 가꾼 다육식물과 나무, 야생화가 자라고 있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쉬면서 다운타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원형 트레일이 있어 둘러보고 계단으로 다시 돌아가기 편하다.     ▶샌타모니카 계단(Santa Monica Stairs)   -계단수: 170개   -주소: 699 Adelaide Drive   LA의 샌타모니카 캐니언으로 내려가는 두 개의 야외 계단으로 피트니스용 계단으로 가장 유명한 곳의 하나다. 바닷가에서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 풍광이 좋고 나무로 만들어져 예스러운 느낌으로도 인기가 많다.   194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1980~90년대 에어로빅 열기와 함께 LA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 명소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SNS 붐을 타고 더욱 인기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는 계단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해졌다는 불평의 목소리도 높다.  안유회 객원기자계단 새해 컬버시티 계단 벙커힐 계단 계단 사이

2025-01-0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안개비 호수

호수가 하늘을 안는다 / 수평선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소리 / 경계에서 사라진 호수 / 안개 자욱한 하늘 계단을 오르고 있다 / 걸어온 발자국은 지워져 버렸기에 / 앞에 남겨진 길 하나, 하늘에 오르는 / 너에게 가는 길만 남았다 // 밀려오는, 밀려가기도 하는 우리는 / 숨 막히는 세상을 살다 / 숨이 트이는 이곳에 왔다 / 저녁으로 가는 시간을 지우며 왔다 / 호수 향해 뻗은 나무의 잔가지 틈새로 // 안개비가 내린다 / 하늘은 가늘고 긴팔을 내려 / 호수의 속삭이는 얼굴을 매만진다 / 출렁이는 얼굴 위로 미끄러지는 비의 왈츠 / 수천의 군무 되어 춤추는 호수의 물방울은 / 너의 흐르는 눈물 같아 가슴을 쓸어내린다 // 물결 위로 들려오는 하늘 소리 / 비 오는 호수 위 내려앉은 하늘길 따라 /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온다 / 누구라도 새로운 것에서 설렘을 찾으려 한다면 / 익숙함에서 오는 설레임은 만날 수 없다 / 호수와 하늘의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 네게로 향한 설렘은 안개 속으로 / 밀려오는 물방울 속에 가득하다 / 호수가 하늘을 안고 잠들었다     안개비 내리는 호수는 신비하다. 호수의 색마저 옥빛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끼워져 있던 둥글고 도톰한 옥반지를 보고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바로 그 옥색이 되살아난다. 안개 비가 내리는 호수는 몽환적이다. 호수 끝에 맞닿은 하늘마저 옥색으로 바뀌고 있다. 호수는 하늘로 향해 풀어지고. 하늘은 호수를 향해 그 경계를 지우고 있다. 그러니 호수와 하늘은 하나가 되어 가고 있다는 말이다. 호수가 하늘을 품은 건지, 하늘이 호수를 품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하나가 된 옥색의 호수와 옥색의 하늘이었다.     안개 비 내리는 호수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하늘가에까지 출렁이는 물결을 볼 수 없다. 다만 발밑에 부서지는 흰 파도의 거품만 보였다 사라질 뿐이다. 너와 나의 인생길이 그렇지 않은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자욱한 안개 속을 거니는 것처럼 손을 뻗어도 너에게 가까이 갈 수 없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가까운 곳 같으나 참으로 먼 곳 같기도 한 그곳. 우리는 그곳을 향하여 일생을 걷고 간혹 뒤돌아보기도 하고 오랜 침묵 속에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였는데 길이 사라지기도 하고 길을 잃었다 낙심하였는데. 누군가의 손이 나를 이끌어 선명한 킬 위로 인도 할 때도 있지 않았던가.     안개비 속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그러나 걸어온 그 길 뒤로 되돌아 걸으면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네게로 향해 걷고. 너는 내게로 걸어오고 있다. 다만 안개가 그 모습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안개가 걷히면 익숙함에서 오는 설렘은 저 수평선 너머로부터 밀려오는 파도의 모습같이 온몸 속에 스며드는 당신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떨어져 있는 너를 볼 수 없기에 너의 걸음을 따라갈 수 없었네. 너의 생각을 안다고 위로했지만 그건 흐르는 물같이 붙잡을 수 없었네. 손에 쥔 모래처럼 내 손을 빠져나갔네.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다시 밀려오는 파도를 보네. 발을 적시고 무릎까지 잠겨오는 너를 다시 만나네.    안개 속에서는   너를 볼 수 없네   너에게 다가갈 수 없네   우리는 서로 보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조금 움직여도 괜찮아   짧게 말해도 괜찮아   우리는 흐린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먼 곳이어도   가까운 곳이어도   손잡을 수 없는 우리는   감추어진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돌아온 걸음만큼   다시 돌아서 걸으면   안개 속에 호수와 하늘이 만나듯   우리도 만날 수 있으니까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 안개비 안개비 호수 하늘 소리 하늘 계단

2024-12-30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새들의 노래

한낮의 태양이 기울기 시작한지 두시간쯤 지났을까? 난 데크의 턱이진 계단에 앉아 정원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거의 엎드린 초록의 잎들을 언제 밀고 올라왔는지, 보랏빛이 감도는 꽃대궁들이 뾰족히 올라오고 있었다. 강한 햇살로 대궁의 반쪽은 빛나고 있었다. 나는 호기심에 자리에서 일어나 데크 펜스에 두 팔꿈치를 기대고 서서 오랫동안 고개를 들고 제 키를 키우고 있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볕은 강렬했지만 그보다 꽃대궁은 몇배나 더 씩씩하게 보였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카고 근교 어느 집 오후, 뒷뜰, 태양은 강렬했지만 꽃들은 분주했다. 덩달아 새들의 노래도 한층 잦아들었다.   새들의 노래는 언제 들어도 좋다. 언젠가 TV에서 새들을 휘파람으로 부르고 손등에 앉히는 행복해 보이는 한 남자를 보았다. 신기하게도 같은 행동으로 비슷한 휘파람으로 새들을 유혹해도 새들은 절대 다른 사람의 손등엔 앉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나타나면 어느 사이 그의 주변으로 날아와 그에게 관심을 표현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본 후 수 년 째 새들만 보면 그 새 소리를 흉내내면서 새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창가에서 새 소리를 듣기만 하면 조심조심 손톱으로 창문을 두드려 소리를 내기도하고, 급기야 데크의 슬라이딩 도어를 살짝 열고 까치발로 새가 앉아있는 나무로 향하다 푸드득 날아 저 멀리 높은 나무 끝으로 날아 가버린 녀석을 향해 열심히 새소리를 흉내 내도 녀석은 절대 내게로 날아와 주지 않았다.     새들이 덱크 주변의 나무 위를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자세히 새를 관찰하다 보니 새들은 일단 나무에 앉아 주위를 살핀 후 턱이진 펜스 구석으로 사라지곤 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잘 만들어 놓은 둥지가 있었고 그 속에는 파란 옥색의 새알이 세 개나 있었다. 얼마 후 다시 가보니 눈 주위에 하얀 테두리를 가진 딱새 한마리가 알을 품고 있었다. 한낮의 더위도 아랑곳없이 미동도 없이 한 나절 내내 날개를 모아 따뜻한 체온으로 알을 품고 있었다. 세상 어느 어미라도 저랬으리라 생각이 드니 알을 품고 있는 새의 눈매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새는 둥지에 하루에 한 알씩 알을 낳아 마지막 알을 낳을 즈음부터 알들을 품기 시작한다. 부화의 시기는 그로부터 2주정도 혹 그 이상을 품어야 부화되는 새들도 있다. 알을 품는 것은 어미새의 몫이고 수컷은 수고하는 어미를 위해 먹이를 제공해 준다. 어미새는 날개를 접어 바깥쪽에 있는 알을 중앙으로 옮기고 알을 굴려 따뜻한 체온을 일정하게 알 표면에 골고루 전달해준다.   새가 날개를 접고 배를 땅에 닫게 엎드렸다는 것은 날기를 포기했다는 증거다. 새는 날아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끼를 부화하는 일이다. 몇 일 몇 밤을 품어도 피곤한 내색이 없다. 온통 어미새의 머릿속엔 부리로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어린 새들의 모습뿐이다. 앞으로도 2주 동인 소중한 것들을 얻기 위해 날기를 포기하는 새들의 모성애를 눈앞에서 보고 있다. 꽃들이 분주한 이유도, 새들의 노래가 잦아든 이유도 더 나은 것들을 위해 내 것을 포기하는 몸부림이다.    나뭇가지 잎사귀가 새순을 내려고 그 아래로 내려가 스스로 새 순을 떠받히는 것도,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먼저 핀 나의 꽃잎을 떨구는 모습도, 온종일 날아야 할 딱새가 날개를 접고 둥지에 꼼짝없이 알을 품고 있는 봄날의 풍경.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를 포기하는 봄날 뒤란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불어오는 바람도 풍기는 꽃향기도 사랑으로 향하는 길이 되고 있는데 나는 누군가를 위해 나의 것을 포기한 적이 있는가? 나는 그 사랑으로 난 길을 위해 내 것을 내려놓은 적은 있는가라고 자꾸 내게 묻고 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노래 데크 펜스 턱이진 펜스 턱이진 계단

2022-05-16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12월 바람

12월 바람       가을이 지나간 산 허리 두 발을 모으고 잔뜩 엎드린 겨울 당장이라도 눈을 뿌리려   멀리 계단처럼 내려오는 하늘이 가파르다   계단의 끝은 멀리 있지 않다 마지막 계단은 뒤란의 소나무 옆 낙엽을 끌어 당긴다 생의 절정을 푸른빛에 담고   춤추며 흔들리던 날의 기억 낙엽이 발에 밟힌다 그 두께만큼 시간이 쌓인다 하늘을 손 뻗어 당기는 12월 바람   걸어온 먼 길이 보인다 생의 절정, 봉긋한 봉우리마다   빈 가지, 빈 손을 하늘 향해 펴고 있다 나도 꼭 쥐었던 손을 편다   힘든 오름이 아니고 편안한 내리막이다 기차를 타고 간이역에 내리듯 삶의 여정은 낯선 곳으로 향하는 곳에서   풍경이 되고 정물이 되어 남는 것 지은이의 품 안에 마침내 안기는 것   흩어진 시간을 모으듯 낙엽을 모은다 수북히 쌓인 낙엽과 하루하루 지워지는 시간 살아간다는 것은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단지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만남 이어주는 만남의 진솔한 이야기일 뿐 이상하고 따뜻한 12월   지나가는 순간처럼 바람이 지나간다     올해는 12월이 되어서도 눈 한번 내리지 않았다. 몇 차례 진눈깨비 같이 흩날리다 멈췄을 뿐. 겨울의 문턱을 벌써 지났음에도 왠지 이른 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낙엽을 들추면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는 곳도 있다. 이상하고 따뜻한 12월이다. 뒤란의 낙엽을 모아 커다란 종이백에 담는다. 벌써 꾹꾹 눌러 담은 백이 네 봉지나되고 뒤란은 정리돼 가고 있다. 낙엽의 모양이 각각 다르듯 우리의 하루도 각각 다른 모양이었다. 순탄하게 정상을 향해 걷다가도 불현듯 거센 바람에 밀려 아래로 내동댕이 처치기도 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행복한 날이라는 말에 수긍이 갈 정도로 우리 주변엔 늘 무슨 일들이 일어났다. 뒤돌아보니 걸어온 길이 보인다. 험한 길들도 보이지만 난 지금 내리막 길을 편안히 걷고 있다. 떨어진 낙엽처럼 지난 시간들이 쌓여간다. 낯설은 간이역에 내려 걸음을 내딛을 때면 호기심과 막막함이 교차한다. 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낙엽 떨어지듯 하루가 계단의 마지막 층이 뒤란 소나무 옆 구릉에 내려와 저물었다.   낙엽을 모으듯 흩어진 시간을 모은다. 시간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한데 어우러졌다가 따로 흩어지기도 하면서 햇살에 반짝인다. 되돌릴 수 없지만 소중한 것들. 낙엽 몇 장을 집어 책갈피에 끼운다. 후에 누군가 이 책을 펼칠 때 나를 기억해줄까? 나와 같은 생각으로 낙엽을 만질까? 흩어진 생각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풍경이 되고 이야기가 될까?   이상한 겨울, 12월의 바람은 지난 시간을 당겨 불어오고 낙엽은 한 생의 마감을 덤덤하게 쌓아가고 있다. 이 것 아니면 저 것,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치부하는 양분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은 둥글게, 너무 모나서 이웃을 찌르지 않게, 넓은 둘레를 벗어나지 않게 살면 안될까? 나무는 우리를 안쓰럽고 지긋한 눈으로 바라본다. 모난 돌이 석공의 손에서 다듬어지듯, 강의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돌이 둥글고 반짝이는 조약돌로 우리의 손에 쥐어지듯, 12월의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의 조각들은 둥근 조약돌을 닮아야 하지 않을까? 쌓인 낙엽 위로 지난 시간을 담아본다. 지금도 내 앞을 지나치며 멀어져 가는 순간을 바라보며 나를 지으신 당신의 손길을 느낀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낙엽 위로 마지막 계단 조약돌로 우리

2021-12-06

[계단 대화] 수요산악회 김중식 회장 "우리네 인생 같이 편할 길 절대 없지"

지난 18일 김중식 수요자연산악회 회장(사진)과 에코 파크에 있는 백스터 231 계단을 올랐다. 계단도 인생이었다.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 오르니 확실히 힘이 덜 들었다. 김 회장은 오랜 산행 경험을 통해 오르막 길을 덜 힘들게 오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또 계단이 산길보다 오르기 어렵다고 했다. 김회장과 '계단 대화'를 나눴다. -계단 숫자를 세는 것과 안 세는 것 어느 게 덜 힘들까요? "숫자를 세면 마음도 가뿐해지고 몸도 힘이 덜 든다. 대화를 나누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얘기에 정신이 팔려서 헛딛지만 않는다면." -계단을 가장 많이 세 본 것은 몇 개인가. "사실 108개가 최고다. 그 이상 세기에는 산행 리더 자리가 바쁘다." -산을 오르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 "오르막 길에서는 발 앞꿈치에 힘을 주고 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오르는 게 좋다. 결국 발이 아니라 몸으로 오르는 것이다. -산에서도 계단이 흙길보다 쉬운가. "아니다. 계단이 어렵다. 발을 완전히 끌어 올려야 하기에 힘이 더 든다. 경사길은 발을 끌어올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기업조직체에서는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는 표현을 쓴다. 두 세 칸씩 오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는 두 칸 세 칸씩 올라가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초보자들에게 강권한다. 하지만 실제에서 리더는 달라야 한다. 대원 중 가장 앞에 선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고 잘못된 길로 못 가게 막기도 해야 한다. 산행 리더도 기업 리더같이 몇 걸음씩 앞장서서 가야 한다." -그게 리더들의 덕목인가. "산행이 이러니 기업도 마찬가지 아닐까. 산행에 앞서 전날 코스를 미리 돌아보고 돌도 치우고 위험한 곳이 없나 살피기도 한다. 기업가들이 새벽같이 출근해서 회의하고 밤늦게 퇴근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산행 리더는 대원들이 완주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 아닌가. "산을 15년 넘게 타다보니 많은 것을 깨닫는다. 사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어렵다. 위험하기도 하고. 보통 대원들은 다 오르기도 전에 내려가는 것을 걱정한다. 리더는 이런 대원들에게는 오를 때는 올라가는 것에 집중하라고 독려한다." -벌써 다 올라왔다. "이제 내리막이다. 내려갈 때는 뒷꿈치를 먼저 디디면서 역시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려야 한다. 자연스레 앞꿈치가 닿게."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계단이나 길은 인생과 같다. 뛰어가던 걸어가던 기어가던 편한 길은 절대 없다. 얕은 개울에 빠져도 허우적 대는 사람이 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는데 넘어지자마자 허우적 거리면 허리도 안 차는 개울에서도 큰 일이 날 수도 있다.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쉬어 간다는 생각으로 한발짝 물러서서 (계단) 전체를 살펴보면 허우적 거리지 않는다." 장병희 기자

2011-02-24

바람 벗삼아 오르락 내리락…훌륭한 하이킹 코스

'에코 파크'(Echo Park) 지역에는 의외로 계단이 많다. 계단마다 표정도 달라 '계단 공원'이라 부를 만하다. 계단은 에코 파크와 실버레이크에 많은데 이곳에서 북쪽으로 로스펠리스 서쪽으로 할리우드 하이츠에도 많이 남아있다. 이 중 에코 파크 지역의 몇 곳을 직접 올랐다. ★백스터 계단(1501 Baxter St. ↔ 2101 Park Dr.) 231 계단. 0.068마일 거리에 180피트를 올라간다. LA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나무가 주위에 멋있게 펼쳐져 있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조로 경사가 높아 의외로 숨가쁘다. 정상은 파크 드라이브며 백스터 길보다 주차가 용이하다. 정상에서 길을 건너면 하이킹 트레일이 펼쳐진다. ★클린턴 계단(1700 Clinton St.) 좌우로 갈라졌다 합쳐지는 짧은 계단. 에코 레이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위가 낙서로 어지럽혀져 있지만 레이크 풍경은 좋다. 계단 아래는 글렌데일 불러바드라 주차가 어렵지 않다. ★라베타 테라스 계단(Laveta Terrace) 선셋 불러바드에 인접한 라베타 테라스 길은 굽어 있다. 이 길의 각진 끝에 65개의 넓고 우아한 계단이 있다. 1905~06년에 '선셋 하이츠 트랙'사 알렉스 컬버가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언덕에서 밑으로 수목이 도열해 있어 영화 속 대저택의 계단같은 웅장함마저 엿볼 수 있다. 선셋 불러바드 북쪽 한 블럭과 에코 파크 애비뉴에서 동쪽으로 한 블럭인 곳에 있다. 계단을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아주 좋다. ★델타 계단(1620 Delta St.) 125 계단. 정글을 방불케하는 팜트리로 뒤덮혀 있다. 다른 곳에 비해 사람들이 많다. 그리 길지 않고 적당히 자연과 어우러져 있어 몇 번씩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주차가 어려워 큰 길에 차를 세우고 올라와야 한다. 대신 재미도 있고 운동효과도 있다. ★루크레샤 계단(1559 Lucretia Ave.) 델타계단의 정상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루크레샤 계단의 정상이다. 델타 계단이 짧아서 운동효과가 다소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딱 맞는 코스다. 반대편(1600 Grafton St.)의 경우 주차가 용이하므로 루크레샤 아래에서 올라와 델타를 타고 내려왔다가 다시 역방향으로 오르내리면 20분 정도에 끝낼 수 있는 훌륭한 하이킹 코스가 된다. ★아발론 이스트 계단(1550 Avalon St. ↔ 1893 Lucretia Ave.) 루크레샤 계단을 다 오른 뒤 델타계단을 따라가지 않고 그 길로 계속 가면 북쪽으로 에코 파크 애비뉴와 평행으로 걷게 된다. 이어서 에코 파크를 가로지르면 오르막 길이 나오고 그 끝에 아발로 이스트 계단의 정상(1893 Lucretia)이 나온다. 192 계단으로 철제 난간을 잡고 산을 따라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아발론 웨스트 계단(1907 Vestal Ave. ↔ 1902 Lemoyne St.) 아발론 이스트 계단을 지나 아발론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아발론 웨스트 계단이 나온다. 125 계단. 사람들이 사는 집 대문과 연결돼 있어 운동하는 사람과 쇼핑을 다녀오는 사람 계속 아발론 길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생활 속 계단이다. 팜트리가 멋있고 루크레샤부터 아발론 이스트 아발론 웨스트로 연결되는 코스는 환상적인 하이킹 코스다. 옛날 LA시민들의 정취를 쉽게 느껴볼 수 있다. ★큐런 계단(1540 Curran St. ↔ 2403 Valentine St.) 에코 파크 드라이브를 타고 올라가면 큐런 스트리트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하면 오르막 길 끝에 큐런 계단이 나온다. 129 계단으로 사람들이 사는 번지수가 이어지는 살아있는 계단이다. 가로등이 옛스러우면서도 운치가 있다. 주차는 아래쪽 밸런타인 길이 낫다. ■또 다른 계단들 ◇에코 파크 일대 -유잉 웨스트 (Ewing West Stairway, 129 계단) 2016 Ewing St. ↔ 2004 N Alvarado St. -얼 스트리트 (Earl Stairway, 219 계단) 2216 Earl St. ↔ 2230 Earl St. -로마 비스타 플레이스 웨스트 (Loma Vista Place West Stairway, 182 계단) 2387 Loma Vista Pl. ↔ Loma Vista Place East Stairway -로마 비스타 플레이스 이스트 (Loma Vista Place East Stairway, 166 계단) 2220 Allesandro Way ↔ Loma Vista Pl. West Stairway ◇계단 정보 웹사이트 -www.communitywalk.com/los_angeles/ca/los_angeles_stairs/map/434719 -www.historicechopark.org/id30.html 글.사진=장병희 기자

2011-02-24

잊혀진 길 '계단' 추억으로 오르다

그보다 느린 로컬길에서도 길은 곧 속도다. 그런 LA에도 자동차는 못 가고 걸어서만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바로 계단이다. 계단은 인간이 직립 보행하는 존재임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LA에는 의외로 계단이 많다. 한인타운 인근에도 많다. 게 중에는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계단도 적지 않다. '잊혀진 길'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잊혀진 길이다. 자동차가 일반화되기 전에는 LA에서 전차(트롤리)와 보행도로가 일반 시민들의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었다. 전차와 보행도로 대부분이 없어지고 차도로 바뀌었지만 보도의 일부였던 계단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자동차길을 내기에는 좁거나 경사가 높은 경우 조금만 돌아가면 길과 길이 연결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길을 내지 않았다. 그 길이 그저 사람만 다니는 샛길처럼 남았다. 그렇게 계단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하면서 역사 속으로 잊혀진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도시의 한 부분으로 남아 나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에코 파크 애비뉴 인근 아발론 웨스트 계단으로 올라섰다. 앞서 계단을 오르던 여성이 보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사라졌다. 여자가 사라진 지점에서 둘러보니 계단을 따라 무성하게 자란 풀숲에 가려 작은 골목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 여성은 동네 주민이었다. 계단 위로 갈수록 번지숫자는 올라가고 그 숫자 앞에는 어엿한 대문이 있다. 시골 좁은 길로 장에서 뭔가를 사가지고 집으로 들어서던 기억 속의 계단이 떠올랐다. 이 동네에서 계단은 살아있는 길이었다. 아발론 웨스트와 큐란 스트리트의 계단집에는 우체부도 걸어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 밖에 없었다. 자동차의 도시에서 차로는 못 가고 계단이 유일한 접근로인 집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LA의 계단들은 북쪽 구릉지대에 특히 많다. 어떤 곳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경사진 길을 방불케한다. 서쪽으로는 샌타모니카에서 할리우드를 거쳐 실버 레이크 에코 파크로 동쪽으로는 패서디나에 이른다. 살아 남아 있는 계단은 LA에만 275개가 넘는다. 계단은 혼자서는 힘들고 함께 가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취재차 혼자 걸을 땐 겨우 50개를 오르고서도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7학년 딸아이와 함께 오르니 라베타-테라스나 아발론 웨스트 계단 어디에서도 땀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추억을 되살리며 계단의 정취를 오르려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한인 타운 인근에는 1924년 조성돼 1998년 LA사적 657호로 지정된 '로스펠리스 하이츠 스텝'(181계단 4803 Cromwell Ave. ↔ 4796 Bonvue Ave.)은 두 사람이 손잡고 오르기엔 조금 좁지만 중간에 두 곳의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계단에서 인근 주민인 지넷 할머니를 만났다. 매일 이 계단을 오르는 할머니는 "하루에 100여명 정도가 계단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명씩 할리우드 사인이 어느 쪽에 있냐고 물어봐요. 사실은 그 사인이 어디에 있는지 나도 무척 궁금해요(웃음). 그 덕에 매일 새로운 사람들이 계단을 찾는 걸 알게됐어요." 실버레이크나 에코 파크 같은 비교적 오래된 주거지들에 많은 계단은 LA의 숨은 보석과 같다. 반짝이지는 않지만 사막 한가운데 거칠 것 없이 줄 긋고 세웠다고 오해했던 LA를 다시 보게 한다. 건축사무실 'PQNK'의 이웅범 대표에 따르면 현대 건축규정상 계단 한 단의 높이는 4~7인치 깊이는 11인치 이상이어야 한다. 또 계단참이라 불리는 계단중간의 넓은 공간은 높이 12피트 마다 하나가 있어야 한다. 폭은 36인치는 돼야 한다. 자연 속 계단이 모두 이 규정 수준은 아니다.하지만 대체로 건축규정의 안전 개념은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계단 오르기는 짧은 시간에 산행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미니 등산'이다. 평지를 뛰는 것만큼 운동 효과를 낸다. 박상욱 발.발목전문의는 "오르막에서는 무릎 위 앞근육과 엉치뼈의 근육이 종합적으로 단련된다. 반복적인 하체 운동이 가능해서 운동효과는 최고"라고 말했다. 내리막에서는 오르막의 운동효과에 더해 종아리 근육을 단련시킬 수 있다. 물론 무리를 하면 역효과가 난다. 박 전문의는 "계단 운동은 평지 도보 운동과 달리 항상 브레이크가 걸리기 때문에 천천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득 자동차에게 빼앗긴 것이 계단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계단을 잃어버려 뜨거운 햇빛과 시원한 그늘 호젓한 자연을 조금 더 많이 잃어버린 게 아닐까. 장병희 기자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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