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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컴퓨터 문맹의 가장자리

깜짝 놀랐다. 컴퓨터 스크린에 윈도 경고문이 떴다. ‘당신의 비정상적 행위를 적발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연락해야 합니다’. 내가 비정상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컴퓨터 전문가인 조카에게 물어보았다. 이 경고문은 일종의 바이러스이며, 전화하면 제거 비용을 요구하는 사기라고 한다. 무시해도 좋다고 해서 한숨을 돌렸다.   나는 컴퓨터를 잘하지도 못하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한글이나 영문으로 글을 쓰고, 이메일로 문서를 교환하고, 은행 계좌를 관리한다. 문제는 장애물 경기처럼 항상 걸림돌이 나타난다. 글을 쓰다가 갑자기 한 단락이 지워진다. 마우스 조작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USB를 사용해 아래층의 컴퓨터 문서를 위층의 컴퓨터로 옮기는데 항상 애먹는다. 며칠 전 누가 문서를 스캔해서 보내달라고 한다. 그런데 스캔이 되지 않는다. 불난 집 주인이 소방차를 부르듯 조카를 불렀다. 조카가 와서 불을 꺼주었다.   패스워드는 항상 나를 괴롭힌다. 이메일 주소와 패스워드를 입력해도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패스워드가 맞지 않으니 다시 해보라고 한다. 하다가, 하다가 안 되면 또 조카를 부른다. 그가 와서 새로운 패스워드를 만들어 로그인해준다.   인쇄기가 가끔 말썽을 부리며 인쇄를 중단한다. 어디가 아프다거나 불편한 곳이 있어 일하지 못하겠다고 설명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 사람이나 컴퓨터, 또는 인쇄기도 오랫동안 일하면 피로하여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     컴퓨터가 말썽을 부리면 이놈을 쓰레기통에 넣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떼어놓고 싶어도 떼어놓지 못하는 애인처럼, 컴퓨터 없이는 살 수 없다. 글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 계좌 관리, 특히 전기, 전화, 수도 등 각종 광과금을 온라인으로 지불한다. 금액을 입력하고 두 번 클릭하면 지급된다. 전에는 일일이 수표를 써서 봉투에 넣고, 수신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었다.   ‘구글 선생’에게 무엇이든지 물어본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물으면 잘 가르쳐준다. 현관문 자물쇠 교체 방법을 물으면 영상으로 설명해준다. 사람에게 그렇게 질문을 자주 하면 짜증을 낼 것이다.  유튜브로 용산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8·15 경축행사를 관람했다. 그리고 임동찬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면서, 컴퓨터 문맹의 가장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나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열린 광장 가장자리 컴퓨터 컴퓨터 문맹 컴퓨터 문서 컴퓨터 스크린

2022-08-24

[전익환 골프 교실] 잔디의 습기·방향이 속도 좌우

골프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기위해선 중요한 요소가많다. 특히 그린에서 잘하는 사람과 그린을 잘못 읽는 사람이 확실히 구분된다. 어떤 플레이어는 마치 타고난 재주라도 있듯이 그린의 곡선과 조건 하에서 볼이 어떻게 꺾일 것인지를 미리 예측해 내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미세한 변수를 찾아내기도 한다. 몇 가지 기본만 이해하면 볼이 꺾이는 정도와 속도를 판단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   첫째, 볼이 얼마나 꺾일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선 볼의 빠르기를 측정하는것이 필수적이다. 젖은 그린에서는 마르고 단단한 그린보다 볼이 천천히 구른다.     둘째, 어느방향으로 잔디가 자라고 있는지를 파악해야한다. 버뮤다 잔디의 그린에서는 특히 그렇다. 잔디가 홀의 반대방향으로 자라고 있으면, 홀방향으로 잔디가 자랄 때보다 볼이 느리게 구른다.     잔디방향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잔디 색깔을 보는 것이다. 잔디가 홀 반대방향으로 자라고 있으면 잔디색깔이 어둡게 보이는 반면, 홀 방향으로 자라면 윤기가 있어보인다.     또 다른 방법은 홀 컵의 가장자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잔디가 홀 방향으로 자라면 홀 컵의 반대편 가장자리 잔디가 가까운 쪽의 가장자리 잔디보다 더 짧고 색도 진하다. 잔디를 깎을 때 뿌리에서 가깝게 깎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기억할 것은 오후로 갈수록 잔디가 더 자라기 때문에 잔디의 방향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버뮤다 잔디일 경우 특히 더 그렇다. (남가주 골프장은 대부분 버뮤다 그린이다). 오후 늦은 시간에는 해가 지는 방향으로 잔디가 누우므로 그 방향으로 볼이 꺾인다. 또한 볼은 물이 있는 쪽으로 꺾이는 경향이 있고, 산 쪽으로는 잘 꺾이지 않는다, 또한 바람의 세기와 그린이 얼마나 나무에 둘러싸여 있는지 등도 고려해야한다.     그린을 정확하게 읽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 중요도를 따지면 먼저 홀 쪽에서 퍼팅 라인을 구상하고 그 다음으로 퍼팅 라인의 낮은 면(볼이 꺾여 구르는 방향)에서 살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홀의 반대편에서 라인을 살펴보는 순서로 경기하면 충분하다. 이 마지막 방법은 방향이 반대라서 혼동하기 쉽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 프로도 많다. 최종적으로 볼 뒤에서 한번 더 살펴본 후 퍼팅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 생각한 퍼팅 라인이 거의 정확하다.   〈PGA Professional·샌드캐년CC 디렉터〉 (818)731-2378전익환 골프 교실 잔디 습기 가장자리 잔디 버뮤다 잔디 잔디 색깔

2022-04-27

[J네트워크] 가장자리 나라, 우크라이나

유럽 여행 중 특히 잊히지 않는 도시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다. 경관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너무 볼품이 없어서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까지만 해도 군소 지방도시 중 하나였을 이곳은 1993년 슬로바키아가 주권국가로 독립하면서 수도로 ‘신분상승’ 했다.     인상적인 것은 도시 명물을 소개하는 지역민이 광장 성벽에 남은 포탄 자국을 가리켜 “나폴레옹이 진군했을 때 흔적”이라고 자랑하듯 말한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서유럽과 한 덩어리가 되는 거란 게 직감적으로 와 닿았다.     수도 위치도 나라 전체에 비해 서쪽 오스트리아에 너무 치우쳐져서 지도만 보면 동쪽으로부터 멀찌감치 달아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슬로바키아는 2004년 유럽연합(EU)과 나토(NATO)에 가입했다. 소련 및 동구권 연방 붕괴 후 동유럽 국가들이 서구식 자유경제에 올라타고자 EU 품에 안기던 시점이다. 접경국가 중에 오스트리아는 이미 EU 가입국이었고 2004년 체코·폴란드·헝가리도 동시 가입했다. 유일하게 동쪽 우크라이나는 빠졌다.     우크라이나는 오렌지혁명(2004)을 통해 친러 집권세력을 축출한 뒤 애타게 EU와 나토 가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한 푸틴의 행보를 보면서 어쩌면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에 내심 고마워할지 모르겠다.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데 말이다.   2014년 흑해 연안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또다시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두 공화국이 실제 독립국가로 기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칭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공화국을 사실상 자국 군사기지처럼 쓰고 있듯이 말이다. 러시아로선 완충국가 우크라이나 안에 또 한 겹의 완충장치를 마련한 격이다.   우크라이나는 ‘가장자리·변방’이라는 뜻의 슬라브어에서 유래한 국호다. 12세기 키예프 루스 시절 폴란드와 경계선상 지역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엊그제 60분 가까운 ‘광기의 TV 연설’ 동안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 일부”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서방이 러시아를 찢어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음을 돌린 게 과연 그 때문일까. 소련 시절 모스크바 정부의 ‘가장자리’ 정도로 치부됐던 우크라이나의 박탈감이 1991년 독립 투표 때 90% 넘는 찬성률로 이어진 역사는 잊은 걸까.     국제법은 아랑곳없이 21세기에도 강대국이 약소국의 주권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국제팀장J네트워크 우크라이나 가장자리 완충국가 우크라이나 동쪽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침공

2022-02-24

[전문가 기고] ‘가장자리 효과’와 포용의 리더십

 동식물이 모여 사는 생태계에는 ‘가장자리 효과(edge effect)’라 불리는 현상이 있다. 서로 다른 생물군의 서식지가 나란히 붙어 있을 때 그 경계지역에 사는 종의 다양성과 밀도가 각 서식지 중심지역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서식지의 서로 다른 요소가 혼합되는 이 경계지역이 다양한 식량자원과 환경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이 모인 사회적 생태계에서는 낯선 서식지를 탐험하고 유익함을 발견하기보다 자신에 친숙한 환경에 안주하려는 보호 본능이 강하다. 나와 다른 다양한 가치나 관점, 경험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의 뇌가 의식적으로 처리하는 정보는 대략 1초에 40~70개(bits)이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최대 1100만 비트의 정보를 매 순간 뇌가 감당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이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여과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 뇌는 이 과정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게 ‘생각의 지름길’을 만든다.     이 길은 각자의 성장 과정이나 과거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보가 새로 추가되어도 마음속 패턴을 재확인하는 것에 그친다. 우리가 경험해본 익숙한 대상에 마음이 끌리고 낯선 대상은 불편하게 느끼는 ‘친화성 편향’이 생기는 이유다.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믿고 싶겠지만 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한 친밀감이 반영된 결과이다.   무의식 수준에서 본능적으로 발생하는 인지적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를 도와주는 도구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 교수가 15년 전에 제안했던 다양한 형태의 ‘넛지(nudge)’가 새삼 주목받는다.     ‘넛지’란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면서도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선택의 자유가 없는 ‘세금’이나 방역패스 없이 마트에 못 간다는 ‘금지’는 넛지가 아니다. 가스회사가 납부 마감 사흘 전에 연체료가 부과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 혹은 치즈버거의 지방 함량을 포장지에 제시하는 것은 넛지에 속한다.   조직 현장의 의사결정에서 익숙하게 굳어진 인지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개입이 필요하다.     리더의 친화성 편견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들로 ‘우리 팀’을 구성해 결과적으로 다양성보다 동질성이 강화된다. 동질적 집단의 최대 약점은 리더의 신념이나 주장에 반기를 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위층이 자신이 항상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 그 조직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인지적 개입을 통해 리더를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악마의 대변자(devil’s advocate)’ 역할을 통한 개입이다. 이 역할을 맡은 사람은 끊임없이 반대 논리를 전개해 리더의 가정에 도전하며 합리적 대안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다. 리더는 자기의 신념에 감정적으로 몰입해 누군가 극렬히 반대하면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분노가 폭발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더 세게 방어한다.   리더가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직접 공격받지 않으면서 편향성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레드팀’과 ‘블루팀’을 만드는 것이다. 요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회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와 유동성 위기에서도 독보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버핏 회장은 주요 투자 결정 시 자신의 편견을 배제하는 장치를 가동한다. 두 개의 팀을 투자 고문으로 불러 양측의 주장을 경청하고 최종 결정을 제시한 고문에게 보상을 제공한다.   강한 리더와 약한 리더의 구분은 성격의 강약이 아니고 친숙하지 않고 낯선 것을 찾아 나서는 지혜에 있다. 동식물의 서로 다른 생태계가 만나는 경계지역이 더 풍요롭다는 자연의 이치를 인간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강혜련 /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전문가 기고 가장자리 리더십 의사결정 과정 가장자리 효과 서식지 중심지역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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