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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가장자리 나라, 우크라이나

유럽 여행 중 특히 잊히지 않는 도시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다. 경관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너무 볼품이 없어서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까지만 해도 군소 지방도시 중 하나였을 이곳은 1993년 슬로바키아가 주권국가로 독립하면서 수도로 ‘신분상승’ 했다.  
 
인상적인 것은 도시 명물을 소개하는 지역민이 광장 성벽에 남은 포탄 자국을 가리켜 “나폴레옹이 진군했을 때 흔적”이라고 자랑하듯 말한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가 서유럽과 한 덩어리가 되는 거란 게 직감적으로 와 닿았다.  
 
수도 위치도 나라 전체에 비해 서쪽 오스트리아에 너무 치우쳐져서 지도만 보면 동쪽으로부터 멀찌감치 달아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슬로바키아는 2004년 유럽연합(EU)과 나토(NATO)에 가입했다. 소련 및 동구권 연방 붕괴 후 동유럽 국가들이 서구식 자유경제에 올라타고자 EU 품에 안기던 시점이다. 접경국가 중에 오스트리아는 이미 EU 가입국이었고 2004년 체코·폴란드·헝가리도 동시 가입했다. 유일하게 동쪽 우크라이나는 빠졌다.  
 
우크라이나는 오렌지혁명(2004)을 통해 친러 집권세력을 축출한 뒤 애타게 EU와 나토 가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본격화한 푸틴의 행보를 보면서 어쩌면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에 내심 고마워할지 모르겠다.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해주는 데 말이다.
 
2014년 흑해 연안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빼앗긴 우크라이나가 또다시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강탈당할 위기에 몰렸다. 친러 반군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두 공화국이 실제 독립국가로 기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8년 조지아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칭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 공화국을 사실상 자국 군사기지처럼 쓰고 있듯이 말이다. 러시아로선 완충국가 우크라이나 안에 또 한 겹의 완충장치를 마련한 격이다.
 
우크라이나는 ‘가장자리·변방’이라는 뜻의 슬라브어에서 유래한 국호다. 12세기 키예프 루스 시절 폴란드와 경계선상 지역을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엊그제 60분 가까운 ‘광기의 TV 연설’ 동안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 일부”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며 서방이 러시아를 찢어놓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마음을 돌린 게 과연 그 때문일까. 소련 시절 모스크바 정부의 ‘가장자리’ 정도로 치부됐던 우크라이나의 박탈감이 1991년 독립 투표 때 90% 넘는 찬성률로 이어진 역사는 잊은 걸까.  
 
국제법은 아랑곳없이 21세기에도 강대국이 약소국의 주권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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