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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형편없는 디즈니”…애처로운 해적 선장

장열 사회부 부장

장열 사회부 부장

디즈니 관련 소문 하나가 요즘 논란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에서 배우 조니 뎁이 연기했던 해적 선장 역할(잭 스패로우)에 아요 어데버리를 고려한다는 내용이다. 
 
잭 스패로우는 그동안 백인 남성으로 그려졌다. 반면, 어데버리는 흑인 여배우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모든 게 뒤바뀌게 된다.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등을 상징한다. 이 렌즈로 보면 백인 남성인 잭 스패로우는 폐기 또는 대체돼야 할 인물이다. 
 


테슬라 최고경영자이자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는 이를 두고 “형편없는 디즈니(Disney sucks)”라고 했다.
 
머스크의 비난은 이유가 있다. 디즈니는 이미 전력이 있다. 
 
실사판 인어공주는 지난해 동심을 깨버렸다. PC 주의, 즉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과잉이 낳은 참사였다.
 
디즈니는 이 작품에서 흑인 인어 공주를 내세웠다. 원작 파괴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무리수를 두느라 어색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흑인 인어 공주(할리 베일리)의 아버지 트라이튼(하비에르 바르뎀)은 라틴계 백인이다. 게다가 인어공주의 일곱 자매는 인종이 각기 다르다. 자연의 섭리 상 불가능한 관계다. 이복형제였다면 차라리 나을 뻔했다. 아무리 동화라 해도 개연성조차 없다.
 
반면, 왕자 에릭(조나 하우어 킹)은 백인인데, 그의 어머니 셀리나 여왕(노마 드메즈웨니)은 또 흑인이다. 디즈니도 심했다고 여긴 모양이다. 이 부분에는 어린 시절 입양됐다는 설정을 살짝 버무렸다. 
 
이뿐 아니다. 피노키오의 푸른 요정도 민머리의 흑인 요정으로 바꿔버렸다. 피터팬의 팅커벨 역시 유색 인종으로 변했다.
 
캐스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근저에 사상을 강요하고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PC 주의가 문제다.
 
일례로 한국도 다민족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한 흐름 속에 갑자기 편견을 없애고 다양성을 강조하겠다며 사극에 다른 인종을 내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PC 주의 관점대로라면 어색하더라도 다인종 조선 시대, 타인종 ‘허준’을 볼 날도 멀지 않았다.
 
디즈니의 주가는 2021년 이후 내림세다. 주가 하락은 표면적 문제다. 디즈니의 위상 자체가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이면의 사실이 더 심각하다.
 
디즈니와 비슷한 시기부터 주가가 바닥 치고 있는 대형 소매 업체 타깃(Target) 역시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얼마 전 성전환자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여성용 수영복을 매장 전면에 배치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타깃은 성전환자 수영복 외에도 ‘Cure transphobia, not trans people(트랜스젠더가 아닌 트랜스포비아를 치료하라)’ ‘Too Queer for Here(매우 동성애다운 이곳)’ 등의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다 논란이 됐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한 LA다저스 구단은 지난해 홈경기에서 평소 사제, 수녀 등의 복장을 즐기는 성 소수자들에게 지역사회 영웅상을 수여했다. 
 
이 단체는 웹사이트에서 “우리는 다수가 성적 과잉 상태에 놓여있다”고 소개할 만큼 노골적이다. 게다가 평소 가톨릭 등을 조롱하는듯한 성적 퍼포먼스로 매번 문제가 되고 있다.
 
야구장에는 성인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도 많다. 영화나 음악조차 연령별 가이드라인을 둔다. 과한 화장에 수녀 복장을 하고 성적 행위를 묘사하는 남성을 불편하게 바라볼 이들도 존재할 텐데 다저스 구단은 개의치 않았다.
 
PC 주의는 특정 이슈에 대한 어색함, 불편한 감정조차 차별과 증오로 몰아간다. 반대 의견도 인정하지 않는다. 포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PC 주의는 겉만 번지르르하다. 실제로는 배척으로 점철된다. 모순은 그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무섭다. PC 주의에 함몰되면 되레 편협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스크린 속 인물마저 껄끄럽고 불평등하게 느껴진다.
 
강제로 캐릭터가 바뀔지도 모르는 잭 스패로우만 괜히 애처롭다.

장열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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