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력·비용·시간 불구 "희생으로 살려야 할 생명"
입양 비용 최대 7000불
건강회복·훈련 3년 준비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
〈2〉 미국의 대응 ‘법제화
〈3〉 OECD서 한국만 개입양(상)
〈4〉 OECD서 한국만 개입양(하)
서울 시내 한 식당 보신탕 한 그릇 가격 1만5000원(약 11달러). 무자비하게 도축 당한 개 한 마리(15kg)는 시장에서 30만 원(약 230달러) 선에 팔린다.
만약 식용견을 살렸을 때 비용은 얼마일까. 구출한 식용견을 미국으로 입양 보냈을 때 최대 900만원(약 7000달러), 무려 30배가 넘는 비용이 든다.
한국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의 입양담당 이진욱 부팀장은 “식용견 특성상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대형견의 경우 항공편에서 카고(화물)로 옮기면서 최대 600~900만원(약 4600~7000달러)까지도 든 적이 있다”며 “특히 코로나 때는 비행편이 없어 수하물로 이동이 가능한 12~20kg의 개들도 카고로 나가면서 마리당 200만원(약 1500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개 한 마리를 미국에 입양 보낼 때 비용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선 기본적인 의료 조치부터 수천 달러다.
애틀랜타 ''코리안 포스 레스큐’의 K.Y. 워커 대표는 “일단 사상충과 피부병, 슬개골 탈구, 이빨치료 등 치료와 중성화, 마이크로칩, 예방접종 등 출국을 위한 의료적 조치가 필요한데 총 100만원(약 770달러) 정도 비용이 든다”고 전했다.
또 입양이 결정되면 항공편에서 이동봉사자나 카고를 통해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단체들은 절실한 마음으로 이동봉사자를 찾는다. 위탁수하물이 아닌 카고로 이용할 땐 막대한 금액이 들기 때문이다. 단체마다 다르지만 보통 항공비는 한국 구조단체측에서 먼저 부담한다.
대한항공 반려동물 운송요금 규정에 따르면 켄넬(케이지) 포함 무게에 따라 32kg 이하는 한화로 30만원(약 230달러), 32kg 초과~45kg 이하일 경우 60만원(약 460달러)이다.
그 이상의 무게이거나 이동봉사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 카고로 옮겨야 하는데, 이 경우 크기나 무게에 따라 마리당 최대 900만원(약 7000달러)까지도 든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개농장에서 구출돼 미국에 입양된 개는 약 630마리〈본지 7월 6일자 A1면〉. 1마리당 운송비용으로 약 3000달러(약 400만원)정도가 든다고 쳤을 때 189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개농장에서 구출돼도 비행기에 오르기까진 긴 여정이다.
먹기 위해 길러진 식용견들은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최악인 경우가 다반사.
곧바로 입양을 보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건강을 회복하고 사회화 훈련을 마치는 데까지 최대 3년이 걸리기도 한다.
카라 이진욱 부팀장은 “사람과의 교류가 전혀 없었고 늘 도살의 두려움 속에 처해 있던 식용견은 정서적으로 극도로 불안한 상태”라며 “뿐만 아니라 계속된 품종 교배와 오랜 시간 좁은 철창에 갇혀 지내면서 몸에 근육이 거의 없는 상태가 대부분이다. 비행기에 타지 못할 정도로 심장이 약해진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구조부터 치료, 사회화 훈련을 거쳐 미국 입양까지 통상 빠르면 6개월 길면 3년까지도 걸린다는 설명이다.
코리안 포스 레스큐의 워커 대표는 “개 한 마리를 미국에 입양하기까지 정말 큰 비용과 수고가 들어간다”며 “누군가에겐 한낱 먹거리로 보이는 개지만, 누군가에겐 희생해서라도 살릴 생명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식용견의 입양은 양국의 동물보호단체 협업으로 이뤄진다.
통상 한국 단체가 식용견을 입양 가능한 상태까지 회복시킨 뒤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미국 단체에 정보를 보내면 미국 단체가 현지에서 입양 가정을 찾아 연결해주는 ''입양 에이전시''로서의 역할을 한다.
미국 최대 한국 유기견 구출·입양 단체 중 하나인 뉴욕 퀸즈 소재 ‘코리안 K9 레스큐(KK9)''는 입양뿐만 아니라 직접 식용견 구출에도 개입한다.
한국 분당에 입양센터를 두고 구조부터 재활, 입양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2017년 한국과 미국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온라인사이트 ''미시USA’를 통해 소규모로 입양시키던 것이 덩치가 커지면서 한국과 미국 양국에 각자 KK9을 설립, 협업해오고 있다.
뉴욕 KK9 지나 노리 대표는 “지난해 약 50마리의 식용견을 구출했다”며 “매년 미국으로 입양하는 470~480마리 중 20%가 개농장, 도살장, 혹은 육류시장에서 구조한 식용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동물보호단체들은 사전에 SNS 홍보 등으로 입양가정이 정해지면 입양을 준비한다. 출국을 위해서는 연방 농무부(USDA) 퍼밋과 수입통관번호를 받아야 한다. 광견병 접종 확인서, 건강검진 확인서, 검역 증명서 등 복잡한 서류들도 필요한데 이 또한 단체들이 준비해야 하는 몫이다.
미국에 도착한 개들은 입양 가족에게 바로 안기지 않는다.
한국 KK9 김현유 대표는 “공항에 도착한 개는 현지단체 봉사자 나와 픽업한다”며 “임시 보호시설에서 2주~1개월을 지내면서 입양 심사를 거처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성과 친화성, 건강상태 등을 검토하며 입양이 가능한지 현지 단체에서 또 한 번 체크하는 것이다.
식용견의 입양은 수많은 인력과 비용, 시간이 투입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덕에 한 해 수천 마리의 개들은 새 삶을 선물받는다.
위대한 사상가 마하트마 간디는 이런 말을 남겼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
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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