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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최대 수출국에서 이제는 식용견까지

개 식용 종식, 1인치 남았다
<3>OECD서 한국만 개입양(상)
매년 수천 마리 넘을 것 추산
동물 보호단체 8곳 통계 취합
HSI 7년간 1900여 마리 구출
한국정부 미온 대응도 한 몫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 지부 김나라 캠페인 매니저가 지난 2019년 9월 24일 한국 여주의 개농장에서 도살 직전에 구조된 믹스견 ‘빅 벤’을 철창 안에서 쓰다듬어 주고 있다. [HSI 제공]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 지부 김나라 캠페인 매니저가 지난 2019년 9월 24일 한국 여주의 개농장에서 도살 직전에 구조된 믹스견 ‘빅 벤’을 철창 안에서 쓰다듬어 주고 있다. [HSI 제공]

한국 개농장에서 구출된 진도 믹스견 ‘페타(한글이름 유신)’가 오는 12일 LA 국제공항(LAX)에 도착한다. 페타에게 이날은 식용견에서 애완견으로 새 삶이 시작되는 날이다.
 
2살인 페타는 충북 보은군의 한 개농장에서 태어났다. 불법 번식 행위와 밀집 사육이 행해졌던 곳이다.
 
페타가 태어난 개농장은 이미 한 차례 폐쇄 조처가 내려진 바 있다. 최근 보은 지역 개농장 구조팀인 ‘보은개농장아이들’은 다시 불법적으로 운영되던 그곳에서 페타를 비롯한 우리에 갇힌 개들을 구조하게 됐다. 페타는 구조팀이 발견했을 당시 영양실조에 걸려 뼈만 앙상한 가운데 우리 한편에 방치돼 있었다.
 
이번에 페타의 미국 입양을 주관한 건 애틀랜타 지역 동물 보호단체 ‘코리안 포스 레스큐(Korean Paws Rescue)’다. K.Y. 워커 대표는 “지난해 우리 단체를 통해서만 약 200마리의 개가 LA와 뉴욕 등에 입양됐다”며 “그중 100마리 정도는 페타처럼 한국 식용 개농장, 도살장, 보신탕을 파는 식당 등에서 구출됐다”고 밝혔다.  
 
본지는 주요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을 비롯한 카라, 코리안 K9 레스큐, 코리안 포스 레스큐, 동물해방 물결, 광주동물 보호협회 위드, 진도 러브 레스큐 등 8곳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식용견 통계를 집계해봤다. 그 결과 지난해 약 630마리의 개가 개농장에서 구출돼 미국으로 건너왔다.  
 
현재 한국에서 활동 중인 개농장 구조 단체들은 수십 개에 이른다. 미국과 연계된 소규모 구조 단체까지 합하면 실제 개농장에서 구출돼 미국으로 입양되는 개는 수천 마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대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한국이 이제는 개까지 수출하는 모양새다. 한국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한 개는 총 1만5165마리다. 2019년(1만325마리), 2020년(1만1908마리) 등 계속해서 늘고 있다.  
 
물론 여행객과 동반하는 반려견, 동물 보호단체들이 구출한 식용견이 합쳐진 수치지만 여행이 어려웠던 팬데믹 사태에도 미국으로 오는 개가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한국=개 해외 입양국’이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일례로 HSI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2022년 7월)까지 한국서 식용견 1900여 마리를 구출, 미국 가정으로 입양시켰다. 매해 300마리에 가까운 개를 개농장에서 구출해 미국으로 보낸 셈이다.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OECD 국가 중 유기견을 미국으로 입양 보내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개농장에서 구출한 개를 굳이 머나먼 미국까지 입양을 보내는 이유는 동물 보호 및 권리에 대해 여전히 저조한 한국의 제도와 인식과 관련이 있다.  
 
코리안 포스 레스큐의 워커 대표는 “한국 내에서 입양을 보냈는데 다시 잡혀먹히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마당에 묶어서 키우는 시골에서는 개를 훔쳐 식당이나 개장수에 파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구조팀 입장에서는 개고기가 되기 직전 구조를 하더라도 동물 보호 시설 부족으로 보낼 곳이 없다. 이 때문에 구조 단체들이 미국 동물 보호단체와 연계해 입양을 시도하는 것이다.
 
광주동물 보호협회 위드의 임용관 대표는 “한 통계를 보면 한국에서 반려견이 주인과 평생 함께 살아갈 비율은 20% 이하라고 한다”며 “버려지는 개들은 식용견으로 얼마든지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동물 보호의 선진국인 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도 개 입양을 증가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동물해방 물결의 이지연 대표는 “정부가 이 문제를 방관하다 보니 민간단체가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국 내에서 개를 구조했을 경우 치료 및 돌볼 수 있는 시설 등이 마련되는 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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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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