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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래도 인간이 희망이다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사람의 목숨이 질기다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아닐 때가 있음을 자주 목격한다. 나는 5년 주기로 삶의 단락을 만든다. 5년 전의 나와 후의 나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주기가 짧아져 3년 2년 1년, 결국은 하루하루가 되겠지만 진작에 살아왔기 때문에 달리 선택할 길은 없다. ‘그날의 걱정은 그날로 족하다’ 라고 하신 예수님 때문에 5년이 아닌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을 모조리 덜어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너도나도 죽음이 목전에 있음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 의료 관계자들의 노고를 잊을 수가 없다. 이승을 떠난 영혼의 난민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는 즈음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팬데믹 보다 더 공포스러운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치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온갖 악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팬데믹의 뒤풀이라고 하기엔 참으로 황당했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선언한 지도 1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의 5년을 한마디로 정의 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만 신뢰의 단절이 심해지고 공포는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것 같다.     그래도 믿을 것은 인간이 아니겠는가? 인간이 사라진 세상은 상상조차도 끔찍하다. 사람은 사랑이라는 양식을 먹으며 성장한다. 세상을 앞서 나가며 시대를 초월하는 것도 사랑이다. 소멸할 운명의 세상은 불완전을 메울 수가 없기에 생명을 대체할 우상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인간을 배제하려는 음모 또한 승리할 수가 없다. 세상을 지탱할 사랑과 양심 선함의 DNA 는 인간뿐이다.   최근의 대세는 인공지능(AI)이다. 말린다고 개발이 늦춰질 일은 아니겠지만 인공지능으로 인류를 통제할 수 있다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편리함을 쫓느라 새로운 인공지능을 사들이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피해 망상증을 대물림하는 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명료한 정신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세상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갖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책을 읽기가 힘들다고 해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지 말고 신문을 읽는 수고만 해도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지적 능력을 유지하고 개발하는 방법이다.  과거에는 시니어층에 해당됐던 지적 편식이 이제는 다양한 연령층의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 자신이 읽고 싶은 것만 찾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서 밖의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5년 주기가 의미가 없어질 만큼 변화의 굴곡이 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변질의 악순환은 인간의 힘을 약화시킨다. 그래서 신념 하나를 마음 안에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하루하루를 창조적으로 사는 것, 굴복함이 없이 스스로 해방되는 것, 이런 멋진 삶으로 풍요로워지기를 기원해 본다. 최경애 / 수필가이 아침에 희망 지적 편식 지적 능력 우크라이나 침략

2024-03-17

“통일은 희망, 함께 갑시다”

    '미주통일연대 워싱턴’에 김유숙 회장 취임식 및 발대식이 열렸다.       지난 27일, 한인커뮤니티센터 1층 연회실에서 열린 발대식 및 회장 취임식에는 300여명이 참석해 통일연대  출발을 응원했다. 김유숙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통일은 희망이다”를 강조하며 “한반도 통일은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평화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반도 통일을 통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및 테러와 같은 체계적인 남북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와 국제정서가 어려운 요즘, 통일의 역사적 기회가 왔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과 의지를 모아 ‘통일한국’으로의 문을 함께 열어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행사의 환영사는 미주통일연대 알렉스 최 이사장이전했으며, 미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노동당 전직 고위 관리  리정호 씨가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리 씨는 “통일의 비전에 대한 더 많은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통일연대가 그 중심에서 국제적 공감대를 만들어 통일에 관한 미국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 달라”고 당부했다.     그 외 한미자유연맹 정세권 이사장, 글로벌 피스 파운데이션 제임스 플린 회장, VA 법무장관실  헤롤드 변 선임보좌관 등이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또한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과 전 미육군 특수작전사령부 데이빗 맥스웰 대령이 영상을 통해 축하를 보냈다.         통일연대의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김 회장은 “미주 동포들의 통일 열망과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 통일로 가는 문을 활짝 열것이며, 한인사회에서도 모범적인 단체가 되도록 노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계획으로는 교육, 공공외교, 북한인권운동 및 3.1절, 8.15 광복절 기념 통일 강연회, 재미 독립운동가들로부터 배우는 역사 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통일 희망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미주통일연대 알렉스 통일연대 출발

2024-02-02

[사진의 기억] ‘어린이’라고 쓰고 ‘희망’이라고 읽는다

그 많던 아이들이 다 어디 갔을까. 그 시절엔 동네에서도 학교에서도 어딜 가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새들의 합창 같았다.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쳐 부를 때까지 해가 저물도록 뛰어노는 아이들로 골목은 항상 시끌벅적했다. 더구나 겨울방학이다! 방학식을 마치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음박질치는 이 아이들의 해방된 장난기가 곧 온 동네를 활기차게 휘저을 것이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가정에 아이들 네댓 명은 보통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사오십 년, 혼자 자란 요즘 아이들에게 언니, 오빠, 형, 누나라는 다정한 호칭은 무용해졌다. 아울러 과꽃이 피면 유난히 과꽃을 좋아하던 시집간 누나를 그리워하고, 뜸북새 울면 서울 가서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던 오빠를 간절하게 기다린다는 ‘과꽃’이나 ‘오빠 생각’ 같은 동요는 아주 오래전의 정서가 되었다. “둘만 낳자”가 “하나만”으로 바뀌고 농담처럼 “한 집 걸러 하나씩”이 회자 되더니 급기야 학교도 동네 골목도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출산의 서슬에 화들짝 놀라 “동생 낳아주기” 캠페인을 벌이기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엄청난 반전이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서 비록 고난 속에서라도 꿈을 이루려고 애쓰는 자체가 자연스러운 삶인데, 우리가 편의적인 잣대로 너무 성급하게 다음 세대를 재단해버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완전히 뒤집힌 정책이 과거 우리의 결정이 얼마나 앞을 내다보지 못했는가를 말해준다. 어린이가 희망인 이유는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사라지면 학교도 사라지고 교사도 사라지고 꿈이 사라진다. 한겨울 추위에 가방도 없이 책보를 끼고 다녀도 기죽지 않고 씩씩하던 아이들. 지금 사진 속 이 아이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이 되어 있을까. 그때 길 위에서 만난 거침없고 해맑던 아이들을 소환해본다. 김녕만 / 사진가사진의 기억 어린이 희망 동네 골목 오빠 생각 언니 오빠

2024-01-28

10개월 전부터 뛰었다…본선 진출 희망적

2024년 도전은 계속된다. 본지는 올해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아야하는 한인 정치인들의 도약을 전망하는 시리즈 ‘2024, 뛴다’를 연재한다. 한인으로는 최초로 가주 조세형평위원과 OC 수퍼바이저를 거쳐 연방하원에 진출한 미셸 스틸(사진) 의원의 올해 희망은 ‘3선 성공’이다. 한인과 유권자들을 위해 이어왔던 일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난 3년 동안의 활동과 올해 선거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거의 해가 밝았다. 메시지가 있다면.   “중앙일보 독자님들 모두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유권자 등록과 투표도 모두 참가해주시길 바란다.”   -지난해 발의한 주요법안으로 의회 활동을 자평한다면.   “같은 병원 서비스를 받고도 다른 비용을 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공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IRS의 800억 달러의 추가 세금 징수안을 막기 위해 동료 의원들과 법안을 공동 상정해 현재 하원 통과 후 상원 계류중이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했던 저소득층 세금 부담을 줄이고 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의 연장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 러시아, 하마스를 포함해 외국 단체와 기관들의 미국 대학들에 대한 기부금액 보고 의무화 법안도 상정된 상태다. 차량 절도와 불법 레이싱을 근절하는 법안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한인 시니어들과 업체들이 범죄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태다. 무엇이 문제인가.   “가주에서는 경찰들이 종종 용의자 검거 때문에 소송을 당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950달러 이하의 피해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지사에게도 우려를 전달하고 다른 여러 주들에서도 협력하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피해만 가중되고 있다고 듣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는 한반도 종전협정 이야기가 나오는데.   “종전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종전 이후에 북한 정권에 대한 신뢰 문제가 남는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방미와 더불어 여러 평가가 있다.   “방미를 포함해 대북 대중 외교에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한해였다. 중국의 확장 야욕으로 한국, 대만, 일본 등이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일본과 관계 개선을 통해 방어망을 구축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결국 강력한 미국의 국방력이 뒷받침되면 평화가 유지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이다.”   -미국 내 한인 이산 가족들의 상봉 문제도 관심이다.   “한인 의원 네 명이 초당적으로 상정했다. 이 부분은 반대가 있기보다는 아직 동료 의원들에게 충분한 설명 기회를 갖지 못한 이유가 크다. 하원 리더십이 자리를 잡았으니 곧 관련 노력을 해나갈 것이다.”   -선거 경쟁자가 많다. 전략은.   “총 4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이미 우리 캠프는 지난해 3월부터 유권자들을 발로 뛰며 만나고 있다. 본선 진출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으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기도해주시고 참가해주시면 좋겠다.” 최인성 기자 ichoi@koreadaily.com희망 진출 한인과 유권자들 한반도 종전협정 한인 정치인들

2024-01-02

[우리말 바루기] ‘바램’일까, ‘바람’일까?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희망과 다짐을 얘기하는 등의 글이 SNS에 많이 올라온다. 소망이나 희망 등을 이야기할 때 ‘바램’이라는 낱말을 많이 쓴다.  그러나 ‘바램’은 틀린 표현이며 ‘바람’이라고 해야 바르다.   생각이나 소망대로 어떤 일 또는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는 ‘바래다’가 아니라 ‘바라다’이며, ‘바라다’를 명사형으로 만들면 ‘바람’이 된다.   ‘바램’은 ‘바래다’를 명사형으로 만든 형태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한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낱말이다. 따라서 ‘바램’은 “이 옷은 이미 색 바램이 심해져 더 이상은 못 입겠다” 등처럼 쓸 수 있다.   “나는 네가 행복해지길 바래”에서와 같이 ‘바라다’를 ‘바래’라고 활용해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역시 잘못된 표현으로 “행복해지길 바라”에서와 같이 ‘~길 바라’ 형태로 써야 한다.   ‘바라다’의 어간 ‘바라-’에 어미 ‘-어/아’가 붙으면 ‘바라아’가 된다. 모음 ‘ㅏ, ㅓ’로 끝난 어간에 ‘-아/-어, -았-/-었-’이 어울릴 때에는 줄어든 대로 적는다는 맞춤법 규정에 따라 ‘바라아’는 줄어든 형태인 ‘바라’로 쓰인다. 정리하면 소망과 기원을 나타낼 때는 ‘바램’ ‘바래’가 아니라 ‘바람’과 ‘바라’를 써야 한다.우리말 바루기 새해 희망 맞춤법 규정

2023-12-06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몇 개 대학 지원해야 할까

-희망 대학은 어떻게 선택하고 몇 개를 지원해야 하나.   "예전에 비해서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에는 심지어는 30곳에 지원한 학생도 있었다. 이미 마감한 UC와 달리 사립대학들은 표준시험 성적도 참고한다. 덕분에 약간의 가늠도 가능하다. 그래서 합격해도 가고 싶지 않은 대학에 지원해 시간과 노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먼저 가고자 하는 대학, 갈 수 있는 대학에 대해서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분류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또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환경적으로 어떤 대학을 선호하는지, 대학 학자금의 한계는 어떤지 등을 살펴본 후 지원할 대학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지원할 대학 리스트는 여러가지가 있다. 원칙이 있는게 아니다. 예를 들어 Reach, Possible, Probable, Safety 대학으로 구분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각기 2개~3개 대학까지 선정해 볼 수 있다. Reach School은 합격 가능성을 10%정도로 보고 Possible은 30~40%, Probable은 60%, Safety는 80~90% 합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대학으로 분류해 지원할 수 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이런 방법이 필요한 것은 지원서상에 각 대학이 원하는 서플먼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것이 정성을 넣고 쓰다 보면 시간이 많이 필요해 물리적인 한계로 꼽히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표준시험 성적으로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험 성적이 대부분 선택이지만 완전히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전년도 합격자의 중간 성적을 본다. 상위 25% 이하부터 하위 25% 이상의 성적이 공개된다. 어떤 학교의 중간 범위 50%가 26~30점일 수 있다. 그런데 예를 들어 ACT성적이 30점이라면 이 학생은 reach로는 최하위권, possible로는 하위권, probable로는 상위권이고 safety로는 최상위권이다. 최상위권일수록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이 점수(30점)로 만약 중간범위 50%가 22-26인 대학에 지원할 경우 합격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다만 대입이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학생이 전국적인 성과가 있다면 성적을 커버할 수 있다. 물론 서플먼트가 최상이어서 다른 비교가 필요할 경우다."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대학 지원 safety 대학 대학 학자금 희망 대학

2023-12-03

[삶의 뜨락에서] 절망에서 희망을

지난주는 나에게 아주 힘든 한 주였다. 직장에서 한꺼번에 3명의 죽음을 마주쳐야만 했다.     첫 번째 환자는 76세로 40년을 신경외과 중환자실(neurosurgery intensive care unit)에서 근무하다가 72세에 은퇴한 간호사였다. 은퇴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후 일 년 만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항상 남편의 돌봄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 병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지난주에는 그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뇌전증 발작(seizure)을 일으켜 앰뷸런스에서 응급실로,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겨왔다. CT 스캔 결과 평소에 고혈압이 있었던 그녀는 뇌혈관이 터졌고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뇌부종과 뇌사로 판정이 났다. 평생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는 그렇게 생에 마침표를 찍었다. 거의 실성하다시피 환자의 남편은 계속 울다 웃기를 반복하며 그동안 제대로 못 해준 것에 대해 후회하며 사과했다. 보통 환자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자주 보는 시나리오이다. 환자가 죽고 나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동안 잘해주었던 일은 다 잊고 못 해준 일, 서운하게 해주었던 일들을 후회한다.     두 번째 환자는 32세의 여자 환자로 백혈병 치료 과정 중에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녀는 러시아에서 의대를 마친 후 미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자 4년 전에 어렵게 비자를 받아 뉴욕에 왔다.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녀는 올 7월부터 우리 병원에 수련의 자리를 따냈다. 준비 과정 중 신체검사에서 5월에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바로 항암 치료에 들어갔고 두 번째 사이클을 마친 후 항암 약 합병증의 하나인 심근병증(cadiomyopathy)을 겪게 되었다. 증상은 날로 악화하여 심부전의 결과로 호흡 곤란, 피로, 다리부종이 오고 심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펌프 기능을 잃게 되었다.   환자의 전 가족은 러시아에 있고 여기는 지난 4년 동안 사귀게 된 지인들이 전부였다.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심근 강화제와 혈관 수축제 6종류나 투여했지만 환자의 장기는 하나둘씩 기능을 잃어갔다. 마지막으로 호흡 곤란이 왔다. 이제 인공호흡기 꽂을 일만 남았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그녀의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줄 뿐 환자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다. 의사는 러시아에 있는 환자의 어머니와 화상통화를 한 후 더는 치료를 계속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는 점점 의식을 잃어서 우리는 날마다 화상통화로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자는 결국 토요일에 숨이 멎었다. 토요일은 유대인의 안식일로 러시아 유대인인 그녀는 방문객 한 명 없이 홀로 쓸쓸히 떠났다. 임종이 임박하여 랍비와 지인들에게 전화 통화를 해도 누구 하나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 규칙상 환자의 시신은 냉동실로 옮겨갔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해야 했던 안타까운 상황, 또 쓸쓸히 홀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리적인 또한 종교적인 이유가 나를 혼미하게 했다.     세 번째 죽음은 현재 우리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15년간 일해 왔던 주임 의사였다. 49세인 그녀는 토요일 아침 주거지인 맨해튼 자신의 콘도에서 발견되었다. 금요일 정상 근무를 마친 후 심한 두통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장 퇴근했다고 한다. 사인은 구형 뇌동맥류(Saccular Brain Aneurysm)으로 판명 났다. 결국 뇌동맥류가 터져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이다. 그녀는 싱글이었고 의대 교수와 중환자실 주임 의를 겸직하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충격에 빠졌다. 정말 애석하고 믿기지 않았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이 경우가 아닌가 한다. 이 세 명의 죽음은 나를 가로막고 잠시 내 뒤를 돌아보게 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고 있을까. 나에게 소중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오늘 하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일을 뒤로 미루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절망 희망 신경외과 중환자실 여자 환자 보통 환자

2023-10-06

“트로트 들으며 위안과 희망 얻어요”

  ‘트로트계 강자’ 진해성이 내달 18일(토) 오후6시, 캘리포니아주 페창가 리조트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날 콘서트에는 진해성을 비롯해 TV조선 ‘미스터트롯2’에서 대활약을 펼친 탑6+김용필이 출연한다.     진해성은 최종 3위 美(미)를 차지하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진해성은 2012년 이전 한국의 각 지역 노래 대회에서 각종 수상 경력을 시작으로 2016년 제23회〈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성인가요부문〉 남자 신인상, 2018년 한국가요강사협회〈전국 노래교실 회원의 날 기념 시상식〉 신인상, MBC〈가요베스트 대제전〉 신인상, 2019년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 110차 경연 준우승, 2020년 KBS 2TV〈트롯 전국체전〉 우승 1위, 2023년 트롯픽 수퍼노바 1위를 기록하며 정통 실력파 트로트 가수이다.     진해성의 목소리는 감성을 자극하고, 노랫말은 사랑과 희망, 용기를 주어 듣는이글로 하여금 추억을 돋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평가다.     LA 오렌지카운티 거주 이 모씨(70대)는 “열심히 진해성님을 응원하고 있다”며 “11월18일 LA공연에서 팬클럽 ‘해성사랑’님들을 만나자”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진해성의 노래로 위로를 받으며 힘과 용기를 얻어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김현석씨는 “항암과 방사선, 약물치료로 우울증으로 절망하는 삶이었는데 우연히 접한 진 가수의 영상 하나가 모든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며 “하루하루 행복해 백년도 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진해성 가수는 TV조선 ,〈미스터로또〉 〈트랄랄라 브라더스〉 〈화요일은 밤이 좋아〉, SBS 〈더 트롯쇼〉, KBS 채널A 〈고기서 만나〉, tvN 〈더 짠내 투어〉, KBS 2TV 〈불후의 명곡〉 등 유명 연예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하며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주소: 45000 Pechanga Pkwy. Temecula, CA 페창가 리조트 서밋   티켓문의: KoreanConcert.net  김윤미 기자 kimyoonmi09@gmail.com위안과 트롯 위안과 희망 트롯 전국체전 트롯계 샛별

2023-10-06

[열린광장] 포기한 희망

논에 쌓아 놓은 볏단이 보인다. 집 앞의 실개천은 흰색으로 나타났다. 구글 지도에 북한의 고향 주소를 입력했더니 꿈에도 그립던 우리 집과 동내가 흑백 사진으로 나타났다.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복사본을 만들어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수박 겉핥기로 고향 집에 가본다.     함박꽃 뿌리, 더덕, 그리고 도라지를 캐러 다니던 약산도 보인다. 약산을 지나면 도굴범들이 파헤쳐 기와, 항아리 조각 등이 버려진 작은 고분들이 있었다. 늦가을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무르익은 머루와 다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 산에 올라가면 사촌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붉은 언덕 언저리의 칡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어버릴 것 없이 맛있었다.   우리 집이 선명하다. 그 안에 누가 살고 있을까. 사진을 좀 더 확대할 방법이 없을까. 100세가 넘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병약했던 동생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할 동생의 자녀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고향 집에 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은 없다.     독일과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 남북 왕래 길이 열려 고향 집에 갈 수 있을까, 70여년을 기다렸다.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나를 위해 빌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만져보기를 기다렸다. 어머니의 기도 덕에 한국을 거처 미국에 와 노후를 편안히 보낸다고 말하고 싶었다.   장모는 90세 때 시민권을 받고 그다음 날 여권을 신청했다. 고향에 가게 되면 사용하겠다고. 허황한 꿈이었다. 장모는 한 살과 세 살 된 딸을 남겨두고 월남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딸들을 만나는 것이 평생의 염원이었다. 장모는 그 염원을 풀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95세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실향민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한을 품고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남은 잎사귀가 몇 되지 않는다. 한을 품고 타계한 이들의 영혼은 지금 구천(九泉)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이 영혼들을 어떻게 달래줄까.   이산가족 상봉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북한 방문을 원하는 한인은 약 5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같은 80-90세 세대가 몇 년 지나 모두 숨지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아이러니하게 소멸할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만장일치로 몇 번이나 가결되었지만, 현재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령이 발효된 상태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 외교 채널이 열리고, 북미 연락 사무소가 설치되기 전 이산가족 상봉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북한 방문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동생이 없는 북한 방문은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이제 고향 집 방문의 희망을 포기했다. 많은 실향민이 동감할 줄 안다. 윤재현 / 전 공무원열린광장 희망 이산가족 상봉위원회 고향 주소 늦가을 산골짜기

2023-08-25

[열린광장] 포기한 희망

논에 쌓아 놓은 볏단이 보인다. 집 앞의 실개천은 흰색으로 나타났다. 구글 지도에 북한의 고향 주소를 입력했더니 꿈에도 그립던 우리 집과 동내가 흑백 사진으로 나타났다. 인공위성으로 찍은 사진이다. 복사본을 만들어 벽에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수박 겉핥기로 고향 집에 가본다.     함박꽃 뿌리, 더덕, 그리고 도라지를 캐러 다니던 약산도 보인다. 약산을 지나면 도굴범들이 파헤쳐 기와, 항아리 조각 등이 버려진 작은 고분들이 있었다. 늦가을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무르익은 머루와 다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 산에 올라가면 사촌 집에 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붉은 언덕 언저리의 칡뿌리를 뽑아 씹으면 뱉어버릴 것 없이 맛있었다.   우리 집이 선명하다. 그 안에 누가 살고 있을까. 사진을 좀 더 확대할 방법이 없을까. 100세가 넘은 어머니는 돌아가셨을 것이다. 병약했던 동생도 살아있지 않을 것이다. 나를 알아보지 못할 동생의 자녀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고향 집에 가도 나를 반겨줄 사람은 없다.     독일과 같은 지각변동이 일어나 남북 왕래 길이 열려 고향 집에 갈 수 있을까, 70여년을 기다렸다.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나를 위해 빌던 어머니의 주름진 손을 만져보기를 기다렸다. 어머니의 기도 덕에 한국을 거처 미국에 와 노후를 편안히 보낸다고 말하고 싶었다.   장모는 90세 때 시민권을 받고 그다음 날 여권을 신청했다. 고향에 가게 되면 사용하겠다고. 허황한 꿈이었다. 장모는 한 살과 세 살 된 딸을 남겨두고 월남한 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딸들을 만나는 것이 평생의 염원이었다. 장모는 그 염원을 풀지 못하고 한을 품은 채 95세에 세상을 떠났다.     많은 실향민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지 못한 한을 품고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다. 남은 잎사귀가 몇 되지 않는다. 한을 품고 타계한 이들의 영혼은 지금 구천(九泉)을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 이 영혼들을 어떻게 달래줄까.   이산가족 상봉위원회의 통계에 의하면 북한 방문을 원하는 한인은 약 50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같은 80-90세 세대가 몇 년 지나 모두 숨지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아이러니하게 소멸할 것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동안 미 의회에서 이산가족 상봉 법안이 만장일치로 몇 번이나 가결되었지만, 현재 국무부의 북한 여행 금지령이 발효된 상태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어 외교 채널이 열리고, 북미 연락 사무소가 설치되기 전 이산가족 상봉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북한 방문을 희망했었다. 그러나 어머니와 동생이 없는 북한 방문은 별 의미가 없다. 나는 이제 고향 집 방문의 희망을 포기했다. 많은 실향민이 동감할 줄 안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희망 이산가족 상봉위원회 고향 주소 늦가을 산골짜기

2023-08-20

시니어 미술공모전 ‘희망’ 개최…참가 자격 55세 이상

리앤리갤러리(관장 아녜스 이)가 주관하는 제2회 시니어 미술공모전이 열린다.     공모전 참가 자격은 55세 이상으로 미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리앤리갤러리는 “미술에 대한 꿈이 있지만, 작품 활동을 미뤄왔거나, 오랫동안 작품을 해왔지만 발표할 기회를 찾지 못했거나 뒤늦게 취미로 시작한 미술가들이 작품 발표를 할 기회”라며 “이번 공모전 주제는 희망”이라고 밝혔다. 공모전 주제 ‘희망’에 맞게 소박한 일상의 작은 소망이나, 이루지 못했던 원대한 마음의 희망 이야기,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아름다운 경험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면 된다.     아녜스 이 리앤리갤러리 관장은 “삶 속에서 누구나 기대하게 되는 미래를 향한 크고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표현하면 된다”며 “미술에 관심과 열정이 있는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응모 작품은 구상, 비구상, 추상 모두 선택할 수 있고, 수채화를 포함 아크릴화, 유화, 믹스드 미디어 모두 포함된다.     작품 규격은 캔버스나 종이 18 x24 인치로 신청 접수 및 마감은 내달 10일부터 31일까지다. 작품은 1인 1점으로 제한하며 참가비는 50달러다.     입상자 전원에게는 리앤리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고 수상자에게 소정의 상금과 상품이 수여된다.     ▶주소:3130 Wilshire Blvd. #502. LA   ▶문의:(213)365-8285  이은영 기자미술공모전 시니어 시니어 미술공모전 참가 자격 희망 이야기

2023-06-25

[기자의 눈] 홈리스들이 기다리는 희망 한조각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지난 9일 취재를 위해 LA한인타운 올림픽 길 주변의 한 홈리스 텐트를 찾았을 때의 심정이다. 먼발치에서만 봤던 길거리 노숙자 텐트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텐트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홈리스 이슈는 하루가 멀다고 논란이 벌어지는 LA의 대표적 현안이다.  그동안 기자도 숱한 홈리스 관련 정책과 사건·사고 기사들을 다뤘지만 직접 그들을 찾아가 마주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긴장감이 팽팽할 줄 알았던 한인 홈리스 들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오히려 본인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털어놓을 곳이 생겨서일까, 적개심보단 반가움으로 기자를 대하는 듯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삶은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어쩌면 사회의 밑바닥이라 여겨지는 그곳엔 절망만이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희망도 엿보였다. 더 잃을 게 없다며 남은 건 ‘회복’ 뿐이란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검은 종이 위의 밝은색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그곳에서의 희망도 그랬다. 비록 지금은 처참한 환경 속에 있지만 누군가 손 내밀어주길 간절히 기다리며 그때가 다시 일어날 시간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매개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LA시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홈리스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아직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한인 홈리스들은 더 어렵다. 홈리스 세계에서도 한인들은 소수계이기 때문이다.     LA카운티 홈리스 숫자 가운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의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한인 홈리스를 위한 하우징·일자리 제공 등의 지원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숙자 지원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LA한인타운 내 한인 노숙자 숫자는 100~200명쯤으로 추산된다. 한인 봉사단체와 교회 등에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홈리스의 존재를 골칫거리로 생각한다. 동네 미관을 해치고 불결한 환경을 만드는 홈리스는 신고의 대상일 뿐, 그들에게 손을 내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삶을 헤아리는 것보다 어쩌면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만난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 김요한 신부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노숙자가 보이면 전화를 해 와서 데려가라고 한다”며 “집에 이미 함께하고 있는 노숙자들이 많으니 ‘직접 맡아라. 나도 하는데 왜 못하냐’고 하면 입을 싹 닫는다”고 말했다.     현실을 지적한 그의 말은 개인적으로도 찔림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하겠지’, 아니 ‘누군가는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에 항상 ‘나’는 없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는 힘은 언제나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친절이었다. 2013년 시러큐스대 졸업식 축사에서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조지 손더스는 “내 평생 최대의 후회는 친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멋진 인생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친절하라”고 말했다. 이 축사는 그해 미국 대학 졸업식 최고의 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도운 어떤 이의 헌신적인 스토리에 대해 박수를 보낼만한 마음 따뜻한 이야기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치부하진 않는가.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간절한 심정으로 다른 이의 작은 친절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돌아오는 주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싸 들고 다시 한번 올림픽 길을 찾아가려 한다. 그들의 고달픈 인생에 아주 작지만 달콤한 희망 한 조각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홈리스 희망 한인 홈리스들 홈리스 텐트 la카운티 홈리스

2023-06-19

화장품 기업 유리코스(YURICOS), 희망을 파는 사람들을 통한 기부로 사회 환원

화장품 기업 유리코스(대표 김선미)가 공익법인 희망을 파는 사람들(대표 채환)을 통해 지역사회에 따뜻한 나눔을 실천했다. 희망을 파는 사람들에 기부한 제품은 기능성 크림과 세럼 4,000여 개로 지난해 마스크팩 24,000장 나눔에 이어 두 번째다.   창립 3주년이 된 유리코스 김선미 대표는 “유리코스의 창립이념이 수익사업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소비자 덕분에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영리회사가 그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최소한의 보답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다른 기업들도 나눔과 봉사를 통해 희망세상 만드는 일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희망을 파는 사람들 채환 대표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한 유리코스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기부품은 전국의 홀몸어르신,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및 홈리스 등에 모두 전달되었다. 나눔 기업의 실천이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공익법인 희망을 파는 사람들은 국내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희망을 파는 콘서트, 제3세계 학교 만들기 및 식수·우물 지원 사업을 진행중이며 2023년 5월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캄보디아를 방문해 5호 우물을 만들고 정글숲 가로등 200개 설치 및 해외 청소년 교류활동을 했다.    이동희 기자 (lee.donghee.ja@gmail.com)유리코스 화장품 유리코스 김선미 기부로 사회 공익법인 희망

2023-06-14

[잠망경] 미국식 교장 선생

옛날에 육군 군의관으로 임관하기 전 훈련병 시절 스트레스가 심했던 기억이 난다. 병동 입원환자들의 단체생활을 보면서 가끔 일어나는 연상작용이다.   단체의 스케줄에 따르는 삶은 자유행동의 여지가 별로 없다. 기상, 취침, 프로그램 참가, 식사 시간이 늘 일정하다. 아침마다 거행되는 ‘community meeting’도 그렇다. 고리타분한 번역으로 ‘반상회(班常會)’, 또는 그냥 ‘커뮤니티 미팅’이라 사전에 나와 있는 말을 나는 ‘조회(朝會)’라 부른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던 기억이 새롭다.   며칠 전 조회 시간에 ‘wheeling and dealing’을 화제로 삼았다. 노름꾼 사이에 유행했던 슬랭. 쉽게 말해서 ‘부정거래’라는 뜻. 정치가들 사이에 돈이 오가는 상황을 의미할 때 자주 쓰이는 용어다. 환자들 간에 음식이나 간식을 사고팔아서 돈을 버는 일도 이렇게 부른다.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에 갈등을 일어나는 상황이 빈번하다.   토론을 조장하는 미국식 교장 선생 티를 내면서 물어본다. “너희들은 왜들 부정거래를 하느냐?” 한 20대 환자가 볼멘소리로 응답한다. “배가 고파서 그럽니다!” “다음 끼니까지 참기가 힘드냐?” “나는 참을성이 없어요!” 너,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떠드느냐, 하는 반응을 짐짓 억제하는 교장 선생님. 요즘 세상은 누구를 나무라는 발언을 삼가야 하느니라.   1972년 스탠퍼드 대학은 대여섯 살 유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Delayed Gratification, 지연 만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Marshmallow experiment, 마시멜로 실험’으로 널리 알려진 연구발표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 하나를 접시에 담아주면서 그것을 먹지 않고 기다리면 15분 후에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달콤한 과자를 냉큼 먹어버리면 그것으로 과자는 끝이라는 점도 충분히 설명한다. 일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려서 흡족한 보상을 받고, 먹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한 애들은 아무 보상이 없는 연구설정이다.   1988년과 1990년에 같은 연구팀의 후속 보고에 의하면 참을성 있는 그룹은 반대 그룹보다 수능성적이 현저하게 높고 사회 적응 능력이 월등하다는 결론이다. 그 후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연구를 해서 의견의 차이를 보이기는 했지만 지금껏 아무도 ‘마시멜로 실험’을 전면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맞다 맞다. 참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기가 참을성이 없다고 떠들어댄 환자를 힐끔힐끔 살펴가면서 나는 만족을 미루는 습관의 장점을 강조한다. ‘Patience is a virtue, 인내는 미덕이다’라는 격언도 역설한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반론을 펼치는 그 환자. “Delayed gratification is depressing.” “지연 만족은 속상합니다.”-“With no hope, there’s no delayed gratification, 희망이 없으면 지연 만족도 없습니다.” 교장 선생이 속으로 발끈한다. 지연 만족이 싫어서 아예 처음부터 희망을 품지 않겠다고?   발음하기도 힘든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빌리에 드 릴라당의 단편 소설, “희망이라는 이름의 고문”이 ‘희망 고문’ 컨셉의 오리진이라 한다. 평소에 ‘남의 퍼레이드에 빗물 끼얹기(to rain on someone’s parade)’를 즐기는 그에 대해 “철딱서니 없는 그놈이 군대를 안 갔다 와서 그러는 게 틀림없어” 하고 나는 뇌까린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미국 교장 교장 선생님 gratification 희망 gratification 지연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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