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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시대를 비추는 영원한 거울

나는 내 인생의 아이콘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유일하고도 독보적인 존재다. 신기술이나 발명품, 창의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사람도 결국은 인간이다. 사람이 시대의 아이콘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시대의 아이콘이 된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생의 굴레 속에서 살려고 발버둥치며 버텨온 모습을 들여다본다. 구겨져도 다시 펴기를 반복하는 형상이 안쓰럽다.   원래 아이콘(Icon)은 상(像), 초상, 형상 등을 뜻하는데 그리스도교의 성상, 성화를 말한다. 어떠한 분야에서 우상으로 떠받들어지거나 분야를 대표하는 사람, 특정한 사상이나 생활방식이 우상이 되기도 한다.   아이콘 난무시대다. 별에 별것에 아이콘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아이돌(Idol)도 마찬가지다. 자고 나면 새로운 아이돌(Idol)이 등장해서 머리가 헷갈린다. 아이돌(Idol)은 우상(偶像)적인 존재라는 뜻으로 ‘매우 인기있는 사람’을 말한다.   우상은 영광과 댓가를 치른다. 찬란한 조명 뒤에는 참혹한 어둠이 존재한다. 대중은 잔인하다. 달면 마시고 쓰면 버린다. 진실을 이겨내는 소문은 없다. 사람이 사람값을 매기고, 시대가 아이콘을 양산하고 허수아비 아이돌을 만든다.   시대는 변화한다. 역사의 물줄기는 느리지만 빠르게, 돌풍처럼 소용돌이 친다.   산업혁명은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전으로 꼽힌다. 18세기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차를 발명하면서 1차 산업혁명이 촉발된다. 2차 산업혁명은 토마스 에디슨이 전기 백열등을 발명해 수공업과 제조업을 기계적인 산업 구조로 재편한다. 3차 산업혁명은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으로 정보 처리와 전달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4차 산업혁명을 연결하는 모바일 혁명으로 AI, 인터넷, 빅데이트 등의 문화혁명으로 번질 조짐이다.   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가 인간의 지능인 학습, 추리, 적응, 논증의 기능을 갖추면 세대별 소통이 더욱 힘들어지고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산업혁명이 위대한 발전이라 해도 더 큰 변화와 혁신이 발생하면 퇴색한다. 증기기관차는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의 위력을 능가하지 못한다.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국 화가 중 한명인 윌리엄 터너는 초기 기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캔버스에 담는다. 화가들은 이젤과 화구를 들고 멀리 가지 않아도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증기기관차는 실내나 정원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화가들이 먼 곳까지 가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다.   모네가 ‘인상-일출’ 등으로 인상파 전시회를 열자 바평가들은 ‘불쌍한 장님들, 안개 낀 풍경을 너무 선명하게 그렸군’이라며 조롱했다. 모네는 안개를 그림으로 보여주기 위해 ‘생 라자르 역(La Gare St, Lazare)’ 연작 12점을 그린다. 유리 지붕으로 구름처럼 서리는 연기 사이로 흘러드는 빛의 효과와 기차가 내뿜는 증기에 사물의 형체가 흐려지는 것을 안개처럼 표현한다.   예술은 시대를 앞서간다. 시대를 이끄는 동력이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수레바퀴다. 그림은 시대의 초상이다. 시대를 포옹하고 미래로 나간다. 화가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다. 시대의 자화상을 그린다. 비록 인정 받지 못하고 실망과 좌절로 허우적거려도 창조의 불길로 시대를 넘나들며 영원한 우상으로 남는다.   생의 불꽃을 뜨거운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자기 인생의 아이콘이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비추 영원 허수아비 아이돌 인터넷 보급 인상파 전시회

2024-08-28

시카고 다운타운 허수아비 경찰 사라진다

앞으론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경찰차 안에 앉아 있는 ‘허수아비 경찰’을 볼 수 없게 됐다.     시카고 경찰은 지난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운타운에서 발생하는 강력 범죄가 폭증하자 오버타임을 하고 있는 경찰을 순찰 차량에 탑승하게 한 뒤 다운타운 거리에 배치했다. 실제로 이들이 순찰 업무 등을 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차량에 타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이를 두고 전임 시카고 경찰청장 데이빗 브라운은 ‘허수아비 경찰 전략’이라고 불렀다. 대중에게 경찰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믿음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 허수아비 경찰은 사라지게 됐다. 래리 스넬링 경찰청장이 허수아비 경찰을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스넬링 경찰청장은 이 허수아비 경찰 전략이 오버타임 비용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는 반면 범죄 예방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 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도 적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여름에는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려 전국에서 시위대가 몰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찰의 오버타임 지출 비용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시카고 경찰은 인력 투입 전략도 수정했다. 현행 인력 투입 전략은 2022년 다운타운 범죄가 크게 증가한 이후 다른 지구에 배치된 경찰도 다운타운 지역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다른 지구에 배치된 경찰은 교통단속 등 단순 업무에만 치중하며 강력 범죄 예방에는 실적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8일 다운타운 오크길 명품 매장에서 경찰과 절도범들이 총격전을 벌였고 26일에는 와바쉬길에 위치한 이노베이션고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두 명의 고교생이 숨지는 등 다운타운 치안에 큰 문제점을 보이자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에서 인력 투입 전략이 수정됐다. 스넬링 경찰청장은 새로운 전략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스넬링 경찰청장은 작년 취임 직후 872명의 경찰들이 소속된 커뮤니티 안전 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이 팀은 자체적으로 할당된 단속건수를 처리하고 소수 인종에 대한 표적 단속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며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또 교통 단속 도중 총격을 받고 사망한 엘라 프렌치 경찰도 이 팀에 소속됐다가 순직하기도 했다.   Nathan Park 기자다운타운 허수아비 시카고 다운타운 허수아비 경찰 시카고 경찰

2024-01-31

[수필] 주례사

이십여 년 만에 귀국했던 1990년, 홍두깨 같은 결혼주례를 생각지 않게 한 적이 있다. 대학교수는 결혼주례 청탁이 많은 위치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례 경험이 없던 나는 엄두도 못 내는 의뢰를 받을 때마다 늘 사양하기 바빴다.     어느 날이다. 제자 K군과 그의 부모가 간곡하게 주례를 부탁했다. 식순에 따라 주례자가 할 일은 신랑·신부 문답, 선물 교환 후 축사 한 마디와 성혼 선포가 전부라고 했다. 계속 거절했지만 “아주 간단합니다”라는 통사정에 마음이 흔들려 엉겁결에 수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두려움과 걱정이 태산처럼 밀려왔다.     결혼은 한 가정을 이루는 경사인데 주례가 허수아비 같아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이왕 하기로 했으니 마음속에 담아 온 생각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견학이 필요했다. 시간을 내 결혼식장 몇 군데를 점잖은 양복 차림으로 구경 다녔다.     주례사의 시작은 틀에 박힌 내용이었다. '천지 만물이 생기를 돋구는 이 화창한 날에 공사다망하신 중 이렇게 왕림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은 사회자나 양가 대표가 할 인사말이었다. 어느 교수라고 하는 주례자는 신랑이 자기 제자이며 수재라는 칭찬만 늘어놓고 있었다. 다른 주례자는 미리 준비한 서너장의 쪽지를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한바탕 연설문을 읽고 있었다. 목사인 한 주례자는 성경 말씀의 한 구절을 읽고 지루하게 설교하고 있었다. 십계명 같은 결혼 계명을 한 가지씩 일러주지만 그 내용이 신랑·신부의 머릿속에 들어갈 리 없어 보였다. 모든 약속을 이행하기엔 너무 벅찬 어깨 짐이었다. 또 '…당부한다', '…기원한다',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라' 등등 이래라저래라 하는 말들이 그럴듯하게 들리긴 했지만 신랑·신부에겐 부담스러웠을 것이라 생각됐다.     마침내 결혼식이 진헹됐다.내가 주례사를 할 차례가 왔다. 결혼식을 축하한다는 인사에 이어 곧장 벼르던 말을 하나씩 내놓았다. 내용은 이랬다. 예로부터 부부 일심동체라 하는데, 나는 부부이심 이체라 외쳤다. 두 사람이 한 사람같이 화목하다는 뜻인 줄은 알겠지만, 실제로 둘이 하나가 되려면 한쪽이 거의 죽어야 아무 마찰과 탈 없이 무난할 것이라고 하였다. 부부는 서로 다른 개성과 역할을 갖고 있으며, 인연으로 만난 두 남녀는 각별한 친구이기도 하다. '각자의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 반문하면서 옛 여인들의 한(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불쑥 들먹거렸다.     두 사람의 관계가 동등해야 상의도 하고, 새로운 발상도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백지장도 둘이 맞들면 쉽다는 속담도 있지 않으냐는 등의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뚱딴지같은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 '머리카락이 파 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살아라'라고 하지만 나는 너무 무거운 책임이 되고 평생 가두는 사슬 같으니 차라리 풀라고 했다. 그리고는 서로 자유로이 돕고 위로하고 노력하는 편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철학자 소크라테스 같은 남편과 살던 선녀 같은 부인은 크산티페(Xanthippe)처럼 악처가 되었으며, 소피아(Sophia) 같은 악명 높은 처를 만나면 남편은 대문호 톨스토이처럼 맷돌을 목에 걸고 가출하여 객사하게 된다.     부부는 처음부터 '죽자 살자' 하는 사랑보다, 존경과 신뢰 그리고 사랑의 순서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사랑은 불같아서 꺼지지 않게 계속 불을 지펴야 한다. 천생연분은 설탕에 물을 붓든, 물에 설탕을 타든 서로 녹아 단물이 된다. 하지만, 본연이 다른 물과 기름은 쉽게 혼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을 가하면 뜻밖에 잘 섞이니 꾸준히 달리는 기차 화통같이 따듯한 열기를 잊지 말라고…. 식으면 물과 가름은 서서히 따로 놀게 된다는 자연 이치의 예를 들었다.     드디어 결혼식이 끝나고 식장을 돌아보니 심상치 않은 눈총의 구름이 닥쳐오는 것 같았다. 혹시 실언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교수님, 참 좋은 말씀 주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다른 반응도 있었다. 흰 두루마기 차림의 한 분은 “주례 선생, 신혼부부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잘 살라고 명심시켜야죠”라며 언짢은 표정으로 핀잔하는 게 아닌가.   물론 이들 부부가 잘 살기를 바라지만 주례자가 잘살라고 다짐한들 그대로 이뤄질까?  나는 보장되지도 않을 껍데기 주례사를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내 주례사가 어느 기자의 귀에 들어갔는지 '여성'이라는 신문에 긍정적 평가와 함께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이례적인 주례사라는 이유였다. 첫 번째 주례의 민망함 때문인지 두 번 다시 주례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 요즘은 직업적인 주례자도 있다고 한다. 또 양가 부모들이 직접 덕담과 부탁의 말로 주례를 대신하는 것이 유행이란다. 과거 별나게 했던 주례사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를 때면 그 부부의 가정에 늘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복성 / 수필가수필 주례사 껍데기 주례사 결혼주례 청탁 주례가 허수아비

20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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