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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라그랑주 점

라그랑주는 18세기 말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데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우주 공간에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을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조제프-루이 라그랑주는 에펠탑에 새겨진 프랑스를 대표하는 과학자 72명의 이름 중 하나로 역사에 남았다.     무엇보다도 우주 시대를 맞은 지금 라그랑주 점으로 불리는 우주 공간의 중요한 위치 때문에 요사이 특히 많이 등장하는 용어다. 참고로 2021년 성탄절에 발사돼서 그 성능을 한껏 발휘하고 있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라그랑주 점 중 하나인 L2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지구 표면을 둘러싼 대기가 우주에서 날아오는 전자기파를 흡수하고 복사하거나 산란시켜 온전히 지상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망원경을 지구 밖 우주 공간으로 보내서 관측하면 훨씬 효과적인데 천체 간에 작용하는 인력 때문에 망원경이 움직이므로 위치를 바로잡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연료 소모가 너무 많으므로 천체 간의 중력이 상쇄되는 곳인 라그랑주 점을 이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우주망원경이 지구 근처 어딘가에 있다면 당연히 태양의 인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 움직임을 방지하려면 당연히 로켓을 분사해서 그 반대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한두 번의 조정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야 한다면 상당한 연료 소모를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우주 공간에 천체 간의 인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 우주망원경을 배치해 놓으면 천체의 인력이 평형을 이루어 그 궤도를 공전하는 우주선이나 망원경이 추가 연료 소비 없이 작동할 수 있다.   큰 천체의 중력과 작은 천체의 원심력이 상쇄되는 곳을 라그랑주 점이라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 주위에는 L1, L2, L3, L4, L5라고 이름 붙인 총 다섯 곳의 라그랑주 점이 있다. L1, L2, L3는 태양과 지구를 잇는 일직선 위에 있는데 불완전한 평형점이라고 불리며 조금씩이기는 하지만 위치를 수정해 줘야 한다. 현재 사용 중인 곳은 L1과 L2 두 곳이다.   L1; 직선상 태양-L1-지구 순으로 나열된 라그랑주 점 L1은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있는데 1995년 미국과 유럽 우주국이 함께 발사한 태양관측위성 SOHO와 중국의 창어 5호가 그곳에 있다. 한쪽이 태양을 향해 있으므로 태양 관찰에 적합한 곳이다.     L2; 태양-지구-L2 순으로 직선상 나열된 라그랑주 점 L2에는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우주망원경과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있다. 특히 L2는 항상 지구 그림자 안에 있으므로 우주 관측에 아주 유리하다. 그러나 장비가 오작동하거나 고장 나면 머나먼 그곳까지 우주선을 보내서 수리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지구 상공 600km에서 한 시간 반마다 지구를 공전하며 천체를 관측했던 허블 우주망원경은 몇 번 우주선을 보내서 수리한 적이 있다.     L3;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정반대 쪽에 있는 라그랑주 점이다.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고 태양에 가려 통신도 불가능하다.   L4와 L5; 이 두 곳의 라그랑주 점은 완전 평형점이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라그랑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가이아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

2024-10-11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파

사람은 눈이 없으면 사물을 볼 수 없지만, 가시광선 파장 너머의 전파를 사용하는 모기나 박쥐, 그리고 레이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것까지 감지한다. 물론 우리가 무엇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빛도 전자기파의 한 부분이다. 그런 식으로 모든 물질은 전자기파에 반응하고 따라서 우리는 지금까지 전자기파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우주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소위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체의 4%에 지나지 않는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현재 과학자들의 추산으로 우주는 아직 우리의 과학 기술이 밝히지 못한 암흑물질이 22%, 그리고 암흑에너지가 74%쯤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주의 96%가 정확히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는 말이다.     그 나머지 4% 중 성간 가스 3.6%를 빼면 별을 포함하여 눈에 보이는 것은 고작 0.4%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수명을 다해서 죽어가는 과정에 있는 별은 거의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없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력파란 쉽게 말하자면 우주 저 먼 곳에서 블랙홀 같은 거대한 질량을 지닌 천체에 변화가 생길 때 중력이 우주 공간으로 빛의 속도로 퍼져 나가는 파동을 말한다. 상대적 시공간에서 생기는 현상이기 때문에 절대 시간과 절대 공간을 다루던 뉴턴 물리학에서 그런 개념조차 없었다.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추측되기는 했지만, 그 측정이 너무 어려워서 오랫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다가 딱 한 세기 후인 2015년에 관측에 성공했다. 그 공로로 중력파를 발견한 사람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 공간에서 질량이 큰 물체가 폭발하거나 충돌할 경우 그 결과 중력의 변화가 생긴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런 중력의 변화가 시공간을 흔들 것이고 그런 출렁임이 파동으로 퍼져 나갈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것이 바로 중력파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그런 미미한 파동을 관측할 수 없어서 그 후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것이 한 세기가 지나서 관측 장비가 개발되자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역시 아인슈타인답다.   만약 전자기파에 의한 통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중력파를 이용한 통신이 개발될 경우 엄청난 통신 혁명을 맞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몸 속에 이상이 생긴 경우 외과적인 수술로 몸을 열어보지 않고도 X선의 도움으로 몸 속을 촬영하여 진단하는 것처럼 중력파는 물질과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항성의 내부라든가 심지어는 블랙홀도 관측할 수 있다.     갈릴레이 이후 향상된 천체망원경을 통해서 우리는 밤하늘을 살폈다. 그러나 광학 망원경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후 인류는 지구 대기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전파를 이용한 망원경으로 우주 구석구석을 뒤졌다. 그 유명한 허블 천체망원경이 가시광선을 이용한 것이라면, 이번에 발사한 제임스 웹 천체망원경은 적외선을 이용한 망원경이다. 이 두 망원경은 지구 대기층의 영향을 피하려고 우주 공간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중력파를 이용한 천체망원경이 개발된다면 중성자별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으며 빅뱅에 대한 더 확실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중력파 허블 천체망원경 우주 공간 우주 구석구석

2023-08-0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망원경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별빛을 파장 순으로 분석하면 가장 짧은 것이 감마선이고 그 다음이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의 순으로 늘어 놓을 수 있다. 지구의 대기층은 해로운 감마선이나 X선 등을 흡수하여 지상의 생명체를 보호한다.     짧은 파장의 빛은 그렇게 대기에 의해서 걸러지므로 감마선이나 X선을 이용하는 천체망원경은 지구의 대기권 밖에 설치할 수밖에 없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망원경도 대기의 산란 현상 때문에 선명한 상을 얻기 힘들어서 아무래도 우주로 올려 보내는 편이 낫다. 단 긴 파장대를 쓰는 전파망원경은 지구 대기권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지상에 설치해도 무방하다.   대표적인 우주망원경은 말할 것도 없이 허블 우주망원경이다. 1990년에 발사했는데 원래 계획은 약 10년 정도 사용하고 다시 지구에 귀환시켜서 박물관에 전시하려고 했지만, 그 동안 여러 차례 보수 공사를 한 덕에 3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을 잘 하고 있다. 영화 Gravity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고치러 우주에 올라가서 사고를 당한 우주인 얘기다.   여기서 라그랑주 포인트에 관한 설명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우주 산업에서 라그랑주 포인트의 이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일반적으로 우주 공간은 무중력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뜻은 지구 표면에 비해서 중력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지 중력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태양은 물론이고 근처의 행성이나 위성의 영향을 받는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서로의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이 있다. 지구에서 태양을 향해서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배쯤 가면 나오는 곳을 L1이라고 부른다. 만약 라그랑주 지점에 비켜나 있으면 중력이 조금이라도 세게 미치는 천체 쪽으로 끌려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연료를 써야 한다.     라그랑주 포인트에서는 그런 불필요한 연료의 손실이 없기 때문에 우주의 휴게소라고 부른다. L1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되는 곳이어서 연료 낭비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2020년에 발사된 중국의 창어 5호가 여기에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주로 가시광선을 이용하지만 차세대 우주망원경이라고 불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을 이용하므로 열에 아주 민감하다. L1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열에 민감한 우주망원경을 운용할 수 없다.     반면 L2는 태양과 지구를 이은 일직선 상에서 태양의 정반대 쪽에 놓이게 되므로 태양빛이 지구에 의해 가려지게 되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L2까지 가는데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우주왕복선을 보내서 고장 수리나 부품 교체가 불가능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냥 버려야 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지구에 의해 태양빛이 가려지는 L2에 위치한다.   그 밖에도 우주망원경의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낸 스피쳐를 기리는 스피쳐 적외선 우주망원경이 있고, X선을 사용하는 찬드라 관측선, 자외선을 이용하는 GALEX, 감마선을 사용하는 INTEGRAL, 그리고 외계 행성 탐사를 주임무로 하는 TESS가 있다.     우주에는 구름도 없고 더군다나 밤낮이 없어서 언제나 관측이 가능하지만, 우주망원경을 만들어 궤도에 올리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너무 먼 곳에 있으면 보수나 수리가 불가능하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망원경 적외선 우주망원경 허블 우주망원경 지구 대기권

2023-04-21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르메트르 법칙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톨릭 사제가 종종 눈에 띈다. 지동설의 코페르니쿠스, 유전법칙의 멘델, 그리고 여기 소개하는 조르주 르메트르 신부가 그런 경우다. 코페르니쿠스와 멘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웬만한 것은 아는 사람이라도 르메트르 신부는 잘 모른다.     조르주 르메트르는 19세기가 막 저물 무렵 벨기에서 태어났다. 수학과 물리학에 두각을 나타낸 그였지만 신학대학원에 진학하여 29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후 로마 교황청 과학원장을 지냈으며, 66세에는 몬시뇰이 되었다. 몬시뇰은 업적이 훌륭한 사제에게 주어지는 권위 있는 명예직이다.   르메트르는 평소 아인슈타인을 존경하여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토대로 우주팽창이론을 구상했다. 마침 솔베이 회의 참석차 브뤼셀에 온 아인슈타인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자기 이론을 설명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적인 우주를 확신하던 아인슈타인은 동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역겹다는 막말까지 했다.     그 후 두 사람은 이따금 만나기는 했지만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서로 불편해했다고 한다. 솔베이 회의란 벨기에의 부자 사업가 솔베이가 창립한 당시 최고 권위를 가진 물리학-화학 과학자 모임이었다. 1927년에 열렸던 제5차 솔베이 회의는 참석자 29명 중 17명이 노벨상 수상자였는데 거기서 코펜하겐 학파의 양자역학이 아인슈타인을 제쳤다. 어느덧 양자역학이 고전물리학을 대체하려는 전야에 와있었다.     자신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문제가 생기고, 양자역학을 추종하는 후배들이 대놓고 덤벼들어서 기분이 언짢던 아인슈타인은 새파랗게 젊은 가톨릭 신부가 아버지뻘인 자기에게 팽창하는 우주에 관한 의견을 내자 불편했다. 나중에 아인슈타인은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고 르메트르의 이론에 동의했다고 한다.   우주의 팽창을 증명한 사람은 허블이었지만, 정작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사실 르메트르였다. 그는 허블보다 2년 먼저 허블 법칙을 알아냈고, 허블 상수를 추정했다. 가톨릭 신부였지만 그는 과학과 종교를 엄격히 구별하였는데 그는 최초의 우주는 부피는 없지만, 질량이 무한대인 한 점,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런 '원시 원자'가 폭발하고 팽창하여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말하자면 빅뱅 이론의 창시자였다.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란 은하는 거리에 비례해서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천체물리학 박사학위 소지자만 모인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 '허블 법칙'을 '허블-르메트르 법칙'으로 바꿀 것을 의결했다.     1963년 빅뱅 이론의 결정적인 증거가 미국 AT&T 회사의 기술자들에 의해서 발견되었다. 두 해 후에 논문으로 발표된 우주배경복사 소식은 벨기에 요양원에서 임종을 기다리고 있던 르메트르에게도 전해졌다.     그는 완전무결하신 하나님께 이 우주는 정지 상태인지, 아니면 그 시작부터 팽창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 했는데 다행히 죽기 직전에 자신의 이론이 증명된 것을 안 르메트르 신부는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하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빅뱅 이론은 현재 우주론의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그는 이미 백 년 전에 대폭발로 생긴 이 우주가 계속 팽창한다고 생각했던 진정한 선지자였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르메트르 허블 르메트르 신부 조르주 르메트르 르메트르 법칙

2023-03-24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 딥 필드

192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은하가 바로 우주였다. 그런데 변호사였던 에드윈 허블이 윌슨산 천문대에서 우리 은하 말고 다른 은하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아냈다. 그때까지 은하와 우주는 거의 같은 의미였는데 이 우주에는 우리가 속한 은하수 같은 은하가 무려 수천억 개나 있었다. 허블이 외부은하를 발견함으로 우주는 하룻밤 사이에 엄청나게 커졌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별이다. 그런데 좀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은 별들이 모인 성운이라고 생각했다. 허블은 그것이 은하수 은하 밖에 있는 외부은하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갑자기 우주가 수천억 배로 커져 버렸다.       가시광선을 이용하는 망원경은 지구 대기층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대기권 밖에 망원경을 설치하기에 이르렀고, 1990년 일을 시작한 망원경에 허블을 기리는 의미에서 허블 우주망원경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허블 우주망원경의 운용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서 아무 일이나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돈이 들어가자 많은 사람이 허블 우주망원경에 회의적이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에 어떤 정신 나간 천문학자가 아무 근거도 없는 어떤 빈 곳을 뒤져보자는 제안을 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무시 되고 말았다. 그런 고가 장비로 열흘씩 관측해야 하는 쓸데없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허블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던 우주 구석의 공간에 엄청난 세상이 있었다. 우주 한쪽 구석에 바늘구멍 크기의 공간에서 약 3천 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 지구 대기층의 방해로 일반적인 광학 망원경에 포착되지 않던 수많은 은하가 널려 있었다. 바로 허블 딥 필드다.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엄청난 세균이 득실거리는 것을 발견한 것과 같다.   지금까지의 발견으로 추측한 결과 우리 우주에는 적어도 약 2500억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는 추정에 이른다. 우리가 속한 은하수는 그런 은하 중 하나인데, 우리 은하수 은하에만 약 4000억 개의 별이 있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의 총수는 몇 개나 될까? 두 천문학적 숫자를 곱하면 된다. 우리 인간의 기준으로 그 정도의 거리와 숫자는 무한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지금 작년 성탄절에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곳을 돌면서 더 환상적인 우주 사진을 보내고 있다. 우주 망원경의 발달로 우주는 더 커지고 은하는 우주 곳곳에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다. 참고로 우리 태양이 속한 은하수 은하는 그 너비가 10만 광년이다. 다시 말해서 은하수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는데 빛의 속도로 10만 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우주에 널린 은하 중 하나인 은하수의 변방에 태양이란 별이 있고, 그 태양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이 우주에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태양계의 규모로 보나, 은하수 은하만 놓고 보든지 더 나아가서는 우주 전체를 상상했을 때 지구 위에 사는 우리의 존재는 너무나 미약해서 지금 우리를 괴롭히는 코로나바이러스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허블 필드 허블 우주망원경 우리 은하수 은하수 은하

2022-11-25

"우주·항공 분야 초정밀 부품공급 보람" 폴인노스럽그루먼스페이스시스템바이어

노스럽 그루먼에서 일하는 폴 인(한국명 성현) 씨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년째 스페이스 시스템 분야 바이어로 근무 중인 그는 우주망원경에 탑재되는 각종 전자 부품을 엄선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인 씨는 "제임스 웹은 이전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2700배 이상 먼 약 93만 마일의 궤도를 돌면서 우주의 더 깊숙한 공간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며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려운 점에서 부품 공급은 철저하고 완벽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허블 우주망원경은 약 330마일 지구 저궤도에 위치한 까닭에 그간 몇 차례 고장이 났지만 지구와 가까워 수리가 가능했다. 100억 달러가 투입돼 25년간 제작돼 빅뱅 직후 초기 우주를 관측하는 혁명을 가져올 제임스 웹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인 씨는 "대부분 '메이드 인 USA'인 부품 하나하나가 정밀하고 민감해 테스트하고 제때 공급을 받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며 "각종 부품의 스펙을 따지고 매니지먼트와 스케줄을 조율하며 대장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6년간 공군에서 복무하며 보급 분야에서 일한 그는 이후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3M에서 근무한 뒤 2년 전 노스럽 그루먼으로 옮겼다. 제임스 웹 이후에도 항공우주국 나사와 인공위성 분야에서 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직도 공군 예비군으로도 활동하는 인 씨는 한 달에 한 주말 정도는 군을 위해 일하며 2019년에는 약 8개월간 쿠웨이트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 LA 세계한인무역협회(옥타 LA)의 제19기 차세대 무역스쿨을 수료한 그는 기수 장을 맡은 뒤 연말에 옥타 LA의 차세대 대표로 뽑혔다.   인 씨는 "아버지의 조언으로 무역에도 관심을 갖게 돼 무역스쿨에 참여했고 올해 대표로도 활동할 계획"이라며 "지난 2년간 약혼녀와 함께 뚱카롱(뚱뚱한 마카롱) 사업을 소규모로 해왔는데 새해에는 OC에 숍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옥타 LA 차세대 활동으로 네트워크를 넓히고 창업과 함께 개인적으로 결혼도 할 예정으로 2022년을 바쁘게 보낼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류정일 기자부품공급 초정밀 부품공급 보람 항공우주국 나사 허블 우주망원경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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