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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0주년 선물로 '이 꽃' 120만 송이 준비

    한 농부가 결혼 50주년을 맞아 아내를 위한 깜짝 선물로 120만 송이의 해바라기를 준비해 화제다.   캔자스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리 윌슨은 그의 아내가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것에 착안해 자신의 땅에 해바라기를 심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80에이커를 해바라기로 가득 채운 것이다.     에이커당 대략 1만5000송이가 심겨 있으니 전체로 따지면 120만 송이에 달한다.   윌슨은 아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5월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이후 지금까지 아내에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윌슨은 "오는 8월 10일이면 결혼 50주년을 맞는다. 무엇을 해줄까 엄청 고민하다 아내가 항상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윌슨 부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50년 동안 서로의 동반자로 삶을 함께 하고 있다.   윌슨의 아내 르네는 깜짝 선물을 받은 뒤 "정말 특별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면서 "해바라기로 채워진 밭 이상으로 완벽한 결혼기념 선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이 지역에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물결을 구경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바라기는 빨리 시들기 때문에 해바라기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에 담을 수 있는 기간은 2주 정도에 불과하다.  김병일 기자결혼 선물 결혼기념 선물 해바라기 바다 해바라기 물결

2023-07-31

[이 아침에] 꽃피는 봄에

그놈들이 돌아왔다. 음력 설이 빨라 올해에는 봄이 일찍 올 것을 예상했는데, 역시 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력설이 지나자 바로 그놈들이 얼굴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놈들이란 우리 집 뒷동산에 피는 금잔화들이다.     우리 집은 뒤로는 집들이 없이 나지막한 언덕이며 나는 이 언덕을 뒷동산이라고 부른다. 그곳에는 이런저런 이름 모르는 풀과 옆집에서 슬금슬금 넘어온 선인장, 그리고 야생 해바라기가 자란다. 금잔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쯤 전의 일이다. 어느 해 봄, 느닷없이 언덕 윗자락에 꽃이 피었다. 새들이 날라온 씨앗이 싹을 튼 것인지, 아니면 언덕 위 어느 집에서 내버린 씨앗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발을 들여놓더니 매년 옆으로 아래로 조금씩 영토를 넓혀 이제는 아래위로 가득하다. 몇 년 전 비가 많이 내리던 봄에는 정말 볼만했었다. 그 후 몇 해 동안은 겨울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어 봄이 되어도 버짐 먹은 아이의 머리처럼 듬성듬성 나곤 했다. 지난겨울 내린 비에 마침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 한두 개 발견하고 나면, 그 주변을 시작으로 마치 팝콘 터지듯이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아침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계절이 바뀔 때면 계절풍이 부는데, 봄에 부는 바람은 확실히 가을바람과는 다르다. 가을에 바람이 불면 여름내 뜨거운 햇살에 마르고 거칠어진 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은 찢겨 떨어져 바람에 날린다. 캘리포니아의 봄은 나무보다는 풀이 먼저 알고 싹을 틔운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뒷동산에는 초록 풀과 알록달록 금잔화가 일사불란하게 물결친다. 풀 사이로 고개를 빼고 피어 있는 야생화는 마치 저 혼자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준다.     따스한 바람에 꽃과 풀은 물결치고, 새들은 지저귀며,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 하늘에는 높이 뜬 비행기가 가늘고 긴 비행운을 남기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보고 있노라면 의식하지 않아도 잠시 ‘멍’ 때리게 된다. 이별이나 외로움 따위의 쓸쓸한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했던 모양이다.     아직 잎도 나지 않은 복숭아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이런 봄에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인민군의 일원으로 전선에 나와 있던 작은아버지는 형님이 남한의 국군 장교라는 사실이 알려져 감시 대상이 되자, 종전을 앞두고 부대를 탈출해 남한으로 투항했다. 그 후, 포로가 되었다가 남한에 남았지만, 인민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감시대상이 되었다. 결국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작은아버지를 끝으로 우리 집 실향민 세대는 모두 돌아가셨다. 북한 땅에는 만나본 적 없는 사촌들이 살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더 이상 통일은 내게 절실하지 않으며 큰 의미도 없다.     작은 아버지는 미리 화장 패키지를 마련해 두셔서, 이달 중순에 화장이 끝나면 바다에 나가 재를 뿌릴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 집 뒷동산의 금잔화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부디 꽃피는 고향에서 먼저 가신 부모 형제를 만나 편히 쉬시기를 기원한다. 고동운 / 공무원이 아침에 금잔화가 모습 화장 패키지 야생 해바라기

2023-02-19

[이 아침에] 꽃피는 봄에

그놈들이 돌아왔다. 음력 설이 빨라 올해에는 봄이 일찍 올 것을 예상했는데, 역시 절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음력설이 지나자 바로 그놈들이 얼굴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놈들이란 우리 집 뒷동산에 피는 금잔화들이다.     우리 집은 뒤로는 집들이 없이 나지막한 언덕이며 나는 이 언덕을 뒷동산이라고 부른다. 그곳에는 이런저런 이름 모르는 풀과 옆집에서 슬금슬금 넘어온 선인장, 그리고 야생 해바라기가 자란다. 금잔화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10년쯤 전의 일이다. 어느 해 봄, 느닷없이 언덕 윗자락에 꽃이 피었다. 새들이 날라온 씨앗이 싹을 튼 것인지, 아니면 언덕 위 어느 집에서 내버린 씨앗인지 알 수 없다.     한번 발을 들여놓더니 매년 옆으로 아래로 조금씩 영토를 넓혀 이제는 아래위로 가득하다. 몇 년 전 비가 많이 내리던 봄에는 정말 볼만했었다. 그 후 몇 해 동안은 겨울에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계속되어 봄이 되어도 버짐 먹은 아이의 머리처럼 듬성듬성 나곤 했다. 지난겨울 내린 비에 마침내 제 세상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 한두 개 발견하고 나면, 그 주변을 시작으로 마치 팝콘 터지듯이 매일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난다. 햇살이 좋은 날이면 아침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     계절이 바뀔 때면 계절풍이 부는데, 봄에 부는 바람은 확실히 가을바람과는 다르다. 가을에 바람이 불면 여름내 뜨거운 햇살에 마르고 거칠어진 가지에 달린 나뭇잎들은 찢겨 떨어져 바람에 날린다. 캘리포니아의 봄은 나무보다는 풀이 먼저 알고 싹을 틔운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뒷동산에는 초록 풀과 알록달록 금잔화가 일사불란하게 물결친다. 풀 사이로 고개를 빼고 피어 있는 야생화는 마치 저 혼자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준다.     따스한 바람에 꽃과 풀은 물결치고, 새들은 지저귀며, 구름 한 점 없는 코발트 빛 하늘에는 높이 뜬 비행기가 가늘고 긴 비행운을 남기며 어디론가 날아간다. 보고 있노라면 의식하지 않아도 잠시 ‘멍’ 때리게 된다. 이별이나 외로움 따위의 쓸쓸한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라고 했던 모양이다.     아직 잎도 나지 않은 복숭아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이런 봄에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인민군의 일원으로 전선에 나와 있던 작은아버지는 형님이 남한의 국군 장교라는 사실이 알려져 감시 대상이 되자, 종전을 앞두고 부대를 탈출해 남한으로 투항했다. 그 후, 포로가 되었다가 남한에 남았지만, 인민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감시대상이 되었다. 결국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작은아버지를 끝으로 우리 집 실향민 세대는 모두 돌아가셨다. 북한 땅에는 만나본 적 없는 사촌들이 살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더 이상 통일은 내게 절실하지 않으며 큰 의미도 없다.     작은 아버지는 미리 화장 패키지를 마련해 두셔서, 이달 중순에 화장이 끝나면 바다에 나가 재를 뿌릴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리 집 뒷동산의 금잔화는 절정에 이를 것이다. 부디 꽃피는 고향에서 먼저 가신 부모 형제를 만나 편히 쉬시기를 기원한다. 고동운 / 가주 공무원이 아침에 금잔화가 모습 화장 패키지 야생 해바라기

2023-02-08

[살며 생각하며] 그대 그리고 나 - 해(Sun) 바라기

언제부터인지 아내가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내가 코를 고는 것이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질 않았다. 내가 눈을 뜨는 순간에 아내가 코를 골기 시작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나 깊고 단잠을 자느라 아내의 코 고는 소리에 귀를 열어줄 여유가 없어서인지 자는 동안에는 아내의 코 고는 소리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설령 아내가 코를 곤다고 하더라도 잠시 기다리면 다시 잠잠해지므로 아내의 코골이는 각방을 써야 하는 절박감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한참 떨어져 있었다. 코 고는 문제는 나보다는 아내 자신의 자존심에 더 큰 상처가 되는 것 같았다. 남에게 쉽게 꺼내 보일 수 없는 수치스러운 상처와 같은 것이 바로 코골이였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밤이었을 것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릴 정도의 소리가 들렸다. 일요일 밤에서 월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는 언저리쯤이었을 것이다. 나의 고막이 겨울날 북풍에 문풍지처럼 떨리는 것 같았다. 마침 일요일 오후에 20km 가까이 뛰었던 터라 나의 고단함은 애써 아내의 코 고는 소리를 무시하게 하였다. 아내의 코 고는 소리는 한 번 더 이어졌고 나는 다시 놀랐다가 곧 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코 고는 소리의 그 우렁참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내 기억 속에 강하게 새겨졌던 모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아내에게 전날 밤 아내의 코 고는 소리가 얼마나 씩씩하고 위풍당당했던 지에 대해 웃음기를 섞어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그저 졸졸 흘러가는 개울물 소리의 크기로 말을 했는데 아내는 물대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 때 아내는 내게 자리를 바꾸어 자자고 제안을 했다. 그 전에는 어떻게 잤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 집에 이사 온 뒤로는 내가 왼쪽에서, 아내가 오른쪽에서 잠을 잔다. 온종일 코를 골지 않는 방법에 대해 무지하게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었다. 아내의 설명이 이어졌다. 왼쪽을 향해 모로 누워서 자면 코를 훨씬 덜 곤다는 것인데, 원래 내 자리에서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앞에 거칠 것이 없으니 그만큼 숨을 쉬는 게 용이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그렇다고 그것이 딱히 과학적이거나 의학적으로 증명이 된 방법인 것 같지도 않았다.   아무러면 어쩌랴. 아내가 시키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이 우리 집의 법도이거늘. 나는 그날부터 자리를 옮겨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다음 날 아침에도, 또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내가 눈을 뜨면 아내는 나를 향해 몸을 돌려 자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아내는 원조 해바라기이다. 내 이름이 김학선인데 발음을 하면 김학썬(Sun)으로 들린다. 그래서 나는 옛날부터 닉네임으로 ‘SUN’을 사용해왔다.   코 고는 버릇을 고치겠다고 자는 자리를 바꾼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아내는 평생 나(Sun)를 향하는 해바라기의 운명인 것을. 추위를 많이 타는 아내는 요즈음 “봄 날씨가 어째 겨울보다 더 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나는 나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아내를 위해 먼저 자리에 들어 바뀌기 전의 내 자리에 눕는다. 아내가 방으로 들어올 때 나는 슬그머니 내 자리로 돌아간다. 이불을 들치고 몸을 이불 안으로 밀어 넣으며 아내는 “아, 따뜻해(SUN)”라고 속삭이며 행복한 잠을 청한다. 평생 해바라기로 살아온 아내를 위해 해처럼 몸이 따뜻한 내가 아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가 고작 잠자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일이다. 그래도 그 따뜻함을 한 겹 더 덮고 아내가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다면 코 고는 소리가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린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5월 초순이 지난 밤인데도 여전히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sun 해바라기 아내 개울물 소리 아내 자신

2022-05-09

[삶의 뜨락에서] 꿈틀대는 기운

황금빛 해바라기, 강렬한 색채 그리고 꿈틀대는 기운은 결국 나를 Immersive Van Gogh 전시장으로 유혹했다.    이번 전시의 특이한 점은 그의 작품을 영상으로 만들어 음악과 함께 천장과 벽 그리고 바닥에까지 투사하여 관객을 완전히 흠뻑 젖게 하는 것이다. 영상의 한가운데 서서 360도로 작품을 감상하면 그 작품 속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어지러울 수도 있어 한 면씩 벽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림이 선명하게 보인다.    작품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해바라기가 춤을 추고 아이리스 꽃봉오리가 수없이 개화한다. 황금빛 벌판에 달콤한 바람이 분다. 노천카페가 서서히 움직이며 밤하늘에서 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진다. 그림은 벽에서 나와 내게로 다가온다. 내가 고흐가 되고 고흐가 내가 된다. 아주 특별한 체험이고 감동이다. 그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결국 나를 감동하게 하는 것은 자연 안에 모두 들어있다. ‘건초더미가 쌓여 있는 풍경’은 단조로운 초록의 목초지 광경이다. 이 그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늘이 보여주는 갖가지 색채와 색조이다. 보랏빛 아지랑이, 짙은 자주색 구름에 반쯤 덮인 빨간 태양, 이 구름의 끝은 눈부실 정도로 선명한 빨간색이다. 태양 근처는 주홍색으로 물들어 있고 그 위로 노란색 광선이 보인다. 그건 점차 초록색과 파란색, 흔히 말하는 하늘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여기저기 보라색과 회색 구름이 태양 빛에 물들어 있다. 하늘 한쪽을 표현하기 위해 이토록 섬세한 관찰과 노력을 기울이는 작가의 고백이다.‘나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안에서 색채의 힘이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그건 아주 거대하고 강력한 어떤 것이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의 작품 해바라기, 붓꽃,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불꽃 같은 정열과 격렬한 터치로 눈부신 색채를 표현한 네덜란드 인상파 화가로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로도 불린다.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이 이 화가는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어쩌면 내 그림의 거친 특성 때문에 더 절실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것이 나의 야망이다’라고 썼다.     그의 작품은 신비, 광기, 천재성 그리고 창조성으로 대변된다. 그는 늘 두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색채에 대한 탐구다. 생에 단 한 점의 작품을 그나마도 헐값에야 팔 수 있었던 이 불운한 화가가 지금은 문화 아이콘으로 전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었다.     전시장을 나오기 전에 들린 선물센터에는 엽서, 포스터, 티셔츠, 머그, 우산 등 온갖 생활용품에 그의 친숙한 작품들로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었음을 보며 이 이윤은 다 어디로 돌아갈까 생각하니 씁쓸하다. 이처럼 뛰어난 천재 화가의 자질과 탁월한 예술가의 생애가 살아생전에 외면당한 채 백 년 후에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작품의 관람은 존경과 찬미의 형식으로 예술가가 과거에 겪었던 냉대와 무관심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작품이 초고가에 팔리고 주목을 받을수록 ‘고흐 숭배’는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작품 해바라기 황금빛 해바라기 태양 근처

2022-03-18

[삶의 뜨락에서] 해바라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때론 행복한 일탈이며 여유다. 내가 해바라기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은 “엄마! 우리 해바라기 보러 가자. 이제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그래서 집에서 한 시간 좀 더 걸리는 Central New Jersey에 있는 ‘Holland Ridge Farms’을 찾았을 때 그 끝없이 넓은 들판에 해를 닮은 노란 해바라기가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해바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식물로 꽃은 두상화(頭狀花)이다. 해를 닮은 노란 꽃이 상당히 인상적인 식물이다. 해바라기는 라틴아메리카가 원산지고 유럽에 전래한 것은 15~17세기라 한다. 이 해바라기는 관상용으로도 키우기도 하지만 본래는 해바라기 씨를 얻기 위해 재배해왔다. 씨앗은 간식이나 사료나 약, 혹은 기름을 짜는 데 쓰이기도 한다. 수천 개의 꽃이 모인 꽃인 만큼 꿀도 많아서 벌이 자주 모이고 실제로 해바라기 꿀도 있다. 해바라기 기름은 사순절 금식 기간에도 허용된 몇 안 되는 기름이다. 러시아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식용유이기도 하다.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보고 있자니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정물화가 떠오른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린 시기(1887년)는 그가 행복감에 젖어 살고 있던 때였는데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불릴 만큼 고흐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Holland Ridge Farm에서의 하루는 참으로 편안했다. 이 농장은 한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친절했고 볼거리도 많았다. 피크닉 구역, 마차를 타고 소풍 가는 기분도 낼 수 있고 푸드트럭도 있고 뮤지엄도 있고 농장에 들어올 때 입장권을 사야 하지만 해바라기꽃을 자기 마음대로 딸 수도 있는데(한 송이에 1달러) 그 많은 사람이 해바라기꽃을 따는 그 모습은 하나의 풍경화 같았다. 나도 열심히 해바라기꽃을 한 묶음 땄는데 담장 같은 팻말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Advice from a Sunflower’ ‘Be bright, Sunny and Positive Spread Seeds of Happiness Rise Shine, And Hold Your Head High!’ 꽃 중에서 우리의 일상에 희망과 열정을 주는 해바라기는 밝고 용기를 더하여 힘찬 시선은 가을의 수호신처럼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뉴저지로 올라온 지 몇 개월이 되지만 팬데믹으로 세월이 많이 변해 아직도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가까이 지내는 두 친구가 갔고 두 선배님이 요사이 안 좋으시고 멀리 있는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가을비에 마음이 괜스레 울적해지듯 요사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오늘, 이 넓은 농장에서 하루를 지내다 보니 마음도 상쾌하고 태양을 향해 열심히 꽃 피우는 해바라기가 그지없이 아름답고 고마웠다. 해바라기는 ‘해’와 ‘바라기’를 합친 단어로 ‘해를 바라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걸림돌이 많을지라도 내가 오늘을 열심히 살 때 태양은 늘 붉게 타오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하루였다. 정순덕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해바라기 해바라기 정물화 해바라기 기름 우리 해바라기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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