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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해바라기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때론 행복한 일탈이며 여유다. 내가 해바라기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는 딸은 “엄마! 우리 해바라기 보러 가자. 이제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그래서 집에서 한 시간 좀 더 걸리는 Central New Jersey에 있는 ‘Holland Ridge Farms’을 찾았을 때 그 끝없이 넓은 들판에 해를 닮은 노란 해바라기가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해바라기는 국화과에 속하는 일년생 식물로 꽃은 두상화(頭狀花)이다. 해를 닮은 노란 꽃이 상당히 인상적인 식물이다. 해바라기는 라틴아메리카가 원산지고 유럽에 전래한 것은 15~17세기라 한다. 이 해바라기는 관상용으로도 키우기도 하지만 본래는 해바라기 씨를 얻기 위해 재배해왔다. 씨앗은 간식이나 사료나 약, 혹은 기름을 짜는 데 쓰이기도 한다. 수천 개의 꽃이 모인 꽃인 만큼 꿀도 많아서 벌이 자주 모이고 실제로 해바라기 꿀도 있다. 해바라기 기름은 사순절 금식 기간에도 허용된 몇 안 되는 기름이다. 러시아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식용유이기도 하다.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를 보고 있자니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정물화가 떠오른다.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린 시기(1887년)는 그가 행복감에 젖어 살고 있던 때였는데 반 고흐의 해바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불릴 만큼 고흐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Holland Ridge Farm에서의 하루는 참으로 편안했다. 이 농장은 한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이어서 그런지 사람들도 친절했고 볼거리도 많았다. 피크닉 구역, 마차를 타고 소풍 가는 기분도 낼 수 있고 푸드트럭도 있고 뮤지엄도 있고 농장에 들어올 때 입장권을 사야 하지만 해바라기꽃을 자기 마음대로 딸 수도 있는데(한 송이에 1달러) 그 많은 사람이 해바라기꽃을 따는 그 모습은 하나의 풍경화 같았다. 나도 열심히 해바라기꽃을 한 묶음 땄는데 담장 같은 팻말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Advice from a Sunflower’ ‘Be bright, Sunny and Positive Spread Seeds of Happiness Rise Shine, And Hold Your Head High!’ 꽃 중에서 우리의 일상에 희망과 열정을 주는 해바라기는 밝고 용기를 더하여 힘찬 시선은 가을의 수호신처럼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뉴저지로 올라온 지 몇 개월이 되지만 팬데믹으로 세월이 많이 변해 아직도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가까이 지내는 두 친구가 갔고 두 선배님이 요사이 안 좋으시고 멀리 있는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있다. 가을비에 마음이 괜스레 울적해지듯 요사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  
 
오늘, 이 넓은 농장에서 하루를 지내다 보니 마음도 상쾌하고 태양을 향해 열심히 꽃 피우는 해바라기가 그지없이 아름답고 고마웠다. 해바라기는 ‘해’와 ‘바라기’를 합친 단어로 ‘해를 바라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 걸림돌이 많을지라도 내가 오늘을 열심히 살 때 태양은 늘 붉게 타오르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하루였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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