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플린 안보보좌관, 취임 25일 만에 낙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백악관 핵심 참모들의 언행이 구설수에 휘말렸고, 급기야 정권 출범 25일 만인 13일에는 마이클 플린(사진) 국가안보보좌관이 전격 사임했다. 또 취임 이후 20여 개의 행정명령이 발동됐지만 실질적인 정책으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건 전무한 실정이다. ◆플린, 25일 만에 낙마=플린의 사임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안보 분야 고위급 인사 실패 사례라는 점에서 현 정권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인물이어서 파장이 큰 상황이다. 플린의 사임은 러시아와의 유착 의혹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던 플린이 지난해 12월 말 트럼프가 취임하기 한 달 정도 전에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통화하면서 대러시아 제재 등과 관련한 폭넓은 정보를 교환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황은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로 확인됐고, 이 때문에 러시아의 협박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심지어 플린은 이러한 정황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보고하면서 심각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말해 거짓 보고 논란도 일으켰다. 언론들은 플린의 낙마가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정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허술한 보안=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플로리다주의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만찬을 즐길 당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보고를 접한 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는 전화 통화가 일반인들 앞에서 이뤄져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를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아베 총리와 부부 동반으로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두 정상 부부 외에 일반인들도 초대받아 같은 테이블에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 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에게 보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에 있는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보안이 확보되는 별도의 장소가 아닌 만찬 테이블에서 한 것이다. 심지어 아베 총리도 상황 보고서를 그 자리에서 읽었고, 당시 참석했던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플래시를 켜 조명을 비추기까지 했다. 이 모든 정황은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배우 리처드 디에가지오에 의해 촬영됐고, 디에가지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사진들을 올리며 "맙소사(holy moly!!!). 만찬장에서 한바탕 분주한 움직임을 보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고 적었다. CNN은 이에 대해 "일반인들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이토록 쉽게 접할 수 있게 한 것은 문제"라며 "아베 총리가 읽는 보고서 내용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녹음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행정명령 '유명무실'=트럼프 행정부의 '좌충우돌' 논란은 이게 끝이 아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행정명령과 지침 등을 합쳐 총 45개의 명령이 발동됐지만 사실상 새 정권 출범 이후 도입돼 진행 중인 정책은 없다"고 했다. 가장 먼저 발동한 오바마케어 폐지 행정명령은 현재 의회에서 답보 상태이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도 사실상 2006년 제정된 국경장벽건설법을 재시행한다는 내용이 전부이고, 이마저도 의회의 별도 예산 없이는 시행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금융 규제 등 각종 규제 해제 행정명령도 재무부에 현 규제를 점검한 뒤 개선안을 보고하라는 내용이고, 범죄 척결 행정명령도 각 지방 경찰에 연방법을 집행하라는 지극히 원칙적인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그나마 유일하게 새로운 정책이 시행된 것이지만 그마저도 법원의 저지로 무산된 상태다. 신동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