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액션] 2세들도 화나게 한 비상계엄
12월 3일 낮, 함께 일하는 2세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국 비상계엄에 대해 우리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면 좋겠다”고 했다. 순간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랬더니 그는 성명을 발표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단체의 뿌리는 계엄으로 피를 흘린 5·18 민주화 운동이다” (민권센터 설립자 윤한봉씨는 5·18 수배자로 미국에 망명한 시민 운동가였다) “한국의 민주주의 파괴를 결코 미주 한인들이 방관할 수 없다” 등. 틀린 말이 없었다. 그래서 멋쩍게 그럼 성명을 내자고 했다. 성명서도 2세들이 직접 쓰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영문 초안을 보내왔다. 서툴게 번역한 한글 성명을 고치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성명은 민권센터 등이 코리아 평화운동을 위해 설립한 미주한인평화재단(KAPF) 이름으로 발표했다. 2세들은 “윤 대통령의 이번 계엄은 한국의 옛 독재자 전두환을 연상시킨다”고 성명을 시작했다. “민주화 운동가들은 독재 정부에 맞서 조직적으로 봉기했고, 정부군에 의해 무자비하게 구타, 폭행, 체포, 살해당했다. 이 순간은 수십 년간의 권위주의 통치 끝에 한국이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촉매제가 됐다.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역사를 알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KAPF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뿌리를 알자’이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 명확히 연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행동은 인간의 생명과 민주주의,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2세들은 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이 순간은 또한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언론 탄압, 반대 세력 체포, 비영리 단체의 면세 자격 박탈, 가족 기반 이민 제한, 국가 비상사태 선포 및 군대 동원을 통한 이민자 체포, 공격, 추방 등 조치를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으며 공포를 조성하고, 경멸적이고 위험한 언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미국 국민이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위에 맞서 단합된 힘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 피부색,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안전하게 살 자격이 있다. 함께, 우리는 취약 계층의 존엄성을 지키고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와 정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자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지난 40여 년 한국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이 자유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 한인들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 한순간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모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정치 상황에 관심을 갖고, 이러한 반민주적 행위들이 우리 사회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해야 한다. 지금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고 모두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렇게 ‘뿌리’를 알고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는 2세들이 있기에 우리 커뮤니티는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김갑송 / 국장 민권센터·미주한인평화재단커뮤니티 액션 비상계엄 한국 비상계엄 민주주의 파괴 민주주의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