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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멋쟁이 희극인

일부러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물어보거나 말을 걸 때가 있다. 나도 “아니야 너 안 못생겼어”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요즘 나 최고로 못생긴 것 같다” 했더니 엄마가 말한다. 넌 언제나 나한테 최고였어. 고맙다고 엄마!!   아니야 너 안 못생겼어, 라는 말을 기대하며 엄마에게 요즘 나 부쩍 못생겨진 거 같아 했더니 엄마가 하는 말 “괜찮아, 티 안 나.”     박지선 『멋쟁이 희극인』   이런 글도 있다.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박지선의 아이디어 노트 속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유쾌하지만 예민하고, 매 순간 스스로 격려하고, 무엇보다 가족과 사랑이 넘쳐났던 그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떴다.   “쓰레기통을 열심히 광나게 닦는 사람을 보았다. 모두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집어넣을 때 그 사람은 그것의 입구를 광나게 닦는다. 덕분에 쓰레기통이 빛이 난다. 그 사람도 빛이 난다.” “걱정은 대체적으로 내가 하는 것보다 남이 만들어주는 게 더 많다. 걱정은 거절한다.”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 “2월 14일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초콜릿을 산다. 집에 온다. 아빠에게 준다. -끝-”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멋쟁이 희극 멋쟁이 희극인 코미디언 박지선 아이디어 노트

2024-11-27

웃음으로 날린 정체성 고민·세대 갈등…한인 코미디언 영미 메이어

틱톡에서 54만여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인 코미디언이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뉴욕타임스(NYT)는 코미디를 통해 한인 이민자의 정체성과 세대 간 갈등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영미 메이어(Youngmi Mayer)를 집중 조명했다.   메이어는 지난 1983년 한국인 어머니와 백인계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사이판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빈곤과 불안정 속에서 자란 그는 20살에 홀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당시 남편이자 셰프인 대니 보위엔과 함께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화제를 모은 레스토랑 ‘미션 차이나(Mission Chinese)’를 공동 창업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보위엔과의 이혼 이후 레스토랑을 떠나 본격적으로 코미디언으로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메이어의 유머는 한국 특유의 풍자와 날카로운 관찰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식당에서 음식이 비싸다고 불평하는 한국 아줌마를 흉내 내는 그의 풍자는 한인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상황을 반영하며 큰 공감을 얻는다. 그의 유머에 대해 작가 알렉산더 치는 “한인들은 서로를 놀리는 것을 즐기는데, 메이어는 이 특성을 매우 잘 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대 간 갈등도 그의 유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부모 세대의 생존 본능과 가난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이 강요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메이어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이민자 가정의 현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메이어는 “부모님은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길 원했지만, 내가 코미디언이 되겠다고 했을 때 ‘그게 직업이 되겠니’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최근 메이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회고록 ‘슬퍼서 웃는 거야 (I’m Laughing Because I’m Crying)’를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이민자로서의 정체성과 모순, 불편함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는 ‘나만 이런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민자들에게 ‘우리 모두 그렇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메이어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외부인으로 여겨졌던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자신을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으로 표현했다.   한편, 메이어는 책 출간 이후 진행한 북투어에서 한국 전통 판소리에서 영감을 받아 북을 치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을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독특한 무대를 제공했다. 그는 코미디를 통해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진솔하게 풀어내며,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정윤재 기자코미디언 정체성 한인 이민자들 한인 코미디언 정체성 고민

2024-11-26

[문장으로 읽는 책] 장애와 텔레비전 문화

장애인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특정한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이 기이한 가정의 뿌리는 장애에 관한 우리의 의식 구조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뉴스 미디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부분의 저널리스트는 ‘장애의 극복’ ‘용감한’ ‘고통을 이겨낸’ ‘역경에 도전하는’ ‘휠체어 신세를 지는’, 혹은 개인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용어인 ‘감화적’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결코 장애인에 관해 쓰거나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티 엘리스 『장애와 텔레비전 문화』   ‘우영우 신드롬’으로 장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때 맞춤한 책이다. 인용문은 책에서 재인용한, 호주의 장애인 코미디언·칼럼니스트 스텔라 영의 글이다. 세계적 화제를 낳은 TEDx의 명강연 ‘대단히 감사합니다만 전 당신의 영감거리가 아닙니다’로 알려진 영은 장애가 비장애인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며, 미디어가 장애를 다루는 전형적 방식을 ‘감화 포르노(inspiration porn)’라고 불렀다.   호주 커틴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장애인이 미디어에 어떻게 그려지는지 ‘재현’의 문제와 장애인의 미디어 ‘접근’ 문제를 두루 짚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넷플릭스의 화면 해설 서비스는, 2015년 시각장애인 수퍼히어로가 나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어데블’ 때 시작됐다. 당시 장애인 수퍼히어로를 장애인 관객도 보고 싶다는 온라인 요청이 거셌다. 지금은 비장애인들도 유용하게 쓰는 유튜브의 자동자막 기능은 2006년 농인인 유튜브의 엔지니어에 의해 도입됐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텔레비전 장애 텔레비전 문화 장애인 코미디언 장애인 관객

2022-07-28

[J네트워크] 조 바이든과 트레버 노아

“당신이 취임한 이후 모든 것이 잘~~되고 있어요, 그렇죠? 기름값, 집세, 음식값, 다 올랐어요.”(…ever since you‘ve come into office, things are really looking up. You know, gas is up, rent is up, food is up, everything.)   지난달 30일 코로나 유행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미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 연례 만찬에서 유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Trevor Noah)가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놀리며 한 말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계속되고 있는 물가 인상을 ’잘~~되고 있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노아 특유의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유머에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2600여 명이 빵 터지고 말았다.   노아는 이 외에도 바이든의 말실수와 고령(올해 11월이면 80세) 등을 웃음거리로 삼았지만 대통령은 그럴 때도 얼굴 찌푸림 하나 없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어땠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를 “너무나도 지루(so boring)하고 부정적(so negative)”이라고 보이콧하며 재임 동안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 언론계에서 유서가 깊은 이 행사는 1914년에 결성된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캘빈 쿨리지 대통령을 초대한 1924년부터 이어져 왔다. 이후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은 평소 비판의 날을 세워왔던 출입기자들이 최고통수권자와 함께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는 날이 됐다. 또 몇 해를 제외하고는 코미디언이 대통령과 정치인·언론인을 조롱(roast)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때로는 농담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참석자 일부가 자리를 뜬 일도 있었고, 2011년 만찬에 초대됐던 당시 방송인 트럼프는 자신을 희화하는 데 수모를 느끼고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날 뱉은 농담의 여파로 커리어가 망가지거나 탄압을 받은 코미디언은 없었다.   트레버 노아도 뼈있는 농담을 실컷 쏟아놓은 뒤 바이든 대통령을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죠?” 그것 역시 농담이었지만 지난 3월 오스카 시상식 생방송 중 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의 아내에 대한 농담에 격분해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가격한 사건을 보면 미국인이라고 모두 농담에 관대한 것도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인도, 대통령도 코미디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코미디 그 자체로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립과 반목보다 한층 더 성숙하고 여유 있는 정치환경이 자리 잡기를 또 다시 기대한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J네트워크 노아 트럼프 대통령 노아 특유 유명 코미디언

2022-05-09

‘아내 놀렸다’ 크리스 록 뺨 때려…윌 스미스에 영화인들 비판 봇물

할리우드 영화계 인사들이 28일 윌 스미스의 아카데미 시상식 폭행 사건을 공개 비판했다.   영화 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등에 따르면 배우와 감독들은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스미스의 반성을 촉구했다.   스미스는 전날 오스카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상 시상자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탈모 증상을 앓는 자신의 아내(제이다 핑킷 스미스)를 놀리는 농담을 하자 갑자기 무대에 올라 록의 뺨을 때리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원로 여배우 미아 패로는 이 폭행 사건에 대해 “오스카의 가장 추악한 순간”이라며 “단지 가벼운 농담이었고, 그건 록이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루크 스카이워커를 연기한 마크 해밀도 ‘역대 가장 추악한 오스카의 순간’이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스미스의 폭행을 꼬집었다.   코미디언 겸 감독 저드 애퍼타우는 “자기도취증이자 절제력을 상실한 폭력”이라며 “록은 죽을 수도 있었다. 스미스가 미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흑인 여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ABC 방송 ‘더뷰’ 코너에서 “스미스가 과잉반응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스미스의 폭행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미스 아내와 영화 작업을 함께했던 흑인 여배우 티퍼니 해디시는 “흑인 남성이 아내를 옹호하는 모습은 나에게 큰 의미였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웠다”며 “남편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22면〉할리우드 돌비극장 코미디언 크리스 오스카 시상식

2022-03-28

[문장으로 읽는 책]

 일부러 그 말이 듣고 싶어서 물어보거나 말을 걸 때가 있다. 나도 “아니야 너 안 못생겼어”라는 말이 듣고 싶어서 엄마에게 “요즘 나 최고로 못생긴 것 같다” 했더니 엄마가 말한다. 넌 언제나 나한테 최고였어. 고맙다고 엄마!!   아니야 너 안 못생겼어, 라는 말을 기대하며 엄마에게 요즘 나 부쩍 못생겨진 거 같아 했더니 엄마가 하는 말 “괜찮아, 티 안 나.”     박지선 『멋쟁이 희극인』   이런 글도 있다. “엄마에게 나의 숨은 매력은 뭐냐고 물었다. ‘예쁜 얼굴’이라고 답한 뒤, 내가 좋아할 겨를도 없이 바로 ‘그러나 너무 숨어 있기 때문에 통 보이지 않지’라고 한다.”   코미디언 박지선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김숙·박정민 등 친구들이 박지선의 아이디어 노트 속 짧은 글을 책으로 펴냈다. 유쾌하지만 예민하고, 매 순간 스스로 격려하고, 무엇보다 가족과 사랑이 넘쳐났던 그의 모습이 담겼다. 그는 엄마와 함께 세상을 떴다.   “쓰레기통을 열심히 광나게 닦는 사람을 보았다. 모두가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집어넣을 때 그 사람은 그것의 입구를 광나게 닦는다. 덕분에 쓰레기통이 빛이 난다. 그 사람도 빛이 난다.” “걱정은 대체적으로 내가 하는 것보다 남이 만들어주는 게 더 많다. 걱정은 거절한다.” “나는 넘어질 때마다 무언가 줍고 일어난다.” “2월 14일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초콜릿을 산다. 집에 온다. 아빠에게 준다. -끝-”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코미디언 박지선 멋쟁이 희극인 아이디어 노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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