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조 바이든과 트레버 노아
“당신이 취임한 이후 모든 것이 잘~~되고 있어요, 그렇죠? 기름값, 집세, 음식값, 다 올랐어요.”(…ever since you‘ve come into office, things are really looking up. You know, gas is up, rent is up, food is up, everything.)지난달 30일 코로나 유행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미 백악관 출입기자단 주최 연례 만찬에서 유명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Trevor Noah)가 행사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놀리며 한 말이다. 무엇보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후 계속되고 있는 물가 인상을 ’잘~~되고 있다‘라는 말로 비꼬았다. 노아 특유의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유머에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2600여 명이 빵 터지고 말았다.
노아는 이 외에도 바이든의 말실수와 고령(올해 11월이면 80세) 등을 웃음거리로 삼았지만 대통령은 그럴 때도 얼굴 찌푸림 하나 없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어땠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를 “너무나도 지루(so boring)하고 부정적(so negative)”이라고 보이콧하며 재임 동안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미 언론계에서 유서가 깊은 이 행사는 1914년에 결성된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캘빈 쿨리지 대통령을 초대한 1924년부터 이어져 왔다. 이후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은 평소 비판의 날을 세워왔던 출입기자들이 최고통수권자와 함께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는 날이 됐다. 또 몇 해를 제외하고는 코미디언이 대통령과 정치인·언론인을 조롱(roast)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때로는 농담이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참석자 일부가 자리를 뜬 일도 있었고, 2011년 만찬에 초대됐던 당시 방송인 트럼프는 자신을 희화하는 데 수모를 느끼고 대통령 출마를 결심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날 뱉은 농담의 여파로 커리어가 망가지거나 탄압을 받은 코미디언은 없었다.
트레버 노아도 뼈있는 농담을 실컷 쏟아놓은 뒤 바이든 대통령을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저, 어떻게 되는 거 아니죠?” 그것 역시 농담이었지만 지난 3월 오스카 시상식 생방송 중 배우 윌 스미스가 자신의 아내에 대한 농담에 격분해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가격한 사건을 보면 미국인이라고 모두 농담에 관대한 것도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치인도, 대통령도 코미디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코미디 그 자체로 웃어넘기는 여유를 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립과 반목보다 한층 더 성숙하고 여유 있는 정치환경이 자리 잡기를 또 다시 기대한다.
안착히 / 한국 중앙일보 글로벌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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