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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취향보다는 안전 우선 고려해야

대학 탐방, 즉 캠퍼스 투어는 사실 투어가 아니다. 자녀의 대학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 지를 미리 살펴보러 가는 대입 준비과정이다. 대학 탐방의 결과 는 누구나 가고 싶은 대학 중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이 가려진다. 그래서 대입 과정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수업시간에 들어가 봐라', '기숙사 카페테리아에서 음식을 먹어보라', '투어 가이드에게 많이 물어보라'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사항이다. 여기에 덧붙여 US뉴스 월드 리포트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체크 포인트를 소개했다.   대학 탐방은 역시 너무 어려서도 안되고 너무 늦어서도 안된다. 다만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고 한번 더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대학 탐방 결과로 희망 대학을 수정할 수도 있다.     ▶기후는 어떤가   미국 북동부의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에게 캠퍼스의 겨울은 무척 힘든 기후일 수 있다. 또한 텍사스지역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중 사계절이 완연한 북부 출신 학생이라면 여름에 텍사스 지역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4월만 해도 북동부는 아직 춥다. 물론 가능성 있는 여러 캠퍼스중 모두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정 지역 대학을 갔을 때는 그곳은 최적기이고, 다른 대학은 그곳 날씨가 최악기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외에도 흐린 날씨에 적응이 안되는 경우, 사막 기후에 어려울 수도 있다.  ▶기숙사도 보자     대학도 캠퍼스 투어에서 콘도 모델하우스 같이 가장 깨끗하고 상태가 좋은 기숙사 방으로 안내한다고 알려져 있다. 바로 옆 건물 보여주지 않는 기숙사 현관도 보고 와야 한다. 만약에 투어 중 보여준 기숙사가 걸리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엔 후회하기에 너무 늦는다. 가급적이면 식사 공간의 위생 상태도 점검하고 오라. 길게는 4년을 살 곳이다. 또 다른 것은 1학년을 마치고 기숙사를 나와서 인근 대학촌에 거주해야 하는 경우다. 우범지대에 대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주택 환경도 중요하다. 너무 집값이 비싸도 문제다.   ▶운전하고 가라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에 캠퍼스 투어를 가게 될 경우 최소한 한번은 비행기를 이용하지 말고 자동차로 가보라고 권한다. 이런 경험은 실제 대학과 집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알게 되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너무 먼 곳에 있는 자녀가 걱정될 수도 있다. 하여간에 한 번쯤은 운전해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부지역 학생의 경우 동부의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집에서 출발해서 꼬박 하루가 걸린다. 중간에 비행기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간에는 운전으로 이동하게 된다. 모두 알아서 잘하겠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너무 멀면 1년에 한번 얼굴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엘런 송씨는 딸아이를 UIUC(일리노이주립 어바나샴페인)에  합격시키고 생각지도 않은 고민을 했다. 대략 11시간을 운전하고 가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고 전한다. 결국 졸업식때나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 기회를 통해서 멀다는 현실 인식 외에도 특히 집으로 돌아올 때 차 안에서 가족끼리 방문했던 학교에 대한 평가를 해보는 기회로 삼으라고 권한다. 바로 방문한 대학이니 평가가 쉽고 메모를 작성해 놓으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그동안 공부하면서 못했던 가족 여행을 겸하는 것도 좋다. 나중에 보면 그런 기회가 많지 않다.    ▶코스 이탈 해보라   대학 탐방에 가면 학교에서 제공한 가이드가 정해진 코스를 돌며 정해진 대본을 외운다. 하지만 그 그룹에 끼어 있다고 항상 끝까지 같이 다닐 의무는 없다. 잠깐 코스에서 이탈해서 눈에 띄는, 관심이 끌리는 현장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정해진 그룹에서 빠졌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나중에 합류해서 투어를 계속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선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다른 학생에게서 솔직한 얘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 얘기가 별거 아니면 상관없지만 중요하다면 대학 탐방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주변 환경도 살펴라   캠퍼스 투어와 관련해서 도시가 좋은 학생과 숲이 우거진 전원을 좋아하는 학생으로 선호 취향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도시를 좋아한다고 도시에 있으니 됐다는 식으로 리서치를 그만두면 안된다. 학교 주변을 둘러봐라. 전문가들은 학교 캠퍼스와 경계선 지역 환경을 굳이 따진다. 막상 학교를 다니다 보면 캠퍼스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캠퍼스를 벗어날 수 있는데 너무 험악한 지역이라면 자녀 취향 보다는 안전을 따지는 것이 좋다.   장병희 기자자녀 취향 텍사스지역 대학 대학 탐방 캠퍼스 투어

2024-06-09

[우리말 바루기] 판이하게 다르다고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면 “우리 부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문제가 생기면 매번 싸움으로 끝난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때문에 취미 생활을 같이할 수 없다”와 같이 푸념하는 글이 많이 올라 있다. 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성향과 성격을 지니고 있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판이하게 다른 취향 차이로 인해 다양한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으니 받아들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점이 나쁘기도 하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판이하게 다른 성격’ ‘판이하게 다른 취향’ ‘판이하게 다른 성향’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판이한 성격’ ‘판이한 취향’ ‘판이한 성향’으로 고쳐 써야 바르다.   ‘판이(判異)하다’는 ‘판가름할 판(判)’ 자에 ‘다를 이(異)’ 자를 써서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상태 등이 아주 다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판이하게 다르다”고 하면 “아주 다르게 다르다”와 같이 중복된 형태가 되므로 ‘판이하다’ ‘다르다’ 중 하나를 선택해 써야 한다.   많은 이가 “판이하게 다르다”고 쓰는 이유는 ‘판이하다’를 ‘아주’ ‘매우’ 정도의 뜻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이하다’는 ‘다르다’와 의미가 중복되므로 같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자.우리말 바루기 판이 취미 생활 취향 차이 취향 때문

2024-02-23

[디지털 세상 읽기] “네 취향을 알고 있다” 광고시장 뛰어든 우버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 라이드 헤일링(Ride hailing) 서비스인 우버가 광고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우버는 이미 앱을 통해 광고를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승객이 차량을 기다리는 동안 TV·유튜브에서 보는 것 같은 광고 영상을 틀 계획이다. 그뿐 아니다. 우버 차 안에 태블릿을 부착할 준비도 하고 있다.   우버가 새로운 광고 효과를 자신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용자들은 차량을 호출한 후부터 끊임없이 앱을 들여다보기에 그 짧은 광고를 넣으면 꼼짝없이 보게 된다. 광고업계에서는 그 광고를 보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가령 비행기에 타서 눈앞 화면의 광고를 틀면 눈을 감지 않는 이상 봐야 하기에 ‘사로잡힌 관객(captive audience)’이 될 수밖에 없다. 보기 싫으면 그냥 넘겨버리는 잡지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유튜브에서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버가 사용자 취향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자산이다. 우버는 사용자들이 어디를 돌아다니는지는 물론, 음식 배달앱 ‘우버 이츠’를 통해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술 배달앱 ‘드리즐리’를 통해 무슨 술을 좋아하는지도 안다. 따라서 특정 집단을 정확하게 타깃으로 하고 싶은 광고주에게 우버는 아주 매력적인 채널이 된다.   구글과 메타가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을 삼켜버린 비결이 정확한 사용자 파악이다. 게다가 우버는 유튜브처럼 강제로 볼 수밖에 없는 영상 광고로 단가까지 높게 받을 수 있다. 다만 사용자들이 광고가 싫다고 플랫폼을 떠나지 않을 만큼 사용 습관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광고시장 취향 사용자 취향 잡지 광고 광고 사업

2023-06-26

[글마당] 새우튀김

요즘 세상에 집 문을 활짝 열고 사람 부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동안도 여러 번 초대한 친구가 오는 9월에 또 지인들을 초대했다. 매우 고맙다.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친구만 애쓰는 것이 미안해서 음식을 해 가기로 했다.     지난번 초대했을 때, 남들이 해온 음식은 접시 바닥이 드러나게 사라졌다. 아쉽게도 내가 가져간 음식은 귀퉁이만 조금 떨어져 나가고 남아있었다. 이번엔 그나마 내가 잘하는 새우튀김을 해가려고 한다.     새우튀김을 초대받을 때마다 해가고 싶었다. 그러나 날짜가 다가오면 슬슬 마음이 변했다. 입고 갈 옷에 기름 냄새가 밸까 봐. 튀기는 기름 열로 화덕에 들어갔다가 나온 몰골로 가기 싫어서. 튀길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나는 새우튀김을 친정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학할 때, 아르바이트로 호텔에서 일했다. 접시닦이로 시작해서 음식을 만들다가 케이터링을 하면서 미국 사람들의 음식 취향을 눈여겨볼 수 있었단다.     6·25전쟁 중 해운대로 피난 가서는 미8군 옆에서 새우튀김과 감자튀김을 만들어 G.I.에게 팔았다. 그들이 먹고 돈 대신에 PX 물품을 주면 국제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 해운대에 집도 사셨다.     서울로 올라와서는 명동에 경양식집을 열어 돈 담아 놓은 미군용 부댓자루 하나가 없어져도 모를 정도로 돈을 왕창 벌었단다. 그러나 콜레라가 번지면서 주 고객이었던 미군의 외출이 차단되어 문을 닫았다고 하셨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음식을 만들던 장면이 떠오른다. 다듬고 난 후 버리는 야채를 깨끗이 씻어 야채수프를 끓이면서 케첩과 마요네즈를 만드셨다. 아버지는 옆에서 기웃거리는 나에게 밀가루를 볶으라고 하셨다. 밀가루가 노릇노릇해지면 머나먼 나라에서 온 귀한 향료라며 요술 항아리에서 꺼내듯 황색 가루를 넣고 더 짙은 색이 날 때까지 볶으라고 했다. 카레 가루를 만드신 거다.     남대문시장에서 싱싱한 새우를 사다가 꼬리 껍질만 남기고 벗기셨다. 이쑤시개를 새우 등 중간 부분 가장자리에 쑤셔서 넣고 위로 당기면 똥이 주르르 따라 나온다. 새우등을 반으로 가르면 내 손바닥만 해진다. 새우튀김 할 때 온도가 떨어지면 새우가 오그라든다고 온도조절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신혼 초, 맨해튼 그랜드 스트릿 창고에 살 때 아버지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시고 새우를 사시더니 말씀하셨다.   “친구들을 다 불러라. 실컷 먹이게. 야채수프에 샐러드와 새우튀김이면 최고지.”   친구야, 가뜩이나 음식 못하는 내가 그동안 맛없는 음식만 해서 가져가 미안해. 이번엔 정말 새우튀김 해갈게.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새우튀김 새우튀김 해갈게 음식 취향 황색 가루

2022-07-01

과도한 리모델링 비용 판매에 오히려 불리

고물가와 모기지 이자율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의 셀러스 마켓 상황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6~8월은 주택 거래의 성수기고 매물 부족 상황이지만 일부 셀러들은 여전히 집 매매가 여의치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현장에서 뛰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집 못 파는 셀러들의 9가지 실수를 정리해봤다.   1. 지나친 가격     시장가보다 판매가가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는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자신의 집과 주변에 있는 유사한 크기와 구조의 집 가격과 비교해 보는 게 바람직하다. 아무리 리모델링을 최근 했고 비싼 자재를 사용했더라도 그 비용을 주택 판매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해서 매물로 내놓으면 바이어의 오퍼를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보통 시장가의 20~30% 이상이면 거래가 뜸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 허술한 리스팅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코로나19로 가상현실 투어도 등장한 마당에 볼품없는 사진과 허접한 설명은 바이어의 구매 의욕을 떨어뜨린다. 코로나19로 온라인 리스팅이 대세가 된 지금은 더 그렇다. 바이어의 입장에서 집 구석구석을 보기 좋게 사진을 많이 찍어서 같이 올리고 감성을 터치할 수 있게 집의 장점을 부각하는 설명이 주택 매매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과도한 애착     집에 대한 과도한 애착으로 인해서 가격 협상을 하지 않는 것도 집이 팔리지 않는 주요 이유로 꼽혔다. 셀러 본인 집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거나 정성을 쏟아부어 주택을 고쳐서 애정이 쌓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집을 팔아야 한다면 이런 애착은 버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게 이롭다.   4. 더러운 집     셀러 자신이 주택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잘 관리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나 바이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매물로 내놓기 전이나 리스팅에 올리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집을 청결하게 해야 한다.   5. 연출 필요   이미 이사한 후 살던 집을 매물로 내놓았을 때, 텅 빈 집은 바이어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한다. 이럴 경우엔 이삿짐을 옮기고 집의 공간이 넉넉하면서도 안락함을 줄 수 있도록 집을 꾸미는 게 집 매매에 큰 도움이 된다. 부동산 중개인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6. 불필요한 장식   개인 취향에 맞는 장식을 벽에 걸어 두거나 특정 장식품을 놓는 것은 주택 매매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가족사진과 개인 초상화 등은 미리 떼어두는 게 현명하다. 집안에 가구가 너무 많거나 불필요하게 장식품이 많으면 집이 아무리 깨끗하더라도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게 된다.     7. 개인 취향 리모델링   대중적이지 않고 너무 집주인 개성에 맞게 개조한 주택 역시 바이어의 호감을 살 수 없다. 일부 바이어를 내쫓는 부작용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바이어는 원하지 않는 집안 디자인이나 개조를 원래대로 복구하거나 개조하는 비용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8. 수리 많은 집   수리해야 할 곳이 많으면 많을수록 집이 팔릴 가능성은 감소한다. 집을 새로 구하는 바이어 입장에서는 수리할 곳이 거의 없는 집을 가장 선호한다.   9. 부동산 중개인 선택   부동산 중개인을 잘 못 선택한 경우도 집 거래에 영향을 준다. 그 이유는 중개인의 조언과 가격 산정 전략이 주택매매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실수는 전부 고칠 수 있는 사항이다. 다만 매물로 시장에 내놓은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매매 성사 가능성도 작아진다는 점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진성철 기자리모델링 과도 취향 리모델링 부동산 중개인들 주택 판매

2022-06-22

[영화몽상] 넷플릭스 1위와 개인의 취향

 또 한 번 놀랐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기에 이어 이번에는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시리즈 전 세계 인기 1위에 올랐다. 원작 웹툰부터 강렬한 상상력과 전개가 놀라웠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닌 한국산 콘텐트가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큰 반향을 얻는 일은 역시나 놀랍다.   이 순위는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공개에 인색하다. 나라별 가입자 수는 물론 개별 콘텐트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인기라는데 얼마나 인기인지 잘 안 밝힌다. TV로 치면 시청률, 극장으로 치면 관객 수를 알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좀 달라졌다. 각 나라에서 많이 본 작품 10편을 일일 순위와 함께 해당 국가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넷플릭스 첫 화면에 뜨는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다. 이런 국가별 자료를 매일 그러모아 일정 기준으로 전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 같은 외부 사이트도 생겨났다. 지난주부터는 넷플릭스가 ‘주간 넷플릭스 톱10’을 신설해 직접 전 세계 인기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화/TV시리즈, 영어/비영어로 나눠 시청시간에 따라 매긴 순위다. 관객 수만큼 속 시원한 수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기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데 순위 공개는 다른 효과도 있다. 음원 서비스나 과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체험했듯, 높은 순위는 주목도를 높이고 이용을 늘린다. 1위에 올랐다니 그 음악을 들어보고, 그 검색어를 찾아본다. 넷플릭스 콘텐트도 순위 공개로 화제와 인기를 더하고, 히트작이 메가 히트작이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넷플릭스가 자랑해온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지향과 상충하는 듯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평점이나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한다. 인기 작품에만 쏠리는 대신 한층 다종다양한 작품이 이용자에게 노출된다. 이런 틈새 콘텐트 전체가 거둔 성과는 소수의 인기 콘텐트를 능가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특징, 이른바 롱테일 법칙이 넷플릭스를 그 사례로 자주 언급한 이유다. 미국 지상파TV에 드문 아시아 드라마, 극장가에서 홀대받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선 효자가 될 수 있다.   순위 발표가 콘텐트 다양성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은 아직 기우일 뿐이다. 반대로 그동안 자기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거둔 성과를 정확히 몰랐던 창작자나 제작사에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례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고경영진이 공개 초반부터 나서 그 성과를 언급했다. 이 작품의 성공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면 제작비 외에 넷플릭스가 거둔 과실 일부가 창작자·제작사에 돌아가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까.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영화몽상 개인 취향 세계 인기 세계 순위 한국산 콘텐트

202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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