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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넷플릭스 1위와 개인의 취향

 또 한 번 놀랐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기에 이어 이번에는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시리즈 전 세계 인기 1위에 올랐다. 원작 웹툰부터 강렬한 상상력과 전개가 놀라웠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닌 한국산 콘텐트가 세계 각지에서 동시에 큰 반향을 얻는 일은 역시나 놀랍다.
 
이 순위는 넷플릭스의 공식 발표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공개에 인색하다. 나라별 가입자 수는 물론 개별 콘텐트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인기라는데 얼마나 인기인지 잘 안 밝힌다. TV로 치면 시청률, 극장으로 치면 관객 수를 알 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좀 달라졌다. 각 나라에서 많이 본 작품 10편을 일일 순위와 함께 해당 국가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넷플릭스 첫 화면에 뜨는 ‘오늘 한국의 톱10 콘텐츠’다. 이런 국가별 자료를 매일 그러모아 일정 기준으로 전 세계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 같은 외부 사이트도 생겨났다. 지난주부터는 넷플릭스가 ‘주간 넷플릭스 톱10’을 신설해 직접 전 세계 인기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화/TV시리즈, 영어/비영어로 나눠 시청시간에 따라 매긴 순위다. 관객 수만큼 속 시원한 수치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기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데 순위 공개는 다른 효과도 있다. 음원 서비스나 과거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체험했듯, 높은 순위는 주목도를 높이고 이용을 늘린다. 1위에 올랐다니 그 음악을 들어보고, 그 검색어를 찾아본다. 넷플릭스 콘텐트도 순위 공개로 화제와 인기를 더하고, 히트작이 메가 히트작이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넷플릭스가 자랑해온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의 지향과 상충하는 듯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용자 평점이나 시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자 취향에 맞는 작품을 추천한다. 인기 작품에만 쏠리는 대신 한층 다종다양한 작품이 이용자에게 노출된다. 이런 틈새 콘텐트 전체가 거둔 성과는 소수의 인기 콘텐트를 능가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특징, 이른바 롱테일 법칙이 넷플릭스를 그 사례로 자주 언급한 이유다. 미국 지상파TV에 드문 아시아 드라마, 극장가에서 홀대받는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선 효자가 될 수 있다.
 
순위 발표가 콘텐트 다양성을 위축시킬지 모른다는 생각은 아직 기우일 뿐이다. 반대로 그동안 자기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거둔 성과를 정확히 몰랐던 창작자나 제작사에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례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고경영진이 공개 초반부터 나서 그 성과를 언급했다. 이 작품의 성공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방증이다. 이 정도면 제작비 외에 넷플릭스가 거둔 과실 일부가 창작자·제작사에 돌아가는 것도 타당하지 않을까.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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