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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김샛다’

내 외동딸 라영이는 1982년 5월생이다. 나는 8남매의 불우한 가정에서, 아내는 6남매의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기에 우리는 한명만 낳아서 잘 기르기로 이미 결혼 전에 약속한 터였다.     아내가 출산 기미가 있어 화곡동 단골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나는 퇴근 후 곧장 병원으로 갔다. 어머니와 장모님이 나보다 먼저 병원에 와 계셨다. 우리는 단산을 결정했기에 성별 검사를 하지 않아서 궁금했으나 내심으로는 은근히 아들을 기대하고 있었다. 아내가 서너번 유산한 경험이 있어 초조해서 병원 출입문 입구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중학교 동창 2명이 격려차 방문해 주었다.     산고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의 비명을 들을 때마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는 나는 가슴에 비수가 날아들어 후벼 파는 것처럼 아팠다. 아이 낳는 것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 우리 어머니는 그렇게 힘든 출산을 어떻게 여덟번이나 하셨을까? 새삼 어머니의 노고와 은혜에 고마움을 느꼈다.     새벽 2시가 거의 다 되어갈 때 간호사가 병실로 호출하여 들어갔더니 “예쁜 공주님이 탄생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부인은 회복실에 계십니다”라고 알려 주었다. 회복실에 들어가 아내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위로했다. 어머니는 “우리 집안에는 쓰잘머리 없는 것만 자꾸 나온다”며 노여워하셨고 장모님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양 “죄송하다.”며 어머니께 곰비임비 조아리고 계셨다.     회복실을 나오니 그때까지도 같이 기다려 주었던 친구들이 “아들이냐?” 묻길래 나도 모르게 ‘김샛다’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눈치 빠른 녀석이 “첫 딸은 살림 밑천이라는데… 잘 됐다”고 위로하였다. 그 이후로 친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김샛다. 아빠! 김샛다는 잘 자라고 있는가?”라며 빈정대는 것이 인사였다.     퇴원 후 아내의 몸보신을 위해 우시장에 가 돼지 족을 사 왔다. 그 당시는 가난하게 살 때여서 소 족을 살 만한 여유가 없었다. 소 족을 고아서 우려 먹여야 원기를 회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능했던 남편이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가슴 저리다.   나의 ‘김샛다’는 잘 자라 주었다. 두 살 때 연탄가스 중독으로 새벽에 기절하여 혼비백산한 내가 안고 병원으로 달음질치던 중 의식이 깨어난 것 이외는 속 썩이거나 걱정시키는 일은 하지 않은 것이 고맙기만 하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가고 싶어 해 옥스퍼드에 있는 사립여고에 입학시키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얼마나 훌쩍거렸는지 옆 승객들한테 핀잔까지 받았다. 저 어린 것이 엄마, 아빠를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린애를 물가에 놔두고 온 부모 마음 이해할 만했다.     ‘김샛다’는 영국과 프랑스에서 거의 10년간 공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군의관과 결혼했고 자신은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나에겐 귀하기만 한 손자까지 한 명 안겨주었다. 사위가 “애 엄마가 자식을 한명만 더 낳자고 졸라대도 거절하니 아버님이 압력 좀 넣어 달라”고 부탁하기에 내 손자가 외로워서 안 좋으니 한명 더 낳으라고 권유했더니 “아빠도 한명만 낳고 왜 더 낳으라고 하냐”고 반문했다.   나에게는 ‘김샛다’가 아니라 복덩이가 태어난 것이었다. 딸자식이 태어난 이후로 직장에서는 승승장구했고 아내가 부업으로 손댄 요식업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가는 듯 금상첨화가 되어 부를 쌓게 되었다. 애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드레스를 입히고 예쁜 모자를 씌워 나들이 데리고 나가면 지나치던 사람들이 모두 뒤돌아보며 단란한 가족이라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내가 젊었던 시절에는 남아선호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었지만 지금은 딸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들보다는 딸이 부모에게 더 효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딸 둘이면 금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이란 우스개도 있다. 나는 ‘김샛다’가 효도해 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이 곧 효도이다.   나는 노후 대책은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고 있다. 이진용 / 수필가수필 우리 어머니 병원 출입문 엄마 아빠

2023-10-19

[이 아침에] 나에게 묻는다

몇 년 전 친한 언니와 산후안카피스트라노 수도원에 가려고 기차를 탔다. 바깥 풍경을 보며 한가롭게 얘기 나누다가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기차 출입문은 열리지 않았고, 내리려던 대여섯 사람들도 너무 황당해하고 있는데 기차는 서서히 움직였다. 상당히 먼 구간을 지나 다음 역인 샌클레멘테역에서 하차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 역은 자동판매기로 티켓을 발매하는 무인 시스템의 역사였다.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그때 같이 내린 한 사람과 불만을 토로하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아내가 산후안카피스트라노역에 마중 나왔다가 여기까지 따라 왔다고 했다. 그리고 차 안에는 아기용 의자가 있어서 우리를 태울 수 없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철도 당국에 전화를 걸어보겠다고 했다. 그는 플랫폼의 전화 박스에서 수화기를 들고 한참 통화하다가 다른 번호를 누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급기야 점점 언성까지 높였다. 한참 만에 전화를 끊고는 우리에게 여기 있으면 LA로 가는 엠트랙이 올 것이고 그 기차를 타면 된다고 했다.     세상에나! 우리의 언어 실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너무 고마워서 어떻게 보답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당신들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면 그것이 갚는 길이라고 했다. 역사 밖에는 그의 아내와 어린 아들이 꽤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 이 역은 앰트랙이 그냥 통과하는 곳이지만 몇 분 뒤 기차가 서고 승무원이 내리더니 웃으며 우리를 태워주었다. 우리는 타자마자 억울한 사연을 대충 말했고 그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산후안카피스느라노역에 내릴 때 손을 크게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차량 점검 미비와 비상 상황에 대한 관계 기관의 미흡한 대처는 용납하기 힘들었다.     또 한 번은 딸과 집에서 먼 곳의 공원으로 갔을 때 일이다. 호수를 몇 바퀴 걷다가 어두워져서 나왔다. 그런데 딸의 옷 주머니에 있어야 할 자동차 열쇠가 없었다. 그때 공원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가 있었는데 누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혹시 차 열쇠 잃어버리지 않았느냐고? 자기가 열쇠를 주워 어디쯤의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고 했다. 우리는 너무 기뻐서 그가 한사코 사양했지만 약간의 돈을 주며 이렇게 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으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 과연 그가 말한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나뭇가지에서 자동차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시간에 따라 머물러야 할 장소로 이동하며 성실함과 책임감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 그러나 내 앞에 다가왔던 낭패를 떠올리며 이 계절에 맞는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를 옮겨 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가족이 기다리는데도 스쳐 지나는 사람의 권익을 위해 황금 같은 시간을 할애하며 열불을 내던 젊은 아빠, 곤경에 처할 누군가를 기다리며 어둠 속에서 하염없이 서 있던 어느 가장. 인연이 없는 누군가를 위해 연탄불처럼 뜨거운 마음을 낸 그들에게서 다시 배운다. ‘어떻게 사는 게 잘사는 길인가?’ 권정순 / 전직 교사이 아침에 자동차 열쇠 기차 출입문 전화 박스

2022-12-07

학교 출입문 축소…비상 대피소 설치…응급상황 앱 운영

텍사스주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진 가운데 LA통합교육구(LASUD)가 새 학교 안전 대책 지침을 26일 발표했다.       새 지침은 학교 출입구 숫자 축소, 대피소 설치, 비상용 모바일 앱 운영 등이 골자다.     LAUSD 측은 우선 학교마다 접근 평가(access assessment)를 통해 외부인의 출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학교에 ‘세이프 코너(safe corner)’라는 일종의 대피소를 설치해 비상 상황 시 학생과 교직원들이 몸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더불어 GPS 기능이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이용해 구급대원들이 비상 상황 발생시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LAUSD 측은 경찰 등과의 협력을 확대해 위급 상황 시 신속한 정보 공유가 이뤄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확대해 상담사 당 학생 비율을 줄여 효과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알베르토 카발로 LAUSD 교육감은 “샌디훅, 파크랜드 그리고 유밸디까지 우리는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미국 내 어떤 곳도 위험한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새 지침 마련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교육구는 많은 안전 조치를 시행해 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학생, 교직원들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안전 초치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2월 LA교육위원회는 캠퍼스 내 학교 경찰들을 훈련된 민간 직원으로 대체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경찰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나온 조치다.     당시 LA 학교 경찰 예산이 32%나 삭감되고 133명이 해고되는 등 학교 경찰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또한 학생에게 페퍼 스프레이 사용이 금지됐으며, 축소된 학교 경찰 예산을 포함해 3650만 달러가 흑인 학생 교육 개선 자금으로 투입됐다. 장수아 기자응급상황 출입문 축소 대피소 학교 경찰들 학교 안전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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