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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눈물 대신 작은 점 하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 낙엽은 흩날리지만 지축 향해 몸을 의탁한다. 떠나 와 세상 이곳 저곳을 떠돌아도 조국은 영원한 목숨줄이다. 살아있는 동안 외로운 영혼을 가누고 지탱하는 피에로의 안식처다. 피에로(Pierrot)는 다른 광대와는 달리 슬픈 얼굴로 분장을 한다. 얼굴에 분칠을 하며 립스틱 짙게 바르고 원뿔형 모자 쓰고 타국에서 어울려 사는 나는 영원한 이방인이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바람이 거세게 폭풍으로 몰아치고 먹고 사는 게 부대낄 때는 그리움은 둥지를 틀지 못한다. 텅 빈 가슴 속을 뚫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는 속으로 흐느끼지만 소리내어 울지 않는다.   무시 당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곡간을 가득 채우는 것이 성공이라 믿었다. 성공의 탑은 높이 쌓을수록 쉽게 허물어진다. 물질과 허영, 교만으로 생을 가득 채울 때는 비어 있는 것들의 평온과 기쁨을 알지 못했다. 가슴 뚫고 지나가는 세월의 바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비어 있는 것들은 산사에 울리는 새벽 종소리로 가슴 저미며 울려 퍼진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은 작은 신음소리로 비어있는 공간 속으로 번져 나간다.   멀리 떠나와도 조국은 산수화의 여백으로 남는다. 품을 수 없어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비어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아도 가슴으로 만질 수 있다.   동양화의 여백은 그냥 빈 것이 아니라 기(氣)의 표상이고 응축(凝縮)의 미학이다. 화가들은 ‘산수의 기상(山水氣象)’을 묘사하기 위해 여백을 남긴다. 여백은 광(光)과 기를 확대시키고 여운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필선을 최소화한 감필과 절파화풍으로 표현을 억제하는 여운을 통해 여백은 광대한 공간을 암시하는 ‘여백의 미’를 창조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 아는 것보다 추구하는 삶, 실용적인 것보다 가치있는 것. 여백은 비어 있는 아름다움의 세계로 생의 깊이를 탐구한다.   동양화를 그릴 때는 산수, 사람, 집을 최소한의 형태로 표현해 여백을 남기는데, 광활한 자연의 기운을 담기 위한 장치다. 형상은 사라지지만 내면이 풍성해지는 역설로 ‘비움’은 채워지지 못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영혼의 술래잡기는 없는 것을 찿으려는 구도자의 발걸음마다 새겨진 고뇌다.     ‘전화 걸면 날마다 / 어디 있냐고 무엇하냐고 / 누구와 있냐고 또 별 일 없냐고 / 밥은 거르지 않았는지 잠은 설치지 않았는지 / 묻고 또 묻는다 / 하기는 아침에 일어나 / 햇빛이 부신 걸로 보아 / 밤사이 별일 없긴 없었는가 보다 /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 이제 지구 전체가 그대 몸이고 맘이다.-나태주의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그리움은 공백에서 헤어나오려는 존재의 부대낌이다. 보이지 않는 그대 사랑을 향해 부단히 추구하는 붓놀림이고 멈출수 없는 생의 몸부림이다.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강물처럼 흐를 때면 그리움은 무시로 떠다닌다. 둥지 튼 여백을 가슴 깊히 간직하면 진눈개비 내리는 날에도 그대 사랑은 따스하다.   죽음과 이별, 고난과 상처의 무게에 짓눌려 못질 하듯 오늘을 살아도 그리움으로 비워둔 화선지에 눈물 대신 작은 점 하나 찍는다.   그대 사랑은 비어 있는 하늘의 끝자락에서 펄럭인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눈물 눈물 대신 가슴 저미 새벽 종소리

2024-10-29

‘평화와 화합’의 종소리 울려 퍼졌다

    코리안 벨 가든 완공 11주년 기념식 및 한국문화축제가 지난 20일, 비엔나 소재 매도우락 공원에서 열렸다.    화창한 날씨 속, 소풍을 나온 지역민들과 관계자들 총 500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가운데, 방문객들은 재단 측이 준비한 불고기, 잡채, 만두, 전 등이 수북이 담긴 점심을 들고 잔디 광장에 앉아 문화공연과 행사를 즐기며 5월의 푸르름을 만끽했다.     한미문화재단 이정화 이사장은 “올해는 한미수교 141주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특별한 해인 만큼 오늘의 행사는 더욱 의미가 있다”며 “우리 마음의 고향이자 쉼터인 코리안 벨 가든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다민족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어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이어 “코리안 벨가든이 한미 양국 간에 ‘평화와 화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하기까지 협조해 준 건립위원들과 봉사자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건립부지를 찾게도와 준 코리안 벨가든의 갓 마더, 페니 그로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제프 맥케이 페어팩스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장, 챕 피터슨  VA주상원의원, 페니 그로스 메이슨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월터 알콘 헌터밀 디스트릭 수퍼바이저, 임소정, 빌리 베이츠 페어팩스 시의원 등이 참석해 축사하며 벨 가든의 11주년을 함께 기뻐했다. 또 김봉주 영사관이 조현동 대사의 축사를, 헤롤드 변 VA 법무부장관 선임자문(대민지원활동 담당)이 제이슨 미야레스 법무장관의 축사를 대독했다. 이어 한미문화재단은 올해도 북버지니아 공원국에 영구관리기금 2만 달러를 전달했다.     이 이사장은 “코리안 벨 가든이 한인 이민 역사의 이정표와 모범사례로 잘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북버지니아 공원국의 코리안 벨 가든 영구 관리 기금 마련에 한인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신사임당상과 장한 부모님상, 명예상의 시상식도 진행돼 각각 박인숙, 도한진(타이거 아이즈 태권도)씨와 페니 그로스 메이슨 디스트릭 수퍼바이저가 수상했다.     문화공연으로 타이거 아이즈(감독 도한진)의 태권도 시범과 워싱턴 글로리아 크로마하프 찬양단(단장 김영란)의 연주, JUB 문화예술단(단장 변재은)의 난타 공연과 ‘홀로 아리랑’ 독무 공연, 색소폰(클라라 하)연주 등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왕과 왕비 행렬(우태창 회장), 한국 혼례복 체험(배석범, 엘리자벳 배), 윷놀이(준비 윤희균)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풍성한 상품이 준비돼 흥을 돋우었다. 행사 말미에는 ‘평화의 종’ 타종으로 평화와 화합의 종소리가 웅장히 울려 퍼지며 행사는 성대히 막을 내렸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종소리 평화 코리안 벨가든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장 한미문화재단 이정화

2023-05-22

[빅데이터] 디지털 토정비결

다이어트와 금연은 새해를 맞이하면 빠지지 않는 각오입니다. 비록 우리 중 일부가 성공하고 며칠도 지나지 않아 대부분 다시 자괴감에 빠질지라도, 새날이 떠오르기 전 선포하는 새로운 삶은 어제와 다른 나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방안에서의 결기만으로는 덧없이 흩어질 듯하여 새해 종소리를 듣기 위해 시내로 나가거나, 그 먼 동해 바닷가에 찾아가 일출을 맞이하는 것 역시 나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픈 사람들의 의례라 할 수 있습니다.   신년 각오와 정월 떡국과 함께 우리네에게 또 익숙한 의례는 토정비결처럼 새해의 운세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대운이 들거나 삼재가 끝난다는 말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칠팔월에 물가를 조심하라는 뻔한 조언에도 감사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살아갈수록 알게 되는 겸허함과 비례하는지도 모릅니다.   몇 년 전부터 저는 연초마다 디지털 토정비결이라는 농담 같은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출발은 유명한 저널리스트께서 올해의 트렌드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질문을 주신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질문에 넘어가는 달력처럼 한 해를 기준으로 우리 삶이 선명히 바뀌는 것은 아니라 ‘올해’를 말할 수는 없다 했지만, 그래도 해가 바뀌는 시점에 우리가 살펴야 할 중요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한 것이 매년 거듭되어 벌써 4년째 접어듭니다.   그 사이 팬데믹이 찾아오고 비대면이 선호되며 자동화가 가속화되었습니다. 전 지구적인 각자도생의 노력에 패권주의와 인플레이션 고통이 더해지며 인류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다시 돌아보고, 지켜보고, 내다보는 일을 매년 하면서 격랑 위의 작은 배 안에서 옹기종기 함께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가 참 가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풍랑 속에서 삶의 주체성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바람과 파도가 향하는 곳을 알려드리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은 살아오면서 계속 느낀 듯합니다. 장승이 서 있는 서낭당을 지나칠 때 괜스레 발걸음을 조심하고, 산 중턱 암자에 들러 풍광을 바라보고 내려오다 마주친 돌탑에는 작은 조약돌을 올려놓고 두 손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머나먼 이역의 도시에서 잠시 들른 성당에 초를 하나 밝히고, 먼저 세상을 살다 간 성인의 묘비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웠습니다. 거대한 숲속이나 끝없는 바다 앞에서 느끼는 거룩함 역시 태초의 조상으로부터 얻은 형질이라 느낍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어릴 적 개울가에서 놀다 물에 빠질 뻔한 공포는 지금도 서늘하고, 간발의 차이로 자동차 사고 현장을 천만다행으로 빠져나온 기억은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며 잊지 못합니다. 세상이 생각보다 견고하지 않으며 우리의 삶이 위태함은 개인의 범주에서도, 사회의 관점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상기됩니다.   그래서 더욱 신년의 운세를 찾는지도 모릅니다. 동쪽에서 오신다는 귀인이 반가운 것은 그가 올 때까지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내기 위해서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귀인이 와서 손을 내밀었을 때 미처 귀한 사람인지 모르고 일상의 지친 모습으로 퉁명스레 대할까 두렵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가 올해 오지 않더라도 내년 아니면 몇 년 후에라도 올 것이란 희망으로 살아가고 싶기에, 한자로 가득 찬 예전의 책에서 나의 미래를 얻으려 하는지도 모릅니다.   올해도 사람들은 떠오르는 새해를 보기 위해 높은 산, 바다로 향할 것입니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도, 그걸 바라보는 내가 다른 사람이기를 희망하기에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려 할 것입니다. 매일 지평선에 떠오른 태양이 만들어준 어제는 오늘과, 오늘은 내일과 그리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몇 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아이들은 훌쩍 자랐고 나의 주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사이 읽은 책의 두께가 몇 뼘이 되었고 만난 이들과의 인연이 차곡차곡 쌓이며 나도 모르는 사이 자람은 쉬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해 큰 각오로 다시 시작하는 우리의 내일을 위해서, 깨어있는 모두의 쉼 없는 자람을 돕기 위해서, 그리고 어쨌든 살아갈 각자의 삶을 응원하기 위해서 올해도 디지털 토정비결은 여러분 곁으로 다가갑니다. 송길영 / Mind Miner빅데이터 토정비결 디지털 디지털 토정비결 새해 종소리 신년 각오

2022-12-26

3년 만에 LA서 제야의 종소리…우정의종 보존위 31일 타종식

LA에서 제야의 종소리가 3년 만에 다시 울려 퍼진다.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회장 박상준·이하 위원회)가 오는 31일 2023년 신년 맞이 우정의 종을 울린다. 이번 제야의 종 타종식은 2019년 타종식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이뤄지는 행사다.   이가연 수석부회장은 “그간 팬데믹으로 타종을 하지 못했는데 6개월 전부터 개종을 하면서 제야의 종 타종식을 하는 것에 대해 주민분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타종 행사가 한인들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에서 하나의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특별히 민주평통과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화합과 평화’를 주제로 진행된다.   박상준 회장은 “2023년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이해 이번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민주평통과 함께한다”며 “한미 양국의 우호 협력 관계를 다지고 한반도의 통일과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에서 뜻깊은 타종 행사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제야의 타종식은 오는 31일 샌피드로 앤젤레스게이트파크(3601 S. Gaffey St. San Pedro)에 있는 우정의 종각에서 개최된다.   이날 오후 10시 45분부터 종각 개방과 함께 주민들에게 따뜻한 커피와 음료, 마스크, 손 세정제 등이 제공된다. 또한 퓨전 국악밴드 ‘해밀’의 ‘치유와 화합’을 주제로 한 공연이 진행된 뒤 한인 및 주류 사회 주요 인사들의 신년 인사 및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김영완 LA총영사와 제니스 한 LA카운티 수퍼바이저, 팀 맥오스컬 LA시의원(15지구) 등이 초청됐다.   자정이 되면 신년맞이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염원하는 33번 타종이 거행된다.   한편, ‘우정의 종’은 1976년 미국의 독립 200주년을 맞아 한미 양국의 우의를 다지는 뜻에서 대한민국이 미국에 기증한 우정의 선물이다. 2006년 우정의 종 관리를 위해 비영리단체 우정의 종 보존위원회가 설립됐다. 연중 새해 첫날(1월 1일), 한인의 날(1월 13일),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한국 광복절(8월 15일), 제헌절(9월 17일)까지 5번 타종을 하며 지난해부터 흑인 노예 해방의 날인 준틴스데이(6월 20일)에도 타종하기 시작했다.  장수아 기자종소리 보존위 타종식 이후 타종 행사 이번 제야

2022-12-23

[이 아침에] 깨달음의 종소리

시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전자음으로 울려 퍼진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툴지만, 종소리만은 익숙해져서 기다려진다. 교회 종소리는 복음을 전파하는 목적도 있지만,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에 더 정겹다. 청아하고 은은한 멜로디로 도시의 틈새 안으로 스며들어 우리 곁에 머문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교회당. 새로운 도시를 감싸고 보호하듯 내려다보며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벽녘에 울리는 종소리는 전날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열어주고 새로 시작하게 한다. 낮에는 삶의 소리로 들려오고, 저녁에는 바람과 함께 풀잎을 누비며 깨달음의 소리로 더욱 울림이 크게 들려온다.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에 감동과 깨달음의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따뜻하고 진한 사랑의 소리,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날은 뜨겁게 내 귀를 지나 가슴을 감싸준다.   종소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잠시나마 회개하게 한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욕심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에 잘 조절하면 죄를 덜 짓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의지하고 노력한다면 성공한 것인데,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족한 것만을 생각하고 욕심을 쫓아서 살아간다. ‘내가 남에게 준 것은 내 것이고 내가 남에게 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다’라고 들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이 바람결에 우습게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이 내 안에서 빛을 향해 구체적으로 변해야 하기에 회개하고 기도한다.     잠시 삶에 지쳐있거나 육신이 아플 때는 종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마음 안에는 기쁨이 생길 수가 없다. 종소리의 울림이 내 안에서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깨달음이 없으면 귀가 열릴 수가 없다. 내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 빛과 같은 영혼의 울림, 내 안의 가슴속에서 숨 쉬고 있는 존재이다.   빛과 사랑의 종소리가 하루를 열어주고 또 하루를 마감하게 해준다. 울림을 주는 소리가 시간 맞추어 들리면 내 안의 가슴속에 작은 나라가 이루어진다. 사랑으로 인간을 만나게 하는 최초의 교감이 되기도 한다. 종소리는 늘 이렇게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가끔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졌을 때 들리는 종소리는 내게 깨달음과 활력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은은한 전자음의 멜로디에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그 소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주 천천히 5분을 넘게 느릿하게 계속 울리는 정감 있는 소리, 투명한 소리, 아름다운 소리 언제부턴가 그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우리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오늘도 나의 메마른 가슴에 깨달음의 종소리가 울린다. 갑자기 숙연해진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운 기억으로만 남을 아름다운 교회 종소리. 김카니 / 수필가이 아침에 깨달음 종소리 교회 종소리 소리 누구 진한 사랑

2022-08-01

[이 아침에] 깨달음의 종소리

시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가 멀리서 은은하게 전자음으로 울려 퍼진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벌써 일 년 반이 지났다. 모든 게 낯설고 서툴지만, 종소리만은 익숙해져서 기다려진다. 교회 종소리는 복음을 전파하는 목적도 있지만, 삶에 지친 영혼을 달래주기에 더 정겹다. 청아하고 은은한 멜로디로 도시의 틈새 안으로 스며들어 우리 곁에 머문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교회당. 새로운 도시를 감싸고 보호하듯 내려다보며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벽녘에 울리는 종소리는 전날 답답했던 가슴을 활짝 열어주고 새로 시작하게 한다. 낮에는 삶의 소리로 들려오고, 저녁에는 바람과 함께 풀잎을 누비며 깨달음의 소리로 더욱 울림이 크게 들려온다.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한 마음에 감동과 깨달음의 기쁨을 느낄 수가 있다. 따뜻하고 진한 사랑의 소리,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날은 뜨겁게 내 귀를 지나 가슴을 감싸준다.   종소리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잠시나마 회개하게 한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욕심이 마음에 자리하고 있기에 잘 조절하면 죄를 덜 짓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의지하고 노력한다면 성공한 것인데,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이다. 사람은 언제나 자기에게 부족한 것만을 생각하고 욕심을 쫓아서 살아간다. ‘내가 남에게 준 것은 내 것이고 내가 남에게 주지 않으려 애쓰는 것은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이다’라고 들었다.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우리 곁을 지나간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이 바람결에 우습게 흩날리는 나뭇잎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삶이 내 안에서 빛을 향해 구체적으로 변해야 하기에 회개하고 기도한다.     잠시 삶에 지쳐있거나 육신이 아플 때는 종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스스로 감당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마음 안에는 기쁨이 생길 수가 없다. 종소리의 울림이 내 안에서 깨닫지를 못하고 있다. 깨달음이 없으면 귀가 열릴 수가 없다. 내 삶 속에 스며드는 생명, 빛과 같은 영혼의 울림, 내 안의 가슴속에서 숨 쉬고 있는 존재이다.   빛과 사랑의 종소리가 하루를 열어주고 또 하루를 마감하게 해준다. 울림을 주는 소리가 시간 맞추어 들리면 내 안의 가슴속에 작은 나라가 이루어진다. 사랑으로 인간을 만나게 하는 최초의 교감이 되기도 한다. 종소리는 늘 이렇게 내 가슴속을 파고든다.   가끔 힘들고 지쳐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졌을 때 들리는 종소리는 내게 깨달음과 활력을 주기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안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은은한 전자음의 멜로디에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낀다. 때로는 그 소리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주 천천히 5분을 넘게 느릿하게 계속 울리는 정감 있는 소리, 투명한 소리, 아름다운 소리 언제부턴가 그 소리에 귀 기울여진다.   우리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살았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오늘도 나의 메마른 가슴에 깨달음의 종소리가 울린다. 갑자기 숙연해진다. 세월이 흐르면 그리운 기억으로만 남을 아름다운 교회 종소리. 김카니 / 수필가이 아침에 깨달음 종소리 교회 종소리 소리 누구 진한 사랑

2022-07-28

[삶의 뜨락에서] 나를 다스리는 해

새해 들어 보름이 후딱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새해 인사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새해의 결의도 머릿속에 가득 안고 몇 가지를 골라보려고 애를 쓰던 중 덜컥 정월 초하루가 닥쳤습니다. 다행히도 떡국은 맛있게 끓여 먹었습니다. 마침 눈 다운 첫눈도 내려주어 나이를 잊은 채 반겼습니다. 이렇게 새해를 떡국과 반가운 하얀 눈 그리고 9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큰애와 엄마, 아빠 그리고 막내 부부와 눈이 쌓인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2021년 마지막 밤과 새해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와 설날이었습니다.   제 머리가 가득 희망으로 부풀었던 새해 아침! 이유 모를 어지럼증으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하얀 눈이 주범인지 제 머리가 문제였던지 아직도 원인을 모릅니다. 새해 맞아 글은 쓰고 싶었지만 허락지 않았습니다. 큰 병은 아닌 듯 자가진단으로 임시처방 약을 먹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애써 보았습니다. ‘누가 이기나?’ 싸움터에 섰습니다.     어차피 이 고약한 전염병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언제나 길이 열릴까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까? 하여간 이 세상 탓인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차츰 내 존재가 아주 작은 조무래기로 느껴지는 우울증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야릇한 이 어지럼증에 기를 쓰며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초라한 내 모습이 더욱더 슬펐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저 높고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메아리가 들려왔습니다. ‘네, 마음을 좋은 쪽으로 달래볼까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컴 앞에 앉았습니다. 어지럼증 이전, 저의 새해 첫날 플랜이 엄청 많았던가 봅니다. 아, 그 많은 생각이 저의 머리를 빙빙 돌려버렸던가요? 새해부터는 더 간단히 살려고 정돈과 청소에 힘썼습니다. 마침 구닥다리 부엌 뜯어고치기도 끝냈습니다. 배부른 흥정이라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새것이 좋기는 좋습니다. 그렇게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미움도 아니면서 그냥 사람을 싫어하는 고약한 내 가슴앓이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가슴이 절대로 편치 않았습니다. 그 아픔은 내가 진정 누구였던가를 진단하게 했습니다. 가슴앓이를 치료해 보겠다는 것 이제 1번 새해의 결의였습니다. 살아가며 제가 사람을 싫어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불평은 있었어도 미움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보다 느긋이 관대해졌다고 그동안 고마워했었는데! 아마도 제가 사는 이 땅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 어렸을 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엄마! 난 누구누구가 싫고 학교에 가기도 싫다”고 투정했습니다. 어리둥절! 나 자신도 어렸던 그때, 이 엄마가 무어라 구라를 쳐서 위로했었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요즘 엄마말이 언제나 꼭 맞는다고 이 엄마를 치켜줄 때면 아이들 앞에서 우쭐대기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기억을 더듬으며 조용히 양심에 묻곤 합니다. 이제 이 나이에 와서 제가 거꾸로 아이들한테 제 속끓이를 호소합니다. 아이들이 한 마디 두 마디 엄마를 이해하는 듯 위로의 말을 던져줍니다. 아이들에게서 지혜를 얻습니다. 아마도 이 엄마가 지금은 아이로 돌아가는 계단 앞에서 조심스레 스텝을 세며 내려가고 있는가 봅니다.     이런 제가 마음을 가다듬어 더욱 감사한 사랑의 마음을 다스려보겠다고, 하물며 새로운 삶도 구상해 보겠다는 새해의 결의 제2탄까지 여러분께 선언을 합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새해에 건강과 만복을 빌며…! 남순자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새해 종소리 새해 인사 마디 엄마

202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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