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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나를 다스리는 해

새해 들어 보름이 후딱 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새해 인사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새해의 결의도 머릿속에 가득 안고 몇 가지를 골라보려고 애를 쓰던 중 덜컥 정월 초하루가 닥쳤습니다. 다행히도 떡국은 맛있게 끓여 먹었습니다. 마침 눈 다운 첫눈도 내려주어 나이를 잊은 채 반겼습니다. 이렇게 새해를 떡국과 반가운 하얀 눈 그리고 9시간을 비행기로 날아온 큰애와 엄마, 아빠 그리고 막내 부부와 눈이 쌓인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2021년 마지막 밤과 새해 종소리를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와 설날이었습니다.
 
제 머리가 가득 희망으로 부풀었던 새해 아침! 이유 모를 어지럼증으로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하얀 눈이 주범인지 제 머리가 문제였던지 아직도 원인을 모릅니다. 새해 맞아 글은 쓰고 싶었지만 허락지 않았습니다. 큰 병은 아닌 듯 자가진단으로 임시처방 약을 먹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고 애써 보았습니다. ‘누가 이기나?’ 싸움터에 섰습니다.  
 
어차피 이 고약한 전염병에서 긴 세월을 견디며 언제나 길이 열릴까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까? 하여간 이 세상 탓인지 아니면 나이 탓인지 차츰 내 존재가 아주 작은 조무래기로 느껴지는 우울증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야릇한 이 어지럼증에 기를 쓰며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초라한 내 모습이 더욱더 슬펐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저 높고 먼 곳으로부터 아련히 메아리가 들려왔습니다. ‘네, 마음을 좋은 쪽으로 달래볼까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컴 앞에 앉았습니다. 어지럼증 이전, 저의 새해 첫날 플랜이 엄청 많았던가 봅니다. 아, 그 많은 생각이 저의 머리를 빙빙 돌려버렸던가요? 새해부터는 더 간단히 살려고 정돈과 청소에 힘썼습니다. 마침 구닥다리 부엌 뜯어고치기도 끝냈습니다. 배부른 흥정이라 자랑거리는 못 되지만, 새것이 좋기는 좋습니다. 그렇게 새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며 미움도 아니면서 그냥 사람을 싫어하는 고약한 내 가슴앓이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 가슴이 절대로 편치 않았습니다. 그 아픔은 내가 진정 누구였던가를 진단하게 했습니다. 가슴앓이를 치료해 보겠다는 것 이제 1번 새해의 결의였습니다. 살아가며 제가 사람을 싫어했다는 기억은 없습니다. 불평은 있었어도 미움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보다 느긋이 관대해졌다고 그동안 고마워했었는데! 아마도 제가 사는 이 땅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 어렸을 적 생각이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침울한 표정으로 “엄마! 난 누구누구가 싫고 학교에 가기도 싫다”고 투정했습니다. 어리둥절! 나 자신도 어렸던 그때, 이 엄마가 무어라 구라를 쳐서 위로했었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요즘 엄마말이 언제나 꼭 맞는다고 이 엄마를 치켜줄 때면 아이들 앞에서 우쭐대기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했었나? 기억을 더듬으며 조용히 양심에 묻곤 합니다. 이제 이 나이에 와서 제가 거꾸로 아이들한테 제 속끓이를 호소합니다. 아이들이 한 마디 두 마디 엄마를 이해하는 듯 위로의 말을 던져줍니다. 아이들에게서 지혜를 얻습니다. 아마도 이 엄마가 지금은 아이로 돌아가는 계단 앞에서 조심스레 스텝을 세며 내려가고 있는가 봅니다.  
 
이런 제가 마음을 가다듬어 더욱 감사한 사랑의 마음을 다스려보겠다고, 하물며 새로운 삶도 구상해 보겠다는 새해의 결의 제2탄까지 여러분께 선언을 합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와 새해에 건강과 만복을 빌며…!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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