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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리처드 세라, 문인수 작가 개인전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갤러리장(GalleryChang·대표 장준환)이 문인수 작가의 개인전(Revealing: Moon In soo)을 지난 7일부터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문 작가가 지난 40여 년간 다양한 크기와 기법으로 제작한 회화와 조각 작품 시리즈를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예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문 작가는 이른바 한국 미술계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온 작가다. 특히 대학원 졸업 후 열린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연달아 특선을 꿰찼고, 1993년에는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프랑스 문화부의 초청을 받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이른 나이에 작가로서의 재능과 가능성을 국내외 화단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문 작가가 미술계를 넘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1993년작 ‘장벽’을 통해서다.     투박한 철판에 묵직한 시멘트 덩어리를 더해 만든 이 대형조각은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곳곳에 산화되고 녹슨 흔적이 짙어졌는데, 이 탓에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라고 믿는 다수의 관람객에 의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민지 갤러리장 수석큐레이터는 “특히 시멘트와 철재 등을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고 사람 크기를 훨씬 뛰어넘는 대형작품을 제작하는 등, 오랜 세월 전통적으로 인식되던 조각의 문법을 획기적으로 깬 문인수의 작품세계는 90년대의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문인수 작가의 ‘장벽’을 둘러싼 이 해프닝은 사회적으로 논쟁을 일으킨 미국의 저명한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Tilted Arc’(1981)을 연상시킨다”라고 말했다.   세라는 1981년 연방정부 조달청의 요청으로 뉴욕시 맨해튼의 광장 중앙에 가로 37m, 높이 3.6m의 거대한 철제 조각 ‘Tilted Arc’을 설치했는데, 이 조각은 광장을 이등분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을 가로막아 설치되자마자 거센 항의를 일으켰다. 당시 근처 빌딩에서 일하는 1300여 명의 시민들은 작품 철거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반대하는 세라가 곧장 연방 조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하여 결 이 작품은 1989년에 철거됐다.   세라의 작품은 철거됐지만, 이 사례는 조각의 전통적인 역할과 한계를 확장하고 공공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사회적 관심을 높아진 기념비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이번 문 작가의 전시에는 ‘붉은 소’ 연작과 ‘미네르바 부엉이’ 연작이 다수 출품됐는데, 이 수석큐레이터는 “문인수 작가의 조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기법으로 전시 시작 전부터 뉴욕 현지 관람객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갤러리장 1관(150W. 55스트리트)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관람 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박종원 기자갤러리장 문인수 개인전 조각가 문인수 갤러리장 1관 한국의 리처드 세라 장준환 장준환 대표

2024-05-12

뉴욕한국문화원, 조각가 존 배 전시로 개막전

뉴욕한국문화원(이하 문화원)이 신청사 이전을 기념하며 이달 6일부터 내달 18일까지 조각가 존 배 특별전 '존 배: 영원한 순간(John Pai: Eternal Moment)'을 연다.   29일 문화원은 뉴욕의 예술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로서 1대 예술가인 배 조각가의 전시를 기획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개막 행사는 오는 6일 오후 6~8시 문화원 신청사(122 E 32스트리트)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1937년 서울서 태어난 배 조각가는 한국에서 약 11년을 보냈다.   이후 1948년 12월 미군 철군 때 한국을 떠나 1949년 1월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했다.   부모님이 농촌계몽운동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만 11세 나이에 홀로 유년기를 보냈다.   동네 미술 수업을 재미삼아 다니던 그는 1952년 15세 나이에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1958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뉴욕 유명 미술대학 프랫(Pratt Institute)의 디자인 학부에 입학했다.     졸업 후에는 1965년 모교서 최연소 교수가 됐다.   이후 2000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매진했다.   김천수 문화원장은 "신청사 개원 기념 전시로 배 조각가를 선정한 배경에는 재미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로서 그의 역사성과 대표성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회고전에는 1960년대 초반 구성주의에 영향받은 초기 작품을 포함하여 연대별 주요작이 전시된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212-759-9550, Ext.#204)로 문의하면 된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뉴욕한국문화원 조각가 뉴욕한국문화원 조각가 문화원 신청사 김천수 문화원장

2024-02-29

[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이 ‘계산’ 될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든 조각상이 스웨덴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켈란젤로·로댕·케테 콜비츠·다카무라 코타로·오거스타 세비지. 이 다섯 명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 그중 가장 바람직한 특징을 복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사람 모양의 중성적인 모습을 한 이 조각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조각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인류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서양 예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미의 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그의 대표작 ‘도리포로스(Doryphoros, 창을 든 자)’로 그리스 미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사례로 들어 『카논(Canon)』을 집필했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 비율을 모든 인체 부위별로 상세하게 적어 놓은 설명서다. 현대 용어로 ‘카논’이라는 말이 ‘규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폴리클레이토스가 쓴 이 책에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남성상, 그 멋진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살짝 비튼 자세)’로 삐딱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실은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서양의 미 개념은 극히 수학적이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레노스가 설명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항상 각 대상의 수학적 평균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톤 또한 이데아론에서 아름다운 수학적 비율을 찬양하고 그것을 도덕성과 관련지어 윤리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의 미학적인 바탕이 바로 최근 AI 아트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높이 사는 동양의 심미적 감각에는 결코 위대한 진로가 아닐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 계산 중반 조각가 수학적 비율 고대 그리스

2023-06-09

[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이 ‘계산’ 될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만든 조각상이 스웨덴에서 전시되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미켈란젤로·로댕·케테 콜비츠·다카무라 코타로·오거스타 세비지. 이 다섯 명의 유명한 조각가들의 스타일을 AI에게 학습시켜 그중 가장 바람직한 특징을 복합해 만들어낸 작품이라 한다. 사람 모양의 중성적인 모습을 한 이 조각상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조각했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것이 없어 심심하기 그지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인류의 미적 감각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서양 예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미의 사상은 고대 그리스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5세기 중반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그의 대표작 ‘도리포로스(Doryphoros, 창을 든 자)’로 그리스 미의 철학을 집대성했다. 그리고 이 동상을 사례로 들어 『카논(Canon)』을 집필했다. 가장 이상적인 남성의 신체 비율을 모든 인체 부위별로 상세하게 적어 놓은 설명서다. 현대 용어로 ‘카논’이라는 말이 ‘규범’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폴리클레이토스가 쓴 이 책에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남성상, 그 멋진 ‘콘트라포스토(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상체를 살짝 비튼 자세)’로 삐딱하게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도 실은 폴리클레이토스의 카논을 따라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렇듯 서양의 미 개념은 극히 수학적이다. 로마 시대의 유명한 의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레노스가 설명하기를 가장 아름다운 이미지는 항상 각 대상의 수학적 평균을 내어 만들어진다고 한다. 플라톤 또한 이데아론에서 아름다운 수학적 비율을 찬양하고 그것을 도덕성과 관련지어 윤리학을 만들었다. 이러한 그리스의 미학적인 바탕이 바로 최근 AI 아트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높이 사는 동양의 심미적 감각에는 결코 위대한 진로가 아닐 것이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아름다움 계산 중반 조각가 수학적 비율 고대 그리스

2023-06-05

[삶의 뜨락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인데 영어로나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정도로 이해된다. 니체는 ‘사람을 무는 뱀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크게 기뻐한다. 아무리 저급한 동물도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크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행운을 그저 축하하는데 끝내지 않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감이다. 니체가 말하는 미트프로이데(Mitfreude)가 바로 ‘함께 기뻐하기’이고 이는 샤덴프로이데의 정반대 개념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10장에서는 시기심을 다룬다. 시기심은 인간 본성의 하나로 분노, 나르시시즘과 함께 인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시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욕구의 동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싶고 채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옆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 자신보다 잘 나가거나 뛰어난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시기심이다. 시기심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동반되기에 큰 고통이 따른다. 이 시기심은 인간관계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 중에는 특히 시샘을 많이 내는 유형이 있다. 시기하는 사람의 공격을 일찍 알아채서 피해 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시기심 많은 친구 하나로 오랫동안 당신의 영혼이 병들고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도 자신보다 어리고 재능있는 라파엘로를 시기해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그가 의뢰받는 것을 막으려고 동분서주했다면 믿겠는가. 나도 30대였을 때 시기심이 발동해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 하나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딸의 친구네는 남편 혼자 돈을 벌고 애 엄마는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벤츠에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여유가 있게 살고 있었다. 나는 평생 일을 하면서도 남편한테 절약 또 절약해야 애들 대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저지했다. 알고 보니 그 애 엄마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나는 더욱더 화가 났었다.     우리는 누구나 남들과 비교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뛰어난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시기심을 느낀다. 이 감정은 작게는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폐증까지 유발하며 크게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비교하고 시샘하는 인간의 성향을 서서히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몇 가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당신이 시샘하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앞면 말고 뒷면을 보도록 하여라. 분명 자신이 위안받을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시기심을 없애는 가장 좋은 약이다. 감사하는 태도는 운동이 필요한 근육과 같아서 자주 써주지 않으면 위축이 된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시기심이 아닌 본보기의 대상으로 삼으면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또한 인간의 위대함에 경탄하라고 한다. 누군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만이 이룩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다.     행운을 가진 자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살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schadenfreude 분노 나르시시즘 천재 조각가 로버트 그린

2022-12-26

[삶의 뜨락에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이 단어는 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라는 뜻인데 영어로나 한국어로는 적절한 표현이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정도로 이해된다. 니체는 ‘사람을 무는 뱀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크게 기뻐한다. 아무리 저급한 동물도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기쁨을 상상하면서 크게 기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고차원적인 동물에게만 주어진 최고의 특권이다’라고 했다.     타인의 행운을 그저 축하하는데 끝내지 않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한다는 것은 일종의 공감이다. 니체가 말하는 미트프로이데(Mitfreude)가 바로 ‘함께 기뻐하기’이고 이는 샤덴프로이데의 정반대 개념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 제10장에서는 시기심을 다룬다. 시기심은 인간 본성의 하나로 분노, 나르시시즘과 함께 인간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인간이라면 살아가면서 시기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은 원래 욕구의 동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다양한 욕구를 지니고 태어나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더 나은 사람,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고, 더 많은 재물을 갖고 싶고 채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의 떡이 커 보이고 옆집 잔디가 더 파랗게 보인다. 자신보다 잘 나가거나 뛰어난 사람에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이미 가진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이 시기심이다. 시기심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동반되기에 큰 고통이 따른다. 이 시기심은 인간관계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사람 중에는 특히 시샘을 많이 내는 유형이 있다. 시기하는 사람의 공격을 일찍 알아채서 피해 가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다. 시기심 많은 친구 하나로 오랫동안 당신의 영혼이 병들고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도 자신보다 어리고 재능있는 라파엘로를 시기해서 그의 명성을 더럽히고 그가 의뢰받는 것을 막으려고 동분서주했다면 믿겠는가. 나도 30대였을 때 시기심이 발동해서 끙끙 앓았던 기억이 하나 있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딸의 친구네는 남편 혼자 돈을 벌고 애 엄마는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벤츠에 집을 화려하게 꾸미고 여유가 있게 살고 있었다. 나는 평생 일을 하면서도 남편한테 절약 또 절약해야 애들 대학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저지했다. 알고 보니 그 애 엄마는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나는 더욱더 화가 났었다.     우리는 누구나 남들과 비교한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뛰어난 사람을 보면 긴장하고 시기심을 느낀다. 이 감정은 작게는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자폐증까지 유발하며 크게는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해를 가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비교하고 시샘하는 인간의 성향을 서서히 뭔가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 사회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몇 가지 현명한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당신이 시샘하는 것에 가까이 가서 그들이 보여주는 반짝거리는 앞면 말고 뒷면을 보도록 하여라. 분명 자신이 위안받을 무엇인가를 찾게 될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의 태도는 시기심을 없애는 가장 좋은 약이다. 감사하는 태도는 운동이 필요한 근육과 같아서 자주 써주지 않으면 위축이 된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시기심이 아닌 본보기의 대상으로 삼으면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또한 인간의 위대함에 경탄하라고 한다. 누군가의 위대함을 인정하는 것은 호모사피엔스만이 이룩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잠재력을 키우는 일이다.     행운을 가진 자를 시기하지 않고 사랑하고 축하해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공이나 성취와 무관하게 살면서 만족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schadenfreude 분노 나르시시즘 천재 조각가 로버트 그린

2022-12-16

[삶의 뜨락에서] 가을 로댕, 생각하는 사람

성당을 찾아 나선 시골길은 적막으로 가득한데 시선을 어디에 두어도 노랑, 연두, 초록, 빨강. 수채화 물감을 확 풀어놓은 듯한 색의 절정! 가을이다. 저 많은 나뭇잎이 다 떨어져 마지막 잎사귀까지 흙으로 돌아가 파릇한 새순으로 다시 피어나는 순환을 생각하는 순간, 우연처럼 차는 작은 비석이 즐비한 마을 묘지를 돌아가고 있다.     11월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가톨릭 교회에서 정한 위령의 성월이다. 죽음을 생각하니 번개가 스치듯 뇌리에 떠오르는 책, 두 권 ‘티베트 사자의 서’ 와 ‘단테의 신곡’이 떠오른다. 삼삼히 퍼져오는 나무 향처럼 자분자분 떠오르는 생각을 가슴에 안고 운전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성당, 그날의 미사는 돌아가신 분들을 향한 기도로 그리움이 가득했다. 집으로 돌아온 오후,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 생각하는 나의 버릇은 위령의 성월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존재의 고뇌로 이어지고, 상념은 탄생과 죽음으로 다시 이어지고 죽음은 말벌, 독충, 뱀에 물려 고통과 두려움에 신음하며 아케론 강(삼도천)을 건너는 죄인들이 연상되는 단테의 지옥 편이 떠오르며 머리가 쭈뼛! 나도 모르게 등을 곧게 자세를 바로 고쳐 앉는다.     이렇듯 상상의 애매한 매혹은 그동안 읽어온 책과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관람해온 작품 감상이 골격이 되어 극대화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래서 삶과 예술은 절대로 분리될 수 없는 미지의 황홀이며 뛰어난 예술가는 신이 내린 은총이다. 단테의 신곡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작품으로 이어진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은 1880년 프랑스 파리의 한 박물관 입구에 세워야 할 작품으로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조각해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로댕은 단테가 지옥을 순례한 기억을 철학적인 질문과 영감, 광기의 번뜩이는 천재적 재능과 고뇌로 탄생시킨 작품이다. 지옥문 입구 위쪽에 앉아 발밑 아수라장에 펼쳐지는 여러 인간의 고뇌를 바라보면서 깊이 생각에 잠긴 남자의 주름진 이마, 벌렁거리는 콧구멍, 굳게 다문 입술, 그 근육, 등과 다리, 꽉 쥔 주먹과 오그린 발가락 작가의 말대로 모든 것을 통해서 생각한다고 하는 그 조각상.     몇 년 전 딸과 함께 박물관에 가서 그 조각상을 바라보며 소름 끼치는 경이로움에 전율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높이 186cm의 거대한 조각상이 완성되기에는 많은 손길이 필요했는데 제자이며 연인이며 모델이기도 하며 작품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했던 타고난 천재적인 여성 조각가 까미유 클로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 것일까. 둘은 서로의 아티스트 뮤즈가 되어 꿈과 열정과 야망과 광기의 애증을 불태웠으나 결국 시대적, 가정적, 피해자가 되어 정신적 파멸로 끝나는 비운의 여인, 브루노 누이땅 감독의 영화 ‘까미유 클로델’까지 보고 나니 어둠이 내린 창에 새벽이 환하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 거라고 말하던 키팅 선생님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려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렇다, 삶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만의 영화 같은 소설을 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응축된 한 편의 시가 되고 싶은 건가, 11월 위령성월의 상념은 번지어 이 가을! 팔을 턱에 고인 채로 앉아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새벽별을 바라본다. 곽애리 / 시인삶의 뜨락에서 가을 로댕 오후 생각 지옥문 입구 조각가 오귀스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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