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처드 세라, 문인수 작가 개인전
맨해튼 갤러리장 1관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전시
철재와 시멘트 사용한 회화·조각 등 작품 선보여
서울예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문 작가는 이른바 한국 미술계의 엘리트 코스를 착실히 밟아온 작가다. 특히 대학원 졸업 후 열린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연달아 특선을 꿰찼고, 1993년에는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프랑스 문화부의 초청을 받아 파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이른 나이에 작가로서의 재능과 가능성을 국내외 화단으로부터 인정받았다.
문 작가가 미술계를 넘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1993년작 ‘장벽’을 통해서다.
투박한 철판에 묵직한 시멘트 덩어리를 더해 만든 이 대형조각은 30년의 세월을 거치며 곳곳에 산화되고 녹슨 흔적이 짙어졌는데, 이 탓에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라고 믿는 다수의 관람객에 의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민지 갤러리장 수석큐레이터는 “특히 시멘트와 철재 등을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고 사람 크기를 훨씬 뛰어넘는 대형작품을 제작하는 등, 오랜 세월 전통적으로 인식되던 조각의 문법을 획기적으로 깬 문인수의 작품세계는 90년대의 일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문인수 작가의 ‘장벽’을 둘러싼 이 해프닝은 사회적으로 논쟁을 일으킨 미국의 저명한 조각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Tilted Arc’(1981)을 연상시킨다”라고 말했다.
세라는 1981년 연방정부 조달청의 요청으로 뉴욕시 맨해튼의 광장 중앙에 가로 37m, 높이 3.6m의 거대한 철제 조각 ‘Tilted Arc’을 설치했는데, 이 조각은 광장을 이등분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동선을 가로막아 설치되자마자 거센 항의를 일으켰다. 당시 근처 빌딩에서 일하는 1300여 명의 시민들은 작품 철거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에 반대하는 세라가 곧장 연방 조달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하여 결 이 작품은 1989년에 철거됐다.
세라의 작품은 철거됐지만, 이 사례는 조각의 전통적인 역할과 한계를 확장하고 공공미술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사회적 관심을 높아진 기념비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이번 문 작가의 전시에는 ‘붉은 소’ 연작과 ‘미네르바 부엉이’ 연작이 다수 출품됐는데, 이 수석큐레이터는 “문인수 작가의 조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기법으로 전시 시작 전부터 뉴욕 현지 관람객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갤러리장 1관(150W. 55스트리트)에서 오는 6월 8일까지, 관람 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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