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열린광장] 아름다운 장미꽃이 남긴 선물

‘오! 그대는 새벽녘 최후의 황혼이 빛날 때, 무엇을 볼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겠는가? (Oh!  Say, you can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e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미국 국가인 ‘별처럼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 의 첫 노랫말이다.     아름답게 핀 장미꽃이 우리 곁을 떠나려 한다. 그렇지만 그냥 훌쩍 떠나지 않고 값진 것을 남겨 놓았다. 바로 미국의 ‘국기의 날(Flag Day)’이다. ‘국기의 날’은 1777 년 6월 14일 미국의 각 주 대표자 회의에서 성조기(The Stars and Stripes)를 국기로 인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국기의 날’은 국기 제정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1877년에 처음으로 공식 축하행사가 열렸다. 특히 뉴욕 주지사는 1897년 ‘국기의 날’을 공식 인정했고, 1949년 트루먼 대통령은 6월 14일을 ‘국기의 날’로 공식화했다.   1812년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은 미군이었던 변호사 프랜시스 키를 포로로 잡아 배에 태웠다. 구름과 안개가 낀 전선은 앞을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다 오전 7시 쯤 날이 밝자 전쟁터 건물 벽에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음을 본 프랜시스는 벅차오르는 심정으로 ‘별처럼 빛나는 깃발’의 가사를 저기 시작했고 다음날 석방되어 볼티모어로 돌아와 시를 완성했다.   프랜시스 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 애국가 가사가 안타깝게 떠올랐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이라는 가사 때문이다. 이는 얼마나 공상적이고 비현실적인 내용인가.  반면 새벽녘 빛나는 별을 보는 희망을 노래하는 가사는 얼마나 건설적이고 현실적인가. 동해와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 버리면 지구는 끝나고 마는 것 아닌가.  더구나 ‘보아라! 동해의 하늘이 열려 있고 아침 해가 솟아있네’라고 동해를 마치 제 나라 땅인 것처럼 표현한 일본 군가도 있지 않은가.     메릴랜드 주 프리데릭에 있는 프랜시스 키의 무덤에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키가 쓴 ‘별처럼 빛나는 깃발’ 의 끝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 국민을 지키고 보전한 큰 힘을 찬양하자. 우리의 주장이 정당하다면 우리는 정복해야 하는 것일세. 이것은 하나님 안에서 믿음을 갖는 좌우명이기 때문일세. 별처럼 빛나는 깃발은 승리의 표상이며 자유의 땅과 용감한 가정의 깃발이기도 하네. (Praise the pow’r that hath made and preserved us a nation.  Then conquer we must,  when our cause it is just,  And this be our motto -“In God is our trust.”  And the star-spangled banner in triumph shall wave O’er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  윤경중 / 목회학박사·연목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장미꽃 선물 국기 제정 변호사 프랜시스 새벽녘 최후

2024-06-23

[열린광장] 장미꽃 피는 6월에 일어난 일

어느덧 6월이다. 장미꽃이 활짝 피는 아름다운 달이다.     먼저 이름에 ‘장미(Rose)’라는 말이 들어 있는 한 여성이 생각난다.  바로 어네스틴 포로우스키 로즈라는 여성 인권 운동가다. 그녀는 1869년에 ‘국민여성참정협회(National Woman Suffrage Association)’라는 단체를 창설하는 등 여성의 정치 참여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아름다운 6월이지만 역사적으로 치열한 전투도 벌어졌던 달이다. 미국의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5년 6월 17일,  독립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진 벙커힐 전투가 벌어졌다. 미국 독립전쟁은 미국 13개 주가 독립을 위해 영국군과 싸운 것으로 1775년 4월 19일 시작해 8년 간이나 지속했다. 또 하나는 세계 2차대전 중이던  1944년 6월 6일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 벌어졌던 전투다. 당시 연합군은 치열한 전투 끝에 프랑스 북부에 주둔하고 있던 독일군을 물리쳤다.     역사적으로 6월에도 많은 일이 벌어졌고 유명인들의 출생도 많았다.     6월에 있었던 역사적인 일 가운데 하나가 미국 국기의 탄생이다. 연방의회는 1777년 6월 14일 성조기(Stars and Stripes)를 미국 국기로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6월에 출생한 대표적 인물은  프랑스의 천재 철학자이자 과학자,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다. 그의 출생일은 1623년 6월 19일이다.   독일의 유명 작곡가인 로버트 슈만이 1810년 6월 8일 태어났고, 미국의 웅변가이자 성직자인 헨리 워드 비처는 1813년 6월 23일에 출생했다. 그런가 하면 1875년 6월 6일에 태어난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과 17년 뒤인 1892년 6월 26일에 출생한 미국의 여류 소설가 펄 벅은 나란히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복지 사업가로 유명한 헬렌 켈러 여사가 출생한 것은 1880년 6월 27일이다. 켈러 여사는 출생 후 두 살이 될 때까지 심하게 병을 앓았다. 그로 인해 결국 시력과 청력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켈러 여사는 7살 때 앤 설리번이라는 은인을 만나 삶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설리번은 실명 위기까지 갔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켈러 여사에게 글씨 쓰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후 켈러 여사는 활발한 저술 활동과 사회 활동을 벌였으며 그 공로로 많은 상을 받았다.     6월에는 건설 분야에서도 뛰어난 인물이 태어났다.  조지 고털즈라는 미 육군 공병장교다. 1858년 6월29일 태어난 고털즈는 독특한 공법으로 세계에서 가장 웅장한 파나마 운하의 완성을 이끈 인물이다.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고털즈 중령을 파나마 운하 건설 책임자로 임명했다. 고털즈는 1914년에 군에서 전역한 후 파나마지역 주지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장미’라는 단어가 들어간 잡지가 있었다. 1921년 창간호를 낸 한국 최초의 시 전문 동인지 ‘장미촌(薔薇村)’이다. 하지만 낭만주의를 표방했던 장미촌은 아쉽게도 그해 5월 창간호를 끝으로 폐간하고 말았다.   윤경중 / 목회학 박사·연목회 창설위원열린광장 장미꽃 켈러 여사 파나마지역 주지사 벙커힐 전투

2024-06-09

[이 아침에] 장미꽃을 받는 날의 단상

2월은 다른 달에 비해 2,3일이 부족한 달이기에 애잔하고 허전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2월은 사랑의 달이다. 2월14일이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는 ‘발렌타인스 데이’ 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만큼 값지고 보람 있는 것은 없으리라. 사랑한다는 일은 절대의 신앙이요, 순수한 아름다움이다. 사랑을 전하는 발렌타인스 데이는 사랑하는 대상에게 담아 두었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분 좋은 말이며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다.   사랑이 없는 인간관계란 공기 없는 동굴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랑을 찾고, 사랑에 기대고, 사랑에 몰입하는 모습을 천만 가지로 그려내며 산다.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고통받는다 하더라도 사랑은 인생에 불을 지펴주는 황홀한 연소이며 갱신의 불이다. 불 꺼진 삭막한 인생길 보다는 불타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 것이 낫다.     남편 생전에 꽃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남편에게 꽃을 받는 기분이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다. 말로는 안 하던 짓 갑자기 왜 하냐고, 꽃 살돈 있으면 현찰로 주든가, 저녁이나 살 것이지라고 핀잔을 줬지만 속으로는 로맨틱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고 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아무리 스트라이크를 던져도 포수가 잘 받아주지 못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다.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 세대는 발렌타인스 데이가 무엇을 하는 날인지 모르고 살았다. 우리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남편들은 감정을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 아내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은은한 언어가 있다. 반면 미국인 남편들은 아내에게 끊임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말이 뜸해지면 애정이 식은 것으로 간주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아내 낸시 여사에게 보낸 발렌타인스 데이 카드를 보면 구구절절 애정이 넘쳐난다. “당신은 나의 행복 그 자체요. 내가 당신을 스윗 하트라고 부르는 이유는 당신처럼 달콤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오.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발렌타인스 데이요.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오? 당신은 항상 당신답기 때문이오. 내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배우자를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당신을 또 택할 것이오. 당신과의 삶은 정말 후회가 없었소.”     발렌타인스 데이 장미꽃에는 이 정도의 사랑 고백이 담긴 카드도 함께 보내야 한다. 덜렁 꽃만 보낸다면 쓸데없는 짓 한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선물에는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마음 표시는 없고 비싼 꽃만 전달되면 효과가 떨어진다.   사랑은 아름다운 삶의 주제이며 원천이다. 설사 죽음 같은 아픔이 올지라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물을 마시며 살 수밖에 없다. 사랑의 샘물은 나를 키우고, 내 영혼을 빛내고, 내 인생을 영롱한 꽃 빛으로 물들이는 생명수다. 우리는 누구나 신비로운 그 샘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다. 사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인생을 사랑하는 길인 것이다.   사랑의 날을 맞아, 사랑을 돌아본다. 짧은 인생에서 나는 지금 어떤 사랑을 가꾸며 표현하고 있는가.   김영중 / 수필가이 아침에 장미꽃 단상 사랑 고백 사랑 때문 발렌타인스 데이

2024-02-08

[열린광장] 장미꽃이 피는 6월의 역사

‘오!  그대는 새벽녘에 최후의 황혼이 빛날 때,  무엇을 볼 수 있다고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겠는가? (Oh!  Say, you can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e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미국 국가인 ‘더 스타-스팽글드 배너(the Star-Spangled Banner)’의 첫 구절이다.  미국의 국기제정기념일이 6월 14일인데 이날 성조기를 보면서 미국 국가를 부르는 광경이 참 이채롭다.       성조기를 국기로 제정할 당시인 1777년엔 13개 주만 있어 처음에는 13개의 별과 13개의 줄무늬로 국기가 만들어졌다. 그 뒤 가입하는 주의 숫자대로 별과 줄무늬가 늘어났다. 성조기가 장미꽃을 상징하는 6월에 만들어진 것이 꽤 인상적이다.     6월에도 많은 유명인이 태어나고 일 들도 많았다. 우선 첫날, 즉 1801년 6월 1일에 모르몬교 2대 교주인 브리검 영이 출생했다.     1875년 6월 6일에는 노벨상을 받은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 1810년 6월 8일엔 유명 작곡가인 로버트 슈만, 그리고 1864년 6월 11일에는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역시 독일 출신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태어났다.        미국에서는 1811 년 6월 14일에 ‘엉클 톰 캐빈’의 저자 해리엣 비처 스토우가 출생했다. 또 조지 워싱턴이 독립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것이 1775년 6얼 15일이다. 그런가 하면 1903년 6월16일에는 포드 자동차가 설립됐다.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가극 ‘파우스트’ 를 작곡한 샤를르 후랑스와즈 구노흐가 1818년 6월 17일에 파리에서,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며 이름난 철학자인 블래즈 피스칼이 1623년 6월 19일태어났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1세는 1815 년 6월 18일과 22일 두 차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하고 말았다.      6월은 한국에서도 잊을 수 없는 달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남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지(The Good Earth)’ 란 소설로 1932년에 퓰리처상, 1938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펄 벅 여사가 1892년 6월 26일 태어났다. 헬렌 켈러 여사의 출생일은 1880년 6월 27일이다.     끝으로 연도는 다르지만 6월 29일에 태어난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 세 사람이 있다. 파나마 운하를 완공한 조지 고털즈가 1858년에, 메이요 재단을 설립한 윌리엄 제임스 메이요가 1861년, 태양광을 연구한 천문학자 조지 엘러리 해일이 1868년 이날 태어났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장열린광장 장미꽃 역사 성조기가 장미꽃 천문학자 조지 조지 워싱턴

2023-06-01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어린 왕자’   김건흡 MDC시니어센터 회원   〈어린 왕자〉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작품으로, 소혹성 B613호에 사는 어린 왕자가 여러 별을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엮은 동화다. 이 작품에는 삶에 찌들고 허황된 욕망과 탐욕만을 좇으며 순수함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할 것을 가져다주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때 분명 어린이였던, 그러나 어린이임을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어린 왕자〉는 우리의 과거 모습을 우화의 형식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의 장을 열어 준다. 알게 모르게 철학을 담고 있는 〈어린 왕자〉는 사실 어른들의 이야기다. 이 책은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하여 비행기를 고치던 중 어린 왕자를 만난 어느 조종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느 작은 별에 어린 왕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디에선가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싹을 틔우고 자나가더니 마침내 꽃을 피웠다. 평소 무척 외로움을 느끼던 어린 왕자는 곧바로 이 꽃을 사랑하게 되어 정성을 다해 돌보아주었다. 하지만 꽃은 무척 거만하고 까다로웠다. 바람막이를 해 달라, 유리덮개를 씌워 달라, 요구하는 것도 많고 불평 또한 많았다. 이에 실망한 어린 왕자는 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6개의 행성에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일곱 번 째로 지구, 그중에서도 사막에 도착한다. 사막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그런데 사막에서 만난 뱀이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사막이라는 물리적인 장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시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그곳은 사막과 같은 곳이다. 책 속의 화자인 조종사 역시도 어린 시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봐 왔고, 이런 사람들에겐 보아뱀이나 원시림, 별 이야기는 꺼내지 않고 카드놀이나 골프 ,정치, 넥타이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어린 왕자도 앞서 6개 행성에서 사람들을 만났지만, 여전히 사막 과 같았을 것이다. 이렇게 사막과 같은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사막에서 조종사와 어린 왕자는 오아시스처럼 알아가기 시작한다.     어린 왕자는 5천 송이가 넘는 장미꽃들이 있는 정원에 다다른다. 분명 자신의 별에서 만난 꽃은 자기와 같은 꽃이 없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수많은 장미꽃 중의 하나라는 생각에 슬퍼졌다. 어린 왕자의 꽃이 이 사실을 안다면 상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여우가 나타나서 ‘길들인다’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왕자가 말한다.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여우가 대답했다.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잠시 생각해 본 후에 왕자가 다시 물었다. “길들여진다는 게 뭐지?”“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야.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야.”여우가 다시 말한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해가 돋은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어느 발소리하고도 다른 발소리를 알게 될 거다.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이 되어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런데 그토록 절절한 관계가 오늘의 인간 촌락에서는 퇴색해 버렸다. 서로를 이해와 타산으로 이용하려 든다. 정말 각박한 세상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없어지고 만 것이다. ‘나’는 나고, ‘너’는 너로 끊어지고 말았다. 이와 같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기 때문에 나와 너는 더욱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인간 관계가 회복되려면 ‘나’와 ‘너’ 사이에 ‘와’가 개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될 수 있다. 다시 여우의 말을 들어보자.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 시간조차 없어지고 말았어. 다 만들어 놓은 물건을 가게에서 사면 되니까. 하지만 친구를 팔아 주는 장사꾼이란 없으므로 사람들은 친구가 없게 됐단다. 친구가 갖고 싶거든 날 길들여 봐.”   길들인다는 뜻을 알아차린 어린 왕자는 그 장미꽃 때문에 보낸 시간이 자기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하게 된 것임을 알고 이렇게 말한다. “내 장미꽃 하나만으로 수천수만의 장미꽃을 당하고도 남아. 그건 내가 물을 준 꽃이니까. 내가 고깔을 씌워주고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니까. 내가 벌레를 잡아준 것이 그 장미꽃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망하는 소리나 자랑하는 말이나 다 들어준 것이 그 꽃이었으니까. 그건 내 장미꽃이니까.”그러면서 자기를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영원히 자기가 책임을 지게 되는 거라고 했다.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서 책임이 있어!”   그렇다. 현대인은 바쁘게 살고 있다. 시간에 쫓기고 일에 밀리고 돈에 추격당하면서 정신없이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피로 회복제를 마셔가며 그저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전혀 길들일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한 정원에 몇 천 그루의 꽃을 가꾸면서도 자기네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한는 것이다. 그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한 모금의 물에서도 얻어질 수 있는 것인데.     튀르키예의 저항시인이었던 나짐 허크메트는 ‘신과의 인터뷰’라는 시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신의 이름을 빌려 이렇게 조소한다.“사람들의 어떤 점이 가장 신기한가요?”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고 갈망하는 것, (중략)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도 미래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어린 왕자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어떤 별에서 어린 왕자는 우리를 보고 웃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볼 때마다 모든 별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양 한 마리가 하늘 어디에선가 장미꽃 한 송이를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 어린 왕자처럼 걱정할 때마다 우리도 처음에는 아이였음을.... 또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할 것이다. 지금 우리 세상에서 ‘관계’라는 것은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어린 왕자도 어려움을 겪었다. 왕자가 살던 행성에서 왕자가 장미를 사랑하게 된 이유는 장미가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왕자가 장미를 처음 보고 한 말은 “참 아름답군요.”였다. 즉 왕자는 장미의 외면을 보고 사랑에 빠진 것이다. 장미꽃은 내면으로는 나약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순진한 존재이지만, 외면적으로는 자존심 때문에 허세를 떨고 강한 척을 한다. 장미라는 존재는 겉으로는 심술을 부렸지만, 그 심술 뒤에는 애정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의 사랑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서로가 너무 어렸고,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장미의 정원에서 왕자는 쇼크를 받는다. 내가 사랑한 장미들이 이곳에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길들인다’라는 것은 누군가를 자신의 마음에 통재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타인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고, 그 사람을 위해 헌신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80억 명 중 한 명이다. 우리는 평범한 존재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우리의 역할은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우리가 누군가에게는 하늘의 별이 될 수 있고, 사막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가 아무 것도 아니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 군가가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은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어린 왕자〉는 나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은 평범하다. 누구나 절감하는 삶의 근본 문제가 아닌가. 우리는 태어남과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각 개인은 ‘선택의 여지없이’ 존재의 두 층위에서 살아간다. 하나는 ‘나’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다. 온전히 착하게 사는 것은 나·우리의 영역에서 동시에 잘 사는 것이다. 그래서 유태인 랍비이자 철학자였던 마틴 부버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태초에 관계가 있었다.”고.   〈어린 왕자〉라는 책을 처음 내게 소개해 준 벗은 한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벗이다. 이 책을 대할 때마다 거듭거듭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벗은 나에게 하나의 운명 같은 것을 만나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읽은 책도 적지 않지만, 〈어린 왕자〉에게서처럼 커다란 감동을 받은 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나한테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경전이라고 한 대도 조금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김지민 기자어른 왕자 장미꽃 하나 장미꽃 때문 사실 어른들

2023-02-1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