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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명 ‘자폐 수용’ 다짐

한미특수교육센터(이하 센터, 소장 로사 장) 개최로 지난 20일 부에나파크의 로스코요테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7회 발달장애인 프로그램 지원 자선 골프대회가 160명이 참가하는 성황을 이뤘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전, 단순한 자폐증 인식을 넘어 자폐증을 수용하자는 취지의 이벤트를 통해 일상 속에서 자폐증을 가진 이를 돕고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매년 센터 골프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씨는 발달장애인을 위해 앞장서 애쓰는 센터를 계속 돕겠다고 밝혔다. PGA 앤드루 윤 선수는 자폐증을 가진 아들이 센터를 통해 도움을 받은 이야기를 나누며 감사를 표했다.   지난해 센터를 위해 5년 간 매년 10만 달러 매칭 펀드를 약정한 미주한인재단의 케빈 강 회장은 센터를 10년 넘게 후원하며 지켜봤다며 “많은 발전을 보여줘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날 자폐증을 딛고 부에나파크 고교의 튜터로 활동 중인 케빈 장군에게 ‘올해의 자기옹호자상’을 수여했다. 센터 학생 중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살려 커뮤니티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영감과 희망을 준 이에게 주는 상이다. 장군은 “2017년 센터의 하모니아 프로그램 연주자로 시작해 이후 인턴 경험을 쌓은 덕분에 튜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센터는 매년 자선 골프대회를 통해 모은 기금을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농구, 음악(하모니아) 등 다양한 프로그램, 자폐증 진단, 컨설팅 지원 등에 사용하고 있다. 로사 장 소장은 “매년 400여 명의 아동, 성인 장애인에게 혜택을 주고 1000명 이상의 부모에게 발달장애 관련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후원 및 문의는 이메일(give@kasecca.org) 또는 전화(562-926-2040)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골프 자폐 프로그램 자폐증 자폐 수용 자폐증 인식

2024-05-22

자폐 한인 하프 마라톤 우승…21세 청년 리처드 김

자폐증을 가진 한인 청년이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레벨 마운트 찰스턴 대회’ 하프 마라톤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화제의 주인공 리처드 김(21)씨는 지난 6일 열린 대회에서 1시간 12분 16초의 기록으로 비장애인을 포함, 완주자 1434명을 통틀어 전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빅베어 마라톤 대회 하프 마라톤에서 전체 7위에 올랐던 김씨는 당시 기록 1시간 13분 21초보다 1분 5초를 단축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씨의 성장을 지켜봐 온 한인 달리기 동호회 해피러너스의 윤장균 코치는 “기록만 봐도 리처드는 이미 전국의 자폐 마라토너 중 정상급 수준에 올라 있다. 이번에 비장애인과 경쟁하면서 1위에 오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해피러너스 코치였던 아버지 황연상씨의 지도를 받으며 11살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황 코치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그라이 러너스(GRY RUNNERS, INC)란 비영리법인 소속이다.   자폐증으로 인해 홀로 레이스를 펼칠 수 없는 김씨는 옆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며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페이스 조절을 해주는 황 코치와 함께 달렸다. 황 코치는 “레이스를 시작할 때 바람이 세게 불고 매우 추워 걱정을 많이 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준 아들이 너무 장하고 사랑스럽다. 힘든 훈련 과정을 잘 버텨준 아들이 고맙고 가슴이 벅차 눈물을 많이 흘렸다”라고 밝혔다.   6피트 3인치(190센티미터)의 키에 다부진 체격을 지닌 김씨는 평소 황 코치와 함께 풀코스를 2시간 30분대에 완주할 수 있는 스피드로 주 100마일씩 달리며 훈련하고 있다.   김씨는 오는 6월 1일 폰타나에서 열릴 하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다. 목표는 1시간 10분대 기록을 세우는 것이다.   김씨는 2027년 호주 퍼스에서 열릴 스페셜 올림픽(지적발달장애인 대상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훈련 중이다. 황 코치는 “가능하면 한국 대표로 스페셜 올림픽에 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상환 기자마라톤 자폐 하프 마라톤 마라톤 우승 자폐 한인

2024-04-14

“한인 부모, 자폐 지원 서비스 받는데 어려움”

자폐증을 가진 자녀를 둔 한인 이민자들이 지원 서비스를 받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UCLA와 캘스테이트LA의 연구원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UCLA 학교 신문인 데일리 브루인은 지난 20일 ‘한인 이민자 어머니가 미국에서 자녀의 자폐 진단 및 서비스를 받기까지의 여정’이라는 논문을 인용,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자폐에 대한 인식 부족과 한국과 미국의 자폐 진단 시스템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한인들이 많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에는 발달 심리학 박사인 김혜영(UCLA)씨를 비롯한 김소현(UCLA·난독증 센터), 한 리(UCLA·발달 심리학), 로빈 다즈(캘스테이트LA·특수교육) 박사 등이 참여했다.   김혜영 박사는 “한인들은 자폐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자녀가 자폐라는 사실조차 고려하지 않았다”며 “게다가 자녀의 언어 지연이 이중 언어 사용 때문인지, 자폐증 증상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진단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자녀의 자폐증 진단과 관련해 한인 이민자 부모들이 ▶문화적 가치관 차이 ▶언어 장벽 ▶지원 기관 및 정보 부족으로 인한 탐색 ▶복잡한 감정 ▶조력 기관 및 전문가와의 만남 등을 통해 총 5가지의 과정을 거친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 리 박사는 “진단 과정에 있어 한인 이민자들이 정확한 번역 자료가 없어 한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한 부모는 자폐 징후를 알아차렸는데도 자폐증 진단을 받지 못했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폐 등에 대한 진단 기준 등이 한국과 미국이 다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박사는 “한국의 진단 기준이 더 까다로운데도 한국서 자폐 진단을 받은 자녀들이 미국에 와서 진단을 다시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며 “미국 내에서 치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미국에서 자폐 진단을 다시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논문에서는 수십 개국을 포괄하는 아시안을 단일 집단으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도 언급됐다. 자폐증 진단 과정에서 각 그룹의 특성이 구체적으로 조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소현 박사는 “각 커뮤니티의 다양한 관점을 담아내려면 각각의 목소리를 담은 유사 연구가 시행돼야 한다”며 “소외된 집단이 이러한 연구를 통해 자신을 대표할 기회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자폐증 자녀를 둔 한인 1세대 부모 11명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진행됐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한인 부모 자폐증 진단 한인 부모들 자폐 진단

2023-11-23

자폐 한인 태권도 우승…"엄마, 내가 해냈어요"

지난달 열린 제10회 국제파라태권도 챔피언십(World Para Taekwondo Championships)에서 한인 자폐 청년 김지수(35)씨가 품새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9월 20~24일 닷새간 멕시코 베라크루즈에서 진행된 이번 선수권대회에 미 국가대표로 참가한 김지수씨는 품새 부문의 자폐 선수 경기(시니어II-A클래스)에서 노련한 실력의 크로아티아팀 선수를 이기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국제파라태권도 챔피언십은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태권도 선수권 대회로, 4년에 한 번씩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는 60개국 이상에서 1500여 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지수씨는 그간의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 타국에서 온 다른 쟁쟁한 자폐증 선수들을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수씨의 어머니 김인숙씨는 “결승 경기에 올라온 크로아티아 선수가 워낙 실력도 좋고 체격도 좋아 지수도 긴장하며 경계했는데, 자신감을 가지고 끝까지 집중한 덕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우승을 확인한 지수는 ‘엄마, 내가 해냈어’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지적 장애 3급에 70이 안되는 IQ로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은 지수씨는 6살 때 태권도를 시작해 올해로 29년째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국기원 공인 4단의 유단자인 지수씨는 일반인들로 취득하기 어렵다는 국제사범 자격증과 심사위원 자격증을 지난해 취득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본지 1월 10일 A-4면〉   어머니 김씨는 “지수가 6살에 태권도를 시작했을 때 1년 이상을 울면서 다녔다”며 “하지만 인지가 될 때까지 시간을 지켜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하게 데리고 다녔고 지금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김씨는 “지수를 통해 자폐 자녀를 둔 많은 부모님이 희망을 얻는 거 같아서 기쁘다”며 “엄마가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는 포기하지 않는다. 꾸준함에는 힘이 있다. 항상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우리 아이들도 해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   어머니 김씨는 현재 국제대회 및 패럴림픽 태권도 경기가 지체장애인에게만 제한돼있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지적장애인들도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적장애를 가진 태권도 선수들도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날이 속히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수아 기자 jang.suah@koreadaily.com태권도 자폐 태권도 선수들 장애인 태권도 한인 자폐

2023-10-03

자폐 쌍둥이 형제 부모에 4500만불 보상 판결 나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갖고 있는 쌍둥이 형제의 부모가 450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법원은 24일 자폐 쌍둥이 형제의 부모가 샌타모니카-말리부 통합교육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충분한 이유가 있다면서 해당 교육구는 쌍둥이 형제와 그 부모에게 4500만 달러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자폐 쌍둥이 형제 부모는 "이번 판결이 변화를 이끌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찰스 웡과 나딘 웡 부부는 쌍둥이 형제가 초등학교에서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고 이를 교직원이 교육구 측에 보고를 했음에도 교육구 측에서 관계당국에 아예 보고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7년, 자폐증을 앓는 쌍둥이 형제가 8세 때였다. 당시 다른 학생들이 이 형제를 육체적으로 때리고 괴롭히는 것을 목격한 스쿨버스 운전사가 수퍼바이저에게 보고했고 수퍼바이저는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전했다. 이를 전해들은 교사도 어린이 학대 보고서를 만들어 셰리프국에 보냈고 셰리프 요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웡 형제의 집을 방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웡의 부모는 이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형제는 말로 의사소통이 힘든 상태여서 학교에서 자신들이 당한 일을 부모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형제에게서 변화는 감지됐다. 예전과 달리 아이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보고받은 교육구 측은 자폐 쌍둥이 형제 학대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12세가 된 두 형제는 공립학교를 떠나 자폐증을 앓고 있는 학생을 위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부모는 전했다.  김병일 기자쌍둥이 형제 쌍둥이 형제 자폐 쌍둥이 보상 판결

2022-10-24

[분수대] 자폐 스펙트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는 신경 발달 장애의 한 종류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자폐, 부모와 의사소통은 가능한 고기능 자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아스퍼거증후군 등 유사한 유형을 통틀어 일컫는다. ‘스펙트럼’이란 이름처럼 워낙 양상이 다양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 지적 장애나 학습 장애도 나타나기 쉽다. 단, 특정 영역에 관한 기억력은 뛰어난 경우가 많다. 드물지만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이 나타나는 경우를 ‘서번트 증후군’이라 부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비장애 사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지원할까』(마고북스)에 따르면 “임기응변적인 대인 관계가 서툴고, 자신의 관심과 방식 및 진행 속도를 유지하는 걸 가장 우선시하는 본능적 지향이 강한” 것이 자폐 스펙트럼의 전형적 특징이다. 이 책을 쓴 혼다 히데오 일본 자폐증협회 이사장은 장애 수준에는 이르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10%가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나아가 저자 자신도 자폐 스펙트럼인이라고 고백한다.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사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변호사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재료가 훤히 보이는 김밥만 먹으며, 향고래의 특성에 집착한다. 다정한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이지만, 한번 읽은 법전은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적인 변호사로 맹활약한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판타지 같지만 현실 세계에서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도 테슬라 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 SNL에 출연해 아스퍼거증후군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이 가끔 이상한 말을 하거나 포스팅하는 건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면서다.   혼다 이사장은 자폐 스펙트럼인을 치료해야 할 환자가 아니라 ‘지원해야 할 소수파의 종족’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을 대할 땐 먼저 경청하고, 명령이 아니라 제안을 해 합의를 이끌어내며, 구체적인 정보를 주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켜 신뢰를 심어주라고 권한다. 자폐인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을 대할 때 필요한 자세 아닌가 싶다. 이경희 / 한국 이노베이션랩장분수대 스펙트럼 자폐 자폐 스펙트럼인 고기능 자폐 자폐 부모

2022-08-03

[시선2035] 그를 이해하려면

대소변은 스스로 해결하지만 밥을 먹을 땐 도와줘야 함. 소리를 지르거나 도로변에 드러눕는 경우가 있음. 침을 자주 뱉음. 사람들이 절대 이해해주지 않음.   정용준의 소설 『선릉산책』에서 한두운을 설명하는 문장들이다. 한두운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 그는 한여름 낮에 헤드기어를 쓴 채 걸으며 오리나무·화살나무·자귀나무·전나무 등 공원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모두 맞힌다. 1인칭 화자는 얼떨결에 시간당 1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하루 동안 두운을 봐주기로 한다. 처음엔 두운이 ‘열 걸음 정도 앞서 걸었다’. 그러다 책의 중간부터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워낙 많이 회자되다 보니 우영우 얘기만큼은 안 쓰려고 했다. 그러다 끝내 온갖 기사에서 볼 수 있는 장애 이야기를 쓰게 된 건 대학생 때의 기억이 계속 맴돌아서다. 그중 하나는 자폐가 있는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내가 맡은 K는 중3 남학생이었는데 성인인 나보다 덩치가 컸다. 봉사활동 계획상 학교 교과 과정을 가르치는 일종의 과외를 해야 했지만 제대로 된 수업을 하는 일은 없었다. 수학책을 펴놓고 몇 번 가르치기를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과외교사론 아주 무능했지만, K의 어머니는 어떤 것도 바라지 않았다. 1주일에 한 번 학교가 끝난 오후 4시쯤부터 저녁까지 K를 만나는 날은 어머니가 저녁까지 식당일을 할 수 있는 날이었다.   K와의 시간을 보내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는데 어떤 말에 그다음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만한 답변이 돌아온 기억이 없다. 때로 무언가를 같이 먹을 때면 그는 놀랍도록 빨리, 많이 먹었다. 친해져 보겠다는 이유로 눈 맞추기를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자폐가 있는 사람 상당수가 타인과 눈을 맞추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친해지기 위해선 눈을 자주 맞춰야 한다’는 말이 수학 문제의 정답처럼 당연한 줄 알았는데 비장애인에게만 참인 명제였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떠나면서 K와의 과외가 끝나고 나서야 그를 내게 맞추려고만 했다는 걸 알았다. 만날 때마다 K는 나름의 아는 체를 했는데, 나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숙여야만 인사인 줄 알았다.   장재숙 동국대 교수는 『지금 사랑을 시작하는 그대에게』에서 “한 사람만 표현하고 다른 한 사람은 참아내는 소통은 탈이 난다”고 말한다. 서로 맞춰가야 한다는 뜻이다. 맞춰가야 할 사람이 있을 뿐 우리가 일방적으로 원하는 장애인의 모습은 현실에 없다. 『선릉산책』의 마지막에 한두운과 한나절을 보낸 화자는 자문한다. ‘오늘 만난 한두운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나’. 이해의 시작으로, 그를 궁금해한다. 정진호 / 한국 경제정책팀 기자시선2035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이야기 봉사활동 계획상

2022-07-31

자폐 성인 탑승 대한항공 거부

“진짜 우영우 정도는 돼야 사회에 나오라는 건지.”     대한항공 여객기에 자폐증 증상이 있는 성인 아들과 탔다가 기장의 요구로 이륙 전 여객기에서 내려야 했다는 한 어머니의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최근 대한항공과 A씨의 블로그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에 자폐성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탑승했다. A씨는 블로그에서 “탑승 수속 때도 자폐임을 밝혔고, 탑승 대기실에서도 ‘우리 아들이 자폐예요’라는 말을 반복하며 탑승했다”며 “아이가 답답했는지 밖으로 나갔고 한 승무원이 남성 직원에게 쫓아가라고 해서 오히려 아이가 놀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약을 먹였다. 괴성을 지른 것도 아니고 손을 흔드는 상동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며 “승무원에게도 이런 사정을 말했지만, 승무원 내리라고 했다. 그는 ‘기장이 한번 정하면 번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적었다.   대한항공은 다른 모든 승객과 동일하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승객도 탑승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당시 A 씨의 아들이 탑승한 후 기내·전 후방을 배회하다가 탑승교 바깥으로 뛰쳐나갔고, 좌석에 앉아 달라는 수차례의 요청에도 착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전 운항 절차상 기내에 탑승한 승객이 기내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기내로 들어오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을 위한 조치였지만 해당 승객과 가족들이 겪었던 당혹스러운 상황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이라며 “미사용 항공권에 대해 위약금 없이 전액 환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한 누리꾼은 “아이가 아니라 성인 남성인데 항공사에서 대처를 잘한 것 같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다.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랑 현실의 괴리감에 마음이 아프다”는 글을 남겼다.대한항공 자폐 대한항공 여객기 자폐 성인 대한항공 항공편

2022-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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