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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규제 지나치다”…독서의 자유 법안 NJ 주상원 통과

‘독서의 자유 법안 (Freedom to Read Act, A 3446)’이 28일 뉴저지 주상원을 통과했다. 공립교 도서관에서의 도서 규제 및 사서에 대한 법적 소송을 방지하는 게 골자다.   29일 전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 등으로 인한 검열 도서가 급증,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규제 도서가 65% 늘어난 가운데, 학부모들의 요구로 공립교 도서관에도 사서에 대한 민원이 빗발쳤다. 독서의 자유법은 이 같은 상황에서 발의된 것으로, 주 교육위원회가 도서관 배치 자료를 선택하는 방안 및 평가 정책을 개발하게 한다. 이후 각 학교는 이 정책을 기반으로 도서를 선택한다.   학교와 도서관은 도서의 출처, 배경, 관점(origin, background, views)을 기반으로 책을 치우지 못하며, 사서 등 도서관 직원들의 좋은 신념에 의한 행동(good faith actions)에 민·형사상의 면책을 부여한다.   상원은 전날 이 법안을 24-15 표결로 통과시켰다.   공화당 측은 학생들이 부적절한 도서에 노출될 것이라 주장했다. 조 페나치오(공화·26선거구) 주상원의원은 “미처 몰랐을 내용에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건 보호 의무에 반하는 것”이라며 “권리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앤드루 즈위커(민주·16선거구) 주상원의원은 “주민들은 읽고 싶은 걸 선택할 자유가 있다”며 “누구도 대신 선택할 순 없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강민혜 기자주상원 도서 주상원 통과 도서 규제 자유 법안

2024-10-29

1억 달러 기부금 받은 시카고대 “‘표현의 자유’ 학술에 사용”

시카고대학이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하라며 기부자로부터 1억달러를 받았다. 시카고 대학측은 이를 표현의 자유를 위한 학술 활동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카고대학은 최근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기부금 1억달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 기부금은 학교측이 지난해 출범한 표현의 자유 포럼(Forum for Free Inquiry and Expression)에 사용될 예정이다.     표현의 자유 포럼은 시카고 대학이 캠퍼스와 커뮤니티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토론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은 기부금을 받은 뒤 내놓은 성명서를 통해 “표현의 자유 포럼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을 위한 사고를 위해 대응해 온 시카고대학의 전통을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카고 대학측은 이 기부금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위한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만들고 다른 대학과의 워크숍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 연구를 지원하는데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시카고대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기부금 1억달러를 받은 것은 지난 학기에 재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벌인 뒤다.     당시 학생들은 캠퍼스 내에 텐트를 치고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였고 이로 인해 일부 학생들이 처벌을 받은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시카고서는 시카고대학 외에도 노스웨스턴대, 드폴대서도 친 팔레스타인 시위가 지난 봄 내내 이어졌다.     시카고대는 10월 중 중동 평화를 위한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Nathan Park 기자시카고대 기부금 시카고대가 표현 자유 포럼 기부금 1억달러

2024-09-30

[독자 마당] 미국 대선에 대한 기대

미국의 건국 이념에는 개신교 일파인 청교도 정신이 담겨 있다. 청교도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 신대륙인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엄격한 교리를 지키며, 개인의 자유와 권리,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는 생활신앙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청교도 정신은 자유, 평등, 행복추구권 등 인간의 천부적 권리를 중시하는 미국의 건국 이념에 담겨 있다.  미국이 자유 민주주의 체제로 발전하는 데 청교도 정신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부존자원을 가진 것은 물론 지정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여기에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한 건실하고 진취적인 국민의 노력 덕에 최근 한 세기 동안 세계 최강국의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미국은 청교도의 정착 이후 유럽 여러 곳에서 다양한 민족이 이주해 왔다. 이들은 영국의 식민지배를 거부하고 하나로 뭉쳐 대항하며, 마침내 독립을 이뤘다. 이후 광활한 국토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각지로부터 이민을 받아들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다민족 국가로 발전하게 됐다. 미국의 법과 제도는 신앙을 바탕으로 한 사랑,용서,포용을 강조하고 자유,평등,정의,양심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법과 규정의 공정하고 엄격한 시행은 건실한 미국적 가치를 만들어 내며 미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은 미국적 가치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것들을 한 용광로에 넣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멜팅팟’ 정책이 중요성을 갖는다.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한 흐름으로 모으기 위한 교육과 지도층의 노력이 필요하다.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유능한 인물이 당선돼  미국의 앞날이 더욱 밝아지기를 기대한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미국 대선 청교도 정신 다민족 국가 자유 민주주의

2024-08-27

[기고] 8·15광복은 절로 오지 않았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79년째다. 1945년 8월 15일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나 자유와 독립을 되찾은 민족적 기념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끈질기게 버티던 일본은 드디어 이날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고, 대한민국은 해방을 맞이한 것이다. 8월15일은 대한민국 광복의 날이다.     일제 치하에서 한국인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일제는 한국인을 일본인으로 만들기 위해 악랄한 민족 말살 통치 방식을 택했다. ‘내선일체’와 ‘일선동조론’ 등을 강조하며 황국 신민화 정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일제는 한국인들에게 신사 참배와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였다. 전국에 조선인 애국반을 만들어 생활 전반을 통제하였는데 학교에서는 한글과 한국어 교육이 중단되고 한국의 역사도 가르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라며 강압적으로 창씨개명을 요구했다.     급기야 수많은 청년들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 일본군의 총알받이로 끌려갔다. 또 전쟁 시설물 건설과 군수 물자 생산을 위해 수많은 사람을 징용이라는 이름으로 끌고 갔다.  더욱 천인공노할 일은 젊은 여성들을 남양군도 등의 일본군 성노예로 끌고가는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우리의 8·15 광복은 절로 오지 않았다. 일제의 패망을 위해 많은 희생을 치른 결과다.  8·15 광복은 비록 우리의 힘만으로 얻은 결과는 아니지만 한국은 일제의 강압과 약탈, 멸시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자유 해방, 바로 빛을 다시 찾은 광복이었다. 농민들은  징용과 공출에서 해방되었고, 노동자는 강제 노동에서 풀려났으며, 학생들은 한국의 혼을 말살하려던 황국신민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또 징병과 징용, 위안부로 끌려갔던 수많은 사람이 풀려났다.     일제 강점기는 우리에게 지울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의 역사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아직도 A급 전범들인 도조 히데끼와 야마모토 이소로꾸 같은 인물을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조는 군국주의 일본의 국가권력을 장악한 전시 대본영의 수상이었다.  그는 육군대장의 계급장을 단 장군으로 죽어서도 ‘천황폐하 만세’를 외칠 인물이었다. 그는 일본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기소됐고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교수형에 처해졌다.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역임한 해군대장아먀모토 이소로꾸는 진주만 공격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는 부친이 56세에 얻은 아들이라고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주미 일본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미국통이었던 그는 미국의 압도적인 국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미국과의 전쟁을 결사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명령에 따라 진주만 공격에 나섰고 이로 인해 일약 전쟁 영웅이 됐다. 그는 이후에도 일본 해군 최고 사령관으로 미드웨이 해전, 과달카날 전투 등을 지휘했다. 그도 패전 후 체포됐다면 사형선고를 면할 수 없었겠지만 종전 전 미군의 공격을 받아 전사했다. 그는 전쟁이 치열했던 1943년 4월 18일 쇼틀랜드, 라바울 등 남방 전선을 시찰하기 위해 공군 폭격기로 이동했다. 그런데 미군이 이 정보를 입수했고 출동한 미군 전투기들이 부건빌 섬 상공에서 야마모도가 탑승한 비행기를 격추했다. 이 작전의 성공은 일제의 패전을 예고한 사건이다.    8·15 광복이 일본 패전의 결과물이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지만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이라는 주체적 요인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역사 학계의 시각이다. 아무튼 8월15일은 민족의 기쁨으로 자유 세계와 함께 한 연합군의 전승일, 최대의 경축일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광복 대한민국 광복 일제 강점기 자유 해방

2024-08-1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성공신화와 파멸의 꽃

성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사람들은 내가 성공했다고 말한다. 나는 정말 성공한 사람인가. 성공의 척도는 무엇일까. 나는 쉬지 않고 달려왔을 뿐이다. 어떤 난관에도 실망하지 않았고 멈출 수가 없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   ‘여왕이 아니면 집시처럼’ 자전 에세이가 출간되고 주요 일간지와 잡지사 인터뷰가 쇄도했다. ‘다운증후군 딸과 영재 아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을 모두 겪고 미국 상류사회의 예술가이자 사업가로 우뚝 선 한국여자 이기희’란 타이틀로 졸지에 유명세를 탔고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아침마당’ 출연은 광고까지 나갔는데 불발됐다. 화랑 대표로 사업하는 화려한(?) 모습이 주부들이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에 위축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다운증후군 장애아 딸과 출연해 운명을 극복한 어머니를 조명하는 걸로 컨셉 변경을 제안했지만 딸 인생을 팔아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람들은 성공신화를 즐긴다. 사는 것이 힘들고, 물에 물 탄 듯 지루해서일까. 타인의 고통과 불행에 눈물 흘리며 자신의 아픔을 위로 받는다.   성공담의 주인공은 참혹한 비극과 몰락에 빠지지만 오색찬란하게 장식한 생일 케익의 겉모습처럼 달콤하고 화려하게 부활한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가 집필한 세계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스무살이나 나이 많고 도덕적 원칙주의자와 결혼한 안나는 완벽해 보이지만 자유를 속박하는 족쇄와 다름 없는 결혼생활은 한다.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안나 카레니나는 기차역에서 젊고 잘생긴 장교 브론스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아름다운 유부녀와 잘생긴 청년의 분륜이 시작된다. 사회규범을 어기며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카레니나는 충실하려 했지만 사회로부터 배척 당하며 고립된다.   안나의 사랑은 집착이 되고 결국 브론스키에게 거부당한다.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어떤 것을 보아도 소름이 끼치게 된다면 촛불을 꺼버려도 되지 않을까.’ 질투와 집착으로 범벅된 자신의 사랑이 끝나는 것을 감지한 안나는 브론스키를 처음 만났던 기차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톨스토이는 어떻게 후회없이 살 것인가를 평생 고민했던 사람이다. 톨스토이는 ‘인생의 길’에서 ‘인간은 성찰과 학습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한다. 성장은 과정이다’라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은 진리 그 자체가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다’라고 적고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무엇’ 때문에 행복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꾸준히 길을 찿아 행복에 이른다. 행복은 표지판이 없는 길찿기다.   성공은 무엇인가를 이루어 내는 것이고 성취는 성장을 통해 도달하는 길이다.   성장은 미숙한 존재에서 성숙한 존재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인생은 완성된 나를 향해 성장해 나가는 여정이며 결국 살아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이 된다.   문학은 인간의 삶을 형상화하고 문학과 인간 사이에는 상동성(Homology)이 존재한다. 공통의 형태를 계승하며 동일하다는 의미다.   사랑은 소통과 자유, 성장이 있을 때 결실을 맺는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꽃이 피지 않고 열매 맺지 못한다. 사랑은 찬란하지만 파멸의 꽃은 시든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성공신화 파멸 자유 성장 다운증후군 장애아 화랑 대표

2024-08-06

[삶의 뜨락에서] 혼

시인이며 소설가인 찰스 부코스키는 “네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라. 그리고 죽을 만큼 그것에 빠져보라”라고 했다. 영혼의 작업에 집중하라는 의미이다. 불꽃을 계속 태우는 것이 삶이다. 생을 태우려면 자신이 불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는 주옥과 같은 글들을 류시화의 산문집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대지에 대한 경배와 긴 겨울 끝에 대지가 깨어나는 봄의 소리를 표현한다. 서곡에서 바순이 독주를 맡아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연주함으로써 계절이 바뀌는 불안감과 머뭇거림을 전달하고 싶은 이 작곡가는 연주를 너무 능수능란하게 잘해 오히려 봄의 위태로운 시작을 잘 표현하지 못한 바순 연주자를 해고한다. 겨울이 지배하는 차가운 대지에 첫 균열이 가는,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불확실한 순간을 표현하려면 연주자는 스스로 전율할 만큼 긴장해서 봄의 떨림을 전달하기 위해 그의 혼을 불어넣었어야 했다. 능수능란한 기법과는 상관이 없다. 맞다 그 혼! 우리는 악기 연주자만이 아니라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 일에 맞는 혼이 담기지 않으면 감동이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나는 가벼움을 경박하게 여겨왔다. 가벼움은 속물근성이라 치부하고 생은 너무 진지하고 숙연해서 그 깊이를 죽기 전에 다 헤아리기도 역부족이라 믿어왔다. 이번에 류시화 산문집을 통해 많이 배웠다. 폴 발레리는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깃털처럼 정처 없이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가볍게 날 수 있어야 한다. 새는 뼛속에 공기가 통하는 공간이 있어서 비행할 수 있듯이 존재 안에 자유의 공간이 숨 쉬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박함이 아닌 자유를 품은 가슴의 가벼움이다. 자신을 생각의 무거움으로 짓누르는 시기를 지나 경쾌한 혼의 길로 나아가는 것, 날 수 없다면 정신적 자유에 이르지 못한다. 절실히 원하면 모든 순간이 날개가 된다. 그 중요한 순간에 생명력이 솟게 된다. 날개가 돋는다.     인간은 날개가 없는 대신 웃는다. 웃음은 가슴의 날갯짓이다. 웃음과 울음은 같은 지점에 있고 희망과 절망도 같은 곳에서 태어난다. 너무 절망적이고 황당할 때 웃어보라. 크게 마음껏 웃어보라. 저 멀리서 희망의 빛이 다가옴을 느낄 것이다. 새로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류시화의 글은 머리에서가 아니라 체화된 경험이 가슴을 통해 스며 나왔기에 독자의 피부 속으로 번진다. 그래서 공감력이 크다. 책의 마지막 장에 그는 ‘인생’이라는 영화 한 편을 제작했다고 말한다. 그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고 그가 살면서 만났던 모든 사람이 조연이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삶이란 주인공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그 사실이 바로 이 영화의 흥미 요소이다.     우리는 모두 지금 각자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현재 제작되고 있다. 이 책 제목이 시사하듯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라는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한 세상이 아니다. 당연히 실망하고 좌절해서 화도 나고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도 많이 겪게 된다. 그렇다고 주인공 역을 포기할 수 없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대역할 수 없다. 또 다른 특징은 예행연습이 허용되지 않는다. 재촬영도 없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의 전반부를 마쳤다. 이제 우리는 이 영화의 후반부를 제작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감동적이고 역동적인 해피엔딩을 담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한다. 인생은 언제든 늦었다 싶을 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알고 있지 않은가. 가능하면 주인공 역에 가장 잘 맞는 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를!!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악기 연주자 류시화 산문집 정신적 자유

2024-05-31

[삶의 뜨락에서] 인간적인

나는 요즘 평행선을 걷고 있다. 일주일에 이틀만 병원에서 파트 타임(하루 12시간씩)으로 일하고 나머지 5일은 완전히 나의 자유 시간으로 즐긴다. 풀타임으로 일할 때와는 달리 기분이 묘하다. 병원에서의 시간이 더욱 새롭고 긴장감이 돈다. 당연히 더욱 몰입하게 된다. 가끔 헬리콥터로 이송되어 오는 환자도 있고 언제든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환자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에서 서성대는 환자와 그의 가족 틈새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면 탈진된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래도 나 스스로 이 일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왜냐하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현대 의학(IT와 AI를 이용한)을 실제로 배우고 또 실천하고 있어 아직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지 않았음에 대견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상첨화로 나의 글쓰기 작업에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심각하고 의미 있는 이틀을 보내고 난 후 이제 나머지 5일은 나만의 세계에 침잠한다. 파트 타임을 결정하고 난 후 실은 두려웠다. 평생 길들여진 내 생활의 균형이 깨질까, 은근히 걱정도 되었다. 올해 초부터 시작한 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한 지도 벌써 4개월이 넘었다. 그동안 많이 익숙해졌고 나름대로 여유 있게 즐기고 있다. 일단 버킷 리스트를 만들었다. 여행을 자주 한다. 좋은 패키지가 있으면 일단 숙고한다. 여행이란 건강과 시간,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중 하나만 부족해도 여행은 성사될 수 없다. 가능한 한 세계 곳곳을 방문해 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보고 배우고 싶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마사 메데이로스의 시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의 일부다. 또 D. H. Lawrence는 말했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만 자유롭다. 그 자유에 도달하는 길이 있다. 뛰어드는 것이다.’라고 썼다. 그렇다. 나는 이 5일 동안에 나 자신만의 세계에 뛰어든다. 단지 숨을 쉰다고 해서 살아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살아있음은 눈이 반짝이고 심장이 뛰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표현에 적극적인 사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은퇴가 아득했을 때는 많은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메꾸어 나갔다. 생활이 나를 끌어나갔고 나는 기계의 한 부품이 되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그러다가 은퇴 생활에 한 발을 넣고 보니 갑자기 내 남은 생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남아있는 시간을 모르기에 초조해진다. 이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100세 시대라고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생산능력보다 소비가 많아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세상이 당신을 삶의 가장자리로 밀어내기 전에 지혜와 사랑으로 당신이 삶의 심장부를 넓혀갈 수는 없을까.     AI 세계에 푹 뼈져 사는 한 후배가 AI로 노래를 만들었다며 카톡으로 보내주었다. 그 후배한테 차마 말은 못 했지만 난 정말 듣기 고통스러웠다. 감정이 하나도 이입되지 않은 로버트가 부르는 노래 같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후배는 나에게 아직도 종이책을 읽느냐고 비아냥거렸다. 난 아직도 종이책이 좋다. 종이책은 좋은 묘사나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고 밑줄을 쳐가며 노트할 수 있다. 종이책은 눈으로 읽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좀 더 인간적이다. 사람 맛이 난다. 젊은이한테는 지식을 배울 수 있으나 노인한테는 지혜와 사랑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당신이 세상을 꼭 껴안으면 삶의 중심부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노인 스스로 삶의 중심부와 가장자리에 선을 그어놓고 자신을 가장자리로 밀어 넣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가장자리로 밀어 자유 시간 은퇴 생활

2024-05-17

[기고] 민주주의 그 꽃

고은 시인의 작품 가운데 ‘그 꽃’이란 유명한 시가 있다. 시인을 노벨문학상 후보에오르게 한 시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아주 짧은 시이지만 무궁무진한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 10위 권의 강국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진 숱한 고난과 역경, 애환이 있었다. 35년간의 일제강점기 지난하게 독립운동을 하며 상해임시정부를 세웠고, 이어 광복과 건국, 6·25전쟁, 4·19, 광부와 간호사 서독 파견, 월남전쟁 참전, 그리고 조국 근대화 등 숱한 굴곡이 도도한 역사의 물결 속에 있다. 그런데 짓밟혀도 일어서고 다시 핀 끈질긴 ‘그 꽃’을 오늘에야 여유 있게 살펴볼 수 있었고 비로소 아름다운 꽃인 줄 알게 된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것들이 진실을 호도하고 있었다. 호구지책이 우선이라 제대로 따져볼 겨를도 없이 잊혀 가는 역사가 되었었다. 하지만 ‘건국 전쟁’이란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재조명해 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잘살아 보자’며 3차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산업화를 추진했고 그 결과 조국 근대화의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는가.   국가부도라는 난생처음 겪어보는 IMF(국제통화기금)사태 앞에 나라를 구하겠다고 ‘금 모으기 운동’까지 벌였던 국민의 열화와 같은 마음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오늘에야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진실 된 역사의 그 꽃을 이제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대한민국의 건국과 경제부흥, 근대화 등 애환과 희생의 꽃이 피어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그 꽃, 삶의 여유를 찾고서야 그 꽃을 발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것도 잠깐, 작금 한국의 총체적 난국은 활짝 핀 그 꽃을 안개로 덮어버린 것 같아 내심 불안과 초조함이 가슴을 졸이게 한다. 집단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환자를 볼모로 의료대란을 초래하고 있는 의사들, 그리고 국가의 근간을 책임져야 할 일꾼을 뽑는 총선도 범죄와의 전쟁으로 비하되고, 극명하게 갈라진 유권자의 마음은 외줄 타기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개인의 자유와 의무, 질서는 법에 의해 엄연히 존재한다.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겨가며 정치를 해서도 안 되고 법을 짓밟고 인권을 외쳐서도 안 된다. 법치국가는 법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가 존중된다.   일부 총선후보자 면면을 보면 가관인 것이 각양각색의 전과자들이라는 점이다. 각종 형사법,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것을 비롯해 자녀 편·입학 서류 위변조, 선거에 돈봉투 살포, 성금기금 횡령, 부동산투기 및 불법 거래, 불법 코인 거래 등 다양한 종류의 범법자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더는 사회악이 뿌리내리지 못 하게 해야 하는데 사회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민주주의는 법치주의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또다시 그 꽃을 보지 못하고 올라가야 하나. 참담한 현실 속에 이번 총선만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국민의 선택이 과연 어떨 것인지는 안갯속이지만 그래도 올라갈 때 보지 못한 민주주의 그 꽃을 정상에서 내려올 때 보길 원하다.   국민의 옳은 선택만이 대한민국을 온전한 법치국가로 세울 수 있다. 미래 세대가 꿈과 희망을 펼치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번 총선에서의 올바른 선택에서 시작된다. 민주주의 그 꽃을 모두가 보며 평화를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민주주의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 건국과 경제부흥

2024-04-08

[발언대] 정체성 교육의 시작

3·1 독립만세운동은 일제 강점기이던 1919년 3월1일 애국 열사 33인이 대한민국은 자주독립 국가임을 선포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5년 전의 일이다. 일제의 폭압적인 수탈에 항거해 일어난 전국적인 독립운동이었다.     무능하고 부패했던 조선 왕조는 내분만 일삼다 어이없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다. 이로 인해 한민족 모두가 일제의 강압에 신음했다. 다행히 미국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와 학교를 건립하고, 당시 85%에 달했던 문맹률 퇴치에 앞장섰다. 이는 우리 민족정신이 살아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후 독립을 되찾았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취임으로 남한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눈부신 발전을 이어온 한국은 이제 K팝,  K 드라마, K 푸드 등으로 세계 문화 발전에도 공헌하고 있다.     단기간에 6·25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도 흥망성쇠가 있었지만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한글’이라는 고유 문자도 갖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누구나 배우기 쉬운 글이라고 한다. 그만큼 창조성이 뛰어난 문자라는 의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여전히 남북이 분단된 상황이다. 한반도는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자유 민주주의 세력과 공산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전체주의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 됐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칼 마르크스라는 공산주의 사상가와 소련의 레닌, 스탈린이란 독재자를 존재하게 했고, 북한의 세습 독재 체제를 유지되게 했을까? 하나님은 왜 작은 반도 국가에 휴전선을 그어 남북으로 갈라놓아 비극을 만들었는가? 왜 하나님은 경제, 문화 , 종교, 예술, 첨단 과학 및 각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한국을 파괴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용인하는가?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한국을 더 단단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대가 아닐까 싶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2세, 3세들에게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남북통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도 한인 후세들이 올바른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교육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종근 / 목사·남가주 5도민회 총회장발언대 정체성 교육 정체성 교육 교육 방법 자유 민주주의

2024-03-25

[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으로 자유를 꿈꾸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앤디라는 주인공이 교도소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편지의 2중창’을 트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의 길이는 3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보는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어느 날 우연히 간수의 방에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이 실린 음반을 발견한 앤디는 문을 걸어 잠그고 음반을 틀어 교도소 전역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편지의 이중창’이 흘러나오도록 한다. 갑자기 노래가 흘러나오자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름다운 음악에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버린 죄수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앤디의 감방 동료인 레드의 독백이 흘러나온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들이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노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혀 있는 삭막한 새장의 담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 쇼생크에 있는 우리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   인간은 본래 자유로운 존재이기에 세상 모든 감옥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여기서 모차르트 음악은 자유의 또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앤디의 육체는 가둘 수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모차르트 음악까지 가둘 수는 없었다. 감옥에서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선율을 머리 속으로 되뇌며 앤디는 탈출을 꿈꾸었다. 모차르트 음악이 있었기에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음악과 함께 앤디의 자유로운 영혼은 교도소 담장을 넘어 저 먼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음악으로 읽는 세상 음악 자유 모차르트 음악 쇼생크 탈출 교도소 전역

2024-02-12

[마케팅] 평범한 사업가의 눈부신 마케팅 마인드

제한이 자유가 될 수 있을까?     누군가가 “누림을 억제하는 통제가 진정한 자유 같아요”라고 하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할까. 통제가 자유라면, 누림의 자유는 자유가 아닐 수 있다는 말도 된다. 그렇다면, 자유의 정의는 하나가 아님이 분명하다.  우리가 원하는 자유와 피해야 할 자유의 정의 차이에 대해 최근 고민한 때는 언제였는가. 말장난 같지만, 현실은 훨씬 무겁고 심각하다. 한계 없는 누림이 자신을 철장 속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무한한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그 파괴의 끔찍한 한몫을 하고 있다.     누구를 부자로 만드는가?     신기하게도, 요즘 개인 시간을 들여서 열심히 남을 부자로 만들어 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우리 시간으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도록 해 놓았다. 심리학과 IT 천재들이 고안해 낸 알고리즘은 우리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스스로 생각하고 제한하고, 규율을 적용하지 않으면 빠져나오기 힘든 사냥 트랩 같다는 생각도 든다.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함정?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모든 영상과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서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지 않도록, 통제를 위한 규율을 적용하고 있다.     위험천만 지뢰밭?   나의 시선, 생각과 시간을 무제한으로 당기는 매력 만점의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지뢰밭 같다. 쉬지 않고 눈요깃거리를 내 앞에 줄 세워 놓는다. 한눈팔면 호기심과 관심에 불을 붙는다. 콘텐츠의 매력이 마약만큼이나 중독성 있다고 해서 나는 겁이 난다.   자유가 자유를 해친다?   무제한 누림의 자유는 결국 나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박한다. 추구하는 삶의 길을 방해하고, 급기야 파괴한다. 이런 자유는 자신이 꿈꾸는 자유와 상반되지 않는가? 오늘은 잠깐 멈추고, 내가 추구하는 자유로움에 대한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면 좋겠다.     해방을 위한 규율?   진정한 자신의 미래와 의미 있는 자유, 또는 해방을 소유하려면, 자유가 아닌 규율을 먼저 챙기면 된다. 역설적이지만, 자유를 위해 규율을 버리면, 실제로 얻는 건 자유처럼 위장한 억제뿐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의 삶을 산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력을 다하는 소규모 자영업자, 분주함에 압도된 직장인, 공부하느라 애쓰는 학생, 시간이 부족한 주부, 늘 피곤한 싱글맘 등 모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는 트랩에서 이제 벗어나고 싶다면, 정말 잘 오신 것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가짜 자유 추구에 빠져서, 그런 결과를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쉽게 바꾸는 방법이 생각보다 가깝다. 컨셉을 이해했으니, 다음 시간부터 하나씩 정돈해서 진짜 자유를 만끽하며 살자. (필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가필이나 수정을 최대한 줄였습니다.)   ▶문의: (703)337-0123,   www.InteliSystems.com 윤필홍 / InteliSystems 대표마케팅 사업가 가짜 자유 진짜 자유 마케팅 마인드

2024-01-10

[중국읽기] ‘자유·국제주의’ 사조의 사망

중국 국무원(정부) 산하 발전연구중심(DRC)은 대표적인 정부 싱크탱크다. 경제 정책을 기획하고 제시한다. DRC가 세계은행과 함께 ‘차이나 2030’ 보고서를 낸 건 2012년 2월이었다. 중국 경제의 장기 발전 방향을 담았다. 보고서 작성을 기획한 사람이 바로 27일 고인(故人)이 된 당시 국무원 부총리 리커창(李克强)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두 개, ‘시장’과 ‘글로벌’이었다. 보고서는 모든 경제 정책 결정에서 시장을 중심에 두고, 세계 경제와의 동반 성장 체제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권력층의 주류 사조였던 자유주의, 국제주의가 반영됐다. 리커창이 꿈꾸던 2030년 중국의 미래 모습이기도 했다.   리커창은 보고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려 애썼다. ‘대중창업 시대를 열자, 모든 사람을 혁신에 뛰어들게 하라!’ 그는 총리 2년 차였던 2014년 9월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외쳤다. IT분야 청년들이 환호했다. ‘대중창업, 만중혁신(大衆創業 萬衆創新)’이라는 슬로건은 금방 경제 현장으로 퍼져나갔다.   창업, 혁신 붐이 일었다. 중국은 어느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인터넷 쇼핑을 정착시켰고, ‘인터넷 택시’를 도입했다. ‘베이징에서는 거지도 위챗으로 구걸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그즈음이다. 마윈(馬云)이 당시 세계 최고가로 알리바바를 뉴욕 증시에 상장한 것도 2014년 9월의 일이다. 인터넷 혁명으로 시장은 활력이 돋고, 기업은 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리커창 경제’는 바로 그 시간 내부 깊은 곳으로부터 도전받고 있었다. 그해 6월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제 관련 최고 협의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財經領導小組)가 열렸다.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뭔가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다. 관행적으로 총리가 맡아오던 소조 조장에 ‘시진핑(習近平)’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 경제 권력은 빠르게 시진핑 일인(一人)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시진핑 세상’이다. 지금 중국에서는 리커창의 ‘대중 혁신’ 대신 국가가 자원을 집중적으로 동원하는 신형 거국체제가 강조된다. 민영기업보다 국유기업에 돈이 몰리고, 글로벌 협력보다 자력갱생이 중시된다. 당(黨)을 앞세운 시진핑의 10년 통치에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중국 정계에 자리 잡았던 자유, 국제주의 사조는 명맥이 끊길 처지다. 대신 ‘중화 권위주의’가 그 자리를 채운다. 리커창의 죽음은 그렇게 자유, 국제주의의 사망과 맥을 같이한다. 명복을 빈다. 한우덕 / 한국 중앙일보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국제주의 자유 자유주의 국제주의 리커창 경제 경제 정책

2023-10-30

LA에서 "팔레스타인 자유" 외쳤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가자지구 내 본격적인 지상전을 선언한 가운데 LA에서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열렸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8일 팔레스타인 청소년 운동(Palestinian Youth Movement) 등 민간 시민단체가 LA다운타운 퍼싱 스퀘어에서 개최한 집회에 1만여 명이 모여 반이스라엘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간의 유혈 사태가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사망한 것에 항의했다.     이날 집회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중단을 촉구하는 연설에 이어 참가자들이 다운타운에서 6가를 따라 목소리를 높이며 행진을 이어갔다.     행사에 참여한 풋볼 선수 살라 오데는 “가자 주민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며 “팔레스타인은 군사적 지원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A 거주하는 네가르 미자니는 남편과 3살짜리 딸과 시위에 나섰다. 미자니는 “전쟁이 종식되고 당장 휴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현재 양측의 시위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일주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퍼싱 스퀘어에 모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전범으로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힐 거리를 행진했다. 2주 전에는 수천 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LA 이스라엘 영사관 인근에 모여 가자지구 폭격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선언 한 후 가자 지구 북부 터널 입구에서 하마스와 본격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관계기사 본국지〉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경고하면서 확전 우려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가운데 지난 28일 팔레스타인은 이번 전쟁으로 숨진 674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하마스도 현재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인 인질 등 230명을 억류하고 있다.   유엔 총회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향해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도 27일 채택했다.   한편, 지난 29일 네팔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해 인도주의적 목적의 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전 세계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과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거듭 촉구했다. 이은영 기자팔레스타인 자유 친팔레스타인 시위대 팔레스타인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2023-10-29

[수필] 자유의 소리

오랜만에 참으로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인신매매로 악당들에게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Operation Underground Railroad)의 작전’을 다룬  ‘자유의 소리’ 라는 영화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란 말은 원래 미국 남북전쟁 (1861-1865)을 전후해서 남부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헤리엇 터브맨 이 갖은 학대를 받는 노예들을 남부에서 탈출시키는 작전 이름인데 실제 땅을 파서 지하철로를 만들어서 피신시킨 것이 아니고 미국의 비밀통로와 은신처의 네트워크를 일컬어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 불렀다.   헤리엇 터브맨은 남북전쟁 전부터 노예들을 탈출시켜 거의 700여명의 노예를 탈출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자유의 소리’ 에서도 성노예로 팔려간 아이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라고 부르게 된다.   이 영화는 전 국토안보부 요원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처음부터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언약서와 같다. 감독 알렉한드로 몬테버드는 스크린에서 가슴을 휘어잡는 엄청난 연기력과 세심한 주의력을 집중시켜 관람객의 심금을 사로잡는다. 인신매매의 쇠사슬에 얽매 함정에 빠진 아이들을 구출하는 팀 발라드가 카비젤의 역활을 하면서 구출 작전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정의와 깊은 연민의 정으로 역활을 담당하고 있는 그는 그가 맡은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조연 배우로 활약하는 미라 소비노는 리타라는 인물로 활약하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이 영화의 감성의 중심부에 예외적인 재능을 보여주고 영화의 깊이와 진정성을 고조시킨다.   이 영화는 죄 없는 아이들의 생명을 단순히 구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신매매의 어두운 비밀 조직을 탐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구 위의 무서운 현실을 파헤치고 용감한 팀 발라드가 주동이 되어 오퍼레이션 언드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앞장서 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진 촬영과 제작 디자인은 흠 잡을 데가 없고 한 세팅에서 다른 세팅으로 옮길 때도 완벽한 경험을 창조해 낸다.   ‘자유의 소리’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것은 가장 암흑의 세계에서 희망감을 주입하는 일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개인이 비범한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찬사를 받을 만한 이 영화 ‘자유의 소리’ 는 꼭 보아야 할 영화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함께 하게 만드는 불꽃에 불을 붙이고 있다. 우리 어린 자녀들을 정말 잘 보호해야 하고 인신매매와 싸우고 있는 단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인신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매매로 악당들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약 2,700만 명이 노예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중 600 만 명이 어린이들이라고 한다.   영화 처음 장면에 허술한 집에서 어린 소녀가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먼저 큰 집이 나오고 차차 클로즈업 되어 어린 소녀가 손으로 북 치는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은 북 치는 아이가 먼저 나오고 집 전체의 모습이 나타난다. 구출 받은 어린 여자아이가 ‘자유의 소리’를 손으로 북을 치며 부르는 장면은 노랫소리와 함께 깊은 감명을 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는 근 글자자막이 나온다. “God's Children are not for sale”  이라고 나온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구호이다.   성경에도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존귀한 존재란 것이다. 이 지구 위에서 어린이 인신매매의 악덕을 뿌리 뽑기 위해 우리도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김수영 / 수필가수필 자유 소리 오퍼레이션 언더그라운드 어린이 인신매매 구출 작전

2023-08-24

[중앙칼럼] 배울 자유 있는데, 선택할 자유 왜 없나

개빈 뉴섬 가주 주지사가 조셉 콤로스키 교수(마운트 샌안토니오 칼리지)를 향해 날 선 트윗을 날렸다.    ‘우리의 아이들은 배울 자유가 있다. (Our kids have the freedom to learn)’.   그러면서 학자에게 “무식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5월이었다. 리버사이드카운티 테미큘라교육구가 하비 밀크의 생애가 담긴 교과서를 교과 과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밀크는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무원이 된 인물이다.   콤로스키는 테미큘라교육구 위원장이다. 그는 교과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밀크를 ‘소아성애자(pedophile)’로 지칭했다. 이 용어가 뉴섬을 자극했다.    뉴섬의 트윗을 필두로 주류언론 등은 성 소수자를 무시하는 차별적 결정이라며 교육구에 비난을 퍼부었다. 심지어 콤로스키에게는 살해 협박이 이어졌다.   콤로스키는 위원장으로서 교육구의 입장을 슬쩍 틀어 여론을 오도하는 그들에게 곧바로 맞받아쳤다.    그는 ‘412 교회’ 목사 팀 톰슨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서 “밀크에 대한 발언은 그가 ‘동성애자’ 이기 때문이 아니라, 미성년자와 성적 관계를 가졌던 성인이라는 점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 소수자를 차별하려는 게 아니라 해당 내용이 학생에게 적합한지 등을 검토했고, 우려되는 요소가 있어 채택을 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구 측은 역사 자료와 학부모 의견 등을 수렴해 밀크의 일부 행적을 우려했을 뿐이다. 교육구 결정에는 나름의 근거도 있다.    1964년이었다. 30대 성인이었던 밀크는 가출 소년 잭 매킨리(당시 16세)와 뉴욕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성 소수자 운동가인 랜디 쉴츠는 밀크의 친구다. 쉴츠는 밀크의 삶을 다룬 전기(하비 밀크의 삶과 시대ㆍ2008년 출판)에서 ‘하비는 항상 약물 문제가 있는 어리고 마른 사람을 선호했다(Harvey always had a penchant for young waifs with substance-abuse problems)’고 적은 바 있다.   물론 밀크를 옹호하는 측은 당시 뉴욕에서 성관계 등이 가능한 ’동의 연령(age of consent)‘이 14세(현재 18세)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이러니하다. 과거의 인종, 문화, 사회적 개념 등이 조금이라도 잘못됐다면 즉각 수정 또는 ‘취소(cancel)’ 해버리면서 밀크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교육구와 뉴섬의 갈등은 곧 전국적인 이슈가 됐다. 정부가 학부모의 권리를 배제하고 특정 교육을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정부는 테미큘라교육구를 본보기로 작심하고 타지역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듯했다.   뉴섬은 교육구에 150만 달러 벌금 부과, 민권부 조사 실시 등과 함께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학생들 손에 책을 전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가주의 FAIR 교육법(2012년 제정)도 내세웠다. 이 법은 성 소수자, 소수 인종 등의 사회적 기여를 공정하고 포용적으로 교과 과정에 담아낼 것을 요구한다. 주 정부가 교육 지침을 발표하면 각 교육구는 이 법에 따라 교사,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적합한 교과 과정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뉴섬이 교육구를 강제하면서 이를 법적 근거로 사용했다는 점 역시 논란이 됐다.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UCLA의 리오하니안 교수는 “주 정부가 특정 교과 내용을 의무화 또는 강요할 수 있다는 내용은 FAIR 법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이 법은 지역 교육구가 합법적으로 FAIR 법의 요구 사항을 충족해나갈 수 있도록 자율권을 허용하는 게 요지”라고 전했다.   이후 지역 학부모들은 뉴섬을 ‘폭군(tyrant)’으로 지칭하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테미큘라교육구는 학생 수가 2만8000명에 불과하다. 주 정부로부터 운영 기금을 받아야 하는 교육구 입장에서 거액의 벌금과 법적 대응 등은 부담이다.    결국, 교육구가 한발 물러섰다. 해당 커리큘럼을 보충 수업과 교사 자료 등에 포함하기로 했다.   배울 자유는 있어도, 선택할 자유는 없는가. 이런 식의 강제가 다른 영역에 미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교과서 논란은 그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장열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자유 선택 교육구 결정 교육구 측은 하비 밀크

2023-08-0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유’란 이름으로

확신은 교만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이 틀어질 지 모른다. 세상에 마음 먹은대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길을 잘못 들었다가 탄탄대로로 직행하는 일이 생긴다. 뜻밖의 일로 횡재를 만나고 골 때리며 죽자사자 기획한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참사를 당한다.     나는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가 ‘야호’를 외친다. 사실은 뒷마당으로 향한 데크로 나가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감격의 하루를 맞는다. 반나절도 못돼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절망과 부질없는 힘 겨루기를 하지만 물러서지 않기 위해서다.   시집 가기 전까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불 속을 뒹구는 늦잠꾸러기로 어머니 등골을 쑤시게 했다. 새벽형 인간으로 개과천선 한 건 챙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   글 쓰는 일이 두뇌와 영혼의 노동이라면, 그림 그리기는 강인한 정신력과 육체노동, 체력과의 전쟁이다. 잡사로 힘이 빠지기 전, 해가 떠오르는 시간에 일어나 작업을 시작한다. 마음이 백지처럼 욕심 부리지 않아야 정화된 시간에 신선한 작품을 그릴 수 있다. 마음은 요지부동이 아니라 헝클어진 실타래 같아서 아무리 풀어도 처음 시작한 매듭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작품이 잘 되면, 혹시 그랜마 모지스(Grandma Moses)처럼 되는 게 아닌가 나 홀로 감격하며 교만 떨다가 그림을 망쳐 금새 천상에서 추락한다.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여자로 살던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1600점의 작품을 그린 미국 국민화가다. 모지스는 살면서 체험한 모든 기억을 마법처럼 화폭에 담아낸다. 빨래하는 날, 한겨울 단풍나무 시럽 끓이기, 칠면조 잡는 추수감사절, 평범한 시골 사람들의 크리스마스 축제와 마을 풍경을 어린아이 그림처럼 단순하게 화폭에 담는다.     “진정으로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때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이죠”라고 그랜마 모지스는 말한다.     시작을 꿈꾸는 삶은 늘 아름다운 소풍이다. ‘희망사항’은 높고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도 괜찮다. 하고 싶은 일, 꿈꾸던 작은 무엇을 시작하는 용기가 행복이다.     뉴저지에 사는 둘째 딸이 어린 손주 둘 데리고 다니러 왔다. 집 떠난 자식은 내 새끼가 아니다. 달력에 동그라미 쳐놓고 오는 날을 기다리고 체크 마크 하며 가는 날을 셋다. 할머니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생활 방식, 먹는 것, 입는 것, 모든 것이 다른 두 집이 한솥밥 먹으며 달그락 소리 안 내고 버티는 것은 기적 같은 사랑이다. 4월에 왔다 갔는데 두 달 만에 또(?) 왔다. “자주 올게요. 어머니 외롭지 않게”라는 말에 “난 정말 안 외로워. 자주 안 와도 돼”라고 소리칠 뻔 했다. 그들만의 리그에 매달려 얼마나 부대꼈는지 몸살 기운이 돈다.     행복 지수는 순전히 개인 몫이다. 가정, 가족, 단체, 국가별로 통계 낼 수 없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돈 벌 궁리, 사업 확장할 계획은 지나간 옛 이야기, 자식들에게 줄려고 근검절약 하는 건 가난한 바보행진, 착한 척, 잘 사는 척, 잘난 척, 이쁜 척, ‘척의 가면’ 벗고, 텃밭에서 싱싱한 채소 뽑아 건강식 해먹고, 사회적인 허울 좋은 올가미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사는 소소한 즐거움.     행복은 소리 소문 없이 자유란 이름으로 새벽을 연다. 자유는 이슬에 젖어 상큼한 향기로 다가온다. 떠나는 딸의 차를 향해 ‘자유’란 이름으로 손을 흔든다. (Q7 Editions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자유 이름 모지스 할머니 행복 지수 육체노동 체력

2023-07-18

[중앙칼럼] 언론 자유가 침해됐던 팬데믹 사태

그들은 팬데믹 동안 대중의 눈과 귀를 막았다. 정부와 빅테크가 벌인 짓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해 그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는 대중의 판단력을 흩트렸다.   메타(전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이를 구체적으로 실토했다. 그는 최근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인 프리드먼은 3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한 딥러닝 과학자다.   저커버그는 방송에서 팬데믹때 정부와 과학계 등이 페이스북에 코로나와 관련, 특정 정보에 대한 검열 및 삭제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를 압박한 사실도 폭로했다. 당시 백악관 디지털 전략 책임자였던 롭 플래허티는 어젠다에 반하는 정보, 백신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콘텐트에 대한 검열 대책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개입했다. 그들은 검열 목록까지 작성해 전달했다.   저커버그는 “안타깝지만 우리가 검열한 콘텐트 중에는 나중에 사실로 밝혀진 것도 많았다”며 “그들은 우리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뒤따를 것처럼 말했다”고 전했다.   검열로 삭제된 콘텐트는 페이스북에서만 무려 1800만 개였다. 그들은 의료적 전문성이 일절 없는 기업에 권한을 쥐여줬고, 빅테크는 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팩트’는 그렇게 통제됐고 가려졌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제이 바타차리아 박사는 팬데믹때 봉쇄 정책을 반대하고 백신 부작용 사례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당했다. 바타차리아 박사는 저커버그를 향해 “이제야 겸손해진 것인가. 검열에 협조한 책임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에런 케리아티 박사는 UC어바인 의료윤리학 교수였다. 학교 측의 백신 의무화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가 해고당했다. 현재 그는 의학자, 법조인들과 함께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케리아티 박사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한 헌법상 판례를 보면 권리는 말하는 사람뿐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며 “미국인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양쪽 의견을 들을 권리가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막았다”고 지적했다.   검열로 대중이 확증편향에 갇히자 실생활에서는 블랙 코미디가 연출됐다. 과학이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안전거리(6피트)가 처음으로 설정됐다. 그것도 모자라 플라스틱 가림막이 생겼다. 사방이 트여 있고 공기가 순환되는 곳인데 가림막 하나가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를 막아줄 거라 여겼다. 식당에 들어갈 땐 마스크를 써도, 음식이 나오면 벗었다.     백신도 처음에는 딱 두 번만 맞으면 된다고 했다. 감염도, 전파도 막을 거라 했다. 군말 않고 팔만 걷어붙이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다. 사상 초유의 교차 접종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말에 서로 다른 백신 두 개를 섞어 맞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손바닥 뒤집듯 계속 말을 바꿨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에게는 ‘플립-플롭(flip-flop)’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그래도 보호가 안 되자 책임을 비접종자에게 돌렸다.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몰아갔다. 일상을 제약했고, 일자리를 위협했다. 비접종 학생을 수업에서 제외해버렸다.     그들은 부모 동의 없이 아이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하려 했다. 장기 부작용 데이터도 확보되지 않은 백신을 갓난아이에게 허용했다. 백신 접종은 공적 영역인데, 부작용은 사적 영역에서 다뤘다. 코로나 백신은 다른 백신과 달리 연방 정부의 백신상해보상프로그램(VICP)에 포함되지 못했다. 피해는 각자의 몫이었다.   팬데믹 사태가 진정 심각했던 건 공중 보건 위기 이면에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자 대중의 인식에서 코로나는 점점 잊히고 있다. 과도한 공포가 자아낸 정책들은 이제 실체를 찾기 힘들다. 가짜뉴스로 치부했던 것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들은 서서히 연기가 걷히는 게 두려운가 보다. 저커버그도 마찬가지다. 숨길 수 없으니 이제야 슬며시 털어놓는다.   장열ㆍ사회부 부장중앙칼럼 언론 자유 백신 부작용 검열로 대중 정보 백신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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