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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이 집착이 되면

내 것이 아닌 것은 남의 것이다. 집착은 어떤 대상에 마음이 쏠려 매달리는 것을 말한다. 타인이나 내 것이 아닌 것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현상이다.   과도한 집착은 인간 관계를 무너트리고 불행의 화근이 된다.   사랑이 집착이 되면 종국에는 파멸의 길로 간다. 누군가를 끔직이 사랑하면 집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집착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랑이 아니다.   흔히들 사랑이 집착이라고 착각한다. 사랑과 집착은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 자체가 다르다. 사랑이 상대를 배려하고 입장을 존중하는데 비해 집착은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한다.   사랑에는 배려심이 포함되어 있지만 집착은 이기심이 포함되어 있는 감정이다. 사랑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해 줄까 끝없이 고민하고 희생하며 노력한다.   집착은 상대방이 고통스럽든 슬프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행복해지면 그것은 집착이다.   인형놀이가 지루해지면 인형은 버려진다. 사랑은 아끼고 배푸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이 집착으로 변하면 결별이 해답이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잊혀진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집착은 불행의 원천이 된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간섭은 자식을 병들게 한다. 부모의 어긋난 자식 사랑과 이기심, 과잉된 경쟁으로 미혼으로 혼밥을 먹고 결혼을 외면하는 자녀들이 속출한다.   토끼나 다람쥐는 새끼가 필요로 할 때는 목숨 걸고 보호하다가 자라면 새끼에 대한 집착을 끊고 각자도생 하게 내버려둔다.   남편은 남의 배에서 나왔지만, 자식은 내 배에서 나왔으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찌질하다. 자빠지든 엎어지든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쿨하게 대처하는 게 상수다,   ‘헬리콥터 부모’는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위를 빙빙 돌며 전반적인 생활을 간섭하는 부모를 말한다. 자식이 잘 되면 온 가족이 신분상승 하는 것처럼 수다 떠는 부모가 있는 한 자녀들은 사랑과 집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새장에서 날려 보내라. 돌아오면 내것이고 돌아오지 않으면 애초에 내 것이 아니였다(If you love someone, let them fly out of the cage. If they come back, they are mine. If they don’t come back, they were never mine in the first place.) 내가 즐겨 사용하는 문구다.   사랑은 상대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다. 집착은 상대가 고통스럽고 슬프든지 상관없이 자신만 행복하면 만족한다.   나는 생명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근무하는 회사 이름을 모른다. 새로 직장을 옮긴 사위 회사 직함을 딸에게 물었더니 딸도 잘 모른단다. 그래도 애들 부부는 알콩달콩 잘 산다. 내 간섭과 보호없이 자기들 인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손주들에겐 애교를 떤다. 알록달록한 발렌타인 카드 사서 눈꼽 만큼 적은 수표 넣어 침 발라 보낸다. 애들이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살아 늦게 도착할까 봐 우체국에 가서 직접 부친다. 자식은 소유물이 아니다. 나이 들면 친구다.   집착을 내려 놓으면 사는 것이 편해진다. 집착은 스스로의 삶에 올가미를 씌운다. ‘치열하게 살다가 편하게 죽는다’가 삶의 목표다. 집착을 버리고 사랑으로 남은 날들을 채워가면 생명이 푸르게 돋아나는 봄이 늘 온다. (Q7 Editions 대표)   이기희이기희 하늘 자식 사랑 헬리콥터 부모 회사 이름

2025-02-11

[우리말 바루기] ‘창난젓’으로 불러 주세요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생선도 없다. 잡는 시기나 가공법, 색깔 등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생선이기도 하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강산에의 ‘명태’란 노랫말에도 나오듯 젓갈로도 친숙하다.   시와 노래의 소재가 될 정도로 사랑받는 국민 생선이지만 종종 잘못된 이름이 쓰인다. 강산에가 지난해 평양 공연 때 불러 깊은 인상을 남긴 ‘명태’의 가사에도 잘못된 표기가 눈에 띈다.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명태로 만드는 젓갈은 크게 세 종류다. 아가미로는 ‘아감젓’을 만들 수 있다.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담근 것이다. 또 하나의 재료는 창자다. 이 젓갈을 ‘창란젓’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올바른 용어가 아니다. 명태 창자를 이르는 말은 ‘창란’이 아니라 ‘창난’이다. 젓갈 이름도 당연히 ‘창난젓’이지만 ‘창란젓’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강산에가 ‘창란젓’으로 노래한 것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 식품업체들이 ‘창란젓’으로 제품명을 표기하는 일도 흔하다. 왜 이런 혼란이 생겼을까. ‘명란(明卵)젓’에 이끌려 ‘창란젓’으로 쓰기 쉽다. ‘창난’은 명태 창자를 일컫는 순우리말로 ‘난’은 알(卵)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창난’은 ‘명란’처럼 알이 아니므로 ‘창란’으로 쓰면 안 된다.   ‘토하젓’과 ‘토화젓’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생이라는 민물 새우로 만든 젓갈을 ‘토화젓’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때는 ‘새우 하(蝦)’자를 써서 ‘토하(土蝦)젓’으로 표기해야 한다. ‘토화(土花)젓’은 굴과의 바닷물조개인 미네굴로 담근 젓갈을 말한다.우리말 바루기 창난젓 명란젓 아가미 젓갈 이름 명태 창자

2025-02-10

한인 셰프 5명 업계 '톱 50' 포함…박정현·박정은 부부 공동 3위

최근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전문 매체 ‘롭 리포트’가 선정한 ‘파인다이닝업계 영향력 있는 인물 50명’에 한인들도 이름을 올려 주목된다. 셰프를 비롯해 레스토랑 사업가, 식당 전문 디자이너 등 올해 파인다이닝업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름이 명단에 올랐다.     1위부터 50위 중,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를 운영하는 박정현 셰프와 박정은 매니저 부부가 공동 3위에 올랐다. 한인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뉴욕에 있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2019년에 미슐랭 1스타를 받고 2020년부터 지금까지 2스타를 유지 중이다. 또 아토믹스는 미슐랭 가이드와 더불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식 평가 기관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선정 2024년 세계 6위 식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베누(Benu)’의 오너셰프 코리 리가 9위에 올랐다. 아시안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인 베누는 지난 2014년 샌프란시스코 지역 식당 중 처음으로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곳이다. 또 리 셰프는 한인 셰프 중 처음으로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셰프이기도 하다. 그는 베누와 더불어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슐랭 1스타 한식당 산호원을 운영 중이다.     이어서 레스토랑 사업가 사이먼 김이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뉴욕에 있는 한국식 고기 전문 레스토랑 꽃(COTE)의 대표다. 꽃은 지난 2018년에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김 대표는 고급화 전략으로 K-바비큐의 인식을 변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니 권 셰프도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권 셰프는 시카고에서 필리핀계 남편 팀 플로레스와 필리핀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겸 베이커리 ‘카사마(Kasama)’를 운영 중이다.     카사마는 지난 2022년 1스타를 처음 받은 이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권 셰프는 지난해 요식업계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틴 키시 셰프가 38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4개월의 나이로 미국에 입양됐다. 키시 셰프는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방영된 유명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 셰프’ 시즌 10의 우승자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탑 셰프’ 시즌 21의 호스트를 맡기도 했다.  김경준 기자영향력 인물 한인들 이름 한인 셰프 미슐랭 스타

2024-12-2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박 기자의 한국 방문기

2024년 한국의 가을은 화사로움 그 자체였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나무들은 빨강과 노랑, 갈색의 단풍으로 산들과 가로수가 한껏 단장을 한 모습이었다.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따뜻한 가을 햇살은 지금이 마치 연중 가장 좋은 날씨임을 알리고 있는 것 같았다. 5년만에 마주한 한국의 모습은 이전과는 또 달랐다. 서울 도심은 활기찼고 한강 남북에 나란히 세워진 고층 아파트는 빈틈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숨이 턱 막히고 답답한 모습이지만 이 또한 한국스러웠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대중 교통 수단을 주로 이용했다. 교통 수단을 이용하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매우 효율적이고 바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버스 정류장에는 어떤 노선의 버스들이 운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었다. 버스 노선 뿐만 아니라 몇분 후에 도착하는지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오고 있는 버스에 자리가 얼마나 많이 비어있는지를 여유, 혼잡 등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은 기본적으로 1호선에서 9호선까지 운행 하지만 이외에도 공항철도, 인천 1,2호선, 경춘선, 경의중앙, 수인분당, 신분당선, 의정부, 에버라인, 경강선, 우이신설, 서해선, 김포골드, 신림선 등 이름도 생소한 노선 이름이 가득했다.     스마트폰을 한국에서 이용하기 위해선 해외 로밍을 하거나 와이파이 접속만 하거나 아니면 본인 명의의 번호를 개설하면 된다. 이를 위해 인근 휴대전화 대리점을 방문하고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했으며 전화 문의를 통해 시도를 해봤지만 악명 높은 한국의 본인 인증 관문을 넘지 못했다.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각종 신분증은 유효 기간이 지났고 여권은 해당 사항이 없었으며 은행 공동인증서 발급은 쉽지가 않았다. 결국은 포기하고 와이파이를 이용한 미국 스마트폰 사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의 온라인 주문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 진다. 온라인 주문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편함을 놓치는 것과 같다. 온라인 회원 가입 과정에서도 본인 인증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에 각종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한국의 물가 역시 많이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본 버스 요금은 1500원, 광역버스는 2800원, 택시 기본 요금은 4500원이었다. 심야 택시를 한번 탔는데 약 35분 거리에 3만원이 나왔다. 시카고에서 오헤어국제공항까지 이동하는 20여분에 38달러의 우버 요금이 청구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물가 비교의 척도가 되는 짜장면이 7000원에서 9000원선이었다. 순대와 떡볶이 가격이 1500원에서 2000원대였다.     음식값은 당연하게도 천차만별이었다. 마트에서 파는 30피스 스시 세트가 할인 가격을 적용하면 1만2000원이다. 치킨 한마리도 할인가 5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일산의 횟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콤보세트는 20만원이었다. 성인 2명분이라고 들었다. 고깃집 한우 메뉴는 기본 가격이 6만원 이상이었는데 문제는 양이었다. 1인분에 150그람 정도였는데 미국의 넉넉한 양에 비할 바는 아니다.     시카고와 한국에서의 물가와 편의성을 비교하다 보니 아무래도 기준이 미국에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비교는 시카고에 오래 거주했던 나의 평가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기에 객관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수는 있겠다. (편집국)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방문기 한국 버스 노선 버스 정류장 노선 이름

2024-11-06

한글·한복 멋과 미 알렸다…한미문화센터, 어바인 세종학당

한미문화센터(대표 태미 김, 이하 센터)와 센터 산하 어바인 세종학당이 지난 5일 어바인 시 주최로 열린 글로벌 빌리지 축제(Global Village Festival)에 참여해 한글, 한복의 멋과 아름다움을 널리 알렸다.   센터와 세종학당 측은 이날 어바인 그레이트 파크에서 진행된 축제에서 한글날(10월 9일)과 한글, 세종대왕을 홍보하는 부스를 마련했다. 세종학당 측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부스를 방문한 타인종 관람객들의 이름을 책갈피에 다양한 필체와 색채로 적은 뒤 나눠줬다. 타인종 관람객들은 책갈피에 한글로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 한글의 개성과 특별함이 느껴진다며 좋아했다.   한복 체험 부스의 인기도 뜨거웠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김 디렉터는 “한복을 입고 ‘인생네컷’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사군자 그림을 넣은 작은 병풍 만들기 코너엔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인종의 발길이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사군자와 자신의 한글 이름이 담긴 병풍을 직접 만들어보며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김 디렉터는 “한글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이벤트가 타인종 관람객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의 독특한 멋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소중한 기회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23회를 맞은 글로벌 빌리지 축제는 오렌지카운티의 대표적인 다문화 축제다. 올해도 세계 각국의 음악과 댄스, 시범을 포함한 다양한 공연이 열렸다. 또 예술과 공예품 전시 부스, 다양한 음식 판매 부스가 대거 등장했다. 어바인 세종학당은 한글과 한국 문화를 타인종에게 알리기 위해 연령과 수준에 따른 다양한 한국어 수업을 온, 오프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다.   수업 정보 확인 및 등록은 웹사이트(koreanamericancenter.org)에서 하면 된다. 문의는 전화(949-535-3355)로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한글 한복 한글 한복 한글 이름 한글 세종대왕

2024-10-08

[손원임의 마주보기] 신나는 단어 게임

어린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특성들 중에는 호기심과 의구심이 있다. 그리고 이는 세상에 대한 찬사와 경탄, 놀라움, 경외심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인간과 자연의 것들을 대단하고 신기하게 여기며, 이는 결국 의문을 낳고 또 다른 호기심 및 탐구심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아이가 처음으로 아주 큰 나무를 보고서 매우 놀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런 경이로움은 “왜 나무는 자랄까?” 혹은 “내가 나무를 심는다면, 어떻게 해야 잘 자라게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직접 실험과 탐구에 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이는 바로 “I wonder if ~.”이다. 이를 번역하자면 “~라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가 되겠다. 예를 들면, “내가 공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면, 곧장 직선으로 땅에 빨리 떨어질까, 아니면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떨어질까?”를 묻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에게는 이런 경이, 경탄, 궁금증과 호기심이 제 2의 천성이라 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나는 이를  ‘자발적 경이로움(spontaneous wonderness)’이라고 부르고 싶다. 즉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의 환경, 사물, 사람들에 대한 놀라움과 궁금증으로서, 스스로 “자발적으로” 좀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아이들이 아주 어릴 때부터 보이는 타고난 본성과 자질과 잠재력은 이후 꽃을 피워 열매와 결실을 맺도록 지속적으로 계발되어야 한다.     아이들이 글을 배우고 나서 가장 먼저 신기해하고 경이로움을 갖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이들 자신의 이름이다. 그래서 ‘이름쓰기(name writing)’는 아이가 제일 먼저 배우고 싶어하는 것 중의 하나다. 어린이에게 있어서 실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알고 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나게(!) 신나는 일이다. 물론 다 큰 성인들도 자신의 이름을 무척 중요시하고 사랑한다. 그래서 여러 인간관계에서 갖는 비즈니스 모임이나 사교적 만남에 있어서, 상대방의 이름을 인식하고 불러주는 것은 사회성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자 친밀감의 출발점이 아닌가.     학창시절로 돌아가보자. 새학기에 시작한 수업 시간에 교사가 내 이름을 알고 불러주면, 기분이 으쓱해지고 좋아져서 그 과목에 더욱 열중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이용해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놀이인 “신나는” 단어 게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놀이나 게임에 사용하면, 반응도 크고 재미도 있고 효과도 좋다. 이 게임을 교사 교육시에 활용했는데, 대학생들도 매우 좋아했었다.     이 게임은 영어 이름을 구성하는 모든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색깔의 이름을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색깔이름 찾기를 시작으로 해서 미국의 주와 도시의 이름, 더 나아가 다른 나라 이름 등을 맞추는 것으로 충분히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름의 알파벳에 매칭하는 색깔을 찾았다면, 그 결과는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가로 세로 표를 그려보아도 된다. 이 게임은 친구와 짝을 지어 하거나 여러 그룹이 함께 해도 좋고, 가정에서 엄마 아빠와 즐겁게 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내 이름을 예로 들어보자. 나의 이름은 ‘손원임’이다. 영어로는 ‘Wonim Son’으로 표기하는데, 여기서 성을 빼고, WONIM으로만 해보자. 일단 내 이름은 다섯 개의 알파벳 글자로 구성된다. 그래서 각자에 해당하는 색깔 이름을 맞추자면, W로 시작하는 색깔은 White이다. 그리고 O는 Orange, N은 Neon green, I는 Indigo, M은 Maroon을 들겠다. 그리고 줄여서 몇 가지만 더 예를 들자면, W로 시작하는 미국의 주는 Wisconsin으로, N으로 시작하는 미국의 도시는 New York, 나아가 I로 시작하는 나라의 이름은 Israel을 들 수 있겠다.     물론 각각의 알파벳에 따른 여러 개의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재미가 있고,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해서 문제 해결 능력도 함께 키워갈 것이다. 이 신나는 단어 게임은 아이들의 흥미와 경이를 자아내고, 단어 학습의 반복으로 문해능력의 교육적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 또 지리와 문화, 역사 분야 등 다양한 학과목에 걸쳐서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순발력과 협동력, 창의성도 함께 키워준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지성은 결국 하나의 “단어”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낱말 교육은 아이들의 개념 정리와 사고 체계 구성에 매우 좋다고 추천한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단어 게임 단어 게임 색깔이름 찾기 색깔 이름

2024-10-08

[문화산책] 한글 서명의 상징적 의미

그림 한구석에 적혀있는 화가의 서명은 문장으로 치면 마침표 같은 것이다. 완성된 작품이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위작 소동이 벌어지면 가짜냐 진짜냐를 가리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서양화를 그리는 화가들은 대개 영어로 멋지게 일필휘지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박수근이나 이중섭 같은 작가는 한글로 서명한다. 정겨운 느낌이 전해진다. 박수근 그림에 등장하는 둘러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이나 아이들의 모습 한구석에 쓰여 있는 ‘수근’이라는 한글 서명을 보면 그림 안의 인물들이 정겹게 수군수군 대는 것 같다.   좀 지나친 생각인지도 모르겠는데, 한글 서명을 보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민족적 긍지를 소중하게 여기는 일부 작가들이 한글 서명을 고집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영어로 서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한글 서명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즉, 그림의 기법은 서양의 것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내용과 정신은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글 서명은 그런 바람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한국 사회가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일 때 주체성을 주장할 상황이 아니었다.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의 극심한 좌우대립, 6·25 한국전쟁, 미국 문화의 홍수….격동의 역사를 거치면서, 한국의 현대화는 곧 서구화였고, 서구 문화를 비판적으로 골라서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이 아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정신 차려보니 서구 문화가 이미 들어와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정확할 것 같다.   가령, 어린 시절 아무런 생각 없이 뜻도 모르고 미국에서 들어온 노래 팝송을 부르며 놀았고,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미국의 화려한 생활을 부러워했다. “헬로 헬로쪼코레또기브미, 헬로 헬로 먹던 것도 좋아요.” 같은 비굴한 노래에 그런 상황들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 상황은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80년대 민족정신 회복, 우리 것 찾기 운동 등이 중요하게 대두하기 전까지 서양 흉내 내기가 주류를 이룬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한글 서명이 한결 더 반가운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드러낸 예술가들은 한국 이름을 고집한다. 백남준, 윤이상, 이응로, 오순택, 정명훈, 정경화, 서도호, 강익중, 손열음 등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부르기 쉬운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보다는 이름이 갖는 자기 정체성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미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현실적 편리성을 앞세워 영어 이름을 만들고 보는 한인들과는 크게 다르다.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쉽다는 편리성이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름은 한 사람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고유명사다. 특히, 결혼해서 미국식으로 남편 성을 딴 여자가 미국 이름을 만든다면, 이름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린다. 우리 주위에 그런 예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영어 이름을 갖는 것이야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국의 인기가수가 영어 이름을 가지고 영어 가사로 노래를 부르고, 상품명이나 가게 이름이 영어 범벅인 일들은 좀 당황스럽다.   이 같은 자존감, 자기애가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이런 기본자세가 작품이나 예술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눈여겨보는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한글 서명 한글 서명 영어 이름 한국 이름

2024-10-03

개인정보까지 상세하게... "협박 이메일에 속지마세요"

이름·전화번호·이메일·집사진 등 포함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 사는 다수의 주민들이 개인 정보가 포함된 협박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매체 채널2 액션뉴스는 25일 돈을 요구하는 협박과 더불어 개인 정보, 사는 집의 사진까지 포함된 이메일 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귀넷 카운티에 사는 피해자 로니 로스 씨는 돈을 요구하는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스 씨는 “내 전화번호, 주소, 이메일,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정말 화가 난 것은 내 우편함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라며 누군가가 직접 집 앞에까지 와서 사진을 찍은 것 같았다며 걱정했다.   액션뉴스는 최근 이와 비슷한 제보를 여러 건 받았다. 피해자들이 온라인에서 악성 소프트웨어를 클릭해 그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고 이메일은 협박했다. 방송에 보도된 이메일에 따르면 “나는 네가 창피한 짓을 하는 영상이 있다. 클릭 한 번이면 너의 연락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다”며 비트코인으로 2000달러를 요구했다.   사이버 보안을 연구하는 전문가 윌리스 맥도날드 씨는 협박 이메일을 보고 “매우 잘 쓰였고 설득력이 있지만, 범죄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러분의 정보기기에 접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름, 이메일 등은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이며, 집 사진은 ‘구글 맵’에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 전문가는 “요즘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능을 이용해 사기 이메일을 훨씬 더 정교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매체는 개인 정보를 더 잘 보호하기 위해 누구나 주택 외관을 볼 수 있는 ‘구글 스트리트 뷰’에 집을 흐리게 처리해 달라고 간단하게 요청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암호화폐로 돈을 요구하는 사기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FBI(연방수사국)에 접수된 암호화폐 관련 신고 사항이 1년 만에 45%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총 56억달러에 상당하는 6만9000건 이상의 신고가 접수됐다. 윤지아 기자이메일 협박 협박 이메일 이름 이메일 사기 이메일

2024-09-26

[아름다운 우리말] 아이유와 이지은

한국어 교재를 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끔 교재에 등장하는 이름이 저자의 자녀이거나 친구의 이름인 경우도 있습니다. 교재의 이름은 일반적이고, 발음하기 쉬운 게 좋습니다. 그런데 교재에 등장하는 외국인 이름을 부를 때는 좀 더 복잡해집니다. 예를 들어 교재에 등장하는 ‘마이클’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마이클아!’는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이름일까요, 성일까요? 교재에 서양인은 성과 이름이 다 안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인은 성과 이름이 같이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기준이 뭘까요?   이름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 또는 사용이 있습니다. 보통은 성과 이름을 포함한 전체를 이름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는 조현용이 이름이지요. 그런데 금방 이야기한 것처럼 성을 제외한 부분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현용입니다’와 같이 대답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한국어는 이름에 관한 질문부터 어렵습니다. 성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한국어는 다른 말과 달리 부모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립니다.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이름을 이야기할 경우에는 무슨 자, 무슨 자와 같이 표현합니다. 제 이름을 예로 들자면 ‘현 자, 용 자를 쓰십니다’와 같이 이름을 설명합니다. 한자 이름을 쓰는 주변의 나라에는 이러한 금기는 없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예전에는 이름 자체를 잘 부르지 않았습니다. 남의 이름을 부르는 것 자체가 실례처럼 느껴진 것 같습니다. 이름은 부모만 부르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자식이 크고 나면 이름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이름을 잘 부르지 않습니다.     이름 대신 다양한 호칭이 만들어집니다. 예전에는 ‘호’나 ‘자’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향을 따서 ‘무슨 댁’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경우라면 별명이나 아명을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서로 이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습니다. 부르라고 만든 이름을 거의 아무도 부르지 않는 특이한 문화입니다. 물론 요즘에는 이름에 대한 문화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름에 관한 현상은 연예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더 심했을 수도 있습니다. 본명은 드러내지 않고, 예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 바꾸는 경우도 있고, 성만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로는 모두 바꾸거나, 이름만 새로 만들어서 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성이 무언지 혼동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와 같은 성인 줄 알았던 사람이 나와 성이 다르고, 나와 성이 다른 사람이 알고 보면 같은 성이기도 합니다. 가수 나훈아는 나 씨가 아니고, 남진은 남 씨가 아닙니다. 서태지도 서 씨가 아닙니다. 성을 찾아보시면 재미있는 결과를 발견할 겁니다. 저는 종종 조용필이 조 씨라는 점이 왠지 다행스럽습니다. 훌륭한 대중음악가죠.   한편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성 자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특히 케이팝 가수의 경우는 성을 쓰는 경우가 드물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BTS나 블랙핑크, 레드벨벳는 열렬한 팬이 아니라면 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가수들이 성을 쓰지 않는 것은 기억하고 부르기 좋다는 측면과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합쳐진 것이라고 봅니다. 성을 물어보는 퀴즈를 내면 얼마나 맞힐까요? 저는 세종학당재단 홍보대사였던 레드벨벳의 ‘강슬기’는 맞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가수가 연기할 때는 본명을 쓰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가수인 자신과 배우인 자신을 구분하고 싶은 동기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그런 시도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가수 ‘비’가 배우 ‘정지훈’으로, 가수 ‘아이유’가 배우 ‘이지은’으로 활동하면서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런 현상은 하나의 규칙처럼 되고 있습니다. 수지는 배수지로, 윤아는 임윤아로, 민호는 최민호로 활동합니다.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때 이름을 잘 살펴보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아이유 이지은 성과 이름 외국인 이름 한자 이름

2024-09-08

[열린 광장] ‘충정공’ 민영환을 생각한다

광복절 아침이다. 책을 편다.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부처 최후의 말씀을 읽는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명제는 만고의 진리다. 그런데 ‘정진하라’는 말씀 앞에서는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다.    이 아침, 부처님 말씀과 함께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삶을 되짚어 본다. 광복,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날이다. 언제 나라를 빼앗겼는가. 을사년인 1905년 11월 17일, 일본은 군대를 동원하여 대한제국을 압박하고 강제로 조약을 체결하여 외교권을 박탈했다. 을사늑약이다. 일본은 우리의 국권을 빼앗아 갔고, 어둠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오호, 통제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수많은 애국지사가 이에 항거하여 일어났다. 민영환이 자결했다. 조병세, 홍만식, 이상철, 김봉학 등 사대부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민영환의 인력거꾼도 목숨을 끊어 일제 침략에 항거했다.    후일, 그가 자결한 방에서 대나무 네 줄기가 자라났다. 사람들은 포은 정몽주의 선죽(善竹)에 빗대어 이를 ‘혈죽’(血竹)‘이라 불렀다. 놀라운 것은 대나무 잎의 개수가 45개로 순국 당시 민영환의 나이와 일치했다. 이 소식이 대한매일신보를 통해 전해지자 이를 보려는 인파가 구름처럼 모여들고 사대부들은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의 충절을 기렸다.   그런데 세월을 거슬러 그로부터 10년 전으로 올라가 보면 민영환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역사 앞에 등장한다. 1895년 동학혁명 지도자 전봉준이 갑오농민운동을 일으켰다. ’관리들의 탐학‘을 거사 이유로 들었다. 그는 민영준· 민영환· 고영근을 ’탐관오리 3인방‘으로 꼽았다. 충정공의 이름이 들어있다. 매천 황현(1855~1910)선생은 “민씨 일파는 한결같이 탐욕스러워…중앙 관리는 물론 지방의 수령까지 차지했다”고 ’매천야록‘에서 민씨의 권력 독점과 탐학을 비판했다. 이상하지 않는가. 전봉준에게 ’탐관오리의 대표‘로 낙인 찍힌 분이 불과 10년 만에 망국의 책임을 지고 자결 순국했다니.      필자는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부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린다. 민영환은 고종과 사촌 사이였다. 열여덟 살에 과거에 급제한 그는 초고속 승진한다. 스물한 살이던 1881년 당상관에 발탁됐고, 스물두 살에 도승지가 되었다. 그는 러시아에 이어 유럽 6개국 특사 자격으로 방문했다. 지구를 두 바퀴나 돌고 돌아왔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조선도 개혁하지 않고는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고 설파했다. ’매천야록‘은 “구라파와 미국을 둘러보고 천하대세를 연구하고 국사를 걱정한 민영환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했다. 독립신문도 “민영환이 새사람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광복 79주년이다. 요즈음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우리는 진정한 광복을 얻었는가. 부처님 말씀과 함께 국권을 찬탈한 일본에 죽음으로 맞선 충정공의 삶을 되새긴다. 탐관오리에서 애국지사로 변모한 그의 족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찬열 / 시인열린 광장 충정공 민영환 충정공 민영환 충정공의 이름 맞선 충정공의

2024-08-19

왜 자꾸 이름을 잊어버릴까

 시니어가 되면서 아니, 40대부터도 주위 사람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나 셀럽의 이름을 기억 못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한글로 된 지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다. 예를 들어서 이름이 서동균이라는 지인이 있는데 앞의 두 글자가 '서동'만 기억나는 경우다.아니면 아예 서동만, 서동희, 서동훈 등으로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누군가의 이름을 잘못 부르는 것은 흔한 일이며 대개 걱정할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어렸을 때 잘못된 이름으로 불렸다. 일상에 바쁜 어머니는 가족 이름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성인이 되어도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것이 그들에게 소홀해서 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한 연구에서 인터뷰에 응한 대학생 중 절반이 자신에게 친숙한 사람이 잘못된 이름을 불렀다는 응답을 했다.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은 부모와 조부모만이 아니다. 이 연구에서 38%의 학생들은 친숙한 사람을 잘못된 이름으로 불렀으며, 대부분 가족인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를 잘못된 이름으로 부를 때 일반적으로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 유사하거나 관련된 사람의 이름을 사용한다. 두뇌는 관련 용어의 네트워크에 정보를 저장하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카테고리에 묶인 이름을 대체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실수로 잘못 이름을 붙인 사람보다 나이가 더 많으며, 화자가 자주 만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여성은 남성보다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약간 더 많으며 자신의 이름도 혼동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 참가자의 40% 이상이 이름을 혼동한 사람이 피곤하거나 좌절하거나 화가 났다고 보고했다.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려고 하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많은 사람이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연구에 따르면 이름보다 직업을 더 잘 기억한다.   이런 명명 오류는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명백한 기억 실수 중 일부이지만 두뇌는 실제로 항상 한 단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한다. 또한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일부로 사람들은 원치 않는 단어를 억누르던 능력을 어느 정도 잃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더 많은 말실수를 하게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나 엉뚱한 단어를 쓰는 것은 나이와 상관이 있기도 하지만 없기도(?) 하다. 아무리 친했어도 막상 얼굴은 떠오르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결국 자연스러운 것이다.  장병희 기자이름 가족 이름 기억 실수 연구 참가자

2024-08-11

8월 개학 준비, 첫 몇주 동안 성적관리가 매우 중요

교육 전문가들은 자녀들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로 가을학기를 시작하고 2~3주라고 설명한다. 자녀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학년 초에 자녀는 새로운 과목, 새로운 교사를 만난다. 각 과목이 요구하는 사항에 잘 맞추고 방과 후 시간을 쪼개 과목 별로 적절히 배분하는 등 새로운 일과 스케줄을 만드는 데에 길게는 몇 주나 시간이 걸릴 수 있기에 그렇다. 자녀들이 직면하게 되는 개학 준비에 학부모가 도울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새 학년을 맞는 가을 학기는 이제 9월이 아닌 8월에 시작된다. 새 학기를 앞두고 여러가지 준비에 나섰지만 개학에 모든 학생이 잘 적응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자녀들은 이 기간에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누구나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해야 할 것은 과목별로 교사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과목별로 숙제, 퀴즈, 테스트, 프로젝트 등이 어떻게 스케줄 되어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바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시험이나 과제를 제출하면 바로 온라인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성적은 첫 숙제, 첫 퀴즈, 첫 시험 등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매겨지기 시작한다. 첫 숙제를 잘한 학생은 그 시점에서 성적이 A로 시작할 것이며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은 그 시점에서 F로 시작할 것이다. 그 과목의 성적은 이렇게 시작된 점수에서 계속 누적돼 새로이 평균을 내게 된다. 학생들은 과목별로 자신의 성적을 알며 나아갈 수 있도록 교사가 통계를 내고 있기 때문에 첫 몇 주에 좋은 성적을 유지한 학생은 시험을 한 번 잘못 본다고 해도 좋은 성적에서 약간의 변화를 가지게 되지만, 몇 주간에 나쁜 성적을 받은 학생은 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아도 성적에 있어서는 큰 발전을 볼 수 없다. 점수는 학생이 공부한 결과지만 반대로 점수가 자녀의 자긍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첫 몇 주간의 성적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첫 몇 주 동안을 성공적으로 지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는 준비가 중요하다. 새 학기에 자녀가 잘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가 할 일은 다음과 같다.       개학 직전 ▶개학 1~2주 전부터 온 가족의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학교 시간에 맞춘다.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방학 때보다는 일찍 일어나야 한다. ▶숙제가 끝났는지 점검한다. ▶학교에서 친한 친구들과 함께 슬립오버 등을 하거나 함께 플레이타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점검하고 함께 개학 준비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개학 준비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준비물을 챙긴다. ▶새 학기를 맞는 자녀의 불안과 기대를 이해하고 자녀에게 쓸데없는 갈등이나 언쟁 등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자녀가 방학 중에 예습을 하지 않았더라도 개학 직전에 간단한 예습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교과서를 새 학기에 받는 경우에는 주변 학원이나 선배 등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 한 개 챕터 정도 미리 읽어보도록 한다. ▶과목별 충분한 예습이 어렵다면 최소한 이전에 어려워했던 과목을 복습하도록 돕는다.     ▶학교의 웹페이지를 방문, 먼저 읽어보도록 한다. 간혹 학교에 따라서는 부모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새 학년의 모든 과목 이름, 교사 이름 등을 알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라.       개학 직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자녀에게 친구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해주라. 몇월 몇일 친구를 초대해서 3시간 정도에 끝날 수 있는 것으로 친구를 대접할 수 있도록 해 주라. 집에서 엄마가 만든 저녁이나 다른 간식이나 영화 관람 등 자녀가 원하는 것으로 학기 시작 후 빠른 시간 내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자리를 갖도록 하라.   ▶자녀와의 대화가 열려있는지 확인하라. 예를 들면 과목별로 교사의 이름, 과목별로 친한 친구의 이름, 교실의 위치, 심지어 둘째 시간에서 세째시간으로 가는 거리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라커의 위치는 어디인지 정도를 부모가 알고 있다면 자녀와의 대화의 창구가 열려 있는 것이다. 모른다면 문제가 있으니, 소통의 방법을 찾아야 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첫 주에 점검할 것은 과목별로 바인더가 준비되어 있고 유인물이 그 안에 정리되어 있으며 학기 전체를 요약한 실라버스나 과제물을 정리한 표, 숙제를 돌려 받은 것, 클래스 내에서 노트한 것이 꼽혀 있는지를 학부모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     ▶학기 초에 자녀의 친구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 수 있고, 학교에서 그 친구들의 인사를 받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교내 클럽을 찾아야 할 경우가 있다. 가급적 정보를 많이 얻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정보는 학교 웹사이트에 있다. 장병희 기자성적관리 개학 이름 과목별 동안 성적관리 학기 시작

2024-08-04

한국 근성 K팝, 누구도 못 훔친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지난 18일 열린 ‘일렉트릭 서울’ 이벤트는 K팝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본지 7월 25일 자 A-1면〉 총괄 프로듀서인 이승훈(25) 씨는 ‘인섬니악(Insomniac)’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행사 기획, 브랜딩,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틱톡 영상부터 행사 전체적인 방향성까지 다양한 부분을 총괄했다. 브랜딩은 팬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폰트 하나, 색감 하나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25일 이 프로듀서를 만나 그가 가진 K팝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K팝이 흐르는 할리우드엔 그가 있다.   - 왜 K팝에 열광한다고 보나. “브랜딩과 팬 기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 머천다이즈, 뮤직비디오, 팬덤 네임 등 디테일한 부분들이 K팝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SNS 챌린지,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 팬과의 실시간  소통, 사인회 등 팬들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만족하게 하는 활동을 잘 해내고 있다.”   -다른 나라는 왜 못 하나.  “중국에 더 많은 인구가 있고, 더 좋은 운동선수가 나올 수 있지만 메시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이 없다. 또한, 하드코어 훈련을 견뎌내는 한인들의 정신력이 큰 차이를 만든다. 타인종, 외국인들은 이런 훈련을 견뎌내기 어렵다.”   - 그대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한 일본의 ‘XG’가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을 곁들여졌기에 훔칠 수 없다. ”   -K팝이 나아갈 방향성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잘 파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제작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글로벌 시장을 만족하게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실패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K팝 특유의 매력이다. 뉴진스의 성공은 다양한 콜라보 덕분이다. 코카콜라, 무라카미 다카시, 리그오브레전드 등과의 콜라보가 그 예다.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과의 콜라보를 통해 게임 팬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유입을 확장해야 한다. 최근 블랙핑크의 영화 개봉 등 새로운 방향성으로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일렉트릭 서울을 왜 기획하게 됐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유명 디제이들이 K팝을 틀 때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하루 동안 고민했다. EDM과 K팝을 섞은 기획을 시작했다. 이름부터 컨셉까지 모두 파워포인트로 정리해 회사에 제안했다. 이틀 만에 기획을 완료했다.”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일렉트릭은 ‘EDM’의 ‘electronic’에서 따왔다. K팝을 그냥 넣고 싶지 않아 고민했다. 한국말 ‘오잉’, ‘대박’, ‘정말’, 음식 이름까지 넣어보다가 모두가 아는 서울, ‘소울(soul)’ 이라는 의미도 있어 결정했다.”   - 최근 1년 동안 두 번의 승진을 했다고 들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한인의 정신력과 열정이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많은 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카데미 LA'의 '디제이매그' 순위를 8칸 올리는 성과를 냈다.”   - 입사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일리노이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와 캠퍼스 내 이벤트 베뉴에서 일했다. 디제잉으로 시작해 내 무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한식당에서 첫 공연을 진행했다. 이후 '이그니션'이라는 브랜드를 세워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한 행사를 열었고, 1000여 명이 참석했다. LA로 옮겨서도 600명을 모아 잘나가는 디제이 '덥비전'과 행사를 진행했다.”   - 브랜딩, 마케팅은 어떻게 배우게 됐나. “어머니가 패션디자이너라 어릴 적부터 다양한 디자인을 접하며 나의 취향을 파악했다. 또 다양한 EDM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에서 유명한 행사는 대부분 가봤다. 이를 통해 내가 좋고 싫고를 파악하게 됐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회사와의 콜라보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페스티벌의 별도 무대를 진행하거나 한 코너에 참여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것이다. K팝 팬들에게 케이콘(KCON), EDM 팬들에게 ‘EDC’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관련기사 K팝에 미친 할리우드, 여긴 마치 이태원 정윤재 기자 [email protected]근성 한국 일렉트릭 서울 글로벌 브랜드 음식 이름

2024-07-31

한국 근성 K팝, 누구도 못 훔친다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할리우드에서도 그 열기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지난 18일 열린 ‘일렉트릭 서울’ 이벤트는 K팝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밤을 선사했다. 〈본지 7월25일자 A-1면〉 총괄 프로듀서인 이승훈(25)씨는 ‘인섬니악(Insomniac)’에서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행사 기획, 브랜딩,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틱톡 영상부터 행사 전체적인 방향성까지 다양한 부분을 총괄했다. 브랜딩은 팬과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는 “폰트 하나, 색감 하나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25일 이 프로듀서를 만나 그가 가진 K팝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K팝이 흐르는 할리우드엔 그가 있다.   - 왜 K팝에 열광한다고 보나.  “브랜딩과 팬 기반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다. 머천다이즈, 뮤직비디오, 팬덤 네임 등 디테일한 부분들이 K팝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다양한 SNS 챌린지, 위버스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 팬과의 실시간  소통, 사인회 등 팬들을 지속적으로 참여시키고 만족하게 하는 활동을 잘 해내고 있다.”   -다른 나라는 왜  못 하나.  “중국에 더 많은 인구가 있고, 더 좋은 운동선수가 나올 수 있지만 메시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이 없다. 또한, 하드코어 훈련을 견뎌내는 한인들의 정신력이 큰 차이를 만든다. 타인종, 외국인들은 이런 훈련을 견뎌내기 어렵다.”   - 그렇다면, 그대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일본의 ‘XG’가 비슷한 방법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이 곁들여졌기에 훔칠 수 없다.”   -K팝이 나아갈 방향성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잘 파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제작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는 것도 필요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글로벌 시장을 만족하게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실패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K팝 특유의 매력이다. 뉴진스의 성공은 다양한 콜라보 덕분이다. 코카콜라, 무라카미 다카시, 리그오브레전드 등과의 콜라보가 그 예다. 예를 들어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과의 콜라보를 통해 게임 팬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유입을 확장해야 한다. 최근 블랙핑크의 영화 개봉 등 새로운 방향성으로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일렉트릭 서울을 왜 기획하게 됐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유명 디제이들이 K팝을 틀 때 사람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하루 동안 고민했다. EDM과 K팝을 섞은 기획을 시작했다. 이름부터 컨셉까지 모두 파워포인트로 정리해 회사에 제안했다. 이틀 만에 기획을 완료했다.”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일렉트릭은 ‘EDM’의 ‘electronic’에서 따왔다. K팝을 그냥 넣고 싶지 않아 고민했다. 한국말 ‘오잉’, ‘대박’, ‘정말’, 음식 이름까지 넣어보다가 모두가 아는 서울, ‘소울(soul)’ 이라는 의미도 있어 결정했다.”   - 최근 1년 동안 두 번의 승진을 했다고 들었다. 비결이 무엇인가.  “한인의 정신력과 열정이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공식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많은 일에서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일을 마무리하기 전에는 퇴근하지 않았다. 실제로 '아카데미 LA'의 '디제이매그' 순위를 8칸 올리는 성과를 냈다.”   - 입사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일리노이에서 학교에 다니면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와 캠퍼스 내 이벤트 베뉴에서 일했다. 디제잉으로 시작해 내 무대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동네 한식당에서 첫 공연을 진행했다. 이후 '이그니션'이라는 브랜드를 세워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한 행사를 열었고, 1000여 명이 참석했다. LA로 옮겨서도 600명을 모아 잘나가는 디제이 '덥비전'과 행사를 진행했다.”    - 브랜딩, 마케팅은 어떻게 배우게 됐나.  “어머니가 패션디자이너라 어릴 적부터 다양한 디자인을 접하며 나의 취향을 파악했다. 또 다양한 EDM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전 세계에서 유명한 행사는 대부분 가봤다. 이를 통해 내가 좋고 싫고를 파악하게 됐고,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다양한 회사와의 콜라보 제안을 고려하고 있다. 다른 페스티벌의 별도 무대를 진행하거나 한 코너에 참여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체 페스티벌을 제작하는 것이다. K팝 팬들에게 케이콘(KCON), EDM 팬들에게 ‘EDC’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아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관련기사 K팝에 미친 할리우드, 여긴 마치 이태원 정윤재 기자 [email protected]근성 한국 일렉트릭 서울 글로벌 브랜드 음식 이름

2024-07-25

[발언대] 교회 이름에도 ‘한인’을 넣어야 하는가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50년 이상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한인의 우수성이다. 한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몇몇 단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편 가르기와 차별 대우다. 한인들끼리도 출생지,출신 학교, 학벌, 직업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하거나 차별을 한다. 심지어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민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주장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심하지 않다는 의미다.     나는 미국에서 50년 이상 의사로 일하면서 인종 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를 찾았던 환자들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나를 무시하는 인종 차별적 행동이나 말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40여년 전 미시간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며 유대계 백인 의사가 운영하던 병원을 인수했다. 환자 대부분은 백인이었다. 인수 당시 환자의 절반쯤은 잃을 각오도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백인 환자가 늘었다. 열심히 일하는 젊은 의사로 인정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아프리카 출신 흑인 의사가 서울에서 병원을 개업한다면 환자가 얼마나 찾을까.     지난 50년 동안 내가 어느 나라 출신인지, 어느 의대를 졸업했는지 물어보는 환자는 정말이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저 의사가 시키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얼마 전 신문 광고면에서 ‘oo 한인 교회’라는 문구를 봤다. 그동안은 별 생각없이 당연하게 여겼던 문구가 유난히 이날은 거북했다. 그러고 보니 한인 교회 가운데 교회 이름에 ‘한인’이라는 말이 들어간 교회가 꽤 많은 것 같다.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oo 한국식당’ 처럼 의도적으로 차별성을 강조해야 하는 경우에야 어쩔 수 없지만, 차별을 덮고 하나 됨을 강조해야 하는 종교단체의 이름에 굳이 ‘한인’이라는 이름을 넣어야 하느냐는 생각이다.     요즘 이민 교회들이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2세들이 점차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지만 성장하면 달라진다. 특히 미국에서 태어난 그들에게 ‘한인 교회’라는 이름은 오히려 이질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타인종 친구를 교회에 대려 오기 곤란한 면도 있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 ‘종로 영남인 교회’ ‘용산 호남인 교회’, ‘을지로 서울대 동문 교회’ 등의 이름을 가진 교회들이 있다면 어떤 느낌을 받겠는가. 이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름을 지을 당시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단지 ‘한인들의 교회’라는 것을 이름에도 나타내고 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세,3세들까지 생각한다면 이제는 다시 고려할 문제라고 본다. 이제는 이름뿐 아니라 교회 분위기도 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오픈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홍식 / 은퇴의사발언대 교회 이름 한인 교회 교회 이름 교회 분위기

2024-07-24

[문예 마당] 여보, 왜 그랬어? 미안해, 고마워

  아내와 함께했던 31년, 사랑하고 정다웠던 날들보다 아파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2년 전 아내는 서둘러 갔다.   우리가 중매로 만났을 때, 그녀는 노처녀, 나는 아들이 둘이나 딸린 홀아비였다. 그녀는 LA 카운티병원의 면허 간호사였고, 나는 콜로라도에서 신문사를 운영하다 정리하고 LA로 와 판촉물 광고회사를 막 시작한 영세업자였다. 두말할 필요 없이 기운 운동장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나의 자존감이나 용맹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10여 년을 애들 데리고 혼자 살아온 홀아비와 장미꽃처럼 가시와 자존심이 세었던 노처녀의 결혼은 서로 간절했던 만큼 달콤했고 신혼은 아름다웠다.     내 사업은 기존 고객이 없기에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수입이 많은 아내가 마치 후원자처럼 버팀목이 되어 준 덕에 버텨나갔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자연스레 아내의 주도로 흘러갔다. 아내는 내게 필요한 옷이나 구두 등을 미리미리 사다 놓았다. 사이즈를 재거나 물어온 적도 없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나는 쇼핑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왕자가 된 기분도 잠깐씩 들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낯설기도 했다.     아내는 나를 양육하듯 보살피며 다스렸고 함께 상의해야 할 집안일도 혼자 결정했다. 하다못해 마루를 새로 깔고 지붕을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는 집수리 때도 내 의견은 무시되었다. 나는 매달 버는 돈에서 할당받은 액수를 내놓는 것도 벅찼지만, 아내의 수입이 정확히 얼마인지 집의 재정 상황은 어떤지 깜깜이였다. 그렇게 무시당할 때마다 왜 싸움을 안 했겠는가. 결혼에 또 실패해선 안 된다는 마치 하나님의 계명 같은 내 결심에 충실 하느라 설사 싸움이 벌어져도 일진일퇴의 부부싸움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핀잔이었다. 나는 아내를 돌이킬 겸, 또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어 참회와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108배 절을 100일 동안 해보기도 했다.   아내는 아이를 원했지만 생기지 않아 우리는 한인 여아를 입양했다.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10여 년 동안 피아노에 발레, 재즈 댄스, 바이올린, 첼로, 수학 학원, 테니스 교습, 수영 등 학원과 교습소를 순례하듯 다녔다. 아내는 늘 ‘애 ㅇㅇ학원에 등록했으니 몇 시에 데려가고 몇 시에 데려오라’는 통보만 하는 식이었다.   아마 결혼생활 10년 차쯤부터였을까. 사업은 궤도에 올랐지만 나는 삶도 사업에도 재미를 느끼거나 동기부여 없이 우울의 못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주치의가 처방해준 약은 오히려 극단적인 생각마저 하게 했다. 의사는 세 번이나 다른 약을 처방했지만 약만으로는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내 발로 정신과 병원을 찾았다. 상담을 통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괴로움도 유발된다는 사실과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상담사의 권유로 이혼을 결심하고 변호사를 찾았다. 그러나 아내의 사과와 8가지 약속을 받고 이혼소송을 취하했지만 그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아내는 한 가지도 바뀌는 게 없었다. 그렇게 소송과 취하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나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짐에 가서 라켓볼을 치거나 근육운동을 하고 사우나로 마무리하면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나는 명상에 심취했고, 명상과 트래킹을 위해 한국은 물론 미얀마나 네팔 등을 찾기도 했다. 그런 여행을 다녀오면 더 고요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아내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완고하고 완벽주의적인 삶의 태도 때문이었는지 두 번의 암 수술 등으로 고생하다 70세도 못 넘기고 먼저 갔다. 장례식 후 화장을 해 유골은 뒤뜰 비탈진 정원에 뿌렸다. 그리고 정원에 아내 이름을 따 ‘Kyung’s Garden'이라는 푯말을 세웠다.     모든 죽음이 다 그렇겠지만, 삶의 짐을 다 내려놓고 떠났다면 미움도 용서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종종 아내의 죽음이 실감 나지 않는다. 아내 생각이 나면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정원 푯말을 보곤 했다. “여보 왜 그랬어? …미안해. …고마워.’ 그녀가 가고 나서도 내가 가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변방인 취급을 받은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묻곤 했다. 왜 그랬느냐고. 그러면서도 아내에게 잘 해주질 못해 미안했다. 아내가 남긴 연금 등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도 놀랐다.     지난해 한국에 갔다 고향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길을 걷다 ‘사주 궁합’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저, 늘그막에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두 사람 걸 다 봐야 하니까 4만 원요." 숨진 아내의 생년월일과 내 것을 주었다.     "이 여자분은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겼는데 남자였으면 좋았을 만큼 대장감 사주예요. 이분 사업하시나요? 사람들을 거느리는…."   나는 밖으로 뛰쳐나와 호텔로 향하다가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미스리가 이렇게 싱겁게 풀리다니…, 진작 알았더라면 접어주고 살지 않았을까? 나는 ‘여보, 왜 그랬어?’를 마침내 내려놓았다.  김윤기 / 수필가문예 마당 미안 수필 아내 생각 아내 이름 정원 푯말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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