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여고생 사건 유죄평결... 유가족, 재판 불공정 주장
지난 한 주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법정에는 옥튼고교에 재학중이던 무남독녀 외동딸을 잃은 한인 부모의 분노와 탄식으로 가득했다. 범인은 유죄 확정으로 인해 과실치사 건당 각 10년, 즉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으나 실제 선고 형량은 이에 미치지 못할 듯하다. 배심원 평결에서 징역 4년 권고 유죄평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피해자 유가족들은 재판이 매우 불공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검사가 소송을 아주 소극적으로 진행했으며 협상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가해자가 사고 후에도 마약관련 사진과 자동차 과속운전 영상을 틱톡에 계속 올렸는데 이를 캡쳐하고 링크를 걸어 검사한테 제출했으나 사건의 본질과 관련없다는 이유로 재판 증거로 삼지 않았다. 피고측 변호사는 피고를 착하고 건실한 청년으로 포장해서 관용적인 분위기를 유도하기도 했다. 유가족은 “범인이 원래 착한 사람이지만 순간의 실수로 이런 일을 벌였다 정도로 넘어가려 한다는 생각에 너무도 화가 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6월 7일 범인 우스먼 사히드(당시 18세·작은 사진)는 친구들과 함께 BMW 승용차를 몰며, 제한속도 35마일 구간의 브레이크 레인 도로를 81마일로 질주하다가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던 차량을 피해 핸들을 꺾어 인도를 덮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한인 안리안 양(당시 15세)을 비롯해 두명이 사망하고 한명이 중상을 입었다. 리안 양은 안씨 부부의 무남독녀 외동딸이다. 리안 양의 아버지는 “우리는 매일, 그리고 매순간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었다. 내 딸은 우리 부부보다 더 오래 살아서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지만, 우리가 딸에게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다”고 오열했다. 리안 양의 어머니는 “딸이 친구들과 전화로 수다를 떨며 크게 웃고 있었는데, 조용히 하라고 나무랐던 일이 딸을 보는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떠한 말로도 이 슬픔을 표현할 수 없다”면서 “끊임없는 고통이 내 눈에서 색깔을 앗아가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모두 흑백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피해자 부모가 증언을 이어가며 재판장에 슬픈 분위기는 고조되었을 쯤, 갑자기 가해자 모친이 실신하며 혼란 스러운 틈을 타 관심이 가해자쪽으로 옮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고는 배심원 평결 전 최후 진술을 통해 “당신들에게 용서와 자비를 빈다”면서 “바라건대 나를 나쁜 사람이거나 악령으로 보지 말고 좋은 사람으로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2건의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판사는 변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평결 직후 구속 수감을 명령했다. 유가족들은 “이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우리는 지금 정의의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범인은 사고당시 러너스 퍼밋 상태에서 운전하고 있었으며 다른 세 명의 친구를 태우고 있었다. 한 목격자는 “범인이 이 사고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가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했다”고 밝혀,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범인의 변호사는 범인이 경험이 적은 운전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범인의 BMW 차량과 충돌한 토요타 SUV 운전자에게 책임을 떠넘겨 방청석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SUV 운전자는 법정에서 “나는 신호 끝에 다달아 운행하고 있었는데, 강한 충격을 받았다.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지만, 마치 열차에 부딪힌 듯한 충격이었다. 사고 직후 내게 든 첫번째 생각은 마치 공포스러운 영화속 한 장면이라는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범인의 변호사는 사건 당시 형사가 SUV 차량 운전자 인터뷰를 녹화하지 않았다고 책망하는 등 재판 기만 전술로 일관했다. 차량분석 전문가는 차량 데이터 녹화 장치 분석을 통해 범인이 사고 순간 시속 60-81마일로 가속했으며 절대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청석에는 범인의 친구로 추정되는 아랍계 20대 청년 10여명이 참석해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선고공판은 7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유죄평결 여고생 권고 유죄평결 유가족 측은 피해자 유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