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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외모 차별금지 조례 시행

에릭 아담스 시장이 뉴욕시 주택, 고용 및 공공 시설에서 키와 몸무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례안에 26일 서명했다. 아담스 시장은 “구직자들이 체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며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이로써 주택, 고용 및 공공 시설에서 인종, 성별, 연령, 종교, 성적 취향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목록에 ‘체중과 키’가 추가된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비만율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미국 성인의 40% 이상이 비만으로 간주되었다. 이런 가운데 뉴욕 주민들은 올해 초 시의회 청문회에서 “몸무게 때문에 차별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시의회는 지난 11일 ‘키나 몸무게에 따른 차별 금지 조례안’(Int.209-A)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의 발의자인 숀 아브레우(민주·7선거구) 뉴욕시의원은 “팬데믹 기간 동안 살이 쪘고,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하는 것을 알아차렸다”며 “이 법이 고용주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게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조례안에 우려를 표하는 시의원들도 있다. 조셉 보렐리(공화·51선거구) 시의원은 “이런 조례안은 결국 사람들이 어떤 이유든 갖다대면서 고소하는 현상만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평가들은 이 조례안이 기업과 규제 기관에 부담만 안겨줄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 법은 뉴욕 외 지역에서도 확산되는 추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저지와 매사추세츠 의원들이 유사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미시간, 워싱턴주, 워싱턴DC 등 다른 곳에서는 이미 체중과 키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시 인권 위원회는 인종, 성별, 연령을 포함한 24개 이상의 조사 영역에 ‘체중과 키’에 대한 불만 사항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며, 해당 조례안은 180일 후에 발효된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차별금지 뉴욕 조례 시행 뉴욕시 외모 뉴욕시 주택

2023-05-26

[마음 읽기] 못생긴 외모에 관하여

지난주 어떤 커플의 결혼식에 갔다가 거슬리는 말을 들었다. 하객들이 “여자는 예쁜데 남자는 못생겼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것이었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선 외모에 대한 언급 자체가 금기시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내 주변에선 체감상 오히려 늘고 있다. 한 어른은 함께 길을 걷다 뚱뚱한 사람이 지나가면 “어휴 답답해”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어머, 그러시면 안 돼요”라며 놀라서 말려봤지만 “보기만 해도 숨이 안 쉬어지는 걸 어떡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한 출판사 대표는 “외모도 실력”이라고 말한 적 있다. 지배 체제의 생각과 합일된 이런 말은 듣는 이에게 상처로 남는다. 우리는 자신이 어떤 권력을 갖는지도 모르는 채 말하고, 그 말들이 모여 누군가가 조형된다. 말하지 않으면 생각도 그쪽으로 내닫지 않을 텐데 ‘보이는 것’에 즉각 반응함으로써 인간은 시선의 권력을 누린다.   외모의 우월성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알다시피 고대까지 거슬러간다. 젊은 시절 소크라테스의 생애를 더 정확하고 세밀히 복원해내려 시도한 아먼드 댕거의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는 서두를 “이 비범하고 독창적인 사상가는 항상 가난하고 늙었으며 못생겼다”는 대중의 통념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저자는 젊은 시절 소크라테스가 실은 매력적인 외모로 동성과 이성에게 두루 로맨틱한 사랑의 대상이 될 만했다고 말한다. 노년에 외모가 좀 흉측해진 건 갑상선항진증을 앓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저자의 추정이다. 소크라테스를 언급한 동시대 작가들의 글은 그의 외양 묘사를 빼놓지 않는데, 특히 당대의 관상학자 조피로스는 소크라테스의 쇄골이 움푹 파이지 않아 ‘바보 같고 머리가 둔하다’고 했다. 반면 소크라테스와 애틋한 관계였던 청년 알키비아데스는 잘생겨서 자신감이 넘친 까닭에 주사위 놀이를 할 때 마차가 다가와도 피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나의 주제로 인간의 역사를 서술하는 관습은 전통이 깊지만, 외모만큼 끈질기게 인간사를 지배하는 것도 없는 듯하다(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도 외모 때문에 생기는 무례와 경멸을 퇴치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 점은 소설가들이 캐릭터를 창안할 때도 작용한다. 디노 부차티는 『타타르인의 사막』에서 주인공 드로고에 대해 ‘그는 한 번도 잘생겨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서, 군인으로서 변변찮은 이력이 외모와 그로 인한 성격 형성에서 비롯됐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윌리엄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에서 펠리시아를 병적으로 괴롭히는 남자 주인공은 뚱뚱하고 눈이 단춧구멍만 한 사람이다. 범죄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작가는 캐릭터의 외모와 그로 인해 뒤틀린 심사를 활용한다.   신혼 시절 나는 시댁에서 이런 말을 몇 번 들었다. “발이 정말 크구나!” 29년간 정상이었던 내 발은 다른 공간 속에서 위상이 추락했다. 옛 시대에 큰 발은 하녀들이나 갖는 것이었다. 요즘도 여자 연예인들의 발이 크면 남자들이 놀려 당사자들은 이를 감추려 한다. 중국 여성들은 수백 년간 남성들의 발 페티시즘 때문에 전족을 했고, 그 시절 발은 ‘얼굴’이자 성품의 표지판이었다. 그들은 시집가기 위해 띠로 발을 동여맸지만, 근대에 들어 전족한 여성은 갑자기 경제력 없는 기생충 취급을 받았고, 이에 여성들은 띠를 풀고 고통스러워하면서 뒤뚱뒤뚱 걸었다.   공자도 언젠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사람의 내면을 더 중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나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거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성마른 비판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도덕적 일갈은 쉽지만 공허하다. 다만 아도르노의 말처럼 “현실 속에 편입된 미는 현 존재의 계산 가능한 요소로 전락”했고, 차별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언제나 타인을 대상화할 위험성이 있다. 그러니 차라리 자기 얼굴을 논하자. 이건 거울 많이 보고 성형수술을 해 관리를 잘하자는 말이 아니다. 철학자 김영민은 “얼굴에 윤리가 개입한다”면서 얼굴을 하나의 ‘깨달음의 장소’로 인식했다. 늘 시선의 바깥에 놓여 자신은 짐작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인상과 표정에서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내 가족 한 명은 인상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다. 나는 그 얼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안다. 밥 먹고 얻은 에너지가 주변으로 흘러넘쳐 타인을 세심히 살피는 게 그의 특기일 뿐 아니라 자신도 잘 돌본다. 매일 아침 운동하며 만나는 한 노년의 여성은 직업으로 아기들을 돌보느라 밤잠을 설치지만, 그 얼굴은 아기처럼 부드럽고 귀엽기까지 하다. 잠 덜 깬 내 몸은 운동할 힘을 자주 그녀의 얼굴에서 구한다.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마음 읽기 외모 민주주의도 외모 시절 소크라테스 반면 소크라테스

2022-09-23

“확찐자 · 마기꾼 탈출” 외모 가꾸기 열풍

엔데믹 시대를 맞아 한인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뜨겁다.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직장인 정지은(47)씨는 지난달 말 다시 사무실로 출근하게 되면서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고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시술도 받았다. 정씨는 “2년 새 확찐자(팬데믹 동안 체중이 늘어난 이를 일컫는 신조어)가 돼 운동을 시작했다”며 “다음 주엔 미용실에서 펌도 하고 화장품과 의류도 쇼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스크를 벗고 대면 접촉이 늘어나자 정씨처럼 외모 가꾸기에 돌입한 한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브라이언 최(42)씨는 “마스크를 벗었을 때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을 합친 신조어)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턱선 되살리기 다이어트 중”이라며 “스킨케어 회원권도 끊어 팬데믹 동안 소홀했던 피부 관리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LA한인타운 피트니스센터, 성형외과, 미용실, 레이저 클리닉 등은 엔데믹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타운 내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크로스핏,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 회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최대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킥복싱과 크로스핏 클래스를 운영하는 태조 킥복싱(관장 케빈 김)은 회원 수가 100% 늘었고 타운 내 일부 요가, 필라테스 스튜디오의 경우엔 개인 레슨을 잡으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할 만큼 성업 중이다.     D&A플라잉요가 션림 원장은 “팬데믹 동안은 클래스가 5개였는데 최근엔 8개 이상으로 늘었다”며 “또 개인 레슨을 받으려는 이들이 몰려 대기자 명단까지 생겼다”고 밝혔다.     타운 성형외과와 레이저 클리닉도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들 클리닉에서는 시술 시간과 회복 기간이 짧은 보톡스나 레이저 시술 등 ‘쁘띠 성형’이 인기다. 미라클 레이전센터 숀 김 매니저는 “1년 전보다 고객들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마스크를 벗고 대면 접촉이 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예뻐지려는 고객 문의가 다른 주에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과 남성 고객 비율이 7:3 정도라는 이곳에선 여성은 미백과 주름 제거 레이저가, 남성 고객은 이마 필러, 팔자 주름, 검버섯 제거 시술이 인기다.       타운 미용실도 한인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타운 내 미용실들에 따르면 팬데믹 동안엔 주로 커트 고객들이 많았던 데 비해 최근엔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위해 펌이나 염색 등 고가 서비스 예약이 늘고 있다. 김선영 미용실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며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주말엔 예약이 꽉 차는 등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네일샵, 화장품 판매점, 의류매장 등 타운 뷰티·패션 업종들도 최근 고객들이 늘고 있어 팬데믹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타운 뷰티 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추수감사절과 연말엔 대면 모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동창회와 각종 파티를 준비하는 한인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주현 기자탈출 외모 la한인타운 피트니스센터 미용실 레이저 타운 성형외과

2022-08-31

[이 아침에] 외모의 나이, 마음의 나이

요즈음 화장대 앞에 앉을 기회가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쓰면 외출 준비 완료다. 맨 얼굴 그대로 간편해서 좋다고 할까.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웃는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체가 붙어있는 것이 싫기도 했다. 한편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땐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금 찍어 바르는 듯 성의 표시만 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화장은 필요했으리라.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다. 여인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와 닿기도 한다. 단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자세가 좋게 생각된다. 진하지 않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여인의 모습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부른다. 어떤 아이는 “하머니” “함니”라고 제대로 되지 않는 발음으로 부른다. 할머니로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오히려 포근한 호칭이라 생각된다.     빠른 세월 탓일까. 뽀얗던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그 점을 가리기 위해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파우더 쿠션을 두드린다. 입술도 붉게 바른다. 늙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다. 서리를 맞은 듯한 내 머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머리카락에 흰 선이 무성하게 그어진다. 급기야 염색한다. 노인의 백발은 면류관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수고를 하고 만다. 겉모양으로 속 내용을 숨길 수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은 남자도 화장과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남을 인식하여 체면과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아내의 어린 시절 앨범에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에 보이는 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편화한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고루한 내 생각을 접는다. 물론 형식을 통해 내면의 충실을 기할 수 있으니까. 곱게 가꾸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옛 시인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동안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봄바람의 생명력은 백발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를 전한다. 일흔을 바라볼지라도 마음은 생명이 가득 찬 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꽉 찬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검버섯이 핀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담아 주름 잡힌 인생의 지혜를 품으련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긴 세월이 만들어 준 삶의 가치는 더 아름다우니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나이 외모 나이 마음 가족 앨범 파우더 쿠션

2022-06-01

[이 아침에] 외모의 나이, 마음의 나이

요즈음 화장대 앞에 앉을 기회가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쓰면 외출 준비 완료다. 맨 얼굴 그대로 간편해서 좋다고 할까.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웃는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체가 붙어있는 것이 싫기도 했다. 한편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땐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금 찍어 바르는 듯 성의 표시만 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화장은 필요했으리라.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다. 여인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와 닿기도 한다. 단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자세가 좋게 생각된다. 진하지 않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여인의 모습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부른다. 어떤 아이는 “하머니” “함니”라고 제대로 되지 않는 발음으로 부른다. 할머니로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오히려 포근한 호칭이라 생각된다.     빠른 세월 탓일까. 뽀얗던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그 점을 가리기 위해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파우더 쿠션을 두드린다. 입술도 붉게 바른다. 늙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다. 서리를 맞은 듯한 내 머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머리카락에 흰 선이 무성하게 그어진다. 급기야 염색한다. 노인의 백발은 면류관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수고를 하고 만다. 겉모양으로 속 내용을 숨길 수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은 남자도 화장과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남을 인식하여 체면과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아내의 어린 시절 앨범에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에 보이는 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편화한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고루한 내 생각을 접는다. 물론 형식을 통해 내면의 충실을 기할 수 있으니까. 곱게 가꾸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옛 시인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동안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봄바람의 생명력은 백발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를 전한다. 일흔을 바라볼지라도 마음은 생명이 가득 찬 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꽉 찬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검버섯이 핀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담아 주름 잡힌 인생의 지혜를 품으련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긴 세월이 만들어 준 삶의 가치는 더 아름다우니까.  이희숙 / 수필가이 아침에 나이 외모 나이 마음 가족 앨범 파우더 쿠션

2022-05-25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하기 더 사랑하기

‘쇠잔이란 얼마나 평화로운 체념인가. 젊음의 열정과 과욕이 씻기어 나간 평화. 그리고 쇠잔은 또 얼마나 사람을 조그마하게 만드는가. 나는 아주 작아져서 엄지의 엄지가 되어 그의 등에 업혀 잠들고 싶다’-老부인의 수기 ‘내 사랑 엄지 중에서.     ‘엄지’는 노부인이 속마음으로 부르는 며느리 애칭이다. 나는 이 글을 오늘에야 차분히 읽었다. 이메일 받은 날은 2015년 4월 10일 밤. 메일이 도착한지 7년이 지났다. 잘 지낼 때나 슬플 때나 행복하거나 불행에 빠졌을 때 등 두드려주는 응원자가 있다는 것은 잘 데펴진 구들목에 발을 넣을 때처럼 얼마나 따스한가. 이국 땅에 살면서 한국말이나 정서에 뒤쳐질까 ‘팔할이 바람’ 선생님은 좋은 글이나 아름다운 문장이 있으면 보내주신다.   화랑 운영하고 애 셋 키우는 일은 촉각을 다투는 일이다. 제목만 대강 훑어 보고 나중에 읽을 요량으로 이메일 폴드에 넣어두었는데 컴퓨터 청소하다 발견했다.   수기를 쓴 분은 2015년 기준으로 80-81세 전후로 추정된다.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때까지의 고뇌와 사랑을 진솔하게 고백한 글이다.   아들에게 소개받은 아가씨는 키 작고 외모가 가련하며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오빠 세 식구의 가장 노릇을 하며 고학으로 학비를 충당하는 여자였다.   성실하고 훌륭한 아가씨지만 맏며느리감이나 장손(長孫)의 아내로서 합당한 상대가 못 된다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결혼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자, 인생에서의 최후, 최선의 투자여야 한다는 영악한 계산을 엉큼하게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자책한다. 거기에다 그녀는 과도한 아르바이트와 선천적 위 기능 부전으로 음식물을 잘 삼키지 못해 결국 쓰러져 결핵 2기 판정을 받는다.     “어머니, 전 그 애를 사랑해요.”라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은 부인은 입원을 지시하고 언덕길을 내려오며 한치도 흔들림이 없는 눈빛에서 아들의 결심을 확인한다. 그녀 가족도 부인 자신도 희망을 잃었지만, 연인을 완치시키겠다는 아들의 신념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모습은 너무 아름다왔고 참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부인에게 깨우쳐 주는 계기가 된다.   투병생활 2년 8개월 만에 결핵은 완치되었고 5월의 신부가 된 엄지는 두 남매의 어머니로 순수 수학과 전산학의 석사학위도 땄고,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살림살이 육아 학문에도 다섯 손가락 중 으뜸이 돼 자랑스런 ‘내 사랑 엄지’가 된다. ‘그 작고 약한 몸 속 어딘가에 활화산 같은 용암이 분출되는 경이로움은, 사랑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닐는지…’라고 적고 있다.   사랑은 포기가 아니라 극복이다. 어떤 난관과 고통도 견딜 수 있는 수단이고 방법이며 용기다. 사랑은 결단이다. 가슴과 맥박이 뛰는 곳을 향해 생의 좌표를 찍는 용기다. 사랑은 타협이 안 된다. 사랑은 한쪽으로 기우는 저울이다.   부모는 자식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게임이 안 된다. 초장부터 두 손 들고 포기각서 쓰고 인간답게 축복해주는 것이 평화와 공생의 지름길이다. 계절은 거꾸로 오지 않는다. 그때 그 사랑은 지나갔다. 뒤죽박죽 폭죽 터트리며 사랑은 다시 온다. 사랑과 축복의 계절이다. 꽃이 피듯 사랑이 품속으로 나비처럼 날아든다. 마음 먹기 따라 사랑이 지기도 하고 피기도 한다.     한겨울 입술 다물고 있던 매화가 새각시처럼 진홍빛 꽃망울 터트릴 때, 돌아서지 않고 사랑하고 더 사랑하리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사랑 사랑 엄지 이메일 폴드 작고 외모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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