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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외모의 나이, 마음의 나이

요즈음 화장대 앞에 앉을 기회가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안경을 쓰면 외출 준비 완료다. 맨 얼굴 그대로 간편해서 좋다고 할까.  
 
가족 앨범을 보던 딸이 웃는다. “엄마, 머리가 이게 뭐야,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찍지.” 젊었을 땐 으레 부스스한 머리에 민낯으로 사진을 찍었다. 미용실에 갈 시간도 없고, 화장품값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얼굴에 끈적한 액체가 붙어있는 것이 싫기도 했다. 한편 젊음에 대한 자신감도 작용했을 터. 공식적인 자리에 나설 땐 단정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조금 찍어 바르는 듯 성의 표시만 했다. 품위 유지를 위해 화장은 필요했으리라.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나 역시 예쁘게 보이고 싶다. 여인이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와 닿기도 한다. 단정하게 자신을 관리하는 자세가 좋게 생각된다. 진하지 않지만 정갈하게 다듬어진 여인의 모습이 좋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아이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고 정겹게 부른다. 어떤 아이는 “하머니” “함니”라고 제대로 되지 않는 발음으로 부른다. 할머니로 비추어지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 친근감을 주어 오히려 포근한 호칭이라 생각된다.  
 


빠른 세월 탓일까. 뽀얗던 피부에 검버섯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제 그 점을 가리기 위해 비비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파우더 쿠션을 두드린다. 입술도 붉게 바른다. 늙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화장을 짙게 한다. 서리를 맞은 듯한 내 머리를 보며 깜짝 놀란다. 머리카락에 흰 선이 무성하게 그어진다. 급기야 염색한다. 노인의 백발은 면류관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가리는 수고를 하고 만다. 겉모양으로 속 내용을 숨길 수 있을까?
 
동방예의지국이라는 한국은 남자도 화장과 성형수술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남을 인식하여 체면과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리라. 누군가 ‘아내의 어린 시절 앨범에서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현재에 보이는 미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외모지상주의가 되는 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보편화한 인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지만 고루한 내 생각을 접는다. 물론 형식을 통해 내면의 충실을 기할 수 있으니까. 곱게 가꾸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옛 시인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잠시 동안 빌려다가 머리 위에 불게 하여/ 귀밑에 해 묵은 서리를 녹여 볼까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봄바람의 생명력은 백발을 녹이기에 충분하다는 의미를 전한다. 일흔을 바라볼지라도 마음은 생명이 가득 찬 봄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보이는 것보다 꽉 찬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검버섯이 핀 얼굴에 인자한 웃음을 담아 주름 잡힌 인생의 지혜를 품으련다.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답일 것이다. 긴 세월이 만들어 준 삶의 가치는 더 아름다우니까. 

이희숙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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