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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옷장·다락방·지하실…뭐든 빌려줘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치솟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부업을 시작하는 소비자들이 느는 가운데 MZ세대(1981년~2010년생)가 다양한 부업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최근 뱅크레이트에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1981년~1996년생)는 부업으로 월평균 1021.83달러, Z세대(1997년~2010년생) 753.48달러를 벌고 있다. X세대(1965년~1980년생) 670.36달러, 베이비부머(1946년~1964년생) 645.97달러로 집계됐다.   또한, 2023년 Z세대의 53%, 밀레니얼 세대의 50%, X세대의 40%, 베이비부머 24%가 부업을 하고 있었다.     뱅크레이트가 소개한 MZ세대의 부업 트렌드를 알아봤다.   ▶공간 임대       집에 차고, 옷장, 다락방, 지하실 전부 또는 일부 공간을 빌려주는 대가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받을 수 있는 돈은 임대 공간의 크기나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차 공간 임대의 경우, 주택의 차고는 월 75~300달러, 드라이브웨이 주차는 월 35~100달러, 아파트와 같은 다가구 주택의 주차 공간은 월 35~200달러, 집앞 거리 주차는 월 25~200달러다. 또 지하실 공간은 월 25~800달러, 침실 내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한켠을 내주는데는 월 15~100달러, 옷장 공간은 월 15~90달러다. 이외에도 대학교 근처 주택에 사는 경우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 저렴한 가격(3~5달러)에 주차공간을 빌려주는 부업도 등장했다.   ▶비디오 보기     비디오를 보고 설문조사를 하거나 비디오 시청 및 설문 조사 응답 후 게임까지 마치면 돈을 벌 수 있는 부업도 등장했다. 마이포인트의 사용자들은 짧은 비디오를 보고 설문조사를 한 뒤 게임을 하면 하루에 2달러50센트~3달러50센트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인박스달러에서는 3~30분 사이의 비디오를 시청하고 월 20~100달러의 돈을 벌 수 있다. 꼭 보지 않아도 영상을 틀어놓기만 해도 된다.     ▶차량 공유     자동차 대여 플랫폼을 통해 자동차를 빌려주는 부업도 있다. 인기 있는 앱은 하이레카로 빌려주기 전 모든 차를 빌리려는 운전자의 범죄 경력과 운전 기록 등을 확인한다. 또 자동차 대여 기간 동안 업체가 책임 보험을 제공한다. 통상 일 35달러를 벌 수 있다. 단, 차량 모델과 상태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설문조사     브랜디드서베이, 서베이정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설문조사 부업이다. 설문조사 1건당 평균 1~3달러 수익 창출이 가능하며, 페이팔이나 은행 계좌로 송금받을 수 있다. 정하은 기자 chung.haeun@koreadaily.com다락방 지하실 지하실 공간 차고 옷장 옷장 공간

2024-03-12

[이 아침에] 옷장

오늘도 정리 정돈과 버리기를 시작한다. 눈만 뜨면 되풀이되는 일과다. 추억이 담긴 옛 사진을 하나씩 들여다보듯, 옷들을 꺼내 한 가지씩 입어본다. 몇 해 전까지 잘 맞던 블라우스의 앞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다. 탐욕과 욕심으로 세월 속에 몸이 불은 탓일까. 그런가 하면 소우주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이으며 교량 역할을 하던 허리는, 신세대에 밀려난 구세대같이 균형을 잃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량한 살과 절제 못 한 나잇살까지 더해지며, 옷이 상체에서 하체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두꺼워진 허리는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계로 옮겨가지 못하는 내 영혼을 닮았나 보다.   사람 모양의 마네킹에 인조 조명으로 혼을 불어넣으면 마네킹이 새 생명을 얻은 듯이 보이듯, 옷장 안에 불을 켜자 나의 지난 삶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험한 세상 속에서 나를 날게 해준 때 묻고 정든 옷들이 애틋해진다. 문득,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지우고 버려야만 하는 생명체의 한계가 슬픈 강물처럼 가슴에서 흘러내린다.   서른 개 이상의 큰 도네이션 백이 채워지자, 마침내 옷장은 비워졌다. 돌아보면 장에 걸린 옷들에는 네 계절이 춤추고 있었다. 꽃 피는 봄과 푸른 여름이 있는가 하면, 낙엽 흐느끼는 가을과 눈꽃 피어나는 겨울이 숨어 있었다. 삶을 동반하며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 보여주던 나의 분신들. 어쩌면 삶은 옷과 내가 만든 찰나의 팬터마임들이 이어져 탄생한 것은 아닐까.     텅 빈 옷장은 허공이 되어 침묵하고 있다. 이제 온갖 삶이 자취를 감추자 빈 벽만 남아 무한대의 우주와 연결된 빈 옷장,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어쩌면 수많은 언어를 뱉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것은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듯, 세간의 모든 실체는 쉬지 않고 변하는 것이라고 얘기하며, 그러기에 모든 실체는 머무름 없이 흐르는 것이고 삶은 순간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광활한 하늘과 통한 옷장에는 머지않아 구름과 달과 태양이 뜨게 되리라. 그리하여 그것은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두움을 품게 되리라. 밝은 희망과 선, 밤의 어두움과 악(惡)을 간직하게 될 옷장, 활짝 열린 그것은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선과 악을 품은 작은 우주로 변하리라.     어찌 보면 옷장은 나의 마음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삶의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지만, 어느 날 비워지면 품었던 존재조차 사라지는 옷장, 그것은 온갖 삶과 삼라만상을 품을 수 있지만 비우려 들면 찰나에 비울 수 있는 내 마음과도 흡사하지 않을까. 영혼의 비움과 채움. 둘은 썰물과 밀물처럼 한 몸이기에 비워짐은 또 다른 채워짐을 의미할 것도 같다.     삶이 담겼던 옷장에서 쓸모없는 것들을 비워내듯, 생에 독이 되는 사념들을 매 순간 마음에서 지워 내리라. 아집과 아만, 집착과 욕심 그리고 오만과 편견을 제거해 버리면, 마음은 출렁대는 자유와 풍성한 여유로움으로 물밀듯 채워질 것 같다.  김영애 / 수필가이 아침에 옷장 옷장 그것 윗부분과 아랫부분 순간 마음

2022-08-23

[중앙 칼럼] 옷장 앞에서 '지구'를 생각한다

2500갤런 용량의 물탱크는 지름 96인치, 높이 95인치의 원통형인 경우가 많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고 빈 탱크라도 360파운드에 달하는 무게로 설치할 때는 지게차가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가정의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은 조사 기관에 따라 100~360갤런이다. 2500갤런이면 한 가정이 7~25일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런 거대한 탱크에 가득 채운 물이 있어야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바로 청바지 ‘한 벌’이다. 영국의 환경보호 비영리기관인 엘런 맥아더 파운데이션은 청바지를 만들며 염색, 탈색, 워싱에 쓰이는 물의 양이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월드뱅크는 의류업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의 10%라며 전 세계 항공편과 해상 운송에서 배출되는 것을 합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 이후에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상품이 지나치게 많은 점이다. 최대 온라인 중고품 할인점 스레드업은 매년 미국에서 판매된 뒤 소비자가 입지 않고 방치되는 의류가 90억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사서 입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과잉 생산되는 세태를 꼬집은 것이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CBS 방송과 인터뷰한 캘아츠 패션디자인 학과의 린다 그로스 교수는 “지난 30년간 패션 업계는 더 많은 제품을 파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환경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옷장 안을 살펴보라”고 일침을 날린다. 일본과 영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한 뒤 현재 LA에서 2년째 근무 중인 한 지인도 “다른 곳에서는 안 그랬는데 미국에서 좀 살다 보니 옷장에 입지도 않는 옷이 무더기로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경제를 말하며 환경을 걱정하는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처럼 말이 안 되는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의류업체는 지속가능한 소재 개발과 원단의 재활용 및 중고 재판매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동참한 브랜드들은 룰루레몬, 아크테릭스, 리바이스, REI, 메이드웰, 노스페이스, 타미힐피거, 스텔라 매카트니 등 다양하다. 특히 여성복 에일린피셔는 2009년부터 ‘테이크 백 프로그램’을 시행해 180만점 이상을 재활용했다.   여기에 ‘한 번 입은 옷은 다시 입지 않는다’로 한때 유명했던 힐튼 호텔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고백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지금 입은 옷은 중고다. 새 옷 대신 중고를 사면 의류 탄소 발자국을 82%까지 줄일 수 있다”며 “의식 있는 소비자가 되기 위해 결심을 다진다”고 적었다.   얼마 전 ‘지구의 날’이었다. 누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이런 특별한 ‘날’들은 지나고 나면 잊힌다. 솔직히 이런 날들의 수명은 그날 하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경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기 쉽다. 북극의 빙하가 많이 녹아 북극곰은 불쌍하지만 당장 더욱 급한 건 코앞에 닥친 페이먼트이고, 생활비 마련이며, 투자 수익률과 은퇴준비이기 때문이다.   스레드업은 ‘지속가능한 옷장 만들기 7대 챌린지’를 제안했다. 중고 옷 입기, 빌려 입기, 친환경 브랜드 구입하기, 건조기 대신 널어서 말리기, 입었던 옷 다시 입기, 고쳐서 입기, 버리는 대신 기부나 재판매하기 등이다.     올해 지구의 날은 벌써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지구와 경제와 후대를 위해 당장 옷장을 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 한인 의류업체들에는 아직 말 같지 않게 들리겠지만, 중고 의류 판매와 기부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기후변화로 매년 꾸준히 오르는 기온처럼 이들 시장은 앞으로 5년 지금의 2배인 770억 달러로 커지며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옷장 지구 중고 재판매 당장 옷장 온실가스 배출량

2022-04-25

옷걸이를 바꾸면 옷장이 정리되고 아침이 상쾌해진다

겨우내 입었던 옷들을 옷장에 다시 넣어 둘 봄이 돌아왔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항상 어수선하고 산만해 보이는 곳이 바로 옷장이다. 필요없는 옷들을 속시원히 버려야 하는데 혹시나 한번 정도는 다시 입지 않을까 하는 미련 때문에 옷장에는 늘 옷을 걸어 둘 때가 마땅치가 않다. 대충 걸어 놓기 시작하면 더더욱 엉망이 되어 결국에는 입어야 할 옷조차 못 찾을 때가 있다. 우선 옷장 정리를 하려면 옷걸이가 필요하다. 그런데 옷걸이들도 옷처럼 디자인과 모양이 제각각이라 옷을 걸어도 옷장 속은 잘 정돈되지 않는다.어떤 옷들은 길고 어깨가 넓고 두툼해서 옷걸이에 걸어도 가지런한 모양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옷장 속 공간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예 아무렇게나 걸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깔끔한 옷장 정리를 위해선 우선 옷걸이부터 바꿔보는 게 권장된다.일본과는 전혀 무관한 대한민국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 다양한 생활용품을 개발 제조하는 ‘가쯔’의  멀티 논슬립 옷걸이만 있으면 옷장 정리는 쉽고 간편하게 끝낼 수 있다.   우선 옷걸이에 걸어도 잘 흘러내리는 넥타이,스카프,벨트 등을 걸 수 있는 공간이 별도로 제작돼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끈으로 된 민소매를 걸어둘 수 있는 홈이 파진 걸이도 있다. 디자인이 심플해 보기에도 좋고 얇은 두께지만 내구성이 강해 휘거나 잘 부러지지 않는다. 탄력성 및 충격강화성을 지닌 PP소재로 만들어져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 고리부분은 녹슬지 않는 재질이며 고리와 PP소재가 닿는 부분은 더욱더 강하게 처리됐다. 특히 어깨 부분에 논슬립 처리가 되어 있어 옷이 흘러내려 떨어지는 불편을 줄였다. S모양의 넥 라인을 이용하여 목 부분이 잘 늘어나는 상의도 늘어날 걱정 없이 옷걸이 사용이 가능하다. 보통의 옷걸이들에 옷을 걸으면 어깨 부분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가쯔 논슬립옷걸이의 경우는 어깨 부분의 라인을 그대로 살려주기도 한다. 양복바지나 일반 청바지를 걸어도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   옷걸이 디자인이 통일되어 깔끔한 옷장 인테리어 효과도 한몫 거두게된다. 옷걸이를 바꾸면 옷장정리 뿐만 아니라 아침이 상쾌해 진다. 핫딜에서는 가쯔 멀티 논슬립옷걸이 30개 1팩을 17.99달러,100개는 35.99달러에 판매한다.   ▶상품구매 바로가기   ▶문의 : 213)368-2611 hotdeal.koreadaily.com    옷걸이 옷장 멀티 논슬립옷걸이 옷걸이 디자인 옷걸이 사용

2022-03-18

[이 아침에]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한국의 가을이 깊어가나 싶더니 이른 첫눈이 오고 바로 겨울이 되었다. 가을을 느끼지도 못한 채 오버코트를 입게 되었다. 장례식을 염두에 두고 검은색 가을 옷 몇 벌을 챙겨왔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엄마 옷장을 뒤져보았다.   엄마의 집엔 응급실에 실려간 6월의 달력이 그대로 걸려 있다. 낙상사고 후 뇌수술과 고관절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으로 퇴원을 했기에 이 집에 다시 못 오고 돌아가셨다. 그 5개월의 시간 동안 엄마는 임종 중이었다. 몸이 서서히 나빠지면서 우리는 이승과 저승으로 나누어졌다.     귀가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기관이라기에 모두들 엄마 귀에 대고 감사했다고, 사랑했다고 말했다. 과거형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하나뿐인 사위가 엄마가 가장 좋아할 인사를 했다. “장모님! 장모님 덕분에 하나님을 알고 지금까지 신앙생활 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사위를 사랑해주시고 늘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장모님 딸은 제가 잘 돌볼 테니 염려 마세요.” 이 말을 들으려고 우리 내외를 기다리신 것 같았다.   엄마가 평소에 입던 옷이 걸쳐진 의자엔 무릎이 불쑥 나온 추리닝 바지가 걸려 있다. 오래전 내가 입다 친정에 버리고 간 옷을 엄마는 계속 입고 계셨던 거다. 딸이 많이 보고 싶으셨나? 엄마 맘을 이제야  헤아려보는 못난 자식이다. 옷장 속에서 얼추 맞는 엄마 외투를 골라 입으니, 엄마와 꼭 닮아 깜짝 놀랐다고 친척들이 한 마디씩 한다.     엄마의 옷장에는 내게 보내려고 모아 놓은 속옷과 내의, 양말 뭉치가 담긴 상자도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보내주시던 것이어서 뭉클했다.   살아있을 때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세상을 뜬 후에야 후회를 담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뒤늦게 서로를 돌아보고, 비로소 먼저 간 사람을 추모한다. 팬데믹으로 오래 못 만났던 친척들이 모였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식사를 함께하고 울고 웃는다. 늘 그렇듯이 죽은 이가 산 자를 불러 모은다.   15분 거리의 화장장에 모시려고 45만 원짜리 리무진을 빌리고, 하루 입고 소각될 50만 원 베옷을 입혀드렸다. 즐비한 화환으로 애도한들 이미 죽은 이에게 무슨 소용일 것인가. 그것들을 마지막 효도라 포장하고 슬픈 축제를 마쳤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었으니 그야말로 고아가 되었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을 실감한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마,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계세요” 부모님에 대한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항상 늦을 뿐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엄마 옷장 엄마 외투 엄마 우리

2021-12-06

[이 아침에]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한국의 가을이 깊어가나 싶더니 이른 첫눈이 오고 바로 겨울이 되었다. 가을을 느끼지도 못한 채 오버코트를 입게 되었다. 장례식을 염두에 두고 검은색 가을 옷 몇 벌을 챙겨왔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엄마 옷장을 뒤져보았다.   엄마의 집엔 응급실에 실려간 6월의 달력이 그대로 걸려 있다. 낙상사고 후 뇌수술과 고관절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으로 퇴원을 했기에 이 집에 다시 못 오고 돌아가셨다. 그 5개월의 시간 동안 엄마는 임종 중이었다. 몸이 서서히 나빠지면서 우리는 이승과 저승으로 나누어졌다.     귀가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기관이라기에 모두들 엄마 귀에 대고 감사했다고, 사랑했다고 말했다. 과거형이었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하나뿐인 사위가 엄마가 가장 좋아할 인사를 했다. “장모님! 장모님 덕분에 하나님을 알고 지금까지 신앙생활 잘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사위를 사랑해주시고 늘 기도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통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장모님 딸은 제가 잘 돌볼 테니 염려 마세요.” 이 말을 들으려고 우리 내외를 기다리신 것 같았다.   엄마가 평소에 입던 옷이 걸쳐진 의자엔 무릎이 불쑥 나온 추리닝 바지가 걸려 있다. 오래전 내가 입다 친정에 버리고 간 옷을 엄마는 계속 입고 계셨던 거다. 딸이 많이 보고 싶으셨나? 엄마 맘을 이제야  헤아려보는 못난 자식이다. 옷장 속에서 얼추 맞는 엄마 외투를 골라 입으니, 엄마와 꼭 닮아 깜짝 놀랐다고 친척들이 한 마디씩 한다.     엄마의 옷장에는 내게 보내려고 모아 놓은 속옷과 내의, 양말 뭉치가 담긴 상자도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보내주시던 것이어서 뭉클했다.   살아있을 때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이 세상을 뜬 후에야 후회를 담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뒤늦게 서로를 돌아보고, 비로소 먼저 간 사람을 추모한다. 팬데믹으로 오래 못 만났던 친척들이 모였다.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식사를 함께하고 울고 웃는다. 늘 그렇듯이 죽은 이가 산 자를 불러 모은다.   15분 거리의 화장장에 모시려고 45만 원짜리 리무진을 빌리고, 하루 입고 소각될 50만 원 베옷을 입혀드렸다. 즐비한 화환으로 애도한들 이미 죽은 이에게 무슨 소용일 것인가. 그것들을 마지막 효도라 포장하고 슬픈 축제를 마쳤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잃었으니 그야말로 고아가 되었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을 실감한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잠시 동안의 헤어짐이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엄마, 우리 다시 만나요.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계세요” 부모님에 대한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항상 늦을 뿐이다. 이정아 / 수필가이 아침에 엄마 옷장 엄마 외투 엄마 우리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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