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심리만화경] 나를 알면 승리할 수 있어!

“네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1승이 아니라 100승도 할 수 있어.”   영화 ‘1승’의 대사이다. 송강호 배우가 주연인 이 배구 영화는 영화적 재미 못지않게 김연경 선수를 비롯한 현역 및 은퇴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내 귀에 꽂힌 것은 저 한 마디였다.   영화에서 말하는 ‘나를 아는 것’은 메타인지와 관련된다. 상위인지, 초인지라고도 불리는 메타인지는 보통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쉽게 말해서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알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자기 인지 능력을 말한다.   최근엔 학업 성적과 관련해서 메타인지 능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메타인지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에 대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발전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영화에서는 “내가 어떤 선수인지 알게 되면, 다음에 뭘 할지가 보여”라고 표현했다.   MZ세대 학생들은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한다. 최근 MBTI의 인기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장, 단점을 확인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는 학생에게 ‘당장 시험에 응시하라’고 권유했다. 각각 20점과 80점의 실력을 가진 사람에게 각기 다른 학습법이 필요한 것은 명확하니,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그 결과에 기반한 학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조금 더 준비한 다음에 볼게요’였다. 지능 검사를 대비해 공부하겠다는 느낌의 대답이었다.   우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건강검진 받는 것을 미루는 것처럼 본인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그것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최훈 / 한림대 교수심리만화경 승리 영화적 재미 배구 영화 김연경 선수

2025-03-09

영화로 보는 독립 운동…항일 관련 매달 한 편씩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영화 6편을 특별 상영하는 ‘한국 영화로 보는 광복 이야기(포스터)’를 연중 개최한다. 오는 13일부터 11월 19일까지 진행되는 상영회는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 운동의 역사와 문화를 조명한다.     먼저 오는 13일 영화 ‘항거 : 유관순 이야기’(2019) 상영으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민호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고아성, 김새벽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지난 1919년 3월 1일 만세 운동 이후 서대문형무소 8호실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와 다른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1년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는 5월 14일에는 한국 마라톤의 전설로 불리는 손기정(하정우 분)과 그의 제자 서윤복(임시완 분)의 뜨거운 도전을 그린 실화 바탕 영화 ‘1947 보스턴’(2023)이 상영된다. 이어서 오는 6월 18일에는 ‘암살’(2015), 8월 20일에는 ‘봉오동전투’(2019), 10월 8일에는 ‘말모이’(2019)가 차례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상영회 마지막 날인 오는 11월 19일에는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박정민, 강하늘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동주’(2019)가 장식할 계획이다. 문화원 측은 윤동주 시인 서거 80주년을 기념해 해당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상원 문화원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각기 다른 항일운동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하고, 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상영은 LA한국문화원 아리홀에서 오후 6시 30분에 진행되며, 문화원 웹사이트(www.kccla.org)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김경준 기자게시판 한국 영화 한국 영화 영화 상영 항일운동 역사

2025-03-02

[중국읽기] 그들이 ‘너자2’에 열광하는 이유

열풍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 ‘너자2’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설 명절 때 개봉된 후 무려 2억 명 넘는 관객이 영화를 봤다. 비(非)할리우드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인터넷에는 ‘너자’ 캐릭터가 넘쳐난다. 관영 매체는 ‘중국 소프트 파워의 승리’라고 환호한다.   주인공 너자는 악동이다. 악신(惡神)으로 태어났기에 천상계(신들의 세계)에서 배척을 받았다. 부모의 사랑이 그를 바꿨다. 정의와 선(善)의 길을 선택한 그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 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을 가진 천상의 신들은 ‘그냥 정해진 운명을 살라’고 강요했다.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영화는 너자가 부조리한 권력 구조를 혁파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 화려한 영상, 코믹 캐릭터…. 재밌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 ‘절대 권위에 도전하는 스토리를 공산당이 허용했다고?’ 중국 당국은 젊은이들의 체제 반발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런데도 당은 너자2 상영을 막지 않았고, 오히려 흥행을 즐기고 있다. 이유가 뭘까.   방향을 틀었다. 영화 속 ‘절대 권력’이 가리키는 곳은 중국 공산당이 아닌 미국 백악관이다. 천상의 질서는 달러 패권으로 은유 된다. 천상계의 중심인 옥허궁(玉虛宮)은 펜타곤 건물을 연상케 한다. 달러(弗) 표시도 슬쩍 비친다. 이에 맞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너자는 ‘착한 우리 편’ 중국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질수록 천상의 패권 질서에 반발하는 너자는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저항의 에너지가 외부로 향하니, 당국으로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반미(反美) 코드’는 전통문화와 결합하면서 흥행을 키운다. 주인공 너자는 명(明)나라 시대 고전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에서 따왔다.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 청년들의 애국주의 정서에 딱 어울리는 캐릭터다. 애국주의, 전통 우월주의 등은 중국 영화의 흥행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작년 히트한 애니메이션 영화 ‘장안삼만리(長安三萬里)’, 인기 게임 ‘흑신화: 오공(黑神話:悟空)’ 등도 고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들은 모두 중화 민족의 화려한 부활을 외치는 시진핑(習近平)주석의 ‘중국몽(中國夢)’과 연결된다.   너자2의 흥행은 중국 젊은이들이 시나브로 중국몽 이데올로기에 젖어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공산당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 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시진핑 체제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한우덕 / 차이나랩 선임기자중국읽기 열광 애니메이션 영화 할리우드 영화 패권 질서

2025-02-19

신작 일본 영화들 '무료' 시청.. 한국어도 지원

  JFF 시어터(JFF Theater)가 공식 웹사이트(사진)에서 언어 지원에 7개국어 추가하고 7편의 새로운 일본 영화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일본어와 영어 외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태국어, 베트남어까지 총 16개 언어가 제공된다.     JFF시어터는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 전 세계에 일본 영화와 영상을 대중화하기 위해 출시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다국어 자막과 함께 일본 영화와 영상을 무료로 배포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7편의 신작 중 주목할 만한 3편은 ‘마이 브로큰 마리코(My Broken Mariko, 2022)’, ‘행복의 빵(Bread of Happiness, 2011)’, ‘프로젝트 드림즈: 마징가 Z 격납고를 만들어라!(Project Dreams - How to Build Mazinger Z's Hangar, 2020)’이다.     '마이 브로큰 마리코'는 인간의 내면을 따뜻하게 그리는 다나다 유키 감독 작품으로 동명의 인기 만화가 원작이다. 여성 간의 깊은 우정과 치유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행복의 빵'은 따뜻한 인간애와 힐링을 담은 드라마다. 미시마 유키토 감독의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을 배경으로 한 감성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프로젝트 드림즈: 마징가 Z 격납고를 만들어라!'는 일본 영화 팬들에게 익숙한 '마징가 Z'의 격납고를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신작 7편은 5월 1일까지 JFF 시어터(en.jff.jpf.go.jp/)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은영 기자일본 한국어 언어 지원 영화 팬들 온라인 스트리밍

2025-02-09

‘한국영화’의 여정 재조명…신간 ‘한류우드’ 출간

  ‘기생충’ 같은 대작부터 ‘올드보이’, ‘아가씨’, ‘부산행’ 같은 컬트 명작에 이르기까지, 한류를 타고 K무비가 전 세계 영화 산업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신간 ‘한류우드(Hallyuwood:The Ultimate Guide to Korean Cinema·사진)’는 190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의 역사를 다룬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탐구서다. 황금기 클래식부터 독창적인 독립 영화까지 100편 이상의 주요 작품을 조명한다.     아시아 영화 전문가이자 작가인 저자 바스티안 메이레손은 한국 영화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성장했는지, 지난 125년 동안 이를 형성해 온 문화적, 역사적, 정치적 요인들을 상세히 분석한다. 메이레손은 ‘아시아 영화 사전(The Dictionary of Asian Cinema)’을 포함한 여러 책을 저술했다. 또 다양한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 프로그래머와 예술 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는 몽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등 여러 국가의 회고전을 기획하고 인도네시아 액션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Garuda Power(2014)’의 감독이기도 하다.     ‘한류우드’는 생생한 영화 스틸 이미지와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를 통해 한국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하며, 독자들에게 독창적이고 짜릿한 영화 세계를 탐험할 완벽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영문판으로 아마존에서 판매중이다.   이은영 기자한국영화 한류우드 여정 재조명 아시아 영화 한국 영화

2025-01-26

[보험 상식] 영화 '국제 시장'의 교훈

한국은 물론 미국 한인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모은 영화 ‘국제 시장’. 최근 들어 한국의 좌우대립이 격화되면서 뜬금없이 ‘우파 영화’로 지목돼 기억에서 소환된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피난 내려온 한 소년이 아버지를 대신해서 가장의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생애를 사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     홀로된 어머니와 동생들의 앞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고 베트남 전쟁과 서독 광부 지원 등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 맞서며 가장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온 주인공. 노년에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보며 독백처럼 말하는 ‘힘들었다’는 대사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가장들은 물론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가장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혹시나 찾아올지 모를 아버지를 기다리며 평생 가게를 팔지 않고 한 자리를 지켰던 잡화점 ‘꽃순이네’는 지금 국제시장의 명물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됐다고 한다.   어쩌면 영화에서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이민 온 한인 1세대들의 삶은 영화 주인공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낯선 언어와 환경뿐인 이국땅에서 한 걸음 한 걸음씩 자리를 잡으며 자녀들을 교육하고 가족의 터전을 일궈낸 한인 가장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또 다른 버전의 ‘국제 시장’임이 분명하다.   주인공이 살았던 시대는 그저 열심히 일하고 그 대가를 누리던 사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의 안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또 한가지 해야 할 선택이 있다. 바로 보험이다.     가장에게 의지해 살아가는 가족의 안녕을 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가장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동차의 에어백이 운전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적인 안전장치인 것처럼 생명보험은 가족의 미래를 지켜주는 안전장치다.     가장의 무게는 무겁다. 그리기에 가장의 존재는 가족의 안녕과 행복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 가족의 가장이나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생명보험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에어백이 없는 자동차를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평소에는 아무런 차이점이 없지만 정작 큰 교통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과 안전벨트의 존재는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요소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미국 내 일반 가정에서 파산 등 재정 파탄에 이르는 케이스의 절반 이상이 가장의 사망이나 부상, 질병 등에 기인한다는 통계가 있다. 부모와 가장의 입장에서 가족들을 위해 안전한 에어백을 마련해두는 것은 선택 이전에 필수적인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막상 불의의 사태가 닥쳤을 때 생명보험은 한 가족의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생명보험은 필요성을 느꼈을 때 가입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험료도 비싸지고 정상이었던 건강상태에 당뇨나 혈압, 간수치, 콜레스테롤 등 이상이 생기면 또 그만큼 비싼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보험료가 부담된다면 비교적 보험료가 저렴한 기간형 보험을 고려해보자. 한 번의 점심값 정도면 생명보험에 가입이 가능하며 필요한 경우 차후에 이를 평생형 보험으로 전환하는 옵션도 있으니 충분한 장점이 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로 필요한 안전장치가 바로 생명보험이다.   ▶문의:(213)503-6565 알렉스 한 / 재정보험 전문가보험 상식 영화 국제 영화 국제 국제 시장 영화 주인공

2025-01-22

5달러로 영화보러 가자

      시네플렉스(Cineplex)가 캐나다 전역에서 한정 기간 동안 5달러 영화 티켓과 5달러 팝콘 프로모션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시네플렉스 발표자료에 따르면, 시네플렉스는 "이번 겨울 캐나다인들이 추운 날씨를 피해 영화, 게임,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모션은 1월 14일부터 2월 11일까지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며, 영화 티켓(일반권)과 팝콘(작은 사이즈)을 각각 5달러(세금 별도)에 구매할 수 있다.   팝콘은 기본 제공되지만, 추가 토핑을 원할 경우 별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온라인으로 티켓을 예매하면 최대 1.50달러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다.   더 특별한 영화 경험을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Cineplex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프로모션은 3D, IMAX®, UltraAVX®, D-BOX®, 4DX®, ScreenX®, VIP 상영관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그러나 비영화 상영작이나 시네플렉스 이벤트 관람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Scene+ 멤버십 회원이라면 화요일 티켓 구매 시 추가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Cineplex는 이번 팝콘 프로모션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제공되지만, 화요일 할인 티켓은 연중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캐나다 관객들은 최신 영화들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프로모션 관련 자세한 사항은 시네플렉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영택 기자 [email protected]시네플랙스 영화관 영화 팝콘

2025-01-13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 하얼빈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 당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이런 말을 해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차디찬 하얼빈 감옥에서~” 아니다. 안중근 의사는 당시 러시아 영토였던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그리고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점령하고 있던 차디찬 ‘뤼순’ 감옥에 계시다가 거기서 사형당하셨다.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제작 발표되었다. 고국의 평론가들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비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첫째, 이 영화를 비판했다가 ‘매국노’라든지 ‘친일파’라는 오명을 쓰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둘째, 이 영화는 CJ 엔터테인먼트라는 대기업이 제작했다. 대부분의 배우나 영화 평론가들은 직/간접적으로 이 회사와 관계가 있고, 자신들의 밥줄이 걸려 있으니 밉보이기 싫은 것 같다. 이 두 가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나는 작정하고 비판을 좀 해보겠다.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니 영화에 감동받으신 분들은 이 다음부터는 읽지 마시기 바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상미에만 집중한 촬영이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출연 배우들은 어두운 긴 겨울 코트를 입고 정지된 자세로 서 있는 모습이 반복되었고, 카메라는 지나치게 멀리 떨어져 있어 배우들의 감정 표현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배우들이 느끼는 긴장감이나 고뇌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폭탄을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도 현실감은 전혀 없었다. 배우들은 중간에 쉬는 동안 밥을 먹거나, 잠자리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모습 대신, 마치 CF를 찍는 듯한 정지된 포즈로 저 멀리 풍경을 멋있게 응시한다.   영화의 대사들은 너무나 뻔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어 극의 몰입감을 크게 저하시켰다. 마치 초등학생이 쓴 듯 단순하고 유치한 대사들은 인물들의 깊이나 논리적인 극 전개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었으며, 역사적 배경의 무게감을 살리지 못했다. 기다리던 동지가 나타나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와 같은 뻔한 말을 한다. 기차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극의 논리적인 흐름을 표현하는 데 써야 할 귀중한 시간을 “우리 같은 독립운동가들이야 뭐 어쩌겠소”와 같은 초등학생 수준의 단순한 대사로 낭비해 관객의 지루함을 배가시켰다.   스토리는 비논리적이고 상황에 맞지 않게 전개되었다. 가상의 인물들을 만들어 실존했던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을 표현하려 했으나, 비현실적인 내용과 구성은 재미와 리얼리티를 모두 놓치는 이야기 전개로 지루함만 더해주었다.     극중 시종일관 안중근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던 ‘이창섭’은 죽기 전에 갑자기 모리 소좌 앞에서 한국말로 안중근에 대해 거룩한 칭송을 한다. 아무런 논리적 설명도 없이 말이다. 고문으로 일제의 밀정 노릇을 하던 한 독립운동가는 마지막 장면에서 모리 소좌의 목에 칼을 꽂는다. 일본군 장교가 독립군 밀정을 외진 곳에서 몸수색도 하지 않고 혼자 만났을까? 실제 역사에서는 우덕순이 채가구역에서, 안중근은 하얼빈역에서 각각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채가구역에서는 러시아군 때문에 저격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때문에 하얼빈역에서 안중근 의사가 저격에 성공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는 우덕순 또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영화에서 모리소좌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중근만 찾아다닌다. 또한 실제 역사는 이때 검거된 우덕순이 훗날 일제의 밀정으로 활동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영화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조국을 잃은 젊은이의 고뇌를 안중근 역의 현빈이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몹시 괴로워하며 건너는 모습으로 표현한 장면 하나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 하얼빈 하얼빈 감옥 안중근 의사 영화 평론가들

2025-01-09

사랑과 상처로 엮인 가족…고립 속 따뜻한 빛

해마다 연말이 되면 각 언론사로부터 쏟아져 나오는 ‘올해의 베스트 탑 10’ 리스트. 영화에서 ‘베스트’란 무얼 의미하는 걸까.     흥행, 오락성, 작품성 또는 예술성의 측면을 종합해 선정하는 영화상이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반면 평론가들은 예술성, 작품성만을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다. 작품성이 흥행을 담보하지 않는 것처럼, 흥행이 작품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영화에도 히든 잼, 숨어 있는 보석들이 있다. 나만의 취향, 나의 성향이 적용되어 각자의 히든 잼 리스트도 달라지겠지만, 오늘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서 제외될 것이 분명한, 그러나 평론가들이 그들의 ‘베스트 탑 10’에서 빼놓지 않은 ‘가족 영화’ 3편을 선별했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All We Imagine As Light)   인도 뭄바이의 간호사 프라바는 독일로 일하러 간 남편과의 연락이 끊긴 상태다. 어느 날 그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으면서 혼란스러워진다.     룸메이트 아누는 무슬림 남친과 함께 지낼 장소를 찾지만 늘 헛수고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딱한 처지.     두 여인은 몸바이의 밤거리를 헤맨다. 함께 사는 두 간호사는 해변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두 주인공의 여행을 통해 접하게 되는 인도의 풍경이 아름답다. 꿈을 찾아 꿈의 도시 뭄바이로 모여든 사람들을 스케치하는 다큐풍의 오프닝이 매우 구체적으로 분주한 이곳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30년만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인도 영화로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데뷔작이다. 가족에 대하여 탐구하고 조용히 명상에 잠겨보는 영화다.     인도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 그들을 구속하는 관습,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가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 카파디아 감독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터치가 인도 여성들의 일상에 숨어 있는 심리적 압박을 조용히 들추어낸다. 그들의 삶에 베어 있는 종교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감상적이지도 강렬하지도 않게 그러나 진솔하게 표현된다.     영화는 인도 노동계층 여성들이 감당해야 하는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캐릭터가 충돌하면서 사람들은 상처를 받고 도시를 떠나고 싶어한다. 떠난 그들은 다시 뭄바이로 돌아간다. 대도시, 그리고 고립감의 아이러니 속에서 뭄바이 사람들은 오늘을 살아간다.     걸스 윌 비 걸스(Girls Will Be Girls)   히말라야 근처의 작은 마을. 엄격한 기숙학교의 16세 모범생 소녀 미라는 전학 온 학생 스리의 자유분방함에 매료된다. 미라가 첫사랑에 빠지는 순간, 성적 자아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심이 동시에 이 사춘기 소녀를 혼란에 빠뜨린다.     성장의 시간, 그녀의 자각을 방해하는 건 한 번도 인생의 질풍노도를 경험한 적이 없는 어머니 아닐라다. 미라의 성장통은 어머니로 인해 더 아프다. 영화는 쉬운 답에 만족하지 않고 성장의 아픔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간다.   딸을 통제하려는 어머니, 반항기의 미라 사이에 스리가 개입하면서 영화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하는 관계, 그리고 궁극적으로 딸과 엄마의 성장담을 동시에 포착한다.     어머니 아닐라 역의 카니 쿠스루티는 올해 가장 주목받은 아시안 배우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두 청소년 배우 프레티 파니그라히(미라), 케사브 비노이 키론(스리니바스)의 열연도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작가이자 감독인 슈치 탈라티 감독의 데뷔작으로 선댄스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성장기 딸과 엄마 사이의 갈등과 성장통을 다루면서도 영화는, 엄마와 딸 사이의 유대감보다 더 깊은 유대감은 없다는 메시지로 결론에 이른다. 몰입하게 되는 영화, 사랑스러운 영화다.     그의 세 딸들(His Three Daughters)   뉴욕의 한 아파트. 임종이 임박한 아버지와 그의 세 딸 사이에서 3일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따라간다. 각기 다른 어머니를 둔 세 자매 사이에 아버지의 죽음이 들어서면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조금씩 우리는 그들의 ‘폭로’되는 과거를 보게 되고, 그들 사이에 미묘하고 예민한 감정적 균열을 관찰하며 궁극적으로 감독의 관점에 공감하게 된다.     케이티와 크리스티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는 재혼하여 새 아내의 딸 레이첼을 자신의 딸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한 남자에 의해 연결된 세 여성이며, 아버지는 성격이 각기 다른 세 자매를 동등하게 사랑한다. 피보다 훨씬 더 진한 유대감이지만, 세 자매는 아직 그것을 모른다.     아버지와 함께 사는 레이철(나타샤 리옹)은 하루 종일 대마초를 피워대며 스포츠 도박에 빠져 있다. 모든 사람과 단절된 삶을 사는 외로운 영혼 레이첼과 대조되는 장녀 케이티(캐리 쿤)는 엄격하고 절제하는 스타일, 그러나 늘 짜증으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로부터 안락사에 동의하는 서명을 받아내는 일에 집착한다. 크리스티나(엘리자베스 올슨)는 상반된 성격의 두 자매와 달리 긍정적이며 되도록 불만을 자제한다.   협소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실내극으로 대사가 많다. 그러나 가족원들 사이에 폭로가 예견되는 전개로 스릴과 몰입감이 넘친다. 삶은 가족을 가르고 그 균열은 극대화된다. 가족원들 사이의 폭로라 더욱 가슴 아프다. 세 자매 모두를 무너뜨리는 파국에 이르는 듯한 종결부.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은 세 자매를 다시 하나로 이어준다. 때로는 비통하기까지 한, 그러나 공감하게 되는 세 자매 역의 살아있는 앙상블 연기는 마스터 클래스 급이다. 아자젤 제이콥 감독은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고 배우들이 직접 캐릭터를 해석하게 하는 방식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모든 가정이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그의 세 딸들’은 어찌 보면 서로 사랑하고 그 가운데 균열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사랑하는 방식이 서로 다를 뿐. 김정 영화평론가가족 사랑 가족 영화 칸영화제 경쟁 인도 뭄바이

2025-01-08

영웅과 전설들로 현재가되는 과거

올해로 3회를 맞은 ‘영웅과 전설 (Heroes and Legends)’ 프로젝트에 한인사회 10명의 롤모델이 선정됐다.   크리스토퍼 리 감독이 주도해온 이 프로젝트에는 올해 에이든 안 (15), 유진 조 (16), 애쉴리 함 (17), 조이 한 (16), 셀린 홍 (18), 다니엘 킴 (17), 김규빈 (17), 토리 문 (17), 김주원 (17), 신수빈 (16), 로랜 선 (15), 헤더 양 (16) 등 한인 2세 청소년들이 롤모델 선정과 책 제작 및 발간에 참여했다.   올해 선정된 ‘영웅과 전설’은 UC 리버사이드 교수 장태한, 한미특수교육센터 소장 로사 장, 사회봉사자 나주옥 목사, 애니메이션 영화감독 피터 정, 작곡가 진정우, 마취의사 강정애, 화가 김소문, TV 편집자 얼빈 백, 다루 이사장 박창규, 그리고 소프라노 가수 여선주이다.   선정된 영웅들은 스포츠 스타, 전쟁 영웅, 영화 속 주인공, 노벨상 수상자, 예술가, 과학자 등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 낸 인물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평범하게 보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같은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은 각기 다른 절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영원히 기억될 수 있도록 그들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셀린 홍 학생은 “우리는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마음으로 소통하고, 행동으로 배우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리 문 학생도 “우리 영웅들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 그들의 지혜를 받아들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의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는 1월 25일 용수산에서 영웅들과 학생들과 가족들 모두 참여해 북 사인회와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한다. 영웅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또한 USC 한국학연구소, USC 한국 헤리티지 도서관은 영웅들을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리 감독은 “지난 3년간 만난 영웅들과 함께 우리 문화와 청소년 리더십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하며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한인사회의 기성세대들의 노력과 이야기를 기록해 그들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전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게시판 전설 영웅과 전설 영웅 영화 우리 영웅들

2025-01-06

[K-무비 & 드라마] 한국 영화, 미국 시장서 지평 넓혀간다

한국 영화가 올해 글로벌 영화 시장, 특히 미국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며 다시 한번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과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2020) 이후 한국 영화는 꾸준히 미국 대중과 평론가들로부터 인정받아왔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 영화 활약상은 ‘아카데미상’으로 시작을 알렸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다. 최근 한국 영화, 배우가 잇달아 상을 거머쥐며 시상식 내 한국 영화의 입지가 공고해지는 추세다.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이 지난 2021년 여우조연상을, 영화 ‘기생충’이 지난 2020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받으며 무려 4관왕을 달성했다.     지난해 3월 한미합작영화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 미국 영화 제작사 A24와 한국의 CJ ENM이 제작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2023)가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어렸을 때 한국에서 알고 지냈던 남녀가 20여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타지에서 한인 이민자들의 삶을 그려냈다. 한국계 캐나다인 영화감독 셀린 송이 연출을 맡았고 한인 배우 그레타 리와 한국인 배우 유태오가 주연 배우로 영화에 참여했다.     아쉽게도 ‘패스트 라이브즈’의 수상은 불발됐다. 그러나 미국 평단의 극찬을 받고, 미국 영화업계의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다. 영화 전문 웹사이트 ‘로튼 토마토’는 영화에 대해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설득력 있는 통찰을 제시하기 위해 섬세하게 묘사된 중심 캐릭터들의 인연을 활용했다”고 평했다. 또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58회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작품상, 제39회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제33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거머쥐었다.   아카데미상을 향한 한국 영화의 도전은 지난해 계속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2023)이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영화 ‘서울의 봄’을 오는 3월에 개최되는 제9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출품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봄’은 지난 1979년 12월 12일에 발생한 12·12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다. 한국에서 ‘1000만 영화’ 반열에 오른 데 이어 미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개봉했는데도 흥행 수익 100만 달러를 넘기며 지난 2023년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평단에서도 영화를 극찬했다. 평론가들은 ‘서울의 봄’이 지닌 정치적 주제와 보편적인 인간적 갈등을 치밀하게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영화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서울의 봄’에 대해 “역사적 사건을 뛰어넘어 인간성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주연 배우 황정민에 대해 “극의 중심을 잡는 배우로서 그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고 평가했으며, 또 다른 주연 배우 정우성에 대해서는 “냉혹하지만 인간적인 고뇌를 보여주는 복합적인 연기를 펼쳤다”고 전했다.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안타깝게도 아카데미상 시상식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제97회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숏리스트(예비후보)에 ‘서울의 봄’은 없었다.     그런데도 ‘서울의 봄’은 군사 쿠데타라는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을 미국 관객에게 널리 알리고 한국 영화가 단순히 수출 콘텐츠가 아닌, 글로벌 영화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위해 ‘서울의 봄’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홍정인 대표와 김성수 감독이 직접 나서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 등 10여개의 영화 단체와 소통하며 영화를 알리고, 지난해 11월 13일에는 컬버시어터에서 열린 ‘아시안월드필름페스티벌’에서 관객들과 만나 소통하는 등 홍보 활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밖에 다수의 한국 영화가 올해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배우 강하늘, 정소민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은 ‘라쿠텐 비키’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해 상반기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개별 구매 누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배우 이병헌, 박보영, 박서준 주연의 재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최민식, 김고은 주연의 ‘파묘’가 2위와 3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한국 영화의 성과에 대해 라쿠텐 비키 측은 “한국 영화는 액션, 스릴러, 로맨스, SF 등 다양한 장르의 뛰어난 작품성을 지닌 콘텐츠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한국 영화의 활약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다룬 영화 ‘하얼빈’이 오는 3일 미국에서 개봉한다. ‘서울의 봄’과 더불어 한국 역사를 미국 관객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앞서 지난해 9월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으로 북미 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평론가들은 ‘하얼빈’을 역사적인 소재에 기반한 흥미로운 각본과 시각적 비주얼을 화면에 잘 담아냈다고 평했다. 캐머런 베일리 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에 대해 “역사적인 이야기를 놀랍게 그려냈다”고 언급했으며, 아니타 리 수석 프로그래머는 “촬영, 연기, 서사 모두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영화”라고 밝혔다.     한국 영화는 이제 단순한 국가적 콘텐츠가 아닌, 전 세계가 주목하는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패스트 라이브즈’, ‘서울의 봄’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미국 관객들에게 감동과 깊은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영화가 가진 독창성과 완성도를 증명했다. 올해도 한국 영화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무대에서 더욱 강렬한 발자취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준 기자K-무비 & 드라마 미국 한국 한국 영화 전미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 한국인 배우

2024-12-31

[1990년 영화 올해 기준 환산] 연 120만불 벌어야 '나 홀로 집에' 거주

크리스마스 시즌 대표적 클래식 영화인 1990년 영화 ‘나 홀로 집에(Home Alone)’. 크리스마스를 맞아 맥칼리스터 부부가 막내아들 케빈을 실수로 집에 두고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8세인 케빈은 홀로 대저택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2인조 도둑을 물리친다.     그 당시 거대한 고급 대저택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화려한 생활은 영화 관객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맥칼리스터 가족은 얼마나 부유했을까. 영화 속 맥칼리스터 가족의 생활 수준을 현재 경제 상황으로 분석해 보면 부유함 이면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볼 수 있다.     CBS 방송은 지난 24일 올해 기준 이 가족의 자산 가치를 계산하고 재정을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어드바이스를 소개했다.       지난 5월에 영화 촬영 장소였던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위넷카 지역에 있는 저택이 매물로 나왔다. 1921년에 건축된 저택은 2012년 현 주택소유주가 158만 달러에 매입했다.     2018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12년 만인 지난 5월 호가 525만 달러로 부동산 시장에 나왔다. 5베드룸, 6배스룸을 갖춘 총 9000스퀘어피트의 이 맨션 주택을 구매하려면 모기지 월 상환액, 재산세, 유지비 포함 월 3만4000달러의 비용이 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소득은 연간 120만 달러. 이 정도면 국내 상위 1% 가구 소득 수준이다.     영화에 등장한 자동차는 1990년대 초반 자동차 시장에서 최고 인기 모델인 1986년식 뷰익 일렉트라 에스테이트 왜건과 1990년식 뷰익 르사블이다.     현재 두 자동차 가치는 각각 4만 달러 이상으로 차 보험료와 유지비를 포함하면 연간 수천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맥칼리스터 가족이 떠난 파리 여행은 현재 기준 2만5000달러. 일등석 기준은 5만5650달러가 소요된다. 이는 항공료, 숙박비, 식사비, 관광 등을 포함한 비용이다. 다자녀 가구 경우 파리 여행은 큰 재정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재정전문가들은 맥칼리스터 가족의 재정 상태에서 개선이 필요한 몇 가지 부분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생명보험과 장애보험을 통해 부양가족의 생활 보호를 개선할 점으로 꼽았다. 대규모 재산 보호를 위해 종합보험 가입으로 법적 책임 위험 대비도 조언했다. 또 맥칼리스터 가족처럼 다자녀를 둔 가정은 유산 상속 계획을 통해 자녀들의 미래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재정적 안전성을 유지하는데 필수다.     전문가들은 “맥칼리스터 가족의 표면적 부유함 이면에는 대출 통한 생활 유지 등 재정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일 수도 있다”며 “현금 흐름 관리와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영 기자1990년 영화 올해 기준 환산 거주 시카고 자동차 가치 고급 대저택 크리스마스 시즌

2024-12-24

영화는 내 영혼…아시안 목소리 담고 싶다

한인 1.5세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들이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동남부의 명문사립 '애틀랜타 그레이터 주니어 시니어 크리스천 스쿨'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유펜)에서 정치학 학사,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영화, 하버드 대학원에서 정책학 등 석사 학위를 받은 정세윤씨는 지금까지 30여 편 영화의 프로듀서 및 감독을 맡았다.   2020년에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침묵을 깨다(Breaking the Silence)’로 오스카상 단편영화 부문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어둠 공포증(Nyctophobia)’이란 영화를 만들었다. 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악몽 등의 이유로 잠들기 두려워하는 주인공의 감정선을 그린 영화다.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에 따르면 정 감독은 지금까지 전 세계 영화제에서 68개의 상을 받았고 26개 상의 후보로 올랐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 감독은 아직도 미국의 영화계는 백인 중심이라며 아시아계 등 소수계가 이른바 주류 영화계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화된 영화, 즉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영화가 아닌 그가 만드는 실험주의적 영화는 관심을 덜 받고 있다고 했다. 감독으로서 더 권위적인 상을 수상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신념을 버리고 영혼을 팔 생각은 없다며 그가 추구하는 방향의 영화를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치학을 공부한 뒤 전공을 영화로 바꾼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학을 좋아했고 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부패한 정치인들도 많이 봤고 내가 현실 정치 현장에 뛰어들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 로펌에서 인턴도 했는데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전화 녹취를 정리하거나 문서를 검토하는 일이 따분하게 느껴졌다.”     -작품들을 보면 정치학을 공부한 영향을 받은 것 같다는 작품들도 많다.     “나는 정치와 사회 문제가 영화나 다른 예술 작품들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연관성을 못 보고 있는 것 같지만 나는 영화나 음악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도구라고 본다. 미국의 경우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곳임에도 아시아계, 흑인, 혹은 라틴계 커뮤니티에 대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데 이를 알리고 싶다.”   -개인 홈페이지를 보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알리고 싶다는 문구가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 다른 문제 등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미국인들은 아시안을 잘 모르는 것 같다. 타이완에서 왔든 일본에서 왔든 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은 그들이 소수계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다. 세계지도를 보면 가장 큰 대륙은 아시아다. 중국, 한국, 인도 등이 속해 있는 아시아는 인구도 제일 많고 소수계가 아니다. 그런데 미국 사회는 아시아인들을 소수 인종처럼 취급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음악이 됐든 영화가 됐든 말이다.”   -이런 상황은 영화계도 마찬가지인가.     “아시아계는 특정 모습으로 비춰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아시아계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무엇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들을 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의 방송이 더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 방송이 인기가 많은 것도 맞다. 하지만 이는 한국, 한국의 이야기지 한국계 미국인의 삶과는 다른 삶을 비추고 있다.”   -아시아계가 영화 업계에서 겪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하다.     “문화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영화계는) 백인들에 국한돼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문제만 봐도 알 수 있다. ‘침묵을 깨다’를 촬영할 당시 이 때문에 많이 어려웠다. 아시아인의 얼굴에 맞는 화장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찾으려 했는데 많지 않았다. 우리는 생김새도 다르지 않은가? 영화 업계에 있는 아티스트들은 백인이나 흑인 화장은 익숙해도 아시안들에 대한 경험이 적다. (방송 및 작품에 출연하는) 아시안들이 이상해 보이거나 덜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그러다 결국엔 이탈리아에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 작업을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아시아인들이 업계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백인을 비롯한 미국 감독들은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특정 악센트(억양)를 요구한다. 그런데 아시아인은 매우 다양하다. 아시아계 전체가 하나의 악센트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자란 2세, 3세 아시아계 배우들도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일차원적인 요구를 받는다. 라틴계나 유대인들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들어오면 이런 문제와 싸워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과거 재키 챈(성룡)류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지금의 아시아 관련 영화가 더 다양해진 것도 사실 아닌가.   “K팝 영향이 크다고 본다. K팝이 아시아계를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K팝은 여전히 K팝이다. 유타와 같은 곳에 가면 사람들은 K팝을 모를 것이다. 캘리포니아나 뉴욕에서나 유명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K팝이 아시안에 대한 시각, 특히 한국계 미국인에 대한 시각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맞다고 본다.”     -꼽기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침묵을 깨다’이다. 각본을 쓰는데 한 3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과거에도 위안부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대다수의 이야기들은 일차원적으로 접근한 작품이 많았다. 전쟁통에 일본군에게 공격을 당하는 이야기, 울고 있는 위안부 이야기, 뭐 다 이런 측면이다. 나는 위안부 시설에 끌려간 사람들의 삶이 정확히 어땠는지를 더 깊게 파악하고 싶었다. 대중들로부터 어떤 반응을 받게 될지 몰라 우선은 단편영화로 제작했다.”     -일차원적인 접근법이라는 묘사가 흥미롭다.     “타이완 위안부, 홍콩 위안부, 인도 위안부, 나아가 호주 위안부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한국인 위안부만을 다루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물론 대다수의 위안부는 한국 출신이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출신, 나아가 백인 위안부도 있다. 나는 이 문제를 국제적 문제로 만들고 싶었다. 유엔이나 미국 정부 등의 지지를 받고자 한다면 이렇게 국제적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최근 작품은 무엇인지.     “‘어둠 공포증(Nyctophobia)’이다. 밤이 되면 무서워하는 공포증을 뜻한다. 이런 증상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불을 끄고서는 잠을 잘 수 없다. 당연히 증상의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며칠이 지나면 잠을 자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계속 잠을 못 잔다. 나는 아이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 수준의 어둠 공포증을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렸을 때 이를 앓았는데 나중에 사라졌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이 증세가 재발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건지.   “(팬데믹 당시) 나는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것들이 문을 닫았고 사람들이 업계를 떠나기 시작했다. 영화를 꼭 만들고 싶었고 업계를 떠나기 전 단 하나만 만들 수 있다면 이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팬데믹 당시 내가 실제로 경험한 일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던 시기였다.”   -예고편을 보고 왔는데 무서워 보이더라. 영화 전체가 다 공포물인지.     “어둠 공포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는 실험주의적(experimental) 영화다. 대화도 하나도 없다. 주연 한 명이 계속 움직이는 모습만 담겼다. 악몽을 꾼다거나 꿈에서 나쁜 사람을 만나는 모습을 비춘다. 잠에서 깰 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된다. 줄거리는 이 여성이 잠에 들고 싶어하는 모습에 집중돼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말했다시피 대화가 하나도 없다.”   -어떤 평론가가 당신을 실험주의적 영화감독이라고 묘사한 글을 나도 봤다. 이런 표현에 동의하는지.     “나는 이런 구성을 좋아한다.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세 개의 장으로 영화를 구성한다는 등의 규정화된 법칙을 따라야 한다. 나는 이런 제한이 싫다. 팬데믹 당시 제한된 제작 환경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구해 영화를 촬영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고 본다.”     -영화 업계에 규정화된 틀이 있다는 건 몰랐다.     “팬데믹 때나 지금이나 영화감독이라면 업계가 원할 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 그냥 자신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만들 수는 없다. 영화가 인기도 없을 것으로 보이면 극장에도 안 걸린다. 그래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성향이 있다. 이 업계에서 생존, 즉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실험주의적 장르가 마음에 든다.”     -팀을 꾸리는 것은 어렵지 않나.     “어렵다. 나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각본을 쓰면 제작사 등의 승인 같은 것을 받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각본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들의 규칙과 요구를 따라야 한다. 돈은 많이 벌고 싶긴 하지만 이런 이유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 모든 게 다 돈과 직결돼 있다. 배포 문제도 어려운 부분이다. 수익을 내고 싶다든가 오스카상에 도전하고 싶다면 뭔가 현실과 타협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계속 실험주의적 영화를 할 계획인가.   “모든 영화감독이 똑같겠지만 나도 더 큰 상을 받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을 깨우치는 일도 하고 싶다. 나는 아무 의미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없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나는 지금 만드는 영화들을 계속 만들고 싶다. 아시아계와 다른 소수인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다. 큰 상을 받고 싶지만 타협할 생각은 없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영혼을 팔지 말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는 내 영혼을 팔고 싶지 않다. 나는 진실성을 유지하며 더 큰 상을 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영화감독 김영남 한인 영화감독 주류 영화계 실험주의적 영화

2024-11-20

어떤 영화와도 비슷하지 않다…올해 최대 화제작

2024년 발표된 영화 중 ‘화제성’ 측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영화가 ‘에밀리아 페레스(Emilia Perez)’라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보스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아무도 모르게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매우 특이한 스토리가 일단 주목을 끈다.     오늘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인 자크 오디아르가 보리스 라존의 2018년 소설을 각색, 연출한 이 영화는 2024년 칸 영화제에서 ‘아노라’와 황금종려상을 놓고 끝까지 경합을 벌였지만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상(그랑프리)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역사상 최초로 출연 여배우 4명이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공동 수상하며 커다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스페인 출신의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칸영화제 사상 최초로 연기상을 수상한 트랜스젠더 배우로 기록되며 영화제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프랑스의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인 ‘에밀리아 페레스’는 아카데미상의 전초전 성격을 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도 전체 2등에 해당하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2025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국제장편영화상 등의 주요 부문에 무난히 후보로 선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유색인종에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는 어느 날,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대부 마니타스 델 몬테(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로부터 의외의 제안을 받는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원했다며 비밀리에 성전환 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마니타스는 어릴 때부터 여성이 되길 꿈꿔왔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 때문에 그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웠고, 마약 카르텔의 보스로 발돋움하여 아름다운 여인 제시(셀레나 고메스)와 결혼,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왔다. 리타는 엄청난 액수의 보수를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마니타스의 제의를 수락한다. 그러나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이 있다. 제시와 아이들이 마니타스가 죽은 거로 믿게 하고 그의 수술에 대해 절대 알지 못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리타는 수술을 마친 마니타스가 가족을 떠나 ‘에밀리아 페레스’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그녀)의 삶을 새롭게 세팅하는 한편 제시와 아이들을 스위스로 이주시키는 데 성공한다.       여성이 된 에밀리아. 4년 후 거리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전단을 나눠주고 있는 어느 한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가족과 재회하길 원하는 그녀는 다시 리타를 찾아와 새로운 제안을 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두 여성은 곧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에밀리아는 과거 남성 시절 휘둘렸던 폭력을 회개하고 리타의 도움으로 카르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성전환 수술 전 카를로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스페인의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연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녀는 영화에서 성전환 수술 이전 두려움의 대상이던 카르텔 두목 마니타스와 여성의 성전환 이후의 부드러운 여인 에밀리아를 모두 연기한다. 여성이 된 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면서도 그녀가 무서운 범죄 조직의 보스였다는 사실이 수시로 상기된다. 이처럼 극명하게 상반된 1인 2역을 소화해낸 가스콘의 연기는 극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 영화를 살리는 건 조 샐다나의 연기다. 대중의 관심이 가스콘에게 몰리는 동안, 평단은 이 영화에서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인 샐다나의 연기를 더 높이 평가했다. 그녀가 연기하는 리타는 마니타스와 에밀리아에 비해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샐다나는 춤과 노래를 가미한 매혹적 퍼포먼스로 리타라는 캐릭터와 작품 전체에 영감을 불어 넣는다.   가수 생활을 접고 연기에만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셀레나 고메스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진일보 성장한 모습을 보인다. 가스콘이나 샐다나처럼 스페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지 못하는 그녀는 영화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2개의 장면에서 노래를 불러 씬스틸러로 부상한다.   ‘에밀리아 페레스’는 오디아르 감독의 야심작임에 틀림없다. 한 작품 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다 보니 스토리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느낌마저 있다. 남편이 사라진 후 제시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영화는 느닷없이 멜로드라마로 전환된다. 한 편의 영화가 되기에 충분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드라마, 그러나 불필요한 서브플롯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스’는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으며 그 어떤 영화와도 유사하지 않다. 오디아르 감독은 복잡하고 강렬한 서사에 뮤지컬의 아름다움을 매끄럽게 조화시켰다. 범죄 스릴러에 감동이 있고, 음악의 서정에 분노가 있다. 비극적 주제, 그러나 희극적으로 전개되는 장면들이 관객을 설득하는 이유는 뮤지컬 형식을 매끄럽게 차용한 연출 역량과 스토리의 맥락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음악 때문이다.   프랑스 가수 카밀이 작곡한 음악은 오페라 발라드부터 댄스, 팝, 힙합 등 모든 장르를 포괄적 그리고 산발적으로 활용한다. 리타는 자신을 차별대우하는 사회에 대해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리타의 캐릭터를 더욱 적절히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건 대사보다 내면에 잠재한 갈등,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판 의식을 담아 부르는 그녀의 노래다.     ‘에밀리아 페레스’는 복잡한 스토리, 대담한 시도들과 그 독창성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았던 오디아르 감독의 강렬하고 거친 성향의 연출 스타일을 이해한다면 관객의 양극화된 반응은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의 2015년작 ‘디판’은 종종 최악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소환된다.   기이한 뮤지컬, 범죄 스릴러, 페미니즘 영화, 로맨스, 코미디 등의 다양한 방식에 마지막 3장은 폭력 가득한 누아르 풍으로 전개된다. 시종 관객을 압도하는 흥미진진함과 예측불허로 갈수록 몰입도가 극대화되어 간다.     ‘에밀리아 페레스’의 중심에는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판의 날이 서 있다. 영화는 트랜스젠더의 삶을 통해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사회의 관행과 부조리를 맹렬하게 비웃는다.   김 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화제작 영화 칸영화제 사상 여우조연상 국제장편영화상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2024-11-13

[아름다운 우리말] 반지하와 옥탑방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한국 영화가 갑자기 세계 속으로 등장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각지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한국 영화의 수준과 재미가 이미 할리우드의 수준을 넘었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인 방송의 배급이 시작되고, 코로나19라는 위기와 맞물리면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는 그야말로 천정부지입니다. 서구 시장에 그 시작을 알린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말에도 있었지만, 자막을 통해서 영화를 감상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에게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다가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벽을 봉준호 감독이 깨뜨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영화 기생충에서는 재미있는 번역이 많아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옥스퍼드로 번역한다든지 하는 장면들입니다. ‘반지하’와 ‘짜파구리’도 번역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반지하 방에 사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서구인에게는 충격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반지하는 한국에서 서민 생활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반지하 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지하라는 말을 문화적으로 번역한다면 수많은 함의가 있을 겁니다.   반지하는 첫째,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입니다. 늦게 해가 뜨고 빨리 지는 어두운 곳이기도 합니다. 어두움이라는 상징이 나올 수 있습니다. 둘째, 반지하는 사생활의 보장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쳐다보고, 들여다봅니다. 때로는 노골적으로 엿보기도 하는 곳입니다. 쳐다보는 게 싫어서 하루 종일 커튼을 치기도 합니다. 더 어두워지는 곳이지요. 셋째,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먼지가 들이닥치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곳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안락해 보이기도 하지만 언제든 인생의 종말로 갈 수도 있는 곳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은 가상의 공간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도 서울의 수많은 사람이 반지하에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고, 태풍이 불면 반지하는 늘 아슬아슬한 장소입니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해가 발생하면 늘 제일 먼저 비추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제일 늦게 보여주던 곳인데 말입니다. 반지하라는 공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주거의 빈부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지하와 반대되는 공간이면서 낭만적인 공간처럼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옥탑방입니다. 옥상에 있는 작은 방에서 사는 모습이 드라마와 영화에 자주 등장합니다. 시야가 탁 트이고, 화려한 네온사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죠. 종종 친구들과 모여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옥탑방은 때로 비가 새고, 춥고 더운 곳이고, 매우 저렴한 주거공간입니다. 반지하를 옥상으로 올려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지하가 가족의 공간이라면 옥탑방은 가난한 청년의 공간입니다. 서양의 펜트하우스와는 그야말로 거리가 멉니다. 천지 차이의 공간입니다. 그래도 옥탑방이 한국인에게 낭만으로 기억되는 것은 다행입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의 주거문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밝은 곳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도 많습니다. 부잣집의 건물은 주로 갤러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화려한 건축물이나 넓은 마당의 저택이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찾아보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지하와 옥탑방은 찾으려고만 마음을 먹으면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어두운 측면도 문화입니다. 어두운 부분, 어려운 부분에 대한 이해도 문화 이해에 중요한 부분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반지하 옥탑방 반지하가 가족 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

2024-11-10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