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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에 의해’는 불필요

‘~에 기초해’ ‘~로 말미암아’의 뜻으로 쓰이는 ‘~에 의해’가 있다. 그러나 전혀 필요 없는 곳에 집어넣거나 다른 말이 어울리는 자리에 마구 사용하는 등 ‘~에 의해’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에 의(依)해’를 남용하게 된 것은 일본어에서 자주 나오는 ‘~니욧테(~に依って)’ 또는 영어 수동태 문장의 ‘by~’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친구들에 의해 소외당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에 의해 높은 소질을 키울 수 있다”에서는 각각 ‘친구들에게’ ‘교육으로’가, “자연은 일정한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광고에 의해 자신의 욕구와 관계없는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는다”에서는 각각 ‘목적에 따라’ ‘광고 때문에’가 어울린다.   더 큰 문제는 ‘~에 의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영어의 ‘by’를 단순히 ‘~에 의해’로 번역해 우리말 체계와 다른 피동문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The book was written by Dr. Kim”을 대부분 “그 책은 김 박사에 의해 쓰였다”로 번역한다. 그러나 능동문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말로는 “김 박사가 그 책을 썼다”가 정상적 표현이다.   이러다 보니 요즘은 ‘~에 의해’를 사용한 피동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적 지위 이동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등이 그런 예다. 능동문인 “교육이 사회적 지위 이동을 좌우한다”가 자연스럽다.우리말 바루기 불필요 사회적 지위 우리말 체계 영어 수동태

2024-04-23

SAT 응시 10% 증가, 점수는 22점 하락

하버드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 제출 규정을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가운데, 응시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칼리지보드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고교 졸업생 SAT 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미전역에서 SAT에 응시한 학생 수는 191만3742명으로, 전년도(173만 명) 대비, 10% 증가했다.     인종별로는 백인 학생이 75만2632명이 응시하며 전체 응시 학생의 39%를 차지했다. 그 뒤로 히스패닉(46만2186명· 24%), 흑인(22만5954명·12%), 아시안(19만4108명·10%) 순이다.     응시자 수는 늘었지만, 점수는 하락했다. 전국 응시자의 평균 점수는 1600점 만점에 1028점으로, 전년도 점수(1050점)와 비교하면 22점이 떨어졌다. 특히 수학 점수가 2022년 521점에서 2023년 508점으로 크게 낮아졌다. 영어 점수는 520점으로, 지난해의 529점에서 9점 떨어졌다.   교육 관계자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수업 등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된 후 낮아진 학업 수준이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아시안 학생의 경우 평균 점수는 1219점으로, 전체 평균 점수보다 월등히 높지만 1년 전의 1229점보다는 10점 하락했다. 영어 점수는 596점에서 593점으로, 수학은 633점에서 626점으로 파악됐다. 아시안 학생의 평균 점수는 인종별 점수에서도 여전히 가장 높다.   한편 주별로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시험을 치른 학생 수는 12만2914명이다. 가주 학생의 평균 점수는 1082점(영어 546점, 수학 536점)이며, 아시안 학생은 1263점(영어 621점, 수학 642점)이다. 장연화 기자 chang.nicole@koreadaily.com응시생 하락 sat 응시생 영어 점수 수학 점수

2024-04-22

[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세상만사에 온갖 참견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표현이 떠오르는가. MZ세대라면 ‘오지라퍼’라고 대답할 듯하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 염치없이 행동하고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켜 요즘 말로 ‘오지라퍼’라고 한다.   ‘오지라퍼’는 ‘오지랖’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사 ‘-er’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그런데 ‘오지랖’이 원래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잘못 알고 쓰는 사람도 많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지랖을 자꾸 여미게 된다” “엄마는 오지랖을 걷어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그만큼 다른 옷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을 모두 감쌀 듯이 참견하고 다니는 것을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게 됐다. 이후 ‘오지랖이 넓다’는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사람을 비꼬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됐다.   ‘오지랖이 넓다’란 관용구는 많이 쓰이는 데 반해 ‘오지랖’이란 단어 자체만으론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오지랖’의 원래 뜻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났다.   또 관용구가 아닌 ‘오지랖’만 떼어내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로 표현하는 이도 많아졌다. “오지랖 좀 그만 부려” 등이 그러한 예라 할 수 있다. 이는 관용구의 영향력이 강해져 원뜻이 소멸해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영어 접사 단어 자체

2024-03-21

[네이티브 잉글리시] 콩글리시 영어 줄임말

한국에서 영어 단어 줄임말을 사용하는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굳이 긴 영어 표현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알파벳 몇 자로 그 의미를 대체한 영어 줄임말을 쓴다면, 기억하기 쉽고 한국어에도 녹여 쓰기 좋은 장점이 있다.   문제는 영어 줄임말을 영어에 사용할 때 생긴다. 실제 영어에서는 한국어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약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영어 줄임말 중 상당수는 영어 원어민에게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서는 보통 기술적이거나 과학적인 용어를 나타낼 때 줄임말을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SNS다. SNS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ocial Network Service를 줄여 쓴 약어인데, 만약 해외에서 만난 친구에게 SNS 계정을 알려달라고 하면 그 친구에게 의문이 가득한 눈빛을 받을 수 있다. 전문 용어인 SNS를 해외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소셜 미디어(Social Media)’라고 하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특정 플랫폼 명을 언급한다.   한국에서 유행한 또 다른 약어들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영어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어인 ‘딩크(DINK)’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를 일컫는 용어로 한국에서 많이 사용되지만 해외에선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 통계학자나 경제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용어일 뿐, 이런 약어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지 않는다. 외국인과 대화 시 이런 약어를 사용했는데 상대방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자세한 추가 설명을 통해 상대를 이해시키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축구 팬이라면 알 수 있는 단어인 ‘EPL’은 영국 잉글랜드 최상위 프로축구 리그를 나타내는 ‘English Premier League’의 줄임말이다. 다른 국가의 축구 리그와는 달리, 국가명을 따로 붙이지 않기 때문에 정식 명칭은 ‘Premier League’다. 따라서 EPL은 영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다. 해외에서 영국 프로축구를 얘기할 때는 EPL 대신 Premier League라고 해야 한다.   영어를 완전히 한글식으로 표현하여 영어 약어처럼 사용하는 경우에는 더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한국어 약어인데, 영어 work-life balance를 한국어 발음대로 쓴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앞글자만 딴 신조어다. 영어 표현에서 비롯되었지만 외국인에게 ‘워라밸’은 생소한 단어일 뿐이다. 비슷한 예로 ‘케바케’도 있다. 짐 불리 /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네이티브 잉글리시 콩글리시 줄임말 영어 줄임말 콩글리시 영어 영어 약어

2024-03-03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시조 창작 활성화·대중화 추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하 시를 낭송하는 시인을 방송에서 보면서 부러워했었다. 국제화에 성공한 모범적 예로 거론되는 일본 정형시 하이쿠에 대해서는 부언하지 않겠다. 한국 문화에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는 요즘, 잘 쓴 현대시조라면 국제화에 성공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영어 시조 그룹의 활동, 유튜브 영어 시조 강좌, 영어 시조전문지도 발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주 환경에서 ‘미래의 시조는 무엇을 원하는가, 시조의 미래’에 대한 탐구는 계속돼야 한다. 미주 시조가 재발족하면서 시조 창작 활성화와 대중화 추진이라는 목표를 세웠었다.     이에 맞춰 협회 연간지 ‘미주 시조’에서는 시조 창작론 논문, 미주 시조 시인들의 작품 흐름 등을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연례행사로 신인 발굴과 육성을 위한 미주 시조 신인문학상 공모전, 유명 시조 시인을 초빙한 무료 줌 화상 강연회로 시조 낭송법과 창작법 학습, 줌 미팅 형식의 시조 합평회를 신문에 공지할 계획이다. 신문 보듯이 시조가 독자에게 읽혀지고, 시조 읽는 즐거움으로 위안을 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은영 기자  문학단체장 새해 계획 활성화 대중화 시조 창작론 대중화 추진 영어 시조

2024-01-07

LA한인가정 43% 영어 미숙

LA카운티에서 한인 5가구 중 2가구는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7일 센서스국이 발표한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5년 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LA카운티내 7만7729 한인 가구 중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된 가구는 3만3430가구다. LA카운티내 전체 한인 가구 중 영어가 미숙한 가구 비율은 43%인 셈이다. 영어 제한 가구란 14세 이상 가족 구성원 중 유창한 영어 구사자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본지는 한인 다수 거주 지역인 LA시만 따로 집계해봤다.   LA시의 한인 가구는 총 4만4103가구다. 이중 절반 가량(2만1464가구·약 49%)이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다소 격차를 보였다.    LA한인타운 주요 집코드 3개 지역(90005·90006·90010)만 따로 추려봤다.   90005 지역의 경우 한인 전체 가구(4410가구) 중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2719가구) 비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90006 지역 역시 영어 미숙 한인 가구 비율은 61%(3422가구 중 2104가구)로 나타났다. 반면, 미드 윌셔 구역인 90010 지역의 영어 미숙 한인 가구 비율은 37%(1056가구 중 397가구)뿐이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는 총 3만2743 한인 가구 중 1만1682가구가 영어 사용에 제한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율로 보면 오렌지카운티 내 전체 한인 가구 중 약 36%에 해당한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영어 미숙 한인 가구는 전국 평균을 웃돈다. 전국적으로 보면 한인 가구는 총 53만1882가구로 조사됐다. 이 중 16만1401가구(약 30%)가 영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전국 한인 인구(혼혈 포함)는 197만7441명이다. 지난해 발표된 2017~2021년 ACS 5년 조사 당시(194만5880명)보다 1.62% 늘었다. 이중 가주 한인 인구는 56만7411만명이다. 전국의 한인 10명 중 3명이 가주에 사는 셈이다.    또, LA카운티에는 22만9144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 오렌지카운티는 11만2987명이다. 가주내 한인 인구 중 무려 60% 이상이 LA카운티와 오렌지카운티에 몰려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센서스 한인 한인 가구 한인 5가구 영어 구사자

2023-12-06

퀸즈 한인가구 중 절반은 영어 미숙

뉴욕 일원의 대표적인 한인밀집지역 퀸즈에 거주하는 한인가구 중 약 절반은 영어구사 능력이 제한돼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한인 가구 중 영어가 미숙한 비율은 약 30% 수준으로, 지역별로 격차가 큰 모습이었다.   7일 센서스국이 발표한 2018~2022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5년 통계에 따르면, 뉴욕 한인밀집지역 퀸즈 한인 가구(집에서 한국어를 사용) 1만8283곳 중 약 8209가구(44.9%)는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영어구사 능력이 제한됐다는 것은, 가구 구성원 중 14세가 넘은 유창한 영어구사자가 없는 경우를 칭한다.     퀸즈 중에서도 플러싱 일대를 포함하는 지역(우편번호 11354)의 경우, 총 2800개 가구 중 영어가 미숙한 곳은 1731곳에 달해 61.8%가 영어 소통에 자유롭지 않았다. 플러싱·머레이힐·퀸즈보로힐 지역(우편번호 11355)은 77.2%, 베이사이드(우편번호 11361)에선 한인가구 42.1%가 영어 구사 능력이 제한됐다.     영어구사가 힘든 한인가구 비율은 지역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전국 한인가구(53만1882개) 중 영어 능력이 제한된 가구 수는 16만1401개(30.3%)였고, 뉴욕주 한인가구 중에선 32.0%, 뉴저지주에선 32.3%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뉴저지 한인 밀집 지역인 팰리세이즈파크(우편번호 07650)의 경우 총 3627가구 중 1298가구의 영어구사 능력이 제한돼 35.8%가 영어 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파악된 전국 한인 인구(혼혈 포함)는 197만7441명으로, 지난해 발표된 2017~2021년 ACS 5년 조사 당시(194만5880명)보다 1.62%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뉴욕주 한인 인구는 14만6013명, 뉴저지주 한인 인구는 11만729명으로 직전 조사 당시(뉴욕주 14만2143명, 뉴저지주 10만9856명)보다 각각 소폭 늘어난 모습이었다. 뉴욕시(9만2370명), 맨해튼(2만1313명), 나소카운티(1만6449명) 등에서 모두 지난해 조사 당시보다 한인 인구가 늘어난 가운데, 퀸즈 인구는 같은기간 5만1484명에서 5만864명으로 줄었다.     뉴저지주의 경우 버겐카운티(6만4495명), 허드슨카운티(5956명), 미들섹스카운티(7122명) 등으로 파악돼 버겐카운티와 허드슨카운티에서 한인 인구가 증가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한인가구 영어 전국 한인가구 퀸즈 한인가구 뉴욕주 한인가구

2023-12-06

[열린광장] 평생 공부하는 사람들

영어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 외국어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교재와 사용법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교실이지만 예비 학생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이 60,70대로 보였다. 수십 년을 미국에 살면서도 영어 때문에 아쉬움이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해서 왔을 것이다.   둘러 보니 맨 앞자리 한가운데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단정한 옷차림에 머리를 깨끗이 빗어 넘긴 그는 강사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K 선생이었다. 그는 지금 아마 95세일 것이다. K 선생을 처음 만난 것은 교회의 공부하는 모임에서였다. 본인보다 젊은 사람과 어울리고 싶다며 억지로 들어온 분이었다. 그는 비록 한쪽 팔에 당뇨 측정기를 달고 다니지만, 매일 한 시간 이상 걷기 운동을 한다. 이런 자기관리 덕에 90세가 넘어서도 중국 등 여러 곳을 혼자 여행하는 분이다. 간혹 내 칼럼을 잘 읽었다며 연락을 주시곤 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인사를 하자 “아니 최 원장이 왜 여기를…” 하며 반갑게 잡는 손에 전과 같은 힘이 느껴졌다. 계속 공부하는 자세,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등등이 K 선생을 젊게 살게 하는 원동력일 것이다.   토요일 오후 봉사하는 교회의 문화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60, 70대가 많다. 어떤 분은 강의 참석을 위해 한 시간 이상 운전을 하고 온다. 이것 저것 질문하는 자세가 아주 진지하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이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지금은 시니어의 연륜과 지혜가 과거만큼 존중받는 사회가 아니다. 도리어 ‘노인 폄훼’ 모습까지 심심찮게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 자긍심을 갖고 떳떳하게 사는 방법은 계속 공부하며 세상을 보는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자신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여성 기업인 이상숙씨는  92세에 성공회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년 전 석사 학위에 이어 한국 최고령 박사가 됐다. 이 박사는 아침 7시부터 자정까지 공부했고 “알아가는 즐거움이 너무 커 계속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가이자 강연가인 조지 도슨은 뉴올리언스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많은 동생을 부양하느라 글도 배우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고, 점점 나아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살았다. 그는 나이가 들어 고향으로 돌아와 낚시로 소일하며 살다가 성인학교에서 글을 가르친다는 말을 듣고 매일 가서 공부를 했다. 그의 나이 98세였다. 그는 “공부하고 책을 읽는 즐거움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1세 때 글을 가르쳐준 교사의 도움으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책을 발간했고, 지금은 여러 곳을 다니며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전하는 강연을 하고 있다.      사도 바울은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진다”고 말했다.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배우고,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도, 시도해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날로 새로워지는 방법일 것이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공부 예비 학생들 영어 때문 영어 관련

2023-12-06

왜 영어 안될까…답답한 분들 오세요

콘보이 성인 영어교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주 월~금 오전 9시30분~정오까지 코리아센터 빌딩(중앙일보 소재) 1층 샌디에이고 한인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이 영어교실에는 12명의 성인 학생들이 누구보다도 뜨거운 향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이들 수강생들은 영어를 배워 자녀, 손주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관리 노하우를 나누고 사교도 겸할 수 있다고 영어교실의 장점을 치켜세운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이 영어교실의 자원봉사 교사로 나선 이는 최우영씨로 최씨는 학창시절부터 언어적 감각이 남보다 뛰어난 편이었다. 중고교 때 영어 실력이 이미 교사를 뛰어 넘는 수준이었고 월남으로 파병 간 기간에는 통역병으로 근무했다.     1971년 도미해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틈만 나면 학교에 등록해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누구나 알아주는 영어 실력자가 됐다. 미처 끝마치지는 못했지만 법대에도 진학했던 실력이었다. 거기에 오랫동안 주류를 대상으로 비즈니스 해오면서 실전영어는 더욱 강해졌다.     이러한 재능을 살려서 은퇴를 하면 교포들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리라 마음먹게 됐고 한국에 잠시 나가 성균관대 경제개발대학원에 다니는 동안에도 영어를 가르치며 남다른 티칭 노하우를  쌓았다. 팬데믹 전에는 샌디에이고 노인회에서 5년간 가르친 경력도 있다.   최씨의 강의는 특히 한국인이 취약한 영어 발음이나 연음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 우리말에는 없는 영어발음들을 어떻게 발음할 것인가를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을 활용해 가르치고 각 상황에 따라 연음법칙이 적용되는 것에 대해 원어민처럼 소리 내어 연습하라고 지도한다.   그는 "남보다 영어를 좀더 사용하고 좀더 고민하면서 한국사람들이 왜 영어가 안될까, 특히 발음을 잘하는 것, 영어를 보다 자연스럽게 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용해 봤다"면서 "발음을 신경 쓰면 상대방이 말하는 영어도 더 잘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영어를 잘한다는 사람들도 이 수업에서 알려주는 방법대로 연습하면 더욱 매끈하고 자신있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봄부터 최씨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주은숙씨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공부했더니 어느새 귀가 트이는 것을 느낀다"며 "특히 선생님께서 딱딱한 교과서가 아니라 유튜브 영상이나 일상에서 알면 좋은 상식을 동반해 가르쳐 주니 삶의 현장에서 바로 바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오순남 씨도 "선생님이 영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이 있어, 영어를 매개로 두루 두루 정보를 알려주니 이 영어교실에 오는 것이 매일  즐겁고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 무료 영어교실은 연령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문의:(619)818-8940   글·사진=서정원기자영어 영어교실 영어 실력자 무료 영어교실 성균관대 경제개발대학원

2023-12-01

메리엄웹스터 올해의 단어는 ‘진짜’

‘진짜의’, ‘진품의’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어센틱’(authentic)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 메리엄웹스터의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27일 메리엄웹스터는 단어 조회수와 검색량 증가 정도 등을 토대로 올해의 단어를 ‘어센틱’으로 선정했다. AP통신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하는 가운데, 딥페이크(deepfake·AI를 활용해 인물의 이미지를 실제처럼 합성하는 기술)가 흥하고 객관적 사실·진실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탈 진실(post truth) 시대의 양상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어센틱’의 검색량은 이전에도 많았지만, 올해에는 일 년 내내 전례없이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서 ‘어센틱’을 찾아보면 “거짓이나 모방이 아닌, 진짜의, 실제의”라는 풀이가 첫 줄에 나온다. 이어 “자신의 인격이나 정신, 성격에 충실한”, “원본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나 수행된” 등이 뒤따른다.   메리엄웹스터는 올해의 단어 후보에 올랐던 다른 단어들도 함께 소개했다. ‘엑스’(X)는 트위터의 새 이름이 되면서 검색량이 급증했다. 이스라엘 집단농장·정착촌을 뜻하는 ‘키부츠’(kibbutz)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후 찾아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메리엄웹스터 단어 메리엄웹스터 올해 단어 조회수 영어 단어

2023-11-28

영어 미숙 한인 학생 LA보다 OC에 많다

영어가 미숙한 한인 학생이 LA지역보다 오렌지카운티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신규 이민자 유입 등으로 인해 한인 거점 지역이 LA카운티에서 오렌지카운티로 분산되고 있음을 반영한다.   본지가 가주교육부의 최신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회계연도(2022~2023)에 오렌지카운티 내 공립학교(K-12)에서 영어 학습자(English Language Learner·이하 ELL)로 분류된 한인 학생은 총 2417명이었다. 이는 오렌지카운티 내 전체 ELL 학생 중 히스패닉계(7만1007명·78.65%), 베트남계(6876명·7.62%)에 이어 세 번째(2.68%)다.   이는 같은 기간 LA카운티내 한인 ELL 학생 수(2135명)보다 많다. LA카운티의 경우 한인 ELL 학생은 전체 대비 0.88%에 불과하다.     ELL로 분류된 한인 학생 비율만 놓고 보면 오렌지카운티가 LA카운티보다 높은 셈이다. 심지어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한인 ELL 학생 비율은 10년 전(2012~2013·2.38%)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가주에서는 미국 출생자라 해도 가정에서 영어 이외에 언어를 사용할 경우 공립학교 등록 후 30일 내로 영어능력평가시험(ELPAC)을 치르게 된다. 이후 교육부는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학생을 ‘영어 학습자(ELL)’로 분류하고 있다.     LA통합교육구 제니퍼 김 교사는 “오렌지카운티는 풀러턴, 어바인, 요바린다, 브레아 등 한인이 선호하는 학군이 많은 지역이다 보니 신규 이민자가 몰리고 있다”며 “그만큼 타 지역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 보니 이제는 LA가 아닌 오렌지카운티에서 자연스레 ELL 학생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한인 ELL 비율은 카운티 전체 ELL 학생 대비 매해 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회계연도별로 보면 오렌지카운티의 경우 2019~2020(2934명·2.87%), 2020~2021(2414명·2.60%), 2021~2022(2652명·2.76%) 등 한인 ELL 학생 수와 비율 모두 LA카운티 지역의 한인 ELL 학생 수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반면, LA카운티의 경우 한인 ELL 학생의 비율은 2019~2020(2799명·1.08%), 2020~2021(2335명·0.99%), 2021~2022(2337명·0.94%) 등 매해 줄고 있다.   가주 지역 공립학교 전체로 보면 ELL로 분류된 한인 학생은 총 7454명이다. 영어가 미숙한 한인 학생 5명 중 3명(약 61%)이 LA 및 오렌지카운티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셈이다. 단, 가주 전역으로 보면 전체 ELL 학생 중 한인 비율은 0.67%다. 이 비율은 교육부가 통계를 취합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팬데믹 이전 회계연도(2019~2020·9047명)와 비교하면 주 전역에 걸쳐 ELL 한인 학생 수는 약 17% 감소했다.   한인 사회 내에서 2~3세 비율이 높아지면서 1세들과 달리 영어에 대한 언어 장벽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UCLA 유헌성 연구원(사회학)은 “미주 한인들이 점점 미국 사회에 동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며 “어떤 면에서는 한국어가 편한 1세대와 다음 세대 사이에서 언어나 문화적으로 단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학년별로 보면 한인 ELL 학생은 킨더가튼이 1311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1학년(1082명), 2학년(961명) 등 학년이 높아질수록 줄어들었다. ELL 한인 학생은 12학년(174명)이 가장 적었다.   한편, 가주교육부는 지난 회계연도에 가주내 100개 이상의 언어권 학생을 대상으로 영어 미숙 학생 현황을 조사했다. 가주 지역 ELL 학생은 히스패닉계(91만1119명·81.90%)가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계(2만1344명), 중국계(2만393명), 아랍계(1만5878명) 등의 순이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한인 영어 한인 학생 ell 학생 한인 ell

2023-11-23

[우리말 바루기] ‘아울렛’, ‘아웃렛’

다음 중 영어 ‘outlet’의 바른 한글 표기는 어느 것일까?   ㉠ 아울렛  ㉡ 아웃렛   아마도 ‘㉠ 아울렛’을 고른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울렛’이 ‘아웃렛’보다 발음하기 편리한 듯해 이것이 옳은 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웃렛’을 빨리 발음하다 보면 ‘아울렛’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딱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라’가 [할라]가 되듯이 일종의 역행적 유음화 현상이 발생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답은 ‘아울렛’이 아니라 ‘㉡아웃렛’이다. ‘outlet’의 영어 발음을 따라 그대로 ‘아웃렛’으로 표기하는 것이 국립국어원이 정한 표기원칙이다.   그렇다면 ‘아울렛’이나 ‘아웃렛’이나 표기원칙은 원칙이고 이미 ‘아울렛’이라고 써 왔는데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기사에서 “아웃렛 가운데 ○○아울렛, △△아울렛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처럼 한 문장에서도 ‘아웃렛’ ‘아울렛’ 표기가 함께 나와 보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국립국어원은 ‘아웃렛’이란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렸으며, ‘재고품이나 이월 상품을 싸게 판매하는 곳’이란 설명을 달았다.우리말 바루기 아울렛 아웃렛 아웃렛 가운데 영어 발음 한글 표기

2023-11-19

[잠망경] 아하와 어허

같은 말을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다. 백번 맞는 말이다. 말을 제대로 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다. 모음(母音) 탓이라는 생각에 잠긴다. 다 ‘에미 소리’ 탓이다.   “아, 그리운 고향!” 하며 탄식한다. “어, 그리운 고향!”이라 하지 않는다. 나도 너도 ‘아버지, 어머니’ 한다. ‘어버지, 아머니’ 하지 않지. ‘아’는 밝고 남성미 흐르는 적극적 어감이지만 ‘어’는 어둡고 부드럽고 여성적인 느낌을 풍긴다.   ‘나’, ‘너’는 ‘아’와 ‘어’ 직전에 콧소리(鼻音) ‘니은’이 들어간 순수 우리말. 나는 당당한 주관이고 너는 약간 어두운 내 자아의 연장선상에 있다. 너는 날뛰며 나서는 나를 다스리는 고충을 감수하는 내 어머니의 직책을 맡는다.   ‘aha!’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강하게 깨달았을 때 튀어나오는 영어 표현. 반면에, ‘uh-huh’는 상대를 수긍하는 소극적 의사표시다. ‘aha’는 목이 확 트인 소리지만, ‘uh-huh’는 성대(聲帶)가 좀 닫힌 채 나오는, 별로 내키지 않는 울림이다. 네이버 사전은 우리말 ‘어허’를 ‘조금 못마땅하거나 불안할 때 내는 소리’라 풀이한다.   금요일 오후 그룹테러피 세션.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다르냐? “정상이 아닌 것을 비정상이라 합니다.” 이것이 정상이다, 하는 규정은 누가 내리느냐? “의사가 내립니다.” 아니다. 의사가 아니라 의사가 속해 있는 사회가 내린다. 사회란 무엇이냐? 사회는, 에헴, 관습과 전통을 포함한 현시대의 대다수가 내리는 의견의 총체적인 결론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정의는 시대마다 달라진다. 정상과 비정상의 세부목록은 결코 의사나 신(神)이 미리 작성해 놓은 게 아니라니까.   12명 중 서너 명이 한꺼번에 “Aha!” 한다. 기대하지 못했던 반응. 나는 속으로 “어렵쇼!” 한다. ‘아’가 아닌 ‘어’로 터지는 간투사. 내 핏줄에 흐르는 순수 우리말, 어렵쇼. 나는 뾰족한 것에 찔렸을 때 “Ouch! 아우치!” 하지 않고 “아야!” 하는 편파적 이중언어자(二重言語者)다.   한글 이중모음(二重母音)에는 야, 여, 요, 예, 얘, 왜 등등 자그마치 11개가 있다 한다. 영어 발음으로 ‘y’ 소리, 또는 ‘이’ 발음이 섞여진 이중모음. ‘야~, 여보세요, 얘가 왜 이래~’에서처럼 어떤 정감을 풍기는 ‘y’ 소리. ‘yes!’ 할 때의 바로 그 ‘이’에 힘이 들어가는 소리!   고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은 출석을 부를 때 꼭 이름 끝에 ‘이’를 붙여서 부르셨다. ‘김창남’ 대신 ‘김창남이’, ‘서량’ 대신 ‘서량이’ 하실 때 왠지 친근감이 느껴졌다. ‘한오수’ 대신 ‘한오수이’ 하셨는데 문법적으로 틀렸지만 마냥 푸근하게 들렸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Charles’ 대신 ‘Charlie’, ‘Bill’ 대신 ‘Billy’, ‘Nick’도 ‘Nicky’라 부르는 사실을 지적한다. 애칭이다. ‘mommy’, ‘daddy’ 다 친근감이 넘친다. 그러나 아무도 ‘Jesus, 지저스’를 ‘Jesusy, 지저시’라 부르지 않아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 버르장머리 없는 농담을 해서 미안하다고 얼른 덧붙인다.   이 조심스러운 우스갯소리에 몇몇이 “하하하” 하며 웃는다. 병동으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자 크게 외친다. “Ah, yes! 아, 그렇지,” “Yes, indeedy-doody! 암, 그렇고말고!” ‘indeedy-doody’는 ‘indeedy’의 희언(戱言)이다.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잠망경 한글 이중모음 순수 우리말 영어 발음

2023-10-31

[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세상만사에 온갖 참견을 해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표현이 떠오르는가. MZ세대라면 ‘오지라퍼’라고 대답할 듯하다. 남의 일에 간섭하는 사람, 염치없이 행동하고 참견하는 사람을 가리켜 요즘 말로 ‘오지라퍼’라고 한다.   ‘오지라퍼’는 ‘오지랖’에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사 ‘-er’을 붙여 만든 신조어다. 그런데 ‘오지랖’이 원래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드물다. 심지어 ‘오지랖’을 ‘오지랍’으로 잘못 알고 쓰는 사람도 많다.   ‘오지랖’은 원래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의미한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지랖을 자꾸 여미게 된다” “엄마는 오지랖을 걷어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등처럼 쓸 수 있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그만큼 다른 옷을 덮을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일을 모두 감쌀 듯이 참견하고 다니는 것을 빗대어 “오지랖이 넓다”고 표현하게 됐다. 이후 ‘오지랖이 넓다’는 쓸데없이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참견하는 사람을 비꼬는 관용구로 자리 잡게 됐다.   ‘오지랖이 넓다’란 관용구는 많이 쓰이는 데 반해 ‘오지랖’이란 단어 자체만으론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오지랖’의 원래 뜻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사람이 늘어났다.   관용구의 영향력이 강해져 원뜻이 소멸해 가는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우리말 바루기 오지랖 영어 접사 단어 자체

2023-10-30

[열린 광장] 핀란드의 영어교육이 시사하는 것들

국민의 영어 구사력에 대해 한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나라가 핀란드일 것이다. 핀란드의 인구는 550만 명 정도인데, 국민의 70% 이상이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그런데 핀란드어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영어와 같은 언어 구조가 아니다. 우리와 같은 우랄알타이어군에 속해 영어 배우기가 쉽지도 않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공교육만으로도 대부분의 국민이 영어를 불편 없이 사용한다고 하니 영어 교육에 많은 돈을 쓰고도 영어 말하기 능력은 하위군에 속하는 한국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이미 한국에서는 핀란드의 영어 교육에 대한 책들이 소개됐고, TV다큐멘터리로도 방송됐다. 영어교사 참관단이 핀란드의 학교수업을 직접 보며,수업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핀란드의 영어 교육 방법은 한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략히 소개한다. 핀란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공부가 시작된다. 학교에서는 말하기 위주로 수업하고, 숙제는 쓰기가 많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초등학교에서는 외국인 교사가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방송(EBS)이 한국과 핀란드의 영어교육을 비교한 것을 보면 목적은 의사소통으로 같다. 하지만 교육 방법은 다르다. 한국 중·고교는 문법 위주의 접근 방식으로 시험을 중시했고 핀란드는 말하기 연습 위주로 시험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   한국인에게 ‘콩글리쉬’가 있듯, 그들에게도 ‘핑글리쉬’라는 특유의 발음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한국인은 이를 부끄러워해 말을 피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이런 특징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핀란드에도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세계시민이 되려면 영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 지도층 가운데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버드대학에는 ‘교정에서는 지혜를 키우고, 밖에서는 더 나은 인류,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문이 있다고 한다. 학교 교육이 대학 입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치열한 경쟁만 있을 뿐 시민 정신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이들이 이끌어갈 미래사회가 걱정된다면 말이다. 사교육 없이 교육 경쟁력 1위,학업 성취도 1위, 행복도 1위인 핀란드는 우리가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한 나라다.     미국에 사는 한인 가운데도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는 교회 문화학교에도 영어 클래스는 없는 곳이 많다. 학생이 없기 때문이다. 1세들이 아예 영어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공부가 스트레스받는 일이라는 생각 대신 지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하면 어떨까. 또 취미로 영어공부를 해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은 어떨까. 시도를 안 하면 얻는 것도 없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 광장 영어교육 핀란드 영어 교육 영어교사 참관단 한국 교육

2023-09-25

[우리말 바루기] 내디딘 자, 내딛는 자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7분간 영어로 했던 연설 영상이 계속 공유되고 있다. 영어 자막과 더불어 한글 자막 동영상도 많은 이가 본다.   약간씩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한글판에서 틀리게 달린 자막이 눈에 띈다. “우리 모두 한 걸음 내딛어 봅시다”란 문장이다. “모두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읍시다”라고 달린 동영상도 있다. 흔히 ‘내딛어’ ‘내딛읍시다’와 같이 쓰지만 ‘내디뎌’ ‘내디딥시다’로 고쳐야 바르다.   ‘내딛다’는 ‘내디디다’의 준말로, 활용 시 주의해야 한다. 뒤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는 ‘내딛고, 내딛는, 내딛지’처럼 활용된다. 문제는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때다. ‘내딛다’는 ‘-으면’과 결합할 수 없다. ‘내딛으면’은 잘못된 활용형이다.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고 본딧말의 활용형만 인정해서다. 본말인 ‘내디디다’에 ‘-으면’이 결합된 형태인 ‘내디디면’만 쓰인다. ‘내딛다’에 ‘-어, -은, -읍시다’가 결합한 형태인 ‘내딛어, 내딛은, 내딛읍시다’도 잘못된 활용형이다. ‘내디디어(=내디뎌), 내디딘, 내디딥시다’로 활용된다.   ‘내딛다’는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는 자유롭게 결합하나 모음 어미가 연결될 때는 제약이 따른다.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도 마찬가지다. 준말 형태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어’를 붙여 만든 ‘머물어, 서둘어’ 같은 형태는 모두 잘못된 활용형이다. ‘머무르다, 서두르다’에 ‘-어’를 연결해 ‘머물러, 서둘러’로 활용하는 것이 바르다.우리말 바루기 준말 형태 영어 자막과 한글 자막

2023-08-31

[열린광장]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

지난 2011년 12월18일, KBS에서 ‘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방송됐었다. 자발적으로 참여한 실험 대상자(20~50대)들이 영문학 교수 등 영어 전문가 4명의 도움을 받아 영어 공부를 한 후 변화를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한국인은 어느 나라보다 영어공부를 많이 하지만 영어는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참가자들에게 영어 지문을 주고 읽게 하자 모두 막힘없이 잘 읽었다. 하지만 그림을 보여주고 영어로 설명하라고 하자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이 참가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평가한 결과 유럽의 영어 능력 분류 기준에서 기초 수준인 AI에 머물렀다. (당시 한국인의 영어 읽기 순위는 평가 대상 157개국 중 35위이고, 말하기 순위는 121위로 하위권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중학교 수준의 교재를 나누어 주고 하루에 일정량을 50번 이상 크게 읽게 하고,1시간 이상 듣고 받아쓰는 연습을 하게 했다. 실험기간은 3개월. 3개월 후 참가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을 다시 평가한 결과 모두 전에 비해  2.7배 정도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과의 대화 수준도 만족할 만큼 향상됐다.     이 프로그램은 효과적인 회화 공부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자주 사용하는 문장들은 크게 읽으며 연습하라. 둘째, 몸이 기억할 때까지 반복하라. 셋째, 본인이 관심 있는 내용으로 공부하라.     영어를 기억하는 방법은 서술적 기억과 절차적 기억법이 있는데 서술적 기억은 단어, 문법, 독해 등 영어 학습을 통해 가능하고, 절차적 기억 방법은 말하는 연습을 통해 몸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운동선수가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서술적 기억 방법이고, 직접 운동을 하면서 몸에 익히게 하는 것이 절차적 기억 방법이다. 영어 말하기도 운동과 같아서 절차적 기억 방법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셋째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 관심 있는 분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일정한 수준이 되면 영어 자체가 좋아져서 포기하지 않게 되지만 그때까지는 스스로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시 정부는 학습 위주의 영어 교육에서 말하기 능력을 키우는 영어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애쓰던 때였다.)   그런데 지난 2018년 한 영어 강사가 반론을 제기했다. 즉, 어떤 책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한다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문법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맞는 주장이다.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울 때는 말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문장구조는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건 서로 보완해야 할 문제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것조차도 절차적 기억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대화체로 되어 있으면서 전 문장구조를  공부할 수 있게 잘 만들어진 교재도 있다. 교재 선택만 보완하면 이 프로그램의 결론은 전적으로 옳고, 또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영어 영어 공부 영어 능력 영어 구사

2023-08-29

대입 인터뷰, 농담도 두려워 말라…차별화해야 지원자 돋보일 수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첫 번째 규칙은 청중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학 입학을 위해 인터뷰를 하는 고등학생의 경우 그 청중은 입학 사정관이나 졸업생이므로 본인이 그들의 취향에 맞는 사람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입학 사정관과 졸업생은 많은 예비 학생을 인터뷰한 경험이 있다. 즉, 이전에 모두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뜻이다. 표준 면접의 질문으로 예를 들어 “자신에 대해 말해보겠습니까?”나 “왜 다트머스 대학에 오고 싶은가요?”와 같은 물음에 대한 모범 답변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인터뷰의 요점은 지원자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다.     생각해 볼 부분은 지금까지 지원자는 입학사정 과정에서 한낱 데이터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메일 문의 몇 통과 뉴스레터 신청으로 눈에 띄기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실제 사람을 직접 만나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어떻게 하면 인터뷰어의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본인이  재미있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농담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진지하기로 유명한가? 그렇다면 지금은 농담을 시도할 때가 아니다. 진솔한 편인가? 그렇다면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아무도 학생이 모든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입학 사정관들은 학생의 솔직함과 자기 인식이 신선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인터뷰를 할 사람의 웹사이트나 링크드인(LinkedIn)의 프로필 또는 자기소개를 확인하고, 소셜 미디어 피드를 보거나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면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 인터뷰하는 사람들도 모두 바쁘기 때문에 일정에 방해가 되는 사람만큼 짜증나는 것은 없다.     그리고 학생 본인의 개성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기억을 남기고 싶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반항적인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을 때는 아니다.     남성은 버튼 셔츠, 여성은 세련된 드레스나 슬랙스 등 비즈니스 미팅에 갈 때와 같은 복장으로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표현해야 한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과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는지 파악 해야 한다. 비즈니스 스쿨에 지원하는 경우 교수진, 최신 트렌드, 관심 있는 몇 가지 과목을 미리 조사하고 그에 대한 통찰력을 대화 속에 녹여내야 한다.   인터뷰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당연히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겠지만, 인터뷰를 통해 이 특정 교육기관이 본인에게 적합한지 판단하는 방법으로도 활용해야 한다. 학교와 상대방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유다.   인터뷰어가 영어를 전공하고 두 자녀를 둔 여성이라면, 문학 공부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학생이 자신의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정보를 멋지게 종합하고 재구성할 수 있으며, 폭넓은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인터뷰어에게 강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틀에 박힌 답변도 피해야 한다. 주립대에 진학하고 싶은 이유를 묻는다면 “이렇게 훌륭한 학교에 다니는 것이 항상 제 꿈이었어요”라고 말하지 않는 게 낫다. 대신 정직하고 진심 어린 정보에 입각한 답변을 제공해보자. “공정 무역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 회사를 창업하고 싶어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회사 운영의 기본을 알아야 합니다. 자본 조달과 운영, 거시경제학 등 허긴스 교수님이 가르치는 신입생 수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다 보면 자신이 마케팅 대상인지, 개인인지 헷갈릴 수 있다.     중심을 잡고 면접을 능동적으로 진행하려면 긴장을 풀어야 한다. 웃고 미소 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문의:(855)466-2783   www.theadmissionmasters.com 빈센트 김 카운슬러 / 어드미션 매스터즈인터뷰 차별화 인터뷰어가 영어 입학 사정관들 입학사정 과정

2023-08-27

[글마당] 잘못 들어선 길에서

오래전 일이다. 영어책을 술술 읽고 싶었다. 모르는 단어들도 많고 이해가 되지 않아 책을 들었다가는 놓고를 반복했다. 어떻게 하면 영어책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영어 연애 소설책을 집어 들었다. 단어를 찾지 않아도 책장이 술술 잘도 넘어갔다.     요즈음도 영어 공부를 매일 한다. 공부에 흥미는 없지만, 미국에 사는 팔자려니 생각하고 꾸준히 한다. 지루하고 힘들어서 예전처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남녀 문제 상담을 유튜브에서 찾아 듣는다. 불륜 상담도 있다.   영어 자막을 켜 놓고 듣는다. 그럴듯한 문장은 아이폰 노트 스피커에 말한다. 발음을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 오디오에 대고 녹음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영어를 듣고, 읽으며, 말하고, 쓰기를 반복한다.     불륜에 관한 상담을 듣다가 어릴 때 읽은 이솝 우화 ‘개와 그림자’가 떠올랐다.     ‘개 한 마리가 고기를 물고 냇물을 건너게 되었다. 그때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본 개는 자기가 물고 있는 고기보다 더 큰 고기 조각을 물고 가는 다른 개가 있다고 착각했다. 그 고깃덩이를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먹이를 향해 멍멍 짖어대었다. 개는 자기가 물고 있는 고깃덩이마저 떨구고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굳이 가져다 붙이자면 옆에 있는 반려자의 가치는 별로라 생각하고 불륜으로 다른 상대를 탐할 때의 결과는 둘 다 잃을 수 있다. 물고 있던 싫증 나는 고기를 버리고 새롭고 싱싱한 고기로 배를 채우며 한동안은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우화 속의 개가 아니기에 불륜으로 인해 자식과 반려자의 고통이 본인에게 전달된다.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고 쓴맛을 볼 수 있다. 허상을 잡으려다 진짜를 잃어버리는 격이다.     바람에 떠도는 구름을 잡은 듯 환상 속에서 미쳐 날뛰다, 어느 날 갑자기 허상이라고 깨달았을 땐 모두가 변해버린 후다. 꿈꾸던 삶은 잘못 들어선 길에서 이미 멀리 달아나 잡을 수가 없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불륜 상담 요즈음도 영어 고기 조각

2023-08-25

[오픈 업] 버려지고 있는 한글

올해 여름은 크고 작은 일들, 슬프고 기쁜 일들로 점철되고 있다. 한국과 LA에서 당면해야 했던 대소사가 소나기처럼 몰아서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값진 경험을 할 기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보냈던 3주는 길었다. 덕분에 여러 곳을 둘러 볼 수는 있었다. 조국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현대적 감각의 박물관들에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잘 보관되어 있었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운영 시스템과 음식 맛도 뛰어났다.     한국은 역시 IT 강국이었다. 덕분에 각 지방의 맛집과 특산품, 숙소 등 모든 여행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표기 문화는 혼란스러웠다. 도로명은 한국식 이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고유명사인 길 이름 밑에 한글 발음에 따라 영어도 표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 이름, 음식 종류 등의 표기 방법은 그야말로 한글, 한문, 영어 등이 뒤섞인  ‘짬뽕’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중국의 영향을 받아왔던 우리나라는 한문이 국문이 된 셈인데, 국한문혼용체 (國漢文混用體), 한영혼용체(漢英混用體), 국영한문혼용체(國英漢文混用體)를 사용하던 기간을 거쳐 1970년대 ‘한글전용 5개년 계획’에 따라 모든 표기를 한글화하게 되었다. 이후 타이프라이터에 이어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가로쓰기에도 편리한 한글이 빨리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컴퓨터에서는 한글, 영어, 한문을 모두 찾아서 쓸 수 있는 기능이 있지만 한글 전용 정책에 따라 외국어와 한문은 괄호를 이용해 뜻을 전할 수 있다.  좋은 정책이다. 그러나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 세대와 영어를 모르는 사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뉴스를 접하며, 간판이나 음식 메뉴를 이해할지 궁금하다.     표기법만이 문제가 아니다. 신조어 문제도 이슈로 다가온다. 나처럼 한문과 영어를 배운 사람들도 합성된 신조어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음식점 가운데는 ‘영업 중’ 대신 영어로 ‘OPEN’, 또는 ‘어서 오세요’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그런가 하면 ‘Ice(not Nice) to Meet You’ ‘Take Out’ ‘닭 프라이드’ ‘Garlic Soy Sauce’, ‘Spicy’  ‘추가 반찬은 셀프’, ‘100세 미만은 추가 반찬 셀프’, ‘물은 셀프’, ‘핑크솔트’ 등 다양한 조합의 낱말들이 사용되고 있다.     그 외  ‘한국어+한국어’, 또는 ‘한국어+외국어’를 결합한 후, 일부 글자를 빼고 만든 말들도 많았다. ‘빙맥(빙수+맥주)’, ‘치맥(닭의 영어 치킨+맥주)’, ‘돈치킨’등이 그 예이다. 외국어와 한국어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 300여개를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트 한 사람이 있을 정도다.   우리 조상들은 한글이 말살될 뻔했던 일제 강점기에도 우리말을 지켰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인들은 자진해서 우리말을 버리고 있는 듯했다.     현재 여러 한인 단체들이 한인 차세대는 물론 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도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진흥재단은 한국 교육원과 함께 정규학교에서 가르치는 세계언어 과목에 한국어를 넣기 위해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왔다. 그 결과 현재 전국 200여개가 넘는 초중고교에 한국어 클래스가 개설되어 있다. 이번 달에도 LA 지역 학교 두 곳에 새로 한국어반이 생긴다. 그런가 하면 전국의 230여개 주말 한국학교도 차세대 한국어 교육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한국어 AP 과목이 개설된 이후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목표 의식이 생겼다. 앞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한국어 강좌가 활성화되어 언젠가는 한글로 쓰인 문학 작품이 노벨상을 받는 날도 올 것이다. 스포츠와 K팝뿐 아니라 한글 문학을 통한 한국의 국위 선양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오픈 업 한글 한글 영어 한글 한문 한글 전용

2023-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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