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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한인 작가들의 '한류' 전시회 호평

여성 작가 12명 작품 전시   존스크릭 아트센터에서 '한류(Hallyu)'라는 주제 아래 열리고 있는 한인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 전시회는 지난 8일부터 시작해 20일 오프닝 리셉션을 거쳐 다음달 10일까지 이어진다.   오프닝 행사에서 스테파니 도날드슨 아트센터 디렉터는 "존스크릭에 다양한 커뮤니티가 살고있는 만큼, 우리 아트센터에도 그 다양함을 투영하고 싶다"며 처음으로 한인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회에는 12명의 여성 한인 작가들이 참여했다. 앨라배마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문미나 한지공예작가, 유리 등을 이용한 작품을 만드는 앤젤리카 김 프리먼 작가, 도자기로 특별한 조명을 표현하는 다이엔 최 작가 등이 참석해 작품을 설명했다.   주최 측은 특별 심사위원을 초빙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 중 1~3위를 선정했는데, 1위는 아이들이 공기놀이하는 장면을 한지로 표현한 문미나 작가의 작품이 차지했다. 문 작가가 이번 전시회에 출품한 세 작품은 모두 한국 전통을 엿볼 수 있고 캐릭터의 생생한 표정으로 스토리텔링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문 작가는 "작품 활동을 28년간 했는데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 풍습을 알리는 작품을 주로 작업하고 있다. 내 작품으로 한국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서당'을 주제로 한 작품을 작업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사라 작가의 '뉴 비기닝'은 3위를 차지했다. 해당 작품은 캔버스 위에 한지를 붙여서 표현해낸 것으로, 그가 미국에 처음 이민 왔을 당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로 작업했다.   앤젤리카 김 작가는 건강 때문에 10년간 미술 작업을 하지 못했다며 "깨진 유리, 탄 나무와 같이 칙칙하고 차가운 소재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영감을 받는다"고 전했다.   다이엔 최 작가는 로컬에서 도자기 공방을 두 곳 운영한다. 최 작가는 도자기의 형태에 빛의 효과를 더해서 교감과 소통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니콜 강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탐구하는 작품을 전시했다. 그는 자신의 소중한 기억을, 한국계 여성들의 당당한 모습 등을 일러스트레이터풍으로 묘사한 작품을 설명했다.   이외에도 자개, 서예 등의 작품을 전시회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5월 10일까지 방문객 투표로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도 진행하고 있다. 전시회는 무료이며,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사전에 연락하고 방문할 수 있다.   ▶주소=6290 Abbotts Bridge Road, Bldg. 700(존스크릭 H 마트 맞은편)   윤지아 기자작품 전시회 작품 활동 작품 영감

2024-04-22

[발언대] 영감님들의 말싸움

‘영감님’은 남성 시니어에 대한 존칭어다. ‘영감’이란 말은 조선시대에는 종2품과 정3품 사이의 고위직을 칭하는 말로 쓰였다고 한다. 지금 같으면 차관급의 고위직에 해당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법관, 고위 공무원 등 직위가 높은 사람을 칭하는 말로도 쓰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 국회의원들도 당연히 ‘영감님’ 소리를 들을만 하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젊었을 때 경찰들이 젊은 검사를 “영감님, 영감님”하며 불렀던 기억이 난다.   국회의원 중에는 나이가 많은 분도 있지만 거의 젊은 영감님들이다. 이 영감님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데 언론 매체나 유튜브 등에 소개되는 그들의 활동 모습을 보면  허구한 날 말싸움이다. 질문하는 사람이나 대답하는 사람 얼굴에 미소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미움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도전적인  말투로 대화가 오고 간다. 저래서 어떻게 정답을 찾을 수가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그러다가 때로는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국민을 위한 정답이 아니고 서로 이기려고만 할 뿐 양보하는 모습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을 제압하는 데 급급하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내 의견을 살펴보지 않는 것 같다. 상대방을 높여 주는 자세는 커녕 깎아내리려고만 한다. 품격 있는 토론을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자기 의견을 관철하려는 의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모든 정책의 결론은 국민을 위한 관점에서 찾아야 하는데 편견과 선입견, 주관적인 판단으로 예단하며, 감정적인 자기주장이 강하다 보니 불평불만으로 가득 차 열린 마음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적 견해가 달라 판단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안건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논리적 과정을 통해 정책을 결정한다면 영감님들의 말싸움을 누가 탓하겠는가.   1965년 6월 한일협정이 체결됐다. 청구권 자금으로 1970년 포항종합제철이 착공되었고,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어 5년 후엔 현대의 포니가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지 않았던가.   오늘의 한국은 많은 의견과 반대를 통해 정답을 찾으면서 이뤄졌다. 말싸움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 위정자들은 미래를 보고 판단하고 가야 한다.   모든 사람을 위해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보자. 말싸움으로 거짓이 진실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진실이 아니다. 지도층 영감님들은 웃는 모습으로 질문하고 오가는 대화에서 진실을 찾고 허위와 부정을 가려내야 한다. 편안한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편안한 삶의 희망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백인호 / 송강문화선양회 미주회장발언대 말싸움 영감 지도층 영감님들 영감님 영감님 한국 국회의원들

2023-09-13

[웰컴 투 펫팸] 혹부리 영감

노령의 닥스훈트가 목 주변에 커다란 혹을 달고 병원문을 들어섰다. 동화 속 혹부리 영감 같은 모습이었다. 몇 년 전 작은 혹으로 시작한 것이 갑자기 확 커졌다고 한다. 세침흡인검사(FNA, fine needle aspiration)를 해보니 지방세포가 주로 관찰됐다. 흔히 말하는 지방종(Lipoma)의 가능성이 컸다. 커다란 혹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기까지 한단다. 혹의 무게 때문에 거동도 불편해서 가능한 한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았다. 수술로 제거하면서 샘플을 채취, 실험실에 조직검사를 보냈는데 예상대로 지방종이었다.   지방종은 개의 경우 꽤 흔히 관찰되는 양성종양이다. 고양이는 발병하는 빈도가 낮다. ‘단순 지방종(Simple Lipoma)’은 피하 지방층에 있는 지방세포들이 뭉쳐서 생긴 것으로, 천천히 성장하고 거의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보통 몸통과 다리, 복부와 가슴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만지면 부드럽고 말랑거리는 느낌이 난다. 주변 조직에 밀착되어 있을 경우 약간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단순 지방종은 수술로 제거했을 때 피막으로 둘러싸여 있고 표면이 매끄럽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팔, 다리, 얼굴 등에 지방종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개도 나이가 들수록 작은 지방종은 흔하게 발견된다. 작은 지방종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지 않기 때문에 긁거나 해서 2차 감염을 유발하지 않는 한 그대로 두는 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닥스훈트처럼 과도한 무게를 유발할 정도로 커진다면 수술로 제거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종양이 자라는 속도는 늦지만 신체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게 자란다면 수술로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침윤성 지방종(Infiltrative lipoma)’은 근육 등의 주변 조직으로 침습해 들어간다. 암처럼 전이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깨끗하게 잘 제거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술로 가능한 많은 부위를 절제해도 재발하는 경향이 많다. 겨드랑이·사타구니·다리 등에 많이 발생한다. 다리에 침윤성 지방종이 발생한다면 근육까지 침입해 들어간 경우 분리가 쉽지 않아서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있다. 근육까지 침투한 지방종은 통증을 유발하고 관련된 부위의 움직임을 제한한다. 가슴 쪽에 발생한 침윤성 지방종은 호흡을 불편하게 하고 기침을 유발하기도 한다.     ‘혈관성 지방종(Myelolip-oma)’은 아주 드물지만 지방세포와 조혈모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간·비장·부신 등에서 발견된다. 만일 비장에 지방종이 발생했을 경우 비장 캡슐을 파열시켜서 내부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응급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비장 지방종 등은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비장 증식성 병변(Splenic nodular hyperplasia)’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기도 하고 복부팽배·구토·빈혈·체중감소 등을 동반한다. 비장종괴 수술 후 조직검사를 통해 발견될 때가 많다.     특히 잘 발생하는 견종으로는 미니어처 슈나우저·닥스훈트·코커스패니얼·래브라도 리트리버·비글·도베르만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견종의 노령 견에서 발생하기 쉽다. 작은 지방종은 기타 피부의 종괴들과 구별이 쉽지 않다. 다리 등에 잘 발생하는 비만 세포종이나 얼굴에서 흔히 발견되는 조직구종, 형질세포종 등은 외견상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샘플을 채취해서 세침흡입검사나 병리조직검사를 해야 진단을 정확하게 내릴 수 있다. 양성처럼 보이는 지방종일지라도 악성 지방종인 지방육종(Liposarcoma)으로 판명하는 경우도 있으니 혹이 조금이라도 커진다면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웰컴 투 펫팸 혹부리 영감 침윤성 지방종이 비장 지방종 혹부리 영감

2022-05-04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와 영감의 3악장 펼치며

나만 힘들 게 사는 줄 알았다. 죽자 사자 일하고 이리 뛰고 저리 머리 굴리고 종횡무진 숨막히게 사는 줄로 착각했다. 새집으로 이사 오고 깨달았다. 내 엄살은 어린아이 반찬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 동네에 이사 오니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먼지와 소음으로 북새통이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꼭두새벽에 출근해 해가 저물 때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안 쓰고 흠뻑 젖어 각자 임무를 수행한다.     여태까지 공사장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다. 땅 파고 지하 콘크리트 붓고 목제 프레임 올리고 청문 달고 지붕 올리고 벽돌 쌓고 전기공사에 배관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층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곡예사처럼 겁도 없이 망치질한다. 한 팀이라도 낙오 되면 공사가 지연된다. 입주 할 날만 학수고대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하루가 한 달이다. 흥분과 기대로 히루에도 서너 번씩 뼈대만 올라 간 집 보러 오고 또 온다. ‘어디에 살 건지 누구와 살 지는 하늘이 맺어준다’는 어머님 말씀 떠올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 아래 기적처럼 솟아나는 집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막내가 첫 돌일 때 이사한 ‘등대집’은 내 청춘을 불태운, 작렬하는 태양 같이 뜨거운 시절이여서 흥분과 기대로 충만했다.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으로 충만했다. 지금 새로 이사한 집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자랑할 것도 허무해 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집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며 묵은 둥치 잘라내고 잔 가지 치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갈 담백하고 진솔한 생의 작은 수첩이다.   미국에 사는 동안 세번 이사했다. 가방 한 개 달랑 들고 공항에서 픽업돼 도착한 집은 캐더링시 도시 청사(State house)였다. 미 육군 보급총사령관 관사로 사용 됐는데 패터선 사령관이 개인 저택에 살기로 결정해 보급사령관인 리사 아빠에게 배당됐다. 사령관 부인은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였는데 오래된 구식 관사의 실내구조는 사치스럽고 요란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백년 동안 위용을 자랑하던 캐터링 시의 도시 청사 건물은 육군에서 잘 보존해 작은 성을 방불케 했다. 3층 건물인 관사는 학교 기숙사처럼 크고 방이 많고 계단이 가팔라서 리사가 기어다니기 시작 할 무렵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했다.   ‘초원의 집(Highland Meadow)’이라 팻말 붙은 집에서 청춘의 달콤한 사랑과 무지개 꿈을 키웠다. 리사가 심장판막재생수술을 받았고 식도암으로 리사 아빠를 잃었다. 모진 고난과 아픔도 청춘이 지닌 희망과 용기를 파멸시키지 못했다.     우서방 만나 ‘등대집 (Light house Trail)’으로 이사했다. 어머니 모시고 아이 셋 키우고 사업하며 회오리 바람 속에 장년을 불태웠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 중에 바이올린 협주곡3번 G단조는 풍요로운 ‘가을’을 묘사한다. 가을의 1악장은 사냥꾼에 쫒기는 동물들의 긴박함이 3박자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춥고 매서운 생의 마지막 장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주는 계절의 환상과 기쁨, 생의 애절함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생의 가을에는 어떤 색깔이 펼쳐질까. 글이던 그림이던 펜을 들고 붓을 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도, 누구도 내 슬픔, 나의 사계절을 그려낼 수 없다. 지나 온 삶이 오직 내 몫이였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오롯이 내 손으로 다듬고 추스려야 할 시간이다. 슬픔이던 환희던, 눈물 닦아줄 사람도 오직 나 일 뿐.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 영감 육군 보급총사령관 공사장 인부들 리사 아빠

2021-10-26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조화와 영감의 3악장 펼치며

나만 힘들 게 사는 줄 알았다. 죽자 사자 일하고 이리 뛰고 저리 머리 굴리고 종횡무진 숨막히게 사는 줄로 착각했다. 새집으로 이사 오고 깨달았다. 내 엄살은 어린아이 반찬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 동네에 이사 오니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 먼지와 소음으로 북새통이다.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꼭두새벽에 출근해 해가 저물 때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비가 오는 날 우산도 안 쓰고 흠뻑 젖어 각자 임무를 수행한다.     여태까지 공사장 인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본 적이 없다. 땅 파고 지하 콘크리트 붓고 목제 프레임 올리고 청문 달고 지붕 올리고 벽돌 쌓고 전기공사에 배관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층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 곡예사처럼 겁도 없이 망치질한다. 한 팀이라도 낙오 되면 공사가 지연된다. 입주 할 날만 학수고대하는 집주인 입장에선 하루가 한 달이다. 흥분과 기대로 히루에도 서너 번씩 뼈대만 올라 간 집 보러 오고 또 온다. ‘어디에 살 건지 누구와 살 지는 하늘이 맺어준다’는 어머님 말씀 떠올리며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하늘 아래 기적처럼 솟아나는 집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막내가 첫 돌일 때 이사한 ‘등대집’은 내 청춘을 불태운, 작렬하는 태양 같이 뜨거운 시절이여서 흥분과 기대로 충만했다.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으로 충만했다. 지금 새로 이사한 집은 기분이 전혀 다르다. 자랑할 것도 허무해 할 것도 없는 사람 사는 집이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정리하며 묵은 둥치 잘라내고 잔 가지 치고 일필휘지로 써내려 갈 담백하고 진솔한 생의 작은 수첩이다.   미국에 사는 동안 세번 이사했다. 가방 한 개 달랑 들고 공항에서 픽업돼 도착한 집은 캐더링시 도시 청사(State house)였다. 미 육군 보급총사령관 관사로 사용 됐는데 패터선 사령관이 개인 저택에 살기로 결정해 보급사령관인 리사 아빠에게 배당됐다. 사령관 부인은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치던 사람이였는데 오래된 구식 관사의 실내구조는 사치스럽고 요란한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수백년 동안 위용을 자랑하던 캐터링 시의 도시 청사 건물은 육군에서 잘 보존해 작은 성을 방불케 했다. 3층 건물인 관사는 학교 기숙사처럼 크고 방이 많고 계단이 가팔라서 리사가 기어다니기 시작 할 무렵 작고 아담한 집으로 이사했다.   ‘초원의 집(Highland Meadow)’이라 팻말 붙은 집에서 청춘의 달콤한 사랑과 무지개 꿈을 키웠다. 리사가 심장판막재생수술을 받았고 식도암으로 리사 아빠를 잃었다. 모진 고난과 아픔도 청춘이 지닌 희망과 용기를 파멸시키지 못했다.     우서방 만나 ‘등대집 (Light house Trail)’으로 이사했다. 어머니 모시고 아이 셋 키우고 사업하며 회오리 바람 속에 장년을 불태웠다. 바로크 음악의 거장 비발디의 ‘사계’ 중에 바이올린 협주곡3번 G단조는 풍요로운 ‘가을’을 묘사한다. 가을의 1악장은 사냥꾼에 쫒기는 동물들의 긴박함이 3박자로 경쾌하게 펼쳐진다. 춥고 매서운 생의 마지막 장인 겨울이 오기 전 가을이 주는 계절의 환상과 기쁨, 생의 애절함이 찬란하게 묘사된다.     생의 가을에는 어떤 색깔이 펼쳐질까. 글이던 그림이던 펜을 들고 붓을 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아무도, 누구도 내 슬픔, 나의 사계절을 그려낼 수 없다. 지나 온 삶이 오직 내 몫이였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오롯이 내 손으로 다듬고 추스려야 할 시간이다. 슬픔이던 환희던, 눈물 닦아줄 사람도 오직 나 일 뿐.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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